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0화. 혼자서 도망치다니
가정걸이 조용히 물었다.
“정말로 장로님을 자금동으로 돌려보내 주는 겁니까?”
“나한테 물어보면, 나는 누구에게 물어보란 말이냐? 당당한 지존의 딸이 직접 나를 찾아와 돌려 보내 준다니, 너는 이게 정상이라고 보느냐? 그러니 그렇게 부러운 눈으로 보지 말아라. 이 길이 복인지 화인지 아직 모르는 것이다.
나라고 가고 싶은 줄 아느냐? 저 여자가 직접 찾아온 덕분에 거절할 여지도 없다. 따라가지 않을 수 없구나. 내가 없을 때, 너희는 사해의 사람들과 같이 움직이거라. 저들은 내 체면을 봐서 너희 둘을 내치지 않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대답했다.
“좋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의 기분을 거스를 수 없으니, 그만 가야겠구나. 아무튼, 몸조심하거라.”
그리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
마당에 있는 나방비에게 가자, 그녀는 두말하지 않고 그대로 우유도를 데리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를 보자, 숙소를 감시하는 표묘각의 사람이 그 앞을 막아섰다. 하지만 곧 나방비의 차가운 호통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꺼져라!”
앞을 막아섰던 사람은 더는 어쩌지 못하고 비켜섰다. 움직이는 내내 이러했다. 표묘각의 사람들은 그렇게 두 눈 뜨고 그녀가 우유도를 데리고 나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바로 나방비가 직접 온 이유이기도 했다. 그녀가 부리는 사람들을 시켜서는 이렇게 할 수가 없었다. 특히나 정위가 있으므로 더욱 그러했다. 정위는 구대지존 중 원색의 제자로, 나방비에게 밀리는 신분이 아니었다. 그러니 정위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직접 와야만 했다.
그런데 웬걸, 정위가 자리에 없다니. 덕분에 나방비는 번거로운 일을 많이 줄일 수 있었다. 당연히 지금 그녀의 앞을 막아설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높은 곳에서 명령이 내려오기 전까지, 감히 누가 그녀를 강제로 저지하겠는가?
숙소에 있는 각 문파의 사람들은 감히 숙소에서 나와 이런 모습을 대놓고 구경하진 못했다. 하지만 다들 숙소에 있는 창문을 통해, 두 눈 크게 뜨고 나방비가 우유도를 데려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다들 이게 어찌 된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
잠시 후, 나방비가 떠나자, 부화 등 사람들은 그 즉시 우유도의 방으로 찾아와 남아 있는 두 제자에게 어찌 된 일인지 물었다.
두 사람도 자세한 상황은 알지 못했다. 다만 우유도의 당부를 고려하면, 우 장로가 없을 때 사해의 사람들을 의지해야 했기 때문에, 방금 방 안에 있었던 일에 관해서 설명해 주었다.
“우유도를 자금동으로 돌려 보내 주겠다고 했다고?”
홍개천이 경악하며 의심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진짜란 말이냐?”
진관이 대답했다.
“저희도 진실이 무엇인지 알지 못합니다.”
“가자, 가서 한번 보자.”
일행이 곧 건물 지붕으로 날아올랐다.
성경의 출구는 원래부터 근처에 있는 산 정상에 있었다. 지금 이들의 숙소보다 높은 곳에 있었기 때문에, 지붕에 올라가면 우유도가 정말로 출구로 나가는지 손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그들뿐만이 아니라, 다른 문파의 사람들도 대담하게 분분히 지붕으로 올라가, 사해의 사람들이 무엇을 보려고 하는지 확인하려 했다.
틀림없었다. 수결산장을 나선 우유도는 나방비에 의해 그대로 산 정상에 있는 출구로 향했다.
우유도의 눈앞에 다시금 들어올 때 보았던 반구형의 빛무리가 나타났다. 우유도는 믿을 수 없었다. 이 여자가 정말 자신을 돌려 보내 주려 한단 말인가?
우유도 자신이었다면 아마 이 출구에 가까이 다가오는 것조차 쉽지 않았을 것이다. 목숨을 각오해야만 했다. 하지만 나방비가 있으니 모든 것이 쉬웠고, 그녀에게는 언제든지 성경을 드나들 수 있는 특별한 영패가 있었다. 더군다나 출구를 지키고 있는 이들은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지 못했고, 다가와 나방비와 짧은 문답을 주고받더니, 그대로 지나가게 해주었다.
정말로 나방비가 직접 배웅하는 것이었다. 나방비는 우유도를 데리고 빛무리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걸으며 생각에 잠겨있던 우유도는 머리가 터져라 고민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다. 지금 이 모습은 어떻게 보아도 우유도를 해치려는 모습이 아니었다. 만약 수결산장에서 손쓰는 것이 좋지 않다고 해도, 힘들게 성경을 나가서 손을 쓸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수결산장,
숙소의 지붕에 있는 부화 등 사람들은 우유도가 출구로 나가는 것을 직접 보았다. 다들 나방비의 신분으로는 이처럼 수고스럽게 우유도를 해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다시 지붕에서 머리를 맞대고 고민에 들어갔다.
“정말로 성경을 떠난 것 같군.”
낭량공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부화가 입술을 깨물었다.
“역시 준비가 되어있었어요. 우리 동생은 참으로 의리가 없군요. 이렇게 산책하듯이 한번 둘러보고, 가볍게 돌아가 버리고, 우리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여기 남아 있어야 하니 말이에요.”
홍개천이 주먹을 불끈 쥐고 말했다.
“어쩐지 조금도 알려주려 하지 않더라니, 처음부터 자신은 돌아갈 걸 알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오.”
그들이 지붕에서 뛰어내렸을 때, 조경은 더는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수 없었다. 즉시 그들에게 날아가더니 눈앞에 내려서며 물었다.
“지금 우유도가 어찌 된 것이오?”
다른 문파의 사람들도 분분히 날아와 어찌 된 일인지 물었다. 부화가 냉소 지으며 말했다.
“어찌 된 일이냐고요? 그놈은 단련을 끝냈습니다. 성경을 떠난 것이지요. 방비각의 각주가 직접 그놈을 데리고 성경을 떠났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느긋하게 지내면 되겠군요.”
“허! 그런 일이 있단 말이오?”
기운종의 장로 태숙산성이 대경실색했다.
주위가 소란스러워졌다. 심일도와 조경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우유도가 이렇게 한마디 말도 없이 자신들을 버려두고 도망쳤단 말인가? 방비각과 관계가 있다면, 자신들도 좀 돌봐줄 수 있지 않은가?
능소각의 장로 전태봉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정말로 대단한 동생이라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렇게 혼자서 이곳을 도망치다니, 도대체 어떻게 한 것인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으면서, 진관과 가정걸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두 사람은 이들이 너무 확대해석한 것이라 생각했다. 우 장로조차도 어찌 된 일인지 알지 못하고, 지금 이 일이 자신에게 화가 될지 복이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백번 양보해서 정말 표묘각과 우 장로가 연관이 있다 해도, 그럼 뭐하러 중간에 이렇게 큰 소란을 일으키며 성경을 빠져나간단 말인가? 나는 표묘각과 연관이 있소, 하고 동네방네 소문내서 우유도에게 좋을 게 무어란 말인가? 하나도 없었다. 그러니 정말 연관이 있었다면, 애초에 성경에 들어오지 않도록 손을 썼을 게 분명했다.
그러니 이들은 대체 무엇을 보고 우 장로가 위험을 벗어났다고 단정한단 말인가?
어쨌든 그들이 그처럼 우 장로를 비방하는 것을 보고, 두 사람은 자금동의 제자로서 우유도를 위해 몇 마디 말을 거들어 주었다.
부화 등 일행은 마치 멍청이를 바라보는 눈빛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이들이 생각하기에 이들 두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들과 우유도가 밀담을 나눌 때 줄곧 두 사람을 배제했었다. 이들은 자금동의 두 제자가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사해 사람들은 우유도가 사전에 지시를 내려 준비하라고 한 것이 자신들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결국 자금동의 두 제자조차 우유도가 사전에 이를 준비했다는 것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 * *
경각심을 높인 우유도가 빛무리에서 걸어 나왔을 때, 하늘에는 별과 달이 빛나고 있었고, 수없이 많은 등불이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이쪽 세계는 저녁이었고, 나방비는 앞에서 천천히 걷고 있었다.
다가와 검문을 하던 표묘각의 인원들은 즉시 물러났고, 성경 안에 있는 사람들조차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알지 못했다. 당연히 밖의 입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은 무슨 일이 생겼는지 더욱 알지 못했다.
하지만 나추의 딸이 직접 사람을 데리고 나오는 것이 무슨 큰일이겠는가. 그저 기록만 하면 그만이었다.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나방비가 책임을 질 것이다.
나방비는 그렇게 우유도를 데리고 성곽과 같은 건물을 나가 바깥을 향해 턱짓했다. 그만 떠나도 된다는 뜻이었다.
가라고? 이렇게 가란 말인가? 우유도는 바깥 세계를 보았다. 그리고 다시 등불이 밝게 비추고 있는 성곽의 안을 바라보았다. 사실 우유도 또한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감히 그러지 못했다!
그는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머뭇거리며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우유도는 최대한 머리를 굴려 아주 작은 단서라도 얻어 분석하고자 했다. 하지만 아무리 고민해 보아도, 머릿속은 오리무중이었다.
우유도는 자신이 멍청한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 이 여자를 만나자, 안절부절못하며, 어찌해야 할지 자신감을 잃어버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눈앞의 여자와 대면한 후, 우유도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어떠한 작은 단서도 얻을 수 없었다. 덕분에 어찌 대응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간단한 이치였다. 모든 일에는 인과가 있다. 즉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하지만 나방비에게는 어떠한 단서도 찾을 수 없었다. 유일하게 의심할 수 있는 단서는 상대방이 사여래의 마누라라는 것이다.
과거, 우유도는 사여래를 만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외에는 다른 것을 떠올릴 수 없었다. 설마 지금 이 일도 사여래와 연관이 있단 말인가? 하지만 자신만 혼자 이렇게 풀어주다니, 그것도 성존의 딸이 직접 자신을 배웅하는 것은 무슨 의미란 말인가?
자신이 이처럼 대단한 사람인가?
“뭘 그리 망설이느냐? 직접 자금동까지 데려다줘야 하는 것이냐?”
“아닙니다. 아닙니다.”
우유도가 즉시 손사래를 쳤다. 그리고 억지웃음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말 이대로 돌아가도 되겠습니까? 혹시 소인에게 왜 이런 큰 호의를 베풀어 주신 것인지 여쭈어보아도 되겠습니까?”
“지금 당장 꺼지지 않으면, 평생 돌아가지 못하게 만들어 주겠다. 해보겠느냐?”
“어…. 각주님, 평안하십시오. 소인은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우유도는 포권을 하고 몇 발 뒷걸음질 치더니 몸을 돌려 그곳을 벗어났다.
주위를 경계하며 움직이던 우유도의 발걸음이 천천히 느려졌다. 다시 뒤돌아본 우유도는 나방비가 이미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 우유도는 그야말로 한걸음에 세 번은 뒤를 돌아보았다. 아쉬움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모습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렇게 해안가에 도착했을 때, 우유도 눈 앞에 펼쳐진 것은 밤하늘 아래 보이는 망망대해였다. 우유도는 긴장하며 주변을 한참이나 경계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예상치 못한 어떠한 일도 없음을 확인했다. 우유도는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긁적였다. 정말로 오리무중이었다.
하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으니, 우유도는 더는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의 별자리를 보고 방위를 확인한 우유도는 망망대해로 날아올랐다. 일단은 한발 한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상대방에게 다른 의도가 있다면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 분명했다. 솔직히 지금 뭔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단서가 많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