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1화. 고분고분 잡혀가다 (2)
“좋소!”
원강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같이 가주겠소!”
“원숭아!”
“원야!”
관방의와 단호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하지만 원강은 붕대가 둘둘 감긴 손을 들어 그들의 말을 막았다.
상대방이 약속을 지켜서 원강 자신을 해할지 말지는 더는 중요하지 않았다. 초려별원 사람들의 목숨을 구할 수만 있다면, 모든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원강은 기꺼이 그런 희생을 할 생각이 있었다. 원강은 원래부터 뜨거운 피를 가진 사람이었고, 이런 희생정신을 가진 사람이었다.
또 어느 정도는 막영설의 말에 설득된 것도 없지 않아 있었다.
원강은 결정을 내린 이상, 그 결정을 쉽게 바꾸는 사람이 아니었다. 관방의는 막을 수 없었다. 관방의가 아무리 걱정하며 설득해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은 온몸을 붕대로 감은 채, 원강은 막영설과 같이 별원을 빠져나갔다.
막영설이 손짓하자, 자금동 제자들이 앞으로 나와서 좌우에서 원강의 팔을 붙잡고 끌고 갔다. 떠나기 전에 막영설은 초려별원을 포위한 자금동의 제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자금동 제자들은 들어라, 종문이 이미 문제를 일으킨 원흉을 잡아들였으니, 이번 일은 이미 해결되었다. 모든 사람은 물러나서 더는 초려별원에서 소란을 일으키지 말아라. 이 명령을 어기는 자는 엄히 처벌할 것이다!”
장로의 말에 자금동 제자들이 마치 썰물처럼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
초려별원 입구,
별원의 사람들은 두 눈 뜨고 원강이 잡혀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분통을 터트렸다. 도야가 있을 때 감히 누가 초려별원에서 함부로 할 수 있었던가. 도야가 떠나자마자 이렇게 찾아와 괴롭히니, 감히 반항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관방의는 정말 원강에 대해서 뭐라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이렇게 고분고분 잡혀갈 거였으면서, 애초에 왜 그리 충동적으로 움직였단 말인가.
그렇다고는 해도, 관방의는 원강을 무작정 원망할 수만도 없었다. 그것이, 원강이 그녀를 위해서 나섰다가 지금 같은 처지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원강이 알아서 굴복하니, 초려별원의 내부 분열은 막을 수 있었다.
뒷산 금지,
이곳은 죄인을 감금하는 종문의 금지였다. 원강은 그렇게 어두컴컴한 돌산의 동굴에 감금되었다. 그곳은 운희의 둔지술로도 어쩔 수 없는 곳이었다.
궁임책은 혼자서 물가에 있는 정자 안을 배회하며 고민에 잠겨있었다. 그는 다른 장로들과 입장이 달랐다. 그는 문파를 이끄는 우두머리였다. 반드시 이번 일이 자금동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고민해야 했다.
숲이 크다 보니 수많은 새가 있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문파가 크다 보니, 내부에 알력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부분에서는 그 또한 다른 장로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다른 것은, 그는 이미 그 권력 투쟁에서 선두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그는 자금동을 통치하는 사람이었다. 당연히 직책상 원래의 역할에 멈춰있을 수 없었다. 수많은 사람이 그가 장문인이라는 직책을 감당할 수 있을지 없을지 주목하고 있었다.
궁임책은 그렇게 고민하며, 초려별원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상황을 확인하라고 보낸 제자가 돌아왔다. 그는 빠르게 정자 안으로 들어와 보고했다.
“장문인, 막 장로님이 방금 원강을 압송해 왔습니다.”
그는 자신이 확인한 상황을 궁임책에게 보고했다. 궁임책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곧 미소지었다. 막영설이 일을 제대로 했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다니, 이것이 바로 가장 좋은 결과였다. 아래 제자들에게 할 말이 생겼고, 갈등을 최소화했다. 이럴 때 초려별원과 피 흘리면서 싸우는 것은 절대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만약 그런 소식이 퍼져 나가면, 최악의 경우엔 우유도 일파가 반란을 일으킬 수도 있었고, 그렇지 않다 해도 우유도의 세력을 넘겨받을 때 예상치 못한 풍파가 일어날 수도 있었다. 그러니 최대한 평화롭게 끝내는 것이 좋았다.
“음, 알겠다.”
궁임책이 물러가라 제자에게 손짓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막영설이 돌아와 궁임책에게 보고했다. 자신이 맡은 일을 완수했으며, 성공적으로 원강을 초려별원에서 압송해 가뒀다고 말했다.
“잘했어. 사매, 수고했어.”
궁임책이 그녀를 치하했다. 다만 막영설은 쓴웃음을 지었다.
“요행일 뿐입니다. 저도 그저 시도해 보자는 심정으로 해본 것이, 정말로 원강을 설득할 수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생각해 보면, 비록 충동적인 남자이기는 하지만, 정말로 탄복할 만한 사람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야말로 사내대장부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 보았습니다. 만약 우리였다면, 우리 가운데 누가 그처럼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할 수 있겠습니까?”
궁임책이 침묵했다. 그 질문에 대해서 그는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 좋은 답을 해보았자 설득력이 없을 것이 분명하니, 그냥 입을 다문 것이다. 곧 화제를 돌리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문제가 생겼을 때, 홍랑이 거안에게 종 태상 장로님께 이 일을 보고하게 했네. 그 후에 귀면각에서 혹시 사람을 보내 뭔가를 했는가?”
막영설이 고개를 저었다.
“저도 그 일을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귀면각에서는 어떠한 움직임도 없었습니다. 종 태상 장로 쪽에서는 어떠한 반응도 없었습니다.”
궁임책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시기에 초려별원의 사람을 건드렸으니, 종 태상 장로님은 분명 기분이 안 좋을 것이네, 그런데도 역시 남다르신 분이군. 자금동의 입장에서 종문의 대국을 고려해 우리를 난처하게 하지 않으셨으니 말이야.”
그렇게 한차례 폭풍우가 지나갔다. 다만 궁임책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사람을 시켜 초려별원을 엄밀히 관찰하게 했다. 혹시 또 무슨 소란을 일으킬까 봐서였다.
다만 일단 사건이 마무리되었으니, 궁임책은 이제 다른 일을 처리할 여유가 생겼다. 문중에 방문한 귀빈들을 계속 이대로 홀대할 수 없으니, 다시 그들과 만남을 가지기로 한 것이다.
효월각의 장문인 옥창, 송국 능소각의 장문인 관극태, 혈신전의 장문인 문구번, 열천궁의 장문인 오승우가 다시금 궁임책과 만났다.
이들은 모두 궁임책이 불러서 온 것이 아니었다. 자신들이 알아서 자금동을 찾아온 것으로, 이는 모두 우유도가 성경에 간 것과 연관이 있었다.
우유도가 떠났다. 만약 우유도가 돌아오지 않으면, 자금동이 우유도의 세력을 인계받을 가능성이 아주 컸다. 후진, 아니 효월각은 모든 희망을 우유도가 돌아오는 것에 걸 수 없었다. 당연히 다른 준비가 필요했다.
막말로, 후진이 세워진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반드시 안정적인 환경에서 기반을 쌓아야 했다. 그리고 지금은 자금동이 연국 군대에서 가장 큰 발언권을 가지고 있었다.
우유도와 그전에 쌓았던 우정과 현실은 다른 일이었다. 또 우유도와 그런 교분이 있으므로, 옥창은 자금동이 쓸데없는 생각을 할까 봐 우려스러웠다. 그 때문에 지금 자금동을 찾아와 설명하며, 오해를 없애려 한 것이다.
우유도가 있을 때, 옥창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지만, 우유도가 떠나자 옥창은 그 즉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원기가 크게 상한 송국도 비슷한 의도로 찾아왔다. 그 전에 혜청평의 일 때문에 우유도가 군대를 일으켰고, 덕분에 송국은 크게 긴장했었다. 송국 삼대 문파는 자금동이 우유도의 세력을 인계받은 후, 자신들이 그 세력을 장악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과도한 움직임을 보일까 봐 우려스러웠다. 다른 사람들을 압박하기 위해 그럴 가능성이 아주 컸다.
주위를 둘러보면 송국이 가장 약한 상대였으니, 공격하기에 가장 좋은 대상이었다. 송국 삼대 문파는 대비해야 했다. 그 때문에 지금 자금동을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 것이다.
그들이 찾아와 늘어놓은 이야기는 지금 연국 상황도 크게 좋은 것은 아니니, 한국에게 기회를 주지 말자는 것이었다.
한국을 들먹이는 이유는 연국이 한국을 꺼리게 만들어 경거망동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또 최대한 송국을 위해 숨 고를 시간을 쟁취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옥창이나, 송국 삼대 문파의 장문인 모두 자금동이 움직이지 않으면, 연국은 풍파를 일으킬 힘이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결국은 이 모든 게 미래를 위한 대비였으며,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방비라 할 수 있었다.
이들이 자금동의 중지에서 ‘먹고 마시며 즐기고’ 있을 때, 종문 상공 동쪽에 두 마리 날짐승이 나타났다.
종문 상공을 순찰하던 자금동의 날짐승은 동쪽으로 신속히 날아가 그 앞을 가로막으며 신분을 확인했다. 당연히 외부인이 자금동에 난입하게 놔둘 수 없었다.
잠시 후, 그들은 자신들이 가로막은 사람이 동해의 사람들이며, 그들을 이끌고 날아온 사람이 바로 자금동의 장로 우유도임을 알게 되었다. 조사하던 제자들은 깜짝 놀랐다. 우 장로는 성경에 가지 않았던가?
우유도가 보증을 서니, 그 앞을 막아섰던 제자가 즉시 길을 열었다.
동해에서 온 두 마리 날짐승은 자금동의 대전 상공을 맴돌았고, 헤어질 때 우유도는 다시금 자신을 호위해준 사람들을 초청하며 말했다.
“여기까지 오셨으니, 제가 머무는 곳에 가서 대접하게 해주시오.”
“우 장로님의 호의는 마음으로 받겠습니다. 하지만 그건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군요. 그 이유는 우 장로님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이렇게 우 장로님을 무사히 모셔다드렸으니, 저희는 바로 돌아가서 대성께 보고를 드려야 합니다.”
우유도를 호위해준 동해 요수들의 우두머리가 완곡히 거절하며 말했다.
동해에서 자금동까지는 짧은 거리가 아니었다. 당연히 이들도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하지만 동해대성이 우유도에게 어떻게 해서 성경을 나온 것이냐고 물어왔기에, 그 또한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당연히 동해대성은 우유도와 너무 깊게 얽히고 싶지 않았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얽혔을 때, 재수 없으면 불행한 일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우유도가 얽혀있는 대상은 표묘각이었다. 이곳까지 데려다준 것만으로 이미 성의를 다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우유도가 날짐승을 빌려달라고 입을 연 이상, 지금 우유도의 신분과 지위를 고려할 때 거절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동해대성 본인은 우유도를 근처 육지까지만 배웅하고 바로 작별을 고했다. 나머지 여정은 수하를 시켜 계속 호위하게 했으니, 우유도는 아직 동해대성이 직접 그를 자금동까지 호위해줄 자격은 없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저도 더는 강요하지 않겠소. 다들 무사히 돌아가시고, 대성께 본인의 감사를 전해 주시오.”
“알겠습니다. 그럼 우 장로님도 보중하십시오.”
양측은 그렇게 인사를 나누었다. 우유도가 그곳에서 뛰어내려 아래 대전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그는 자금동의 장로였다. 그가 자금동에 돌아온 일은 사소한 일이 아니었으니 우선은 종문에 통보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그를 호위하던 두 마리 날짐승은 그대로 날아올라, 자금동의 날짐승이 지켜보는 가운데 멀어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