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5화. 역시 사내대장부로군!
초려별원,
원강이 돌아왔다. 잡아서 뒷산에 가둔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돌려보낸 것이다. 게다가 엄입이 직접 원강을 동굴에서 꺼내주었고, 또 직접 초려별원까지 데려다주었다.
원강이 돌아왔다는 소식에 관방의 일행은 그야말로 버선발로 뛰어나왔다. 다행히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드디어 돌아왔다. 일행이 기뻐하는 가운데, 관방의가 엄입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엄 장로님, 혹시 다시 데려가지는 않겠지요?”
엄입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
“작은 오해일 뿐이지 않소. 언제까지 잘잘못을 따지고 있겠소이까. 그 전에 막 장로가 여러분들에게 말하지 않았소. 그저 제자들 앞에서 붙잡아 문중의 제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말이오. 이제 보여주기식으로 할 것은 다 했고, 또 이번 일은 본인의 제자가 관련되어 있다 보니, 이러나저러나 내가 나서서 이번 일을 화해시키는 것이 맞다고 생각되어, 이렇게 장문인을 찾아가 원강을 풀어주길 부탁드렸소. 그리고 이렇게 원강을 풀어주게 된 것이오.”
“홍랑, 이렇게 내가 직접 원강을 데려왔소. 그러니 내 제자가 그대에게 잘못한 것이 있다면, 내가 대신 사과드리겠소. 이미 지나간 일이니,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맙시다. 앞으로 다들 얼굴 맞대고 지내야 하는데, 계속 불편하게 지낼 수는 없지 않겠소?”
관방의가 급히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참으로 옳은 말이에요. 마음에 새기겠어요.”
엄입이 웃으며 끄덕였다.
“음. 그러고 보니, 당분간 원강에게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말고 거처에서 부상을 잘 치료하라고 하시오. 혹시라도 다른 자금동의 제자들이 보면 별로 좋지 않을 테니 말이오. 이 일은 내가 사적으로 처리한 일이오. 이번 일은 소란이 일었던 것에 비해서 너무 가벼운 처벌로 넘어간 것이니, 다른 제자들이 알면 좋지 않으니 말이오. 내 말 잘 알겠소?”
관방의가 다급히 말했다.
“무슨 뜻인지 잘 알겠어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당분간 얼굴을 보이지 않을 거예요.”
“좋소. 다 지나간 일이니, 그렇게 합시다. 난 또 일이 있으니, 먼저 가보겠소.”
엄입은 그 말을 남기고 빙그레 웃으며 초려별원을 떠나갔다. 하지만 몸을 돌렸을 때 엄입의 미소는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비록 문제를 최대한 해결하려고 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한 마음이었다. 엄입은 우유도가 참으로 마음에 걸렸다.
“살펴 가세요.”
관방의 등의 일행은 엄입을 배웅했다.
떠나가는 엄입의 뒷모습을 보며, 관방의 일행은 크게 감탄했다. 알고 보니 이 엄입이라는 사람이 참으로 괜찮은 사람이지 않은가.
어찌 되었든, 원강이 평안히 돌아왔다. 단호 일행은 크게 기뻐하며 원강을 둘러쌓고 거처로 들어갔다. 원강과 같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내원에 돌아갔을 때, 관방의가 관심을 가지고 안부를 물었다.
“원숭아, 혹시 저들이 너를 곤란하게 하지 않았지?”
원강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일 없었소.”
확실히 별일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정말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곳을 지키는 자금동 제자들이 원강에게 잘 대해줄 리 만무했다. 감히 자금동의 제자들을 때려눕힌 사람이었다. 당연히 듣기 안 좋은 말도 했으며, 몇 번이고 밀치기도 했다. 다만, 그렇다 해도 원강에게 신체적으로 해를 끼친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거처에 들어온 후, 원강이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한마디 했다.
“도야가 당신에게 이곳을 맡긴 것은 옳은 일이오.”
원강은 자신이 너무 충동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마터면 초려별원의 사람들을 모두 죽일 뻔했다. 그는 관방의만큼 냉정하지 못했다.
비록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만약 다시 한번 선택을 해야 한다면, 원강은 여전히 그 전과 같은 행동을 할 것이다. 적들이 쳐들어온 것을 어찌 지켜만 보란 말인가!
다만 원강이 이 말을 한 의미는, 관방의가 상황을 통제했기 때문에, 수습하지 못하는 결과까지는 나오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관방의가 멈칫했다. 처음으로 원강이 잘못을 인정하는 말을 했다…….
* * *
되돌아가던 엄입은 자신의 앞에서 일단의 사람들이 오는 것을 보고 빠르게 옆에 있는 골짜기에 몸을 숨겼다.
선홍빛 옷을 입은 우유도가 허공을 날아오고 있었고, 그 뒤를 궁임책 일행이 따르고 있었다.
그들이 지나간 후, 엄입은 다시 골짜기에서 나와 그 뒤를 쫓아갔다.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초려별원의 입구,
사람들이 하나둘 내려섰다. 정문을 지키는 문지기는 우유도가 나타난 것을 보고 넋을 잃었다.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이 잘못 본 줄 알았다.
우유도는 싸늘한 눈빛으로 초려별원의 주위를 훑어보았다. 일부분에는 아직도 검기가 가르고 간 전투의 흔적이 보였다. 초려별원의 정문을 훑어본 우유도가 갑자기 크게 소리쳤다.
“어찌 된 일이냐? 정문을 지키는 두 사람 말고 다른 사람은 다 나가 뒈졌느냐?”
그 말을 듣고 궁임책 일행은 할 말이 없었다. 우유도의 말투에는 억제하기 힘든 분노가 가득했다.
그 호통 소리가 큰일을 했다. 초려별원의 사람들이 무슨 소란인가 하고 밖을 바라보았고, 입구를 지키는 문지기는 빠르게 뛰어들어가 초려별원의 내원에 우유도가 돌아왔음을 보고했다.
우유도는 급하게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기다렸다.
“도야가 돌아왔습니다!”
별원 내부에 고함이 울려 퍼졌다. 그 말을 기점으로 수많은 발소리가 울리고, 마찬가지로 수많은 사람이 뛰어나왔다. 물론 적지 않은 사람이 날아오기도 했다.
잠시 후, 초려별원에 있는 사람들이 거의 모습을 드러냈다. 관방의와 원강도 잇달아 나타났다.
그들은 우유도를 보고 놀랐고, 또 크게 기뻐했다. 바로 전에 문제가 생겼을 때의 답답함과 마음속의 불안이 한순간에 봄눈 녹듯이 사라졌다. 다들 활기가 넘쳤다. 그들의 기둥이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지나간 일을 되돌아보면 알 수 있었다. 도야만 있다면, 아무것도 문제 될 것이 없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상관없었다!
잠시 넋을 잃고 있던 관방의가 치마를 펄럭이며 뛰어 내려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도야, 어떻게 벌써 돌아온 거야?”
우유도가 냉랭한 목소리로 물었다.
“왜? 혹시 내가 성경에서 죽기를 바라기라도 한 거야? 설마 내가 돌아와서 실망한 건 아니겠지?
관방의는 즉시 눈을 치켜뜨고는 말했다.
“헛소리도 정도껏 해! 그나저나, 왜 이런 옷을 입고 있어? 난 또….”
아직 그녀가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우유도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옆으로 살짝 밀어내고는 원강을 지목하며 말했다.
“이야, 저건 누구지? 아주 그냥 거대한 흰 붕대로 몸을 시체 거죽처럼 둘둘 말아 놓았군. 우리 초려별원에 저런 사람이 있었던가?”
사람들은 다들 말문이 막혀 원강을 바라보았다. 그 정도는 아니지 않은가? 비록 온몸 여기저기에 붕대가 감겨있기는 했지만, 얼굴은 멀쩡했다. 그러니 원강을 못 알아볼 리가 없지 않은가?
궁임책 일행의 뒤에서, 엄입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숨겼다. 마치 관방의 일행에게 자신이 여기 있음을 들키고 싶어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 긴급 소환을 받은 자금동의 제자들이 하나둘 나타나더니 초려별원을 향해 다가왔다. 혹시 모를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이제 우유도가 돌아왔다. 정말로 그가 초려별원의 사람들을 이끌고 소란을 일으킨다면 큰일이었다. 자금동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때가 되면 뒷일을 생각하고 말 것도 없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을 소집한 목적은 바로 우유도를 압박하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었다. 우유도에게 자신의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상기시키려 하는 것이었다.
“너 말이야, 너! 이리 와봐!”
우유도가 원강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우유도의 험악한 말투와 달리, 원강의 얼굴에는 보기 드문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우유도가 무사히 돌아온 것을 보고 그는 정말 기뻤다. 또 안심했다. 원강은 별말 하지 않고 계단을 내려가 성큼성큼 우유도에게 다가가 담담히 입을 열었다.
“도야.”
“호오, 난 또 누구라고, 원숭이였잖아? 지금 멋있어 보이려고 이렇게 하고 있는 거야?”
우유도는 손가락을 들어 원강의 가슴을 쿡쿡 찔렀다. 그러더니 갑자기 손을 활짝 펴서 원강의 가슴을 후려쳤다.
퍽!
별로 크지 않은 폭발음이 울렸고, 원강의 몸을 감싼 흰 천이 사방으로 터져나가 흩날렸다. 곧이어 경풍이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덕분에 흰 천 조각들이 마치 흰 나비처럼 사방을 날아다녔다.
상처를 감싸고 있던 천을 걷어내니, 밖으로 노출된 상처들이 마치 동시에 딱지를 뜯어낸 것처럼, 방금 입은 부상과 같이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격통에 원강은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다. 아무리 단단한 사람이라도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원강뿐만이 아니었다. 지금 상황을 보고 있던 사람들조차 그 고통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만신창이란 무엇일까? 눈앞의 있는 원강의 몸이 그야말로 만신창이였다!
핏물이 흐르고 있는 상처들을 보면, 그야말로 간담이 서늘해졌다. 궁임책조차도 참지 못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사건의 모든 과정을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원강의 부상은 처음 보았다.
우유도가 눈을 치켜뜨고는 마치 그 몸에 나 있는 상처들을 감상하듯이 천천히 원강 주위를 한 바퀴 걸었다.
원강은 그곳에 서서 움직이지 않고, 피 흘리는 상처를 그냥 내버려 두었다. 다시 원강 앞으로 다가온 우유도가 물었다.
“다 검기에 의한 상처군.”
“그렇습니다!”
원강이 어깨를 펴고 당당히 서서 대답했다.
“몇 줄이나 그은 거야?”
“백 줄은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정도면 꽃 자수를 놓아도 되겠군. 누가 그리 대단해서 네게 이렇게 많은 기호를 새겨 준 거야?”
궁임책이 우유도에게 상황을 설명해 주었지만, 사건을 축소하다 보니, 구체적인 것은 명확히 설명해 주지 않았다.
원강이 침묵했다. 우유도는 원강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단호에게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이리 와서 네가 말해봐. 누가 그런 거지?”
단호가 즉시 다가와 대답했다.
“수십 명의 자금동 제자들이 협공해서 이런 모습으로 만들었습니다.”
우유도가 주위를 둘러보고는 다시 말했다.
“지금 네놈들을 보면 아주 다들 멀쩡하군. 어쩌다가 원강 혼자만 이런 상처를 입은 거지? 다들 뭐 하는 새끼들이야? 옆에서 구경만 한 거야? 재밌든?”
초려별원의 사람들은 다들 침묵했다. 단호는 자신도 모르게 관방의를 바라보았다. 다만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관방의가 자신들을 제지한 것이라고 질책하지는 못했다.
관방의는 고개를 숙이고 입을 다물었다.
우유도가 다시 손을 들어 원강의 가슴을 보았다. 가슴 언저리 몇몇 곳에 여전히 갈라져 있는 상처가 있었다.
우유도가 피가 흐르고 있는 상처 하나를 손가락으로 쿡 찔렀다.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여러 번 찔러댔다. 그렇게 상처를 계속 건드리며 물었다.
“아프냐?”
원강은 고통에 얼굴이 부들부들 떨렸다. 아프지 않다고 하면 그건 거짓이었다. 갈라진 상처 속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휘적거리며 쑤시고 있는데 안 아플 리가 있겠는가? 그런데도 원강은 고통을 참으며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역시 사내대장부로군!”
우유도는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며, 조롱하듯 손가락을 뽑아냈다. 원강의 피 묻은 가슴에 손가락을 문지르며 피를 대충 닦아 내고는 말했다.
“좋아, 아주 좋아. 그리 많은 사람도 너를 죽이지 못하다니, 능력이 보통이 아니야. 아주 대단해졌어. 하긴, 너 원숭이가 어떤 사람이냐.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는 사내가 아니냐. 부러질지언정 굴복하지 않는 사람이지. 나 같은 속인은 그저 부끄러운 마음에 탄복하고 감탄할 수밖에 없는 대단한 사람이란 말이지.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