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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175화 (273/1,000)

1175화. 관찰

우유도는 자신의 이상 행동이 정위의 시선을 끌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당연히 자신이 적은 것을 보고 싶어 할 것이고, 보고 난 후에는 분명 크게 불만을 표할 것이 확실했다. 다만 우유도에겐 이 위기를 어찌어찌 넘어갈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었고, 그 결과대로 비슷하게 되었다. 결국 이렇게 우유도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함과 동시에, 위기를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같은 어려운 문제 앞에, 우유도는 다른 사람에게 없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그가 자금동에 가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우유도는 자신의 장점을 포기할 이유가 없었다.

물론, 이렇게 하는 것에는 확실히 큰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었다. 천곡에서 있었던 일이 마치 어제 겪은 것처럼 생생하게 떠올랐다. 사여래가 했던 한마디가 더욱 가슴에 사무쳤다.

‘부지견, 시지거가 바로 규칙이다. (힘이 있는 자가 정하는 것이 곧 규칙이다)’

우유도는 정위가 사여래와 마찬가지로 이치가 안 통하는 사람일 수도 있음을 알고 있었다.

다만 정위가 지금 자신에게 과거 사여래와 같이 혹독하게 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사실 천곡에서 우유도는 어느 정도 정말 잘못을 저질렀다. 사실 천곡에서 우유도는 손을 쓰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 우유도가 천곡에서 있었던 것처럼 정말로 무모한 짓을 저지른 건 아니었다.

그 당시에 했던 일이 미친 짓이었다면, 이는 애교를 부리는 수준에 불과하다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우유도는 논리로 상대방을 압도하고 있었다. 설마 정위가 이 정도로 말이 안 통하지는 않을 것 아닌가?

이건 일종의 도박이기도 했고, 우유도가 상대방을 떠본 것이기도 했다.

정위가 이런 난제로 장로들을 어렵게 했으니, 우유도 또한 마찬가지로 성경의 상황을 떠본 것이다. 그나마 말이 통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알아보고자 한 것이었다. 우유도는 이 결과를 토대로 앞으로 일들을 어떻게 처리해 나갈지 결정하게 될 것이다.

성경과 표묘각은 우유도에게 단지 강한 적일 뿐이었다. 우유도의 마음속에는 다른 사람과 달리 뼛속에 새겨진 두려움이 없었다. 우유도가 보기에는 성경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통상적으로 말이 하나도 안 통할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으면 아마 성경 내부는 아주 혼란스러워졌을 것이다.

혹여나 정위가 정말로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었다면, 우유도는 그냥 앉아서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정위가 잘 지내도록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을 것이다.

성경에 들어온 후, 우유도는 빠르게 주위 환경을 관찰했다. 위험한 곳에 들어왔으니, 주위를 관찰하고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행동이었다. 최소한의 대응 능력도 없이 수많은 풍랑을 헤치고 운만으로 지금 이 자리에 올 수 있을 리 없었다.

비록 빠르게 쫓기듯이 여기로 몰려왔지만, 주위 환경과 지형이 이미 우유도의 머릿속에 들어 있었다.

방금 먹을 갈며 고민할 때, 다른 사람들은 우유도가 무엇을 쓸지 고민한다고 생각했겠지만, 사실 결정을 내린 우유도에게 자금동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것은 조금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우유도가 정말 고민한 것은 일단 불리한 결과가 나오면 어떻게 지금 이곳을 벗어날지에 대해 고민한 것이었다.

머릿속에서는 주위의 지형을 되새기며, 각 산봉우리의 높이를 근거로 주위 지형을 손쉽게 그려볼 수 있었다. 우유도는 이쪽으로 매우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우유도에게 일정한 조건을 만족시켜 주기만 하면, 어디에 지하수가 흐르는지도 알아낼 수 있었다.

어느 쪽으로 가야 도망치기 쉬울까? 주위를 가득 채우고 있는 운해가 바로 가장 좋은 엄폐물이었다. 그러니 산 아래 가득한 운해 속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도망칠 수 있는 확률이 크게 증가했다. 주위 환경은 우유도의 행적을 숨겨줄 것이다.

외부 환경에 대한 판단을 내린 우유도는 또다시 내부 환경에 대한 판단을 내렸다.

표묘각 사람들은 다소 거만했다. 외부인원들을 안중에 두지 않았으니, 경각심이 별로 크지 않았다. 그러니 만약 우유도가 갑자기 도망친다면, 그의 능력으로 저 밖에 있는 운해까지는 충분히 도달할 수 있으리라는 판단을 내렸다. 우유도에게 그 정도 확신은 있었다.

도망칠 때는 심일도와 조경 등 일행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할 수도 있었다. 만약 우유도가 저들을 놀라게 하는 말을 한다면, 저들은 다급한 마음에 이렇게 된 이상 죽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었다.

그렇게 해서 이판사판으로 만약 우유도 자신과 같이 표묘각에 반항하게 한다면 더욱더 큰 혼란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쓸모없어도, 최소한 다른 사람이 표묘각에 맞설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심어주면 그건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우유도 자신을 쫓는 세력을 약화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짧은 시간 동안 우유도는 더욱 쉽게 몸을 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도망칠 때는 무기를 빼앗을 필요가 있었다. 가장 좋은 것은, 운해 안에서 표묘각 사람의 의복을 빼앗은 후, 은밀한 곳에 숨어들어 계획을 세우기 위해 자신을 숨기는 것이었다.

눈앞에서 도망쳐, 자신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확보할 수만 있다면, 우유도는 침착하고 여유롭게 상황에 대응할 수 있었다.

그러니 종이에 내용을 적어내기 전에, 우유도는 이미 이런 것들을 충분히 고민해둔 상태였다. 그렇게 각종 돌발 생황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해 놓았다. 결국, 세 가지 상황을 추측할 수 있다.

첫 번째, 가장 큰 가능성은 아무 일도 없는 것이다. 논리가 통한다는 가정하에, 정위가 함부로 움직이지 않을 수 있었다. 두 번째, 우유도를 붙잡아 벌을 내리는 것이다. 그건 참을 수 있었다. 잠시 동안의 고통을 참아,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문제를 피할 있을 테니 이 또한 나쁘지 않았다. 세 번째, 정위가 본보기로 우유도를 죽이려 하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우유도는 앉아서 죽을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 상황을 보면, 우유도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현장이 고요해졌다. 다들 정위가 하나를 읽고, 또 다른 종이를 풀어 내용을 확인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연달아 몇 개를 확인한 그는 다들 우유도와 같은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게 우유도 혼자만이 특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위는 더는 여기서 시간을 죽이고 있을 생각이 없었다. 곧 손에 든 종이를 서탁 위에 던지고는 정리하라고 지시하고는 말했다.

“필사한 후에 각 성존께 보내드려라.”

“알겠습니다!”

수하는 즉시 종이들을 정리하더니 쟁반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정위도 그대로 일어나 한마디도 하지 않고 건물을 빠져나갔다.

그 후에 표묘각의 사람이 손을 움직여 말했다. 오늘 일정은 끝이니 다들 이곳에 잠시 기다리면, 각 문파에게 하나의 방을 배정해 줄 것이라는 말이 들려왔고, 그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다음 단련을 기다리라는 말이었다.

누각을 나선 사람들은 또다시 표묘각 인원의 안내를 받아 숙소로 향했다. 심일도와 조경은 천천히 걷고 있는 우유도를 향해 다가갔다.

그렇게 걷고 또 걷고 있을 때, 우유도 뒤에서 경계하며 걷고 있던 두 자금동의 제자들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감지했다. 가정걸이 우유도에게 다가가 어깨쯤에서 조용히 당부했다.

“장로님, 뒤쪽에서….”

우유도가 신속히 뒤돌아보더니, 정신이 멍해졌다. 심일도, 조경, 부화, 단무상, 낭량공, 홍개천이 자신의 뒤를 바짝 따르고 있었다.

그들을 무시한 우유도가 다시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그야말로 자신에게서 떨어질 생각이 없어 보였다. 우유도는 말문이 막혔다. 그야말로 두 손 두 발 다 들 수밖에 없었다. 저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표묘각의 사람을 따라 큰 건물로 들어섰다. 그 안에 방이 적지 않았다. 장방형으로 지어진 건물을 따라 방들이 쭉 늘어 서 있었다. 건물이 총 삼 층으로 지어져 있었으니, 당연히 방이 스물여덟 칸은 훌쩍 넘어섰다. 최소한 백 칸은 되어 보였다. 이건 표묘각이 임시로 만들어 낸 방들로, 성경 단련에 참여한 사람들이 충분히 머물 만큼 거대했다.

사람들이 모두 마당에 들어온 후, 인원을 확인한 표묘각의 사람이 크게 소리쳤다.

“여기 있는 방들은 모두 여러분을 위해 준비한 것이오. 한 문파에서 온 세 명이 함께 한 칸을 골라 사용하시오. 일단 고르면 여기저기 방을 옮겨 다니지 말았으면 좋겠소. 다른 통보가 있기 전까지, 그 누구도 허락받지 않고 이곳을 벗어나지 말아야 할 것이오.

물론, 다른 문파들을 잠시 방문하는 것 정도는 괜찮소. 내 말은 머무르는 숙소를 함부로 변경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오. 만약 누군가 문제를 일으킨다면, 그 대가를 스스로 치러야 할 것이오. 먹을 것은 전해주는 사람이 따로 있을 것이오.”

그리고 그가 손짓하자, 각 문파의 사람들은 흩어져 각자 방을 골라잡고 들어갔다.

우유도는 주위를 관찰했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계속해서 주위를 살펴보았다. 이 안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겉으로는 담담해 보였지만 내심 크게 긴장하고 있었다. 우유도는 지금 조금도 방심하지 않고, 심지어 모든 세부 사항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한편, 우유도 등 뒤에 있던 심일도 등 사람들은, 우유도가 움직이지 않자, 마찬가지로 움직이지 않고 기다렸다.

조경은 만수문의 제자 둘을 데리고 처마 밑에서 방을 고르고 있었다. 우유도와 멀어졌는데, 마치 우유도를 피하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은 남몰래 우유도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반면에, 심일도와 사해의 사람들은 우유도를 피하지도 않았다. 효월각과 우유도의 관계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같이 조국을 멸한 사이이기도 했다. 당연히 사해의 사람들과 우유도의 관계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양측은 의형제와 의남매를 맺은 사이이니, 같이 있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대부분 방을 골랐을 때, 천천히 관찰하고 있던 우유도가 드디어 발걸음을 옮겼다. 우유도는 위아래로 방이 많이 비어있는 곳을 골라 자금동의 제자 둘을 이끌고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갔다.

방안은 나름 깨끗했다. 하지만 넓지는 않았다. 그냥 단칸이었다. 그 안에 있는 것도 하나의 침상, 두 개의 의자, 하나의 탁자가 전부였다.

진관과 가정걸은 안에 들어가자 방안을 구석구석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 모습을 본 우유도는 미소지었다. 그 움직임이 눈에 익은 것을 보면, 원강이 나름 잘 가르친 것 같았다. 인제 보니, 앞으로 사소한 일은 우유도가 걱정할 것 없이, 수고를 덜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느 정도 원강은 우유도를 이해하고 있었다. 우유도의 행동 양식을 알고 있으니, 어떤 식으로 우유도를 도와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우유도가 방을 고르는 것을 보고, 밖에 있는 심일도와 사해의 사람들은 즉시 우유도가 고른 방 주위에 있는 방을 골라 들어갔다.

조경이 눈살을 찌푸렸다. 우유도 근처에 더는 빈방이 없음을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너무 가깝게 지내면 그와 우유도의 관계를 의심하는 사람이 나타날 수도 있었다. 그 전에 우유도에게 상황을 물어보기 위해 너무 가까이 다가간 것 같았다. 너무 인위적인 움직임인 것 같았다. 조경은 자중하기로 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마당을 가로질러 우유도의 방 바로 맞은편에 있는 방을 골랐다. 언제든지 우유도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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