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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189화 (287/1,000)

1189화. 악의

엄입은 초려별원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는 앞으로 나서 관방의 등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그곳에서 벗어나려고 할 때, 궁임책이 사람을 시켜 그를 불렀다.

“엄 장로님, 장문인께서 장로님들을 의사대전으로 부르셨습니다. 또 이번 소란을 일으킨 관 사제 일행도 데려오라 하셨습니다.”

엄입에게 통보한 제자는 다시 현장을 통제하고 있는 막영설에게 가더니, 의사대전으로 오라는 명령을 전했다.

잠시 후, 아직 종문에 남아 있는 장로들이 의사대전에 모였다. 지금 모인 것은 당연히 초려별원과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문제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소란을 일으킨 관청애 등 삼 인이 의사대전 안으로 불려와,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관청애는 말할 것도 없이 관방의가 먼저 방자하게 굴었다고 딱 잡아뗐다. 그는 자금동의 제자로서 좌시하지 못하고 훈계를 내렸다고 했으며, 원래 그 정도에서 끝났을 일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나중에 나타난 원강이 갑자기 나타나 칼을 들고 자금동 제자를 공격해 몇 명의 제자들을 부상 입히기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관청애와 같이 온 두 자금동 제자들도 당연히 증인으로 나섰다.

저들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궁임책은 모호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확실하게 한쪽 편을 들지 않으며, 일단 관청애 일행에게 물러나라 손짓했다. 그리고는 침음하며 말했다.

“겨우 속세의 무술로 우리 자금동 제자를 몇 명이나 쓰러뜨렸다고?”

막영설이 이어 말했다.

“제가 현장에서 그와 겨루었던 제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무술이 확실히 대단했다고 합니다. 몸이 도검불침에 가까웠던 데다가, 치명적인 검기도 그자의 목숨을 어쩌지 못하고 그저 살가죽을 상처입히는 데 그쳤다고 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진작에 목숨을 잃었을 것입니다. 육신이 단단할 뿐만 아니라, 그 힘도 어마어마합니다.”

“공격속도 또한 신속하고 흉맹하니, 단순한 완력과 속도만 갖고도 본문의 금단 수행자와 겨룰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우리 제자들이 그를 협공하고도 제압하지 못했고, 감히 가까이 접근하지도 못했습니다. 그저 멀리서 포위 공격을 할 뿐이었지요.

그러지 않았다면, 아마 다친 제자들이 겨우 몇 명에 그치지 않았을 겁니다. 그자는 마치 거대한 힘이 끊이지 않고 용솟음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온몸에 상처를 입고, 오랫동안 전투를 벌였지만 지치지 않으니, 그 실력이 경악스러울 정도입니다!”

궁임책이 망설이며 말했다.

“이 세상에 그처럼 대단한 무술이 있다니, 여러분들은 들어본 적이 있으시오?”

사람들은 생각에 잠기고는 다들 고개를 저었다. 들어본 적이 없다는 뜻이다. 부군량이 말했다.

“장문인, 아무튼 지금 문제는, 문제가 다소 심각해졌다는 것입니다. 아래 제자들이 모두 지켜보고 있으니, 어찌 처리해야 하겠습니까?”

궁임책은 뭐라 딱 잘라 말하지 않았다. 혹시 나중에 되돌릴 여지를 주기 위해서였다. 궁임책이 오히려 반문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원안이 말했다.

“관청애는 관방의가 먼저 무례를 범했다고 하고, 관방의는 그런 적이 없다고 하니, 누가 잘못했는지 조사를 해보아야겠지요. 그렇다고 관청애의 한쪽 말만 믿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엄입은 원래 입을 다물고 있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듣고 기분이 나빠졌다.

장로들은 각자의 이익을 가지고 있었다. 이익 충돌이 있으니, 당연히 하나로 뭉치기 어려웠다. 지금 관청애의 말만 듣고 믿을 수 없다 한 것은, 겉으로 보기엔 좋게 들렸지만, 결코 좋은 게 아니었다. 이는 엄입의 입지를 조금이라도 더 좁히기 위해 하는 말일 뿐이었다. 그를 통해 다른 장로들이 기존에 엄입이 차지하던 자리를 대신 얻으려 하는 것이었다.

엄입은 원래부터 문중에서 세력이 별로 크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당연히 이번 문제의 책임이 자신의 제자에게 떨어지도록 두고 볼 수 없었다. 일단 책임을 지게 되면 관청애가 관리하는 권력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문중에서 엄입의 발언권이 더욱 약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엄입이 즉시 반박했다.

“원 장로, 그 말은 지금 외부인의 말을 믿을지언정, 본문 제자의 말은 믿지 못하겠다는 말이오?”

원안이 담담히 말했다.

“그런 말이 아니오. 하나, 우리 자금동은 명문정파이니 억울한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오. 또 나쁜 사람이 빠져나가게 두어서도 안 되는 것이고 말이오. 그렇지 않소?”

엄입이 즉시 험악한 목소리로 반박했다.

“누가 나쁜 사람이란 말이오? 본문의 두 제자가 증인으로 나섰소. 설마 그들로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이오?”

부군량이 느긋하게 끼어들었다.

“내가 알기로, 그 두 제자는 관청애에게 무조건 복종하는 자들이더군. 그러니 잘못 봤을지 누가 알겠소?”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그만, 더는 다투지 마시오.”

장로들이 이번 일을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것을 보고, 단호하게 말싸움을 끊어낸 궁임책이 말했다.

“관청애와 관방의의 말 모두 일리가 있소. 나는 한쪽을 편들고 싶지 않소. 심지어 둘 모두 거짓을 말하고 있을 가능성도 존재하지. 하지만 그 누구도 인정하지 않으려 할 터. 그러니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나 또한 자금동의 제자로서, 우선은 자금동의 사람을 믿어야 한다고 생각하오.”

궁임책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덕분에 다른 사람들은 더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중요한 것은 자금동에서 궁임책의 세력이 가장 크다 보니, 확신이 있지 않고서는 궁임책과 정면충돌하기가 부담스럽다는 점이었다. 궁임책도 절대 만만한 장문인이 아니었다.

엄입이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내심 통쾌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부군량이 물었다.

“장문인께서는 초려별원의 사람들을 모두 처리하실 생각입니까?”

“여기에 외부인이 없으니, 우리 사이에 빙빙 돌려 말할 필요 없을 것이오. 지금 우유도가 아직 성경에서 자금동을 대표해 단련하고 있고, 이 단련이라는 것이 도대체가 무슨 상황인지는 아직 우리가 알 수 없소. 그러니 경솔하게 그들을 처리한다면 후환이 생길 수 있소.

또 우유도의 손에 적지 않은 병력이 있지 않소. 경거망동했다가 문제가 생기는 것을 다들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오. 양측 모두 부상을 입었을 뿐이니, 아직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소. 다들 어찌 생각하시오?”

궁임책은 문제의 심각성을 축소하고자 했다. 원안이 말했다.

“장문인, 아래 제자들이 보기에, 초려별원은 외부인입니다. 우리가 자금동 제자의 말을 믿기로 했다면, 그건 관청애 일행이 잘못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본문의 제자가 잘못하지 않았는데, 외부인이 본문의 제자를 몇 명이나 때려눕혔습니다. 만약 종문에서 합당한 대응을 하지 않으면, 아래 제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워할 것입니다.”

궁임책은 원안을 힐끗 바라보았다. 아래 제자들은 별 것 없었다. 지금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잘 다독이기만 하면 문제 될 것이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 있는 사람들이 최선을 다할 것 같지 않다는 말이었다.

오히려 암중에 아래 제자들에게 불만을 부채질할 가능성까지 있었다. 그러니 원안의 말은 그저 귀로 듣기에는 이치에 옳은 말 같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는 아주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궁임책에게 난제를 떠넘긴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사실, 장문인의 큰 책임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문파의 이익 관계를 서로 잘 조율하는 것이었다. 잠시 침묵한 궁임책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종합적으로 초려별원의 태도도 나름 자중한 것이라 할 수 있소. 그러니 따로 보고 처리하는 게 좋겠소. 본문의 제자를 상처입힌 사람만 책임을 지면 그만이지, 무고한 사람까지 모두 죽일 필요 없을 것이오. 우 장로가 성경에서 본문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고려해야 할 것이오.

우리처럼 후방에 있는 사람은 그처럼 사람들을 실망하게 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되오. 그 원강이라는 자만 직접 손을 썼다고 알고 있소. 그러니 그 원강을 붙잡아 가둬 놓는 것이 좋겠소. 일단 뒷산의 감옥에 가두어, 초려별원의 다른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키지 못하도록 경고하도록 합시다!”

부군량이 눈살을 찌푸렸다.

“본문의 제자들이 그자에게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런데 그냥 가둬두기만 한다면 제자들이 어찌 승복하겠습니까?”

궁임책이 싸늘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부 장로, 내가 이미 말하지 않았소. 우 장로가 지금 성경에서 본문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소. 심지어 목숨을 걸고 거기에 들어갔지. 그러니 일부 일들은 아직 결과를 보기 전에 경거망동하지 않는 것이 좋소. 일단 원강을 가두어 두고, 언제 풀어 줄지는 우 장로가 성경에서 어떤 상황에 있는지 보고 결정하도록 합시다. 이것보다 더 확실하게 설명해 주어야겠소?”

궁임책의 말투는 더는 우호적이지 않았다. 화가 난 것이 분명해 보였다. 다른 장로들이 궁임책을 계속 압박했기 때문이다.

더 설명할 필요 없이, 모두 알아들었다. 지금 원강을 가둬 놓는 것은 그저 임시일 뿐이었다. 이후, 그를 풀어줄지 말지는 우유도의 상황을 보고 결정하자는 것이다. 만약 우유도가 살아 돌아오지 못하면, 이쪽은 당연히 원강을 엄벌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죽이든 살리든 자금동 마음이었다.

궁임책이 화를 내며 이렇게까지 말하니, 다른 사람들도 더는 뭐라 하지 못했다. 또한, 궁임책의 처리 방식이 나름 양쪽을 모두 만족시키는 방법이기도 했다.

엄입이 궁임책의 비위를 맞추며 한마디 했다.

“영명하신 판단입니다!”

부군량이 그런 엄입을 흘겨보고는 말했다.

“지금 초려별원은 본문의 제자들과 대치하고 있소. 일반 제자들이 원강을 잡으러 가면 또다시 충돌이 있을 수 있으니, 그나마 신분이 있는 사람이 직접 가서 집행해야 할 것이오. 이번 문제는 엄 장로의 제자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 내가 볼 때 원강을 잡아들이는 일도 엄 장로가 직접 가서 집행하는 게 좋을 것 같소!”

내부 사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이 말을 듣자마자 이 속에 악의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엄입의 제자가 우유도의 사람을 때렸다. 이제 엄입이 직접 우유도의 사람을 잡으러 간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 이건 엄입과 우유도의 관계를 철저하게 끊어 버리려는 행동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물과 기름처럼 원수가 된다면, 일단 우유도가 돌아왔을 때, 엄입을 그냥 내버려 두겠는가?

어느 정도는 우유도가 돌아왔을 때를 대비한 움직임이기도 했다. 이들 중에는 우유도가 가진 세력의 힘을 탐내는 자들이 있었다. 지금 엄입과 장문인이 한 몸처럼 굳게 우유도와 결속해, 우유도의 이익을 모두 차지하고 있으니, 그게 달갑지 않은 다른 장로들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이들은 우유도와 엄입의 관계를 끊어내고, 자신들이 오히려 우유도와 결속해 어느 정도 자금동 내에서 이득을 보려 하는 것이었다.

엄입을 끊어내는 것은 궁임책과 우유도 사이를 갈라놓는 것보다는 훨씬 쉬운 일이었으니, 당연히 기회가 있을 때 이를 놓칠 리 없었다. 한편, 이를 들은 엄입이 분노했다.

“내 제자 때문에 일어났다는 것이 대체 무슨 말이오? 부 장로, 확실히 해야 할 것이오. 초려별원의 사람들이 먼저 무례하게 굴었소. 그 자리에 자금동의 다른 제자들이 있었다고 해도, 그처럼 외부인이 자금동 내부에서 무례하게 구는 것을 두고 보지 못했을 것이오!”

“모두 그 입 다무시오!”

궁임책이 다시 말을 끊었다.

“이번 일에 엄 장로의 제자가 연관되어 있으므로 엄 장로는 오히려 그런 자리를 피해야 하는 것이오. 혹시라도 다른 사람들이 자금동의 처분이 불공평하고, 공적인 일에 사적인 복수를 한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으니 말이오.”

이 또한 이치에 맞는 일이었으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궁임책이 다시 막영설을 보며 말했다.

“막 장로, 여자가 아무래도 이런 갈등을 해결하는 데에는 남자보다 나으니, 막 장로가 가서 처리하시오!”

“그것이….”

막영설은 말문이 막혔다.

확실히 궁임책은 장문인의 자리에 그냥 허수아비처럼 있었던 게 아니었다. 이런 상황들을 많이 겪어봤기에, 당황하지 않고 익숙한 태도로 여러 장로의 갈등을 조율해냈다. 그렇게 궁임책에 의해, 엄입에 대한 다른 장로들의 비난과 질책이 하나하나 모두 해소되어 버렸다.

결국, 막영설이 나섰다. 그녀는 자금동의 고수들을 이끌고 초려별원에 가서, 원강을 내놓으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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