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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197화 (295/1,000)

1197화. 교환 조건

얼마 지나지 않아 문묵아가 초려별원의 대문에서 나왔다.

그리고 문밖의 상황을 보고, 그녀는 나무 아래 뒷짐을 지고 기다리고 있는 궁임책에게 다가가 보고했다.

“장문인, 우 장로님이 옥창 선생님을 모셔오라고 하셨습니다.”

궁임책이 뒤돌아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옥창을 뭐하러 찾는단 말이냐?”

문묵아가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습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궁임책은 고민에 빠졌다. 다만, 지금 같은 상황에 옥창이 우유도와 손잡고 함부로 문제를 일으킬 것 같지는 않았다. 또 우유도가 외부 사람과 만나는 것을 단절하는 것도 좋지 않았다. 아직 그 정도로 서로 완전히 틀어진 단계는 아니었다. 궁임책이 살짝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가 보거라!”

잠시 후, 소식을 받은 옥창이 다급히 달려왔다.

우유도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후, 옥창은 우유도와 만나 성경의 상황에 대해서 듣고 싶었다. 다만 궁임책이 저지하는 바람에 그럴 기회가 없었다. 이곳은 자금동의 영역이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옥창이 초려별원에 도착했을 때 수많은 자금동의 제자들이 초려별원을 포위하고 있는 것을 보고 대경실색했다. 옥창은 급히 궁임책에게 다가가 물었다.

“궁 형, 이게 어찌 된 일이오?”

옥창은 아직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지 못했다.

보통 집안 망신은 외부에 소문내지 않기 마련이었다. 어쩌면 소문이 나는 걸 막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외부인에게 직접 알려 줄 필요는 없었다. 궁임책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오. 아래 제자들 사이에 작은 오해가 있었소. 우 장로가 기다리고 있소.”

그리고 어서 들어가라고 손짓했다.

옥창이 그를 한번 보고, 다시 초려별원의 사람들이 대문에서 자금동의 사람들과 대치하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어째, 자기 발로 함정으로 걸어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또 가만히 생각해 보면 과한 생각 같았다. 자금동이든 우유도든 자신에게 함부로 할 리가 없었다. 후진은 그냥 장식이 아니었다.

옥창은 마른기침을 두 번 하고는 포권하고 초려별원의 대문으로 향했다. 입구를 막고 있는 사람들은 이미 연락을 받았는지, 옥창을 안으로 들여보내 주었다.

옥창이 들어오자, 초려별원 쪽에서 몇 사람이 나와 우유도의 거처로 옥창을 안내했다. 하지만 그곳에 도착한 후에도 우유도는 없었고, 관방의가 나와 옥창을 근처에 있는 정자로 안내했다. 다소 이상한 느낌이 든 옥창이 관방의에게 물었다.

“우유도는 어디 있소?”

관방의가 웃으며 대답했다.

“방금 성경에서 돌아오셔서 마침 지금 씻고 계세요. 곧 나오실 겁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옥창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유세가 대단하군.”

고개를 저은 옥창은 별말 하지 않고 정자에 앉아 기다렸다. 잠시 기다리자, 건물 안에서 우유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홍랑, 잠시 들어와 보겠어.”

관방의는 잠시 미안하다는 듯이 옥창에게 허리를 숙였다. 그러자 옥창이 편할 대로 하라는 듯이 손을 살짝 들었다.

우유도의 방에 도착한 관방의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안에는 목욕을 마친 우유도가 머리를 산발하고 화장대 앞에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관방의는 다른 사람의 시중을 받는 것에 익숙한 우유도가 자신을 계집종 부리는 것처럼, 머리를 빗겨달라 부른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성경에 가기 전에는 상숙청이 아무런 불만도 없이 이 일을 했었다. 이제 상숙청이 없으니, 관방의가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입에서는 불만이 튀어나왔다.

“문묵아 보고 해달라고 하지그래. 그쪽이 훨씬 젊고 이쁘니 말이야.”

다만 관방의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우유도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관방의의 손이 빨라지는 것을 느끼고 입을 열었다.

“급할 것 없어.”

“밖에서 옥창이 기다리고 있어.”

우유도가 냉소 지으며 말했다.

“기다리라고 해!”

그의 말투에서 우유도의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고의로 옥창을 냉대하는 것 같지 않은가. 우유도의 머리를 빗기는 관방의의 손이 즉시 느려지며 우유도에게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우유도가 급할 것 없다고 했으니, 마침 시간이 넉넉했다. 관방의도 성경과 관련된 일이 매우 궁금하던 참이었다. 그전에는 물어볼 기회가 없었는데, 지금 마침 시기가 좋았다.

그리고 자금동과의 문제에 대해서는 관방의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우유도가 돌아왔다. 관방의는 더는 두렵지도 당황하지도 않았다.

성경의 있었던 일에 대해서 우유도는 관방의에게 숨기지 않고, 알고 있는 것을 모두 알려 주었다.

머리를 모두 정리하자 우유도가 일어나 벽에 걸려 있는 검을 집어 들고는 꺼내 살펴보았다. 검신에는 여전히 ‘벽혈단심’이라는 네 글자가 각인되어 있었다. 우유도 자신의 검이 틀림없었다.

챙! 검을 다시 검집에 넣은 우유도는 검을 마치 지팡이처럼 짚으며 방을 나섰다.

뒤따르며 그 모습을 확인한 관방의가 미소지었다. 방금까지 뭔가 어색해 보이던 도야의 모습이, 드디어 제자리를 찾아간 것 같았다. 한 손으로 검을 지팡이 삼아 아무렇게나 걷는 듯한 모습 말이다….

정자에서 기다리던 옥창은 느긋하게 걸어오는 우유도를 힐끗 바라보았다. 기다리던 사람을 만나자 옥창이 놀리듯이 말했다.

“깨끗이 씻었는가?”

우유도는 옥창 맞은편에 앉아 대답했다.

“옥창 선생님은 지금 성경이 너무 더럽다는 말씀입니까?”

“…….”

옥창은 말문이 턱 막혔다. 곧 다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는가.”

그리고는 다급히 주위를 둘러보며 조용히 말했다.

“동생,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 대체 어찌 돌아온 건가? 심일도 일행도 돌아왔는가?”

우유도가 반문했다.

“옥창 선생님은 성도에서 돌아와 어찌 효월각에 돌아가지 않고 여기로 오셨습니까? 혹시 제가 돌아올 줄 알고 여기서 특별히 기다리신 겁니까?”

옥창은 우유도가 자신을 놀리는 것임을 알았다. 또 상대방이 자신을 왜 불렀는지도 추측할 수 있었다. 우유도의 말을 들은 옥창은 저도 모르게 민망해하며,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천하의 일을 어찌 감정적으로만 처리하겠는가. 이것은 자네와의 친분과는 상관없는 일 아니겠는가. 자네도 잘 알 것이네. 동생이 이렇게 돌아왔으니, 더는 언급할 가치도 없는 일이지. 내 지금 당장 자금동을 떠나겠네. 그럼 되겠는가?”

“그건 알아서 하십시오. 전 상관없습니다. 옥창 선생님께서 좀 더 놀고 싶으시면, 제가 어울려 드리지요. 전 언제든지 제 손에 있는 수십만 병력을 움직여 후진과 놀아 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너무 적지 않을까 걱정일 뿐이지요.”

옥창이 가볍게 탁자를 두드리며 다소 간곡한 목소리로 말했다.

“동생, 지금 그런 이야기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냥 넘어가 주시게나. 그것보다 성경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인가?”

“급할 것 없습니다. 그것보다 뭐 하나 좀 빌려주십시오.”

옥창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빌려줘? 뭘 말인가?”

“고신단 몇 알만 빌려주십시오.”

“고신단?”

옥창이 깜짝 놀랐다.

“그걸 가지고 뭐 하려고 그런가?”

“딱, 세 알. 다른 말은 필요 없고, 그래서 주실 수 있습니까?”

“동생, 주기 싫은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은 함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네. 무슨 말인지 자네도 잘 알지 않은가. 이 물건은 해약이 없는 물건이네. 일단 복용하면, 주기적으로 해약을 복용해야 하네. 자네에게 주면, 장기간 해약도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럴 린 없겠지만, 만약 우리가 해약을 갑자기 끊어 버릴 것이 우려스럽지 않은가?”

“해약은 필요 없습니다. 독만 필요합니다!”

옥창이 멍한 얼굴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금 누구를 죽이려고 그러는 건가? 사방에 널린 게 독약이지 않은가. 굳이 고신단을 써야 하겠는가? 쓸데없는 짓 하지 말게. 나중에 증상이 나타나고, 우리 효월각이 거기에 얽혀들면 어찌한단 말인가?”

“혹시 성경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그 안에서 심일도가 도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싶지 않으십니까?”

이런 젠장! 심일도가 성경에서 도대체 무슨 짓을 했지? 옥창이 두 눈을 부릅떴다. 우유도의 부모님을 욕하고 싶은 심정마저 일었다. 그런 것을 교환조건으로 내걸다니. 옥창이 이를 갈며 말했다.

“동생, 참으로 의리 없군. 자네가 떠나기 전에 내가 자네에게 이천만 냥을 주지 않았나!”

“그러니까 옥창 선생님의 뜻은 다시 돈을 달라고 하는 겁니까? 옥창 선생님, 제 뒤통수를 치기 위해 여기 와 놓고, 지금 누가 의리 없다는 겁니까?”

“거기까지!”

옥창이 즉시 손을 들어 우유도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는 제자 독고정을 향해 손짓했다.

독고정은 잠깐 몸을 뒤적거리더니, 곧 납환 세 개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고는 다시 뒤로 물러났다. 우유도는 납환을 보고 자세히 살피며 말했다.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습니다. 진짜입니까?”

“만약 의심되면 한 알 공짜로 맛보게 해주겠네. 동생, 듣기 싫은 말을 미리 해두겠네. 이 물건을 함부로 사용하지 말게. 정말 무슨 큰일이 생기면, 우리 효월각이 절대 그 죄를 뒤집어쓰지 않을 것이야. 그때 우리가 자네를 폭로했다고 해서 우릴 원망해도 소용없네.”

우유도는 고신단을 주어 소매에 넣고는 동문서답했다.

“사실 심일도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요. 그러니 관용을 베풀어 너무 뭐라고 하지는 마십시오.”

옥창은 우유도의 동문서답에 가슴이 철렁했다. 극도로 긴장하며 말했다.

“그놈이 도대체 성경에서 무슨 짓을 했단 말인가?”

“별것 아닙니다. 성경에 들어가자마자, 우리를 아주 못살게 굴었습니다. 정위가 우리에게 지필묵을 주고는….”

우유도는 숨기는 것 없이 있었던 일을 모두 일러 주었다. 그리고 상대방이 미리 물을 것을 알고, 옥창이 물어보기도 전에 나방비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신을 밖으로 내보낸 일을 한 번에 다 알려 주었다.

우유도의 말을 들은 옥창이 미간을 한껏 찌푸렸다. 우유도 또한 옥창과 더는 투덕거리고 싶은 생각이 없어 일어나 배웅했다.

“그렇게 된 것입니다. 전 또 처리해야 할 일이 있으니, 멀리 나가지 않겠습니다.”

우유도의 말을 들은 옥창이 번뜩 정신을 차리고 같이 자리에서 일어나 물었다.

“그런데, 여기서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겼기에 밖에 그처럼 자금동의 사람들이 대치하고 있는 것인가?”

“별일 아닙니다. 누군가 제가 없는 것을 보고, 제 사람을 때리고 상처입혔습니다. 전 당연히 없었던 일로 할 수 없지요. 그 일은 옥창 선생님과 상관이 없는 일이고, 별로 얽히고 싶지도 않으실 것 같으니, 피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리고는 손을 뻗어 옥창을 배웅했다. 옥창은 남아 상황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주인이 축객령을 내리니, 어쩔 수 없이 그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초려산장을 떠난 옥창은 마찬가지로 남아서 상황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궁임책 또한 옥창이 남아서 구경하는 것을 원치 않았고, 그에게 떠나기를 요청했다.

옥창은 어쩔 수 없이 뱃속에 궁금증을 가득 안고 이 시시비비가 가득한 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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