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5화. 표결 (1)
엄입은 자신이 심적으로 지쳤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유도가 여기서 소란을 이렇게 크게 일으켰으니, 만약 이놈을 안심시키지 못한다면, 이제 성경에 가서도 큰 소란을 일으킬 것 같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과거, 장문인이 이놈을 자금동에 가입시키려고 했을 때 강하게 반대했어야 했다. 그러면 지금 같은 재난도 없었을 것을.
퍽! 우유도는 망설임 없이 검을 검집째로 땅을 강하게 두드려 박아넣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문밖으로 걸어나가며 말했다.
“황 집사님, 가시지요!”
검을 가져갈 필요 없었다. 이미 한번 가보았던 길, 검을 가져가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입구를 막고 있던 사람들이 분분히 물러났다. 그렇게 문턱을 넘어선 우유도는 입구 옆에 있는 관방의에게 당부했다.
“조심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상황이 위협적이지 않다고 판단되었다. 당연히 그전에 준비했던 행동을 멈췄다. 지금 경솔하게 손을 쓰는 것은 무가치한 일이었다. 무력을 동원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의 마지막 선택이어야 했다.
관방의는 이를 악물고, 수없이 많은 말을 하고 싶어 했다. 다만 지금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도야!”
원강이 길을 막아섰다.
우유도는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그를 한쪽으로 밀어냈다. 두 눈이 마주쳤다. 둘 사이에 단 한마디 말도 오가지 않았다.
다섯 마리 날짐승이 날아올랐다. 떠났다. 우유도가 이렇게 다시 끌려갔다.
초려별원의 사람들은 생각지도 못했다. 조금 전에 도야가 성경에서 돌아온 것을 축하하기 위해 축하연을 크게 벌었다. 그런데 눈 깜짝할 사이에 이렇게 다시 성경에 끌려간다고?
다들, 어느 정도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우유도가 떠나자 다들 불안감을 느꼈다. 다만 사람들 사이에 있는 공손포의 두 눈이 번득였다.
한편, 그들뿐만이 아니라, 궁임책조차도 밤하늘 아래 멀어지는 검은 점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들 이런 상황이 생길 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궁임책은 다소 가슴이 답답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관청애등 세 사람의 일을 조금만 늦출 것을. 사실 어떤 일들은 하고 나서 오점으로 남게 된다. 하지만 인제 와서 후회해 봤자 소용이 없었다. 그 ‘독주’는 이미 관청애 등 삼 인의 뱃속에 들어가 있었다.
* * *
진국 황궁.
소평파가 빠른 걸음으로 총총 안으로 들어가 다시금 진국 황제 태숙웅에게 뵙기를 청했다. 곧 누군가에게 호숫가로 안내되었다.
태숙웅은 버드나무 아래 서 있었고, 소평파는 그에게 다가가 예를 올리고 물었다.
“전하, 어찌하여 또다시 계획을 멈추라 하셨습니까?”
성경단련의 일이 이미 확정되었다. 이미 들어갈 사람들은 다 들어갔다. 별다른 일이 없을 것을 확인한 후에 위국에 대한 계획을 다시금 가동했다. 그런데 그런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전준비를 하는 단계에서, 다시 계획을 급히 멈추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태숙웅이 한숨을 내쉬었다.
“또다시 종문의 뜻이네! 종문이 동해에 심어놓은 이목에게서 연락이 왔다고 하는군. 우유도가 성경에서 돌아왔네.”
소평파가 깜짝 놀랐다.
“이제 막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지금 돌아왔단 말씀입니까? 어찌 된 일입니까?”
“우리 또한 이게 어찌 된 일인지 모르기 때문에 멈춘 것이네. 지금 종문이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아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네. 전쟁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 이 일은 종문에 있어 아주 중요하네. 자네도 잘 알겠지만, 종문의 힘과 전폭적인 협조가 없이는 전쟁을 이길 수 없네. 그러니 잠시 멈추게나!”
소평파가 놀란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우유도 혼자 나온 것입니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같이 나온 것입니까?”
“아직 확실하지 않네. 지금까지 수집한 정보에 의하면 우유도 혼자 나온 것 같더군. 최소한 종문은 아직 본문의 제자가 나온 것을 모르네. 아마 지금쯤 다른 문파에 연락해 알아보고 있을 것이네.”
소평파가 침묵했다. 뜻밖인가? 확실히 뜻밖이었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는 우유도를 잘 알았다. 천도비경처럼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곳을 제외하고, 우유도가 언제든지 밖으로 뛰쳐나와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았다.
다만 소평파의 첫 번째 반응은 우유도가 무슨 수단을 썼길래, 성경에서 몸을 뺄 수 있었는지 고민하는 것이었다.
내심이 아주 복잡했다. 그는 우유도가 성경에서 죽기를 바랐다. 하지만 또 그러면 우유도를 너무 쉽게 보내주는 것 같았다. 그는 직접 우유도를 죽이고 싶었다. 그야말로 과거의 치욕을 설욕하고 싶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것들은 평생을 짊어지고 가야 했다. 하지만 지금의 능력으로는 그럴 수가 없었다.
오히려 눈앞의 큰일이 또다시 우유도에 의해 방해받았다. 소평파는 우유도가 고의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이건 그와 우유도의 차이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증명이기도 했다. 과거를 생각해 보면, 그는 우유도가 앙망하는 존재였다. 그를 마주한 우유도는 도망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늘날 그는 우유도를 흔들 방법이 하나도 없었다.
그 또한 두 사람의 가장 큰 차이가 어디인지 잘 알고 있었다. 바로 수행자와 일반인의 차이였다. 이건 뛰어넘을 수 없는 간극이었고, 때때로 소평파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우유도는 적이 많았다. 당연히 우유도를 죽이고자 하는 사람이 소평파 한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이 바라보고 있는 우유도는 더는 과거의 우유도가 아니었다. 다들 자신의 능력을 비춰 저울질해봐야 했다. 때문에 이번에 우유도가 성경에서 무사히 나왔다는 소식이 서서히 퍼지자, 수많은 사람이 실망했다.
설사 자금동 안에서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우유도가 성경에서 죽기를 바랐다. 그런데도 또 우유도가 성경에서 죽는 걸 우려했다. 혹시라도 성경이 우유도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았을 때, 우유도가 성경에 반항할까 봐서였다. 그렇게 되면 그때는 자금동마저 그 일에 발목이 잡힐 수 있었다.
다들 자금동에서 한동안 같이 지낸 경험이 있었다. 정말 그 지경이 되면, 우유도는 그런 짓을 할 가능성이 아주 크다는 것을 다들 느끼고 있었다. 아마 절대로 앉아서 죽음을 맞이하지 않을 것이다.
자금동의 장로가 성경에 대항한다면? 그 최후가 어떨지 생각만 해도 두려웠다!
순식간에 우유도가 성경을 나왔다는 소식이 적지 않은 소란을 일으켰다. 수행계의 수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아무튼, 상청종에게 버림받은 제자가 십 년의 시간이 흘러 천천히 이미 수행계의 큰 인물이 되어 있었다.
오늘날 수행계에서 우유도는 나름 대단한 인물이라 할 수 있었다. 그건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명성을 날리던 사람들조차 고개를 들어 우유도를 우러러보아야 했다. 공인된 금단방의 고수 무조행조차 우유도의 수하가 되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수많은 산수가 우유도를 자신의 표본으로 삼았고, ‘도야’라는 호칭이 사람들 사이에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많은 산수가 입만 열었다 하면, 다들 ‘도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유도의 성공을 보고 적지 않은 산수들이 우유도의 행동을 따라 했다. 상조종 같은 인물을 하나 선택해 그를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때문에 또다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우유도는 한 명뿐이다. 미래에 두 번째가 나타날지는 그 누구도 몰랐다.
* * *
수결산장, 일단의 날짐승이 날아왔다. 곧 열리는 두 번째 단련을 위해서, 표묘각은 정확히 백 마리의 대형 날짐승을 소집했다.
사실 대형 날짐승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만수문이 아니라, 성경이었다.
각 문파에서 단련에 참여한 인원과 표묘각에서 그에 상응하는 인원들이 다들 수결산장에서 줄 맞춰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누각 위에 서 있는 정위가 두 개의 명단을 들고 있었다. 한쪽은 표묘각의 것이고, 하나는 각 문파의 것이었다. 정위가 입을 열었다.
“시합이라면 공평해야겠지.”
옆에 있는 사람이 깜짝 놀랐다. 정위의 말이 무슨 말인지 깨닫지 못한 것이다. 다른 사람이 물었다.
“명단에 문제가 있습니까?”
“표묘각의 사람이 문파의 사람들보다 한 사람이 많군. 만약 시합이 시작된 후에도 황반이 우유도를 데려오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약점이 잡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표묘각 쪽에서 한 사람을 빼야 할 것이다. 알겠느냐?”
“알겠습니다.”
수하가 포권을 하며 대답했다. 정위는 아래 두 부대로 나뉘어 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 턱짓하며 말했다.
“출발하자!”
명령이 내려지고, 삼인 일조의 사람들이 날짐승에 올라탔다. 그렇게 각 문파의 사람들과 표묘각의 사람들, 그리고 집법(執法) 인원까지 포함해 근 삼백 명의 사람들이 날짐승을 타고 공중으로 날아올라 주위를 맴돌았다.
정위는 누각에서 그대로 허공으로 날아올라, 한 마리 날짐승 위에 내려섰다. 이후, 그를 선두로 한 채 수많은 날짐승이 그 뒤를 따랐다.
운해(雲海), 산해(山海), 호박(湖泊), 하류(河流) 들이 나타났다가 곧 뒤로 사라져갔다. 처음 성경에 온 각 문파의 사람들은 끊임없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살펴보았다.
낮이 지나가고 석양이 졌고, 밤이 되어 별이 떠올랐다. 그렇게 다시 다음날 새벽이 되었다. 대충 하루 정도 날아갔을 때, 드디어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과 수없이 많은 늪이 있는 수향(水鄕)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엔 늪이 여기저기 생성돼 있었고, 우거진 산세가 교차하고 있었다. 늪 중앙에 있는 숲들은 마치 늪 속에 숨어 등을 내밀고 있는 각종 기괴한 괴물 같아 보였다. 덕분에 이곳은 황택사지(荒澤死地)라고 불리었다.
이름은 별로 듣기 좋지 않았지만, 그 기상은 천태만상이었다. 산꼭대기에 서서 주위를 둘러본 사람들은 대자연의 건축술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단련 인원이 받은 수첩에는 이곳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었다.
황택사지에 있는 늪은 그 숫자가 매우 많은 데다가, 하나하나의 면적이 거대했기 때문에 보통 동물은 이곳에서 생존하기 어려웠다. 그 덕분에 사지(死地)라고 불리었다.
하지만 요호는 달랐다. 그들은 천성적으로 산을 뛰어넘고 물 위를 달릴 수 있을 정도로 몸이 가벼웠다. 덕분에 늪 위를 마치 초원에서 뛰어다니듯이 돌아다닐 수 있었고, 늪에 들어가 몸을 숨길 수도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요호라고 불리는 이유는 태어날 때부터 신통(神通)을 타고나, 태생적으로 요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다 자란 요호는 태생적으로 연기 수행자에 비할 수 있는 공격위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영지(靈智)가 트여있어, 성경 먹이사슬에서 가장 높은 곳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성경에 들어온 수행자들로 인해 그 자리에서 내려오게 되었다.
또 이곳의 특수한 환경은 요호의 생존과 피신에 유리했다. 위험이 있으면 늪 안으로 파고들어 도망치기 때문에, 수행자들이 요호를 철저하게 소탕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수행자들은 각종 힘을 사용해 요호를 압박했고, 그렇게 요호를 지금처럼 구차하게 목숨만 연명할 수준까지 몰아붙일 수 있었다.
그리고 표묘각의 전신이 바로, 과거 성경에서 요호를 사냥하던 수행자들이었다. 그들은 요호를 격파한 후, 다시 성경을 관리하는 천하의 조직이 되었다. 물론, 요호를 사냥하는 일은 단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었다.
“사냥 기간은 석 달이다. 그대들이 어떤 수단을 동원하든 신경 쓰지 않겠다. 그저 맨 마지막에 요호의 수안(竪眼)을 가장 많이 노획한 쪽이 승리하게 될 것이다. 석 달 후, 이곳에 다시 모여 승부를 가릴 것이다. 기억해라. 양쪽 모두, 상대방의 노획물을 빼앗을 수 없으며, 상대방을 죽여서도 안 된다. 일단 이 규칙을 어기는 자는, 그 누구든지 엄벌에 처할 것이다!”
산의 가장 높은 곳에 선 정위가 피풍을 휘날리며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시합 방식에 대해서 선포했다.
요호의 수안이란 요호의 세 번째 눈을 가리켰다. 요호의 두 눈 사이 미간에는 하나의 눈이 더 있었다. 평소에는 눈을 감고 있었고, 그곳은 요호의 명문(命門)으로 일단 수안을 빼앗긴 요호는 목숨을 부지할 수 없었다. 그것으로 승부를 가린다는 것은 나름 공평하다 할 수 있었다. 아무튼, 요호의 시체를 짊어지고 다닐 수는 없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