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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179화 (277/1,000)

1179화. 자금동으로 돌아가고 싶으냐?

단무상이 손에 든 소책자를 펼치며 말했다.

“요호! 전설에 의하면 상찬이 공간을 가른 후, 요호의 수령과 계약을 맺었다고 되어있지. 요호 일족은 인간계에 함부로 난입하지 않기로 약속했고, 인간계의 수행자들은 요호 일족의 평안을 방해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다만 나중에 상찬이 이 세상을 떠나고 난 이후, 인간계의 수행자들은 그 약속을 어겼어. 아마 그때 요호 일족의 수령도 죽임을 당한 것 같더군. 그로 인해서 요호 일족은 지금처럼 몰락하게 되었지.”

홍개천이 ‘흐흐’ 웃으며 말했다.

“필부는 죄가 없지만, 보물을 품은 것이 죄라 할 수 있지. 결국은 ‘무량과’(無量果) 때문이 아닌가. 요호들은 이를 호선과(狐仙果)라고 불렀다고 하더군.”

우유도가 끄덕였다. 그와 관련된 전설을 그도 들어본 적이 있었다. 다만, 무량과든 호선과든 간에, 이는 모두 성경이 엄중히 관리하는 금물(禁物)이었기에 자세히 아는 것은 없었다. 아는 것이라고 해봐야, 금단 수행자들이 원영기를 돌파할 수 있게 해주는 성물(聖物)이라는 것 정도였다.

전설에 의하면 이 성물은 수행자들로 하여금 원영기의 경지를 돌파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물건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요호들을 환골탈태시켜 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성물이기도 했다. 이는 원래 요호들의 물건이었지만, 결국 인간들에게 강제로 빼앗기고 말았다.

전설에 의하면 요호 일족 중 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는 자들은 이미 모두 목숨을 잃었다고 전해지고 있었다. 지금 남아 있는 것들은 모두 네발로 뛰어다니며 숨어 사는 짐승들뿐이었다. 하지만 보통 짐승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니, 그야말로 맹수 중의 맹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심일도가 우유도에게 손에 든 소책자를 흔들며 당부했다.

“우 장로님, 삼 일입니다. 우리에게 연구하고 준비할 시간을 삼 일 주었습니다. 삼 일이 지나면 바로 출발해야 하지요. 정말로 이에 대한 무슨 생각이나, 우리에게 당부할 말이 없으십니까?”

그게 무슨 뜻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우유도는 눈을 치켜떴다. 이 일은 정말로 더는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그렇게 우유도가 난감해하고 있을 때, 수결산장 밖에 귀빈이 도착했다. 나방비였다. 그 좌우에는 두 명의 시녀가 따르고 있었다. 그녀의 신분 덕분에 산장의 호위들은 그녀를 막아서지 않고, 나방비가 산장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그냥 지켜만 보았다.

표묘각은 처음부터 구대지존의 사람들로 만들어진 조직이었다. 당연히 이 안에 대나성지의 사람들도 있었다. 나방비가 수결산장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그 즉시 안에서 누군가가 뛰쳐나왔다.

천천히 걷고 있는 나방비는 과한 예를 갖출 필요 없다는 듯이 소매를 흔들며 동시에 물었다.

“정위는 어디 있느냐?”

“정 선생님께서는 출타하셨습니다.”

없다고? 나방비가 잠시 멈칫하더니 곧 다시 물었다.

“성경 단련에 참여한 사람들이 어디 있지? 안내해라.”

“알겠습니다!”

마중 나온 사람은 즉시 그녀를 사람들이 머무는 숙소로 안내했다. 그곳에 들어간 나방비가 주위를 둘러보더니 다시 물었다.

“우유도가 어디 있지?”

“어….”

그 사람도 주위를 둘러보더니 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있습니다. 각주님께서 보고자 하시면 지금 가서 바로 불러오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다.”

나방비는 상대방의 호의를 거절하고 그대로 우유도의 방을 향해 움직였다. 그녀는 어리석지 않았다.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하러 왔는지 모를 리 없었다. 당연히 너무 큰 주목을 받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그녀가 출현한 것만으로도 이미 소란이 적지 않게 일어난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일단 입고 있는 의복이 무척 고급스러웠다. 당연히 옷만 봐도 성경 단련에 참여하러 온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 성경 단련을 위해 온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옷이 불태워진 지 오래였다. 모두 하나같이 선홍빛의 단조로운 옷을 입고 있었다.

게다가 이것 말고도, 주변에 수많은 사람이 그녀를 따르고 있었다. 심지어 표묘각의 사람들조차 그녀에게 꼼짝도 하지 못했다. 그러니 그녀의 모습은 당연히 어딜 가나 눈에 띄었다. 표묘각의 사람들이 눈앞의 여자에게 쩔쩔매는 모습을 보면, 보통 신분의 사람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도야, 누가 왔습니다.”

밖을 관찰하고 있던 진관이 나방비를 발견하고 즉시 안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우유도 일행에게 보고했다.

그 말을 들은 일행은 혹시라도 이야기를 들으면 안 되는 외부인이 자신들의 대화를 들을까 봐 대화를 멈추고 입구로 움직여 밖을 살폈다. 곧 이들은 우유도와 만담을 나누는 척, 딴짓을 했다.

나방비는 문 앞에 도착한 후, 안에 기별하지도 않고 그냥 그렇게 표묘각의 사람을 앞세워 방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방 안의 환경을 살펴보았다.

사람들이 그녀를 보고도 어찌할지 몰라 가만히 있자, 그녀를 안내하는 사람이 가볍게 호통쳤다.

“대나성지 방비각의 각주님이시오. 우유도, 빨리 인사를 올리시오!”

방 안의 사람들은 다들 경악했다. 그녀에 대해 본 적은 없었지만, 당연히 그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대나성지 방비각의 각주는 바로 구대지존 중 한 명인 나추의 딸이었다. 즉, 지금 자신들 앞에 있는 사람은 나방비였다.

다른 사람에 비해 우유도는 한 가지를 더 상기해 냈다. 그건 바로 그녀가 사여래의 아내라는 것이다.

이들에게 나방비의 신분은 그야말로 대단한 인물이었다. 사람들이 분분히 앞으로 나와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각주님을 뵙습니다!”

우유도를 지목했지만, 수많은 사람이 자신에게 인사하는 것을 보고, 나방비가 주위를 훑어보았다. 도대체 누가 우유도인지 알 수가 없어 서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우유도가 누구냐?”

우유도가 급히 살짝 앞으로 나오며 대답했다.

“소인이 우유도입니다.”

나방비의 얼굴에 살짝 거만함이 어렸다 사라졌다. 그녀는 가볍게 우유도를 살펴보았다.

“네가 바로 그 우유도?”

그것이든 이것이든, 우유도가 몇 명이라도 된단 말인가? 우유도는 사여래의 아내가 자신을 왜 찾아왔는지 몰라서 내심 불만이었다. 상황을 보니 자신을 찾아온 것이 분명해 보였다. 다만 우유도는 이것이 화일지, 복일지 알 수 없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나방비가 또 다른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 작은 방 안에 왜 이리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느냐?. 수결산장에 방이 없느냐?”

이 문제에 대해서는 딱히 대답할 말이 없었다. 나방비를 안내하던 표묘각의 사람이 그나마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는 소리쳤다.

“이 방에 머무는 사람이 아니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시오. 쓸데없이 돌아다니지 말고.”

부화 등 사람들은 즉시 고분고분 우유도의 방을 떠났으며,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다들 나방비가 우유도를 왜 찾아왔는지 궁금해했다.

아무튼, 이들은 갈수록 성경 내부에 우유도의 끄나풀이 있음을 더욱 확신했다. 그렇지 않으면, 나방비가 왜 하필이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유도를 찾아온단 말인가?

“다들 그 소책자를 들고 뭐 하느냐?”

나방비는 우유도가 들고 있는 소책자를 보고 물었다. 방금 나간 사람들의 손에도 이 소책자가 다들 하나씩 들려 있었다.

“방금 표묘각의 사람들로부터 받은 것입니다.”

우유도가 막 입을 열었을 때, 나방비를 안내한 표묘각의 사람이 알아서 우유도에게 다가가더니 그 손에서 소책자를 빼앗아 그대로 두 손으로 나방비에게 바쳤다. 그 행태를 보고도 우유도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방비가 소책자를 펼쳐 내용을 확인하고는 물었다.

“다음 단련의 내용이 설마 요호를 사냥하는 것이냐?”

설마 단련의 내용이 뭔지 모른단 말인가? 우유도는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다만 입으로는 즉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나방비는 소책자를 던져서 우유도에게 돌려주고는 가볍게 물었다.

“자금동으로 돌아가고 싶으냐?”

소책자를 돌려받은 우유도는 멈칫했다. 무슨 의도로 저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곧 우유도는 어색하게 우물쭈물하며 대답했다.

“그렇지 않다고 하면 거짓일 것입니다. 사부님의 천수가 곧 눈앞입니다. 그 옆에서 제자 된 도리를 다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다만….”

우유도가 갑자기 당당한 모습으로 가슴을 펴고 말했다.

“그 모든 것이 어찌 성경의 일과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소인은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나방비가 화끈하게 직설적으로 말했다.

“돌아가고 싶으면, 따라와라.”

나방비의 말에 우유도는 잠시 멈칫했다.

무슨 소리야? 우유도는 눈을 끔뻑거렸다.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방금까지 상대방이 자신을 떠보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을 돌려 보내 주겠다니, 진짜인가?

곁에 있던 진관과 가정걸 또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때, 나방비를 안내한 표묘각 인원조차 잘못 들은 줄 알고 급히 되물었다.

“각주님, 저자를 돌려보내실 겁니까? 성경을 떠나게 하시는 겁니까?”

우유도가 묻고 싶은 것을 그가 대신해서 물었다.

나방비가 발걸음을 멈추고 서늘한 눈빛으로 표묘각의 인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우유도를 돌아보며 말했다.

“내가 직접 너를 배웅할 것이다. 어째, 돌아가고 싶지 않은 것이냐?”

우유도가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찌 각주님의 배웅을 받겠습니까. 소인에게 너무 과분한 처사입니다.”

이건 자신 없는 척하는 것이 아니었다. 우유도는 정말로 자신이 없었다. 상대방이 도대체 무슨 의도를 갖고 이곳으로 왔는지 조금도 파악할 수 없었다. 이건 자기를 사람 없는 곳으로 데려가 몰래 처리하려는 것인가?

물론, 그저 생각뿐이었다. 그럴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우유도는 이 정도로 이성을 잃진 않았다. 여전히 그 판단능력이 남아 있었다. 나추의 딸이 직접 자신을 찾아와 목숨을 거둘 필요 있겠는가? 그냥 다른 사람을 시켜 몰래 처리해도 그만이었다.

그런데도 우유도는 쉽게 나방비를 따라갈 수 없었다. 그야말로 추측하기 어려운 느낌을 주는 여자였다. 때문에 우유도는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성경에서 우유도는 무엇을 하든 조심해야 했고, 단 한걸음이라도 조심해서 내딛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상황을 보면, 우유도는 그냥 숙소에 남아 있는 것이 더욱 안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우유도가 망설이는 것을 보자, 나방비가 말했다.

“권주를 마다하고 벌주를 마시려는가. 내가 된다면 되는 것이다.”

물론 당연히 그녀가 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 표묘각의 인원은 위험을 무릅쓰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각주님, 이것이 옳은 일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혹시, 성존의 뜻입니까?”

나방비가 고개를 돌려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옳은지 아닌지, 성존의 뜻인지 아닌지, 네놈이 상관할 것이 아니다.”

“알겠습니다!”

그 표묘각 인원은 즉시 입을 다물었다. 나방비를 화나게 하면, 감히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방비가 다시 우유도를 돌아보며 말했다.

“나로는 너를 모셔가기에 부족하다는 것이냐?”

“당연히 아닙니다!”

우유도가 손사래를 치며 억지웃음을 지었다.

“각주님께서 오해하셨습니다. 다만, 여기 자금동의 제자가 두 명 더 있습니다. 혹시 이들도 저와 같이 돌아가는 것입니까?”

우유도는 두 사람이 자신과 함께 간다면, 만약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그들을 언급했다. 하지만 나방비는 진관과 가정걸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아라. 저들은 남고, 넌 나를 따라와라.”

그녀가 아무리 막 나가도, 자금동의 사람들을 모두 내보낼 수는 없었다. 우유도가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다만, 이 둘은 제가 데려온 종문의 제자입니다. 각주님, 저들에게 당부의 말을 몇 마디 전해도 되겠습니까?”

나방비는 반대하지 않고 먼저 방을 나섰다. 우유도는 즉시 두 제자를 붙들고 말했다.

“내가 없으니, 너희는 더욱더 조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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