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6화. 표결 (2)
정위는 또 단련 인원들에게 말했다.
“표묘각 인원들과 달리, 그대들은 요호를 사냥한 경험이 없지, 나는 그대들이 연합해서 같이 움직이길 권하겠네. 그대들이 목적 없이 맹목적으로 찾아다니는 것보다는 낫겠지. 좋다. 시합을 정식으로 시작한다!”
시합에 참여한 표묘각 인원들은 이미 한곳에 모여, 배치에 대해 의논을 하고 있었다.
각 문파의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았다. 이들은 사냥 경험이 전혀 없었다. 다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렇게 하나둘 모여들더니, 어찌할지 의논하기 시작했다.
의논한 결과, 정위의 말대로 같이 연합해서 행동하기로 했다. 기왕 연합해서 활동하기로 했으니, 어느 정도 조직의 구조는 갖출 필요가 있었다. 한마디로 지휘할 사람이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각 문파가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할 것이니, 연합이 될 리 없었다.
다만 누가 그 지휘를 맡을 것인지 고르는 것에서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다. 결국은 조금이라도 강한 사람의 의견을 따르게 되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조금이라도 강한 사람은 지금처럼 임시로 조직을 만든 상황에서 어느 정도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으니 지휘하기 편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논쟁을 벌인 후, 각 문파가 추천한 지휘관은 기운종의 장로 태숙산성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자, 남은 것은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문제가 남았다. 일단의 사람들은 표묘각에서 받은 지도를 살펴보며 어디에서 시작할지 의논하고 있었다.
비록 지휘관이 있지만, 각 문파의 사람들은 여전히 자기들 문파의 사람들과 같이 있어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그건 모든 사람 공통의 의견이었다. 결국은 각 문파가 하나의 작은 조가 되어 각자 행동하기로 했다. 그 후에 흩어져 한 방향으로 밀고 가는 방식을 취하기로 했다.
그렇게 배치하며 자금동 차례가 되었을 때, 부화가 끼어들었다.
“태숙 장로, 자금동의 사람들이 인원수가 모자라니, 단독으로 배치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들은 사해의 사람들과 같이 움직였으면 좋겠습니다.”
사해의 사람들은 우유도의 부탁을 승낙한 상태였다. 그들은 우유도가 없을 때 진관과 가정걸을 돌봐주기로 했었다. 태숙산성이 두 눈을 번득이며 말했다.
“마침 내가 지휘하는 이쪽에 각 조에 연락을 취하는 사람과 척후를 맡을 두 사람이 부족하니, 우리 쪽에 배치하는 게 좋겠소.”
우유도의 사람? 사람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우유도가 천도비경에서 기운종의 사람들을 전멸시켰다. 지금 와서는 별다른 비밀도 아니었다. 우유도의 사람이 태숙산성의 손에 떨어지면 아마 편할 날이 없을 것이다.
진관과 가정걸은 그 말을 듣고 즉시 긴장하기 시작했다. 이때, 부화가 당부하며 말했다.
“태숙 장로, 지금은 같이 협력해야 할 때에요. 단련의 성적에 우리들의 미래가 걸려 있지요. 이러한 때에 내분이 일어나는 것은 좋지 않아요.”
부화는 공적인 일에 사적인 복수를 끌어들이지 말라고 당부한 것이다.
“내가 여기 지휘를 맡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지휘를 안 듣는 것이오. 이러면 앞으로 어찌 연합해서 행동하겠소?”
“지휘를 안 듣는 것이 아니에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지요. 내가 볼 때 태숙 장로도 자제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태숙산성이 ‘하하’ 웃더니 싸늘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렇다니, 그럼 우리 다 같이 투표로 결정합시다. 내 의견에 찬성하는지, 부화의 의견에 찬성하는지 말이오. 내 의견에 찬성하는 각 문파의 장로들은 번거롭더라도 손을 들어주시오!”
그리고는 자신이 먼저 손을 들었다. 진국 쪽은 처음부터 기운종을 따르는 문파였다. 당연히 가장 먼저 손을 들었다.
그 후에 손을 든 곳은 뜻밖에도 소요궁과 영검산이었다.
그리고 각 문파가 연달아 천천히 손을 들었다. 제국, 위국, 한국도 모두 손을 들었다. 송국의 열천궁과 혈신전도 손을 들었다. 다만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능소각의 장로 전태봉만이 ‘허허’ 웃으며 포권을 하고는 말했다.
“난 중립을 지키겠소.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겠소.”
이 정도만 해도 이미 충분히 우유도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었다. 다들 전태봉이 우유도와 의형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진국은 손을 들지 않았다. 사해도 손을 들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에 어떤 영향도 주지 못했다.
진관과 가정걸은 비통한 마음이 들었다. 두 사람 모두 우 장로님이 적을 너무 많이 만든 결과가 두 사람에게 악영향을 미쳤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어쩔 방법이 없었다. 두 사람의 신분과 지위로는 지금 이곳에 별다른 발언권이 없었다. 아예 입을 열 수도 없으니, 설사 뭐라 한다 한들 신경 쓸 사람도 없었다. 그렇다고 소란을 피우자니, 그들 두 명이 있으나 없으나, 대세에는 별 영향이 없었다.
만수문의 조경은 손을 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 우유도와의 관계를 폭로할 수 없었다. 게다가 눈앞의 상황을 보니, 설사 자신이 손을 들지 않는다 해도 바뀌는 것이 없어 보여, 그냥 손을 들었다.
그렇게 손을 든 상황을 보고, 손을 내린 태숙산성은 냉소를 지었다.
“부화, 사람들의 결정이 너무나 명확하니, 다시 그대의 의견에 손을 들 필요 없어 보이오만?”
부화는 할 말이 없었다. 그저 진관과 가정걸을 한 번 더 돌아보았을 뿐이다. 부화도 이 정도까지 했으니 우유도에게 할 바를 다했다 생각했다. 그녀가 알기로, 저 두 사람은 우유도의 심복이 아니었다. 그러니 저들을 위해서 다른 사람들과 반목할 필요 없었다. 사해의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줄까 봐 저어하기도 했다. 그렇게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태숙산성이 웃으며 진관과 가정걸에게 물었다.
“너희 두 사람은 이견이 있느냐?”
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무슨 이견이 있겠는가. 만약 정말 눈앞에 있는 사람을 화나게 한다면, 어쩌면 요호를 사냥하는 것보다 더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다들 별다른 의견이 없다면 그렇게 하도록 합시다.”
태숙산성이 손을 휘둘러 결정을 내린 후, 계속해서 배치에 대해서 의논했다.
그렇게 이쪽이 한창 의논을 하고 있을 때, 표묘각의 사람들은 이미 배치를 마치고, 산 정상에서 한 방향으로 계속 날아갔다. 이들은 끝없는 황택사지를 계속 날아가는 중이었다. 덕분에 단련 인원들은 잠깐 그들이 어찌하는지 지켜보았다.
높은 곳에 서 있는 정위는 싸늘한 눈으로 그들을 방관했다. 그러다 문득, 단련 인원 중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한쪽을 바라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위도 그들이 보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자, 하늘에서 두 마리 대형 날짐승이 먼 곳에서 이곳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
날짐승은 날개를 펄럭여 속도를 줄이고 바닥에 내려서자 그 위에서 몇 사람이 뛰어내렸다. 황반이 돌아왔다. 그리고 그 옆에는 황반이 급히 데려온 우유도가 있었다.
황반은 단련 인원들이 아직 자리에 있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까지 그야말로 쉬지 않고 날아왔다. 다행히 시간을 맞출 수 있을 듯했다. 그는 곧 빠르게 정위에게 다가가 포권하며 인사를 올렸다.
“각주님, 다행히 늦지 않게 데려올 수 있었습니다.”
“우유도!”
“저들이 데려가 놓고, 어찌 다시 데려왔단 말인가?”
단련 인원들이 소란스러워졌다. 다들 의견이 분분했지만, 그 누구도 이미 떠난 우유도가 어찌 다시 돌아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부화 등 사람들은 다들 깜짝 놀라고 있었다. 곧 다시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미소지었다. 다들 우유도가 돌아온 것을 반기는 듯했다.
효월각의 심일도, 만수문의 조경 또한 전보다 크게 안심이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유도가 어째서 다시 돌아왔는지는 이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이들은 우유도가 무슨 내막을 알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거기에 나방비가 직접 나섰던 상황을 보면, 자신들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더욱 확신했다. 나추의 딸과 결탁해놓고, 성경단련의 내막에 대해서 모를 리가 없었다.
우 장로님이 돌아왔다! 진관과 가정걸은 품고 있던 마음속의 불안이 일소되었다. 그야말로 얼굴에 미친 듯한 기쁨이 가득했다. 그들의 기둥이 돌아왔다.
우유도가 있고 없고의 전후 상황을 비교해보면, 두 사람은 그야말로 그 차이를 깊게 느꼈다. 사해의 사람들조차도 그들에게 다소 냉담하게 대할 정도였다.
우유도는 사람들을 힐끗 바라보고는, 기분이 아주 나빠졌다. 우유도는 여기까지 오면서 시간을 계산하며, 제발 늦기를 바라고 바랐다. 만약 시간에 못 맞추면 다시 성경을 떠날 수도 있었다. 어쩌면 단련은 그와 더는 인연이 없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늦지 않았다. 덕분에 우유도는 아주 서글퍼졌다. 그렇게 그는 죽을힘을 다해 길을 재촉한 황반이 괜히 원망스러워졌다.
다만 마음속의 불만을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그저 앞으로 나와 정위에게 포권을 하며 인사했다.
“음.”
정위는 그 인사를 받고 말했다.
“이왕 왔으니, 자리로 돌아가게.”
우유도가 알겠다고 대답하고 마침 단련 인원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 정위 옆에 있는 사람이 상기시키며 말했다.
“각주님, 표묘각의 사람들은 이미 출발했습니다. 이미 한 사람을 남겨 놓았으니, 만약 우유도가 다시 단련 인원에 합류하면, 단련 인원이 표묘각보다 한 명이 더 많아집니다.”
그 말을 들은 우유도가 멈칫했다. 마음속에 또다시 희망이 피어올랐다. 설마 아직 기회가 있단 말인가?
한쪽에 임시로 남아 시합에서 빠진 표묘각의 한 사람은 참지 못하고 우유도를 힐끗 바라보았다. 그는 내심 우유도가 이르게도 아니고, 늦게도 아니고 하필 지금 왔다고 원망했다. 이대로 가면 열에 아홉은 다시 일행에 합류해 몇 달 동안 굴러야 할 것 같았다.
정위가 반문했다.
“표묘각에 사람이 한 명 적으면 이길 수 없더냐?”
옆에서 정위에게 말을 걸었던 사람이 다급히 대답했다.
“각주님, 오해입니다.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그는 그전에 정위 자신이 공평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단련 인원은 많아도 된다. 하지만 표묘각 인원이 많아선 안 된다. 알겠느냐?”
남자는 순간 정위의 말에 담긴 깊은 뜻을 깨닫고는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우유도의 희망이 꺼졌다. 내심 정위의 조상까지 싸잡아 욕을 퍼부었다. 그 후, 정위는 좌우에 있는 사람들을 물리고 우유도만 남긴 후 물었다.
“너는 나방비와 아는 사이인가?”
우유도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 전에 각주님의 명성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만, 지금껏 만나 뵌 적은 없습니다. 수결산장에서 본 것이 처음입니다.”
“그럼 그전에 그녀와 어떤 관계가 있었는가?”
“전혀 없었습니다. 제가 어찌 감히 그분과 사적인 친분을 쌓으려 하겠습니까.”
정위는 의아해했다.
“그럼 그녀는 어째서 너를 지목해 성경에 불러들이더니, 또 너를 밖으로 내보낸 것이냐?”
“저도 마침 답답하던 참이었습니다. 어째서 갑자기 수결산장에 찾아와….”
거기까지 말한 우유도가 갑자기 멈칫하더니, 곧 정신을 차리고 의아해하며 물었다.
“정 각주님의 말씀은, 제가 성경에 들어온 것이 그분이 직접 지목했기 때문이란 말입니까?”
정위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성경단련 명단에 변화가 생긴 이유가 바로 너 때문이다. 나방비가 명단에 마음대로 네 이름을 추가해 넣은 덕분에 나중에 명단이 전면적으로 수정되었지. 정말 조금도 몰랐느냐?”
“…….”
우유도는 멍해졌다. 그리고 정위를 수결산장에서 처음 만났을 때, 장로들이 이번 단련에 참여한 것에 우유도의 공이 적지 않다는 말을 했었던 것을 기억해 냈다.
그 당시,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의아해했었다. 그리고 지금 드디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