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6화. 내가 처리하겠다고 말했어!
우유도의 말에도 계속해서 어떤 표정 변화도 보이지 않던 원강이었다. 하지만, 우유도는 계속해서 원강의 얼굴에 금칠을 해댔다. 그러니 원강이라 해도 민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원강 스스로 이 일에 대해 다급히 설명하려 하며 입을 열었다.
“도야….”
하지만 우유도는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끊고는 뒤돌았다. 곧, 원강의 피가 아직 제대로 닦이지 않은 손을 궁임책 등의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이 피는 제 형제의 피입니다!”
그리고 다시 원강의 몸에서 흰 천을 조금 찢어 사람들 앞에서 그 피를 닦아 내고는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자기 분수도 모르고 날뛴 덕분에 이렇게 되었으니, 당해도 쌉니다. 그러니 이 흘린 피가 참으로 의미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유도는 손을 닦은 천을 던져버리고 옆으로 비켜섰다. 그러자 우유도의 몸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원강의 상처 입은 몸이 사람들 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우유도가 원강의 몸을 가리키며 물었다.
“장문인, 이 상처들이 보기에 어떠십니까? 장문인이 보기에 이 상처는 자금동에게 큰 의미가 없는 상처일 뿐일 것입니다. 그저 외부인이 함부로 자금동에 대들다 손해를 본 것뿐이니까요. 그러니 여러분들에게 이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상처일 뿐이지요.”
“하지만 저에겐 다릅니다! 제겐, 이 상처가 바로 저의 상처나 다름없습니다. 전 성경에서 자금동을 위해 목숨을 걸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저도 모르게 저의 등에 칼을 꽂고 있었군요! 장문인, 이게 바로 그날 성도에서 제게 약속하신 결과입니까?”
궁임책도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도 신용 없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일이 발생한 것을 어찌한단 말인가? 궁임책이 깊은숨을 들이쉬고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제, 상처가 조금 있긴 하나, 치료하면 되는 일이네. 치료할 수 없을 만큼 위중한 상세도 아니지 않은가. 우리 자금동의 제자들도 저자에게 많이 상처를 입었네. 그러니 피장파장이라 할 수 있지. 이미 다 지나간 일이네. 서로 잊어버리는 게 어떻겠는가.”
“다 지나갔다고요?”
우유도가 돌연 주위에 있는 수많은 자금동의 제자들을 가리키며 추궁했다.
“이게 지금 다 지나간 모양새입니까? 다 지나간 일인데, 이리 많은 사람이 모여 제 주위를 둘러싸고 있단 말입니까? 저는 지금 자금동에서 사람 많다고 제게 위협을 가하는 거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만? 좋습니다! 어디 한번 건드려 보시지요! 그럴 배짱이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거침없는 한마디였다. 듣기에 별로 좋지도 않기도 했다. 자금동의 체면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는 말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것이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우유도 또한 화를 억제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무리 차분하고 냉정한 우유도조차 원강의 일에 있어서는 그렇게 냉정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궁임책은 우유도의 말에 다소 체면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우 사제, 자네는 자금동의 장로네, 언행에 주의하시게!”
“장문인, 도대체 무슨 일인지 전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우선 무슨 일이 생겼는지 확실히 확인하고, 어느 쪽이 언행을 주의해야 하는지 명확히 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궁임책은 우유도에게 그럴 필요 없다고 차마 말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우유도가 그대로 넘어가지 않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우유도는 뒤돌아 초려별원의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내 허락 없이 누가 감히 초려별원에 접근하려 한다면, 그게 누구든 죽여라!”
말을 마친 우유도는 관방의와 원강 사이를 지나쳤다. 곧 입구에 가득하던 사람들이 급히 양쪽으로 물러서며 우유도가 초려별원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관방의와 원강 또한 뒤돌아 우유도의 뒤를 따랐다.
나머지 사람 중, 일부분은 초려별원 안에 들어가 주위를 경계했고, 일부분은 초려별원의 대문을 봉쇄했다.
자금동의 사람들은 그야말로 대문 밖에 덩그러니 놓였다. 궁임책의 안색이 아주 나빠졌다. 우유도가 이처럼 자신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으니, 장문인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그조차도 문전박대를 당하는 모습이 수많은 사람에게 보였으니, 마음속에 화가 들끓었다.
하지만 그는 원강이 아니었다. 원강과 같이 충동적으로 문제를 일으키지 못했다. 게다가 우유도가 돌아왔으니, 이제는 더욱 섣불리 행동할 수 없었다. 만약 정말로 우유도와 전면전이라도 벌이면, 큰 손해를 보는 것은 우유도뿐만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렇게 멀리까지 갈 필요도 없고, 우유도의 사부가 종곡자인 것만 고려해도, 궁임책은 어느 정도 자제해야 했다. 그러니 당연히 초려별원으로 밀고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당하고도 아무 반응이 없다면, 정말 면이 서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당당한 자금동의 장문인이 종문 안에서 다른 사람에 의해 눈앞에 있는 대문에 못 들어가게 되다니, 궁임책의 심정이 어떠하겠는가. 당연히 그에게도 물러설 곳이 필요했다. 곧 그가 뒤돌아 사람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한시도 여기서 눈을 떼지 말아라. 만약 초려별원이 경거망동한다면, 멸하라!”
“알겠습니다!”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종문 내부 방어를 책임진 장로가 빠르게 그곳을 벗어나 제자들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곧 초려별원이 또다시 포위되었다. 자신의 거처로 돌아온 우유도는 마당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걸어오는 원강을 보며 물었다.
“상처는 어때?”
“치명상은 없어요. 괜찮아요.”
“운이 좋았어! 말해봤자 다 잔소리겠지만, 지금 그 모습이 보기 좋아?”
우유도는 철없는 아이를 꾸중하듯이 말했다. 단호 등 사람들은 급히 다가와 원강의 상처를 붕대로 다시 감았다.
자금동의 사람들이 다시 초려별원을 포위했다는 소식을 들은 우유도는 옆에 있는 관방의에게 물었다.
“대략적인 상황은 궁임책에게 들었어. 그런데 확실하게 말을 하지 않더군. 또 한쪽 말만 들을 수 없으니,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인지 홍랑이 한번 자세히 말해봐.”
“아주 갑작스러운 일이었어….”
관방의는 어찌 된 일인지 자세히 우유도에게 알려주었다. 모두 들은 우유도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원숭이가 붙잡혔다가, 방금 돌아왔다고?”
“엄입이 갑자기 왜 그리 우리에게 호의적으로 대하는지, 나도 마침 이상하게 생각하던 참이었어. 그런데 인제 보니 도야가 돌아와서 그런 것이었군. 아마 도야가 돌아온 것이 아니었으면, 원숭이도 이렇게 빨리 돌아오지 못했을 거야.”
그건 모두 부차적인 일이었다. 우유도가 다시 물었다.
“그 관청애가 홍랑 뺨을 때렸다고?”
곁에 있던 단호가 끼어들어 보충설명을 했다.
“가볍지 않은 손속이었습니다. 홍랑의 얼굴이 부어올랐고, 피도 났습니다. 원야도 그 모습을 보고 나서서….”
단호가 자신의 입장에서 본 사건을 설명했다.
관방의는 사실 사건을 크게 키우고 싶지 않아 우유도에게 가볍게 설명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단호가 나서서 아주 상세하게 일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이를 듣던 관방의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었지. 정말 손을 쓸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했고 말이야. 때문에 아무런 방비 없이 손해를 봐야 했지. 하지만 겨우 따귀 한 대일 뿐이야. 별로 큰일도 아니지.”
우유도는 관방의에게 다가와 턱을 붙잡더니, 얼굴을 좌우로 돌리며 살펴보았다.
“뭐 하는 거야?”
관방의가 아주 불쾌하다는 듯이 우유도의 손을 밀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우유도는 손을 놓지 않고 여전히 관방의의 얼굴을 살펴보며 말했다.
“잘 모르겠군. 확실히 별일 아니었나 보군. 다만, 홍랑. 어쩌다가 이렇게 맨날 따귀를 맞고 다니는 거야? 만수문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 물론, 다른 사람에게 맞을 수 있지. 강호를 거닐면서, 칼에 한 번 베이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되지. 나도 다른 사람에게 맞아 보았어. 하지만 나는 최소한 때와 장소는 가리지.
그런데 홍랑은? 어째서 맨날 맞고 나서 화도 안 내는 거야? 심지어 나중에 원망 한마디 하지 않는 것이, 마치 따귀를 맞아도 얼마든 감수하겠다는 느낌이야. 그럴 필요까지 있어? 천하제일 미인의 얼굴이야. 얼마나 보기 좋아. 그런데 여기저기서 맞고 다니니….”
말을 멈춘 우유도가 손을 놓았다. 그 말을 들은 관방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를 악문 그녀는 혹시라도 눈 안에 있는 어떤 것이 흘러내릴까 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사실 홍랑은 따귀를 맞는 것에 대해 제법 익숙했다. 한두 번이 아니었다. 제경에 있을 때도 이런 일을 수없이 겪어보았다.
어쩔 수 없었다. 관방의 명성 덕분에 그녀에게 접근하려는 남자가 너무 많았다. 자신의 남자를 간수하지 못한 여자들은 그 화를 모두 관방의에게 쏟아부었다. 그리고 관방의를 찾아오는 여자들은 대부분이 보통 집안의 사람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손해를 보아야 했다.
우유도는 그런 관방의를 빤히 바라보았다. 원강 등 다른 사람들도 모두 고개를 휙휙 돌려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 순간, 사람들은 모두 관방의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울고 싶어?”
우유도가 갑자기 물었다.
“우는 게 무슨 소용일까?”
관방의는 소매로 눈물을 닦아 내며 갑자기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그럼 뭘 어쩌라는 거야? 목숨이라도 걸까? 그래서 내가 이길 수 있어? 아니면 초려별원의 사람들이 이길 수 있어? 가서 죽으라는 거야? 그래, 난 쓸모없는 사람이야. 난 도야처럼 대단한 능력이 없다고. 됐어?”
우유도는 침묵했다. 관방의가 속으로 서러워하고 있음을 알고 더는 별말 하지 않았다. 우유도는 오히려 다시 옆에 있는 원강에게 말했다.
“원숭아, 이번 일은 홍랑에게 감사해야 할 거야. 만약 홍랑이 나서서 상황을 진정시키지 않았다면, 넌 진작에 목숨을 잃었겠지.”
원강이 미처 입을 열기 전에 관방의가 고집스럽게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 나 때문에 나선 거니, 다 내 잘못이야.”
원강은 천천히 고개를 숙이고, 오삼양 손에 있는 붕대를 가져가더니 천천히 허리춤에 붕대를 꽉 두르고 묶었다.
우유도가 화제를 전환했다.
“궁임책은 홍랑이 먼저 무례를 범했다고 하던데?”
“처음 일이 발생했을 때, 현장에 우리 쪽 사람들이 나밖에 없었어. 관청애가 내가 먼저 무례했다고 딱 잡아떼고, 자금동 측에서 두 사람이 증인으로 나서니 내가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이 없지. 나는 증인도 없었으니, 그런 적 없다고 하는 것 외에 또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 설마 도야도 나를 믿지 못하는 거야?”
“뭘 그리 흥분하는 거야? 못 믿는다고 한 적 없어. 상황을 파악하려는 것일 뿐이야. 홍랑의 판단이 필요한 일이 있어. 그 관청애가 갑자기 무슨 배짱으로 그런 짓을 벌였는지, 그게 궁금해서 말이지. 홍랑이 보기에 그놈이 독단적으로 한 짓 같아, 아니면 누가 뒤에서 시킨 것 같아?”
“그게….”
관방의가 머뭇거리며 마음을 천천히 진정시키고는 침음하며 말했다.
“누가 시킨 것 같지는 않았어. 오히려 질투에 눈이 멀어서 내게 화풀이하는 것 같았지. 네가 떠난 후, 관청애가 초려별원에 문묵아를 찾으러 왔었어. 그때 이 관청애라는 자가 그 전에 문묵아를 따라다니던 사람 중 한 명이라는 것을 알았지. 그 전에 거안과 마주쳤을 때, 거안과 문묵아의 관계에 대해서 크게 불만을 품고 있던 것 같더라고. 두 사람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관방의는 자신이 보고 판단한 것을 우유도에게 알려주었다. 우유도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말했다.
“그렇군, 아마 네 추측이 맞을 거야. 마침 나도 엄입이 아무리 복수하고 싶다고 해도, 이렇게 인내심 없이 급하게 행동할 리 없다고 의아해하고 있었어. 말이 안 되거든. 그런데 결론은 여자 때문에 생긴 질투심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군. 좋아. 어떻게 해야 할지 계산이 섰어. 내가 처리하지.”
“아냐, 이제 그냥 없던 일로 해도 될 거 같아. 눈앞의 상황을 보면, 자금동이 우리를 포위….”
우유도가 관방의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내가 처리하겠다고 말했어!”
사람들이 다들 우유도를 바라보았다. 관방의가 우려스러워하며 말했다.
“어쩌려고?”
“옥창이 자금동에 있다고 하더군?”
“문묵아에게 들었어.”
“문묵아는 어디 있지?”
“아마 자신의 거처에 있지 않을까? 최근에 방에서 거의 나오지 않아. 네가 떠난 후에 거의 얼굴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도 거안에게 시집가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아.”
“싫어한다고? 싫어하면? 지금 내 앞에서 양다리를 걸치겠다는 거야? 여자는 우유부단하고 딴마음을 품어서 좋을 것이 없지. 그래 봤자 자기에게 해로울 뿐이야. 내가 그 고민을 해결해 주는 거야! 문묵아에게 알려. 옥창을 찾아가서 지금 내가 그를 부른다고 말이야.”
말을 마친 우유도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옷 한번 갈아입고 왔더니 세상이 바뀌어 있군. 빨리 내 옷을 좀 꺼내와. 빨리 갈아입어야지, 옷이 너무 정신 사납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