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0화. 전 인과응보를 믿습니다.
능소각은 송국과 떠나지 않고 자리에 남았다. 전태봉이 우유도와 가겠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사실 전태봉은 공개적으로 한쪽에 서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단련 인원이 사분오열되었으니, 어느 쪽이든 한쪽에 설 수밖에 없었다. 전태봉은 자신이 다른 사람이 모르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 일들로 인해서 우유도를 좋게 보았기 때문에 우유도를 선택했다.
우유도 일행을 제외하고는 조경이 만수문의 사람들을 이끌고 혼자가 되어 있었다. 절벽에 서 있는 조경의 안색이 매우 복잡해 보였다.
두 무리 집단이 연달아 떠나는 것을 보고 우유도는 내심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는 조경이라는 패를 이용해서 암중에서 단련 인원들을 좌우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상황을 통제하려 했다. 다만 태숙산성이 자기 일을 다 망쳤으니, 이제는 다른 계획을 세워야 했다.
“황 집사가 저 뒤에서 호시탐탐 우리를 노려보고 있으니 이대로 시간을 끄는 건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군. 만약 나중에 억지로 시간을 끌었다는 꼬리표가 붙으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니 우리도 어서 움직이자고.”
부화가 우유도에게 말했다. 우유도가 물었다.
“표묘각에서 이번 시합에 참여한 사람들은 다들 어떤 사람들입니까?”
“그걸 내가 어찌 알아. 처음 본 사람들이 수두룩했어. 평상시에 누가 감히 표묘각 내부 상황을 염탐하려 할까.”
“어느 방향으로 갔습니까?”
“저쪽!”
부화가 한쪽을 가리키며 말하고는 다시 물었다.
“그래서 뭐 하려고?”
“아무것도 아닙니다.”
우유도가 대충 대답하고는 크게 소리쳤다.
“조 장로님.”
절벽 쪽에 서 있던 조경이 뒤돌아 돌아보며 물었다.
“무슨 일인가?”
“우리와 같이 가실 겁니까?”
“만약 내가 자네와 같이 다니면, 방금 그 개자식이 한 말이 사실이 되지 않겠는가.”
조경은 물론 우유도와 같이 다니고 싶었다. 하지만 태숙산성이 그렇게 난리를 한번 치고 나니, 조경의 말처럼, 다소 거리낌이 생겼다. 그렇다고 혼자서 움직이기에는 위험에 처했을 때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 이곳 상황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는 상황에서 일단 황택사지에 들어가면 표묘각의 감시를 벗어나게 되니, 무슨 일이 생긴다 해도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럼 어떡하지? 조경이 매우 망설였다. 그를 따르는 두 만수문의 제자들도 내심 크게 당황하고 있었다. 우유도가 하하 웃으며 말했다.
“태숙산성이 무슨 마음을 품고 있는지 다들 알고 있지 않습니까. 제가 그자의 좋은 일에 분탕을 치니, 그자도 복수한 것에 불과합니다. 몸이 바르면, 그림자가 휘었다 한들 걱정할 것이 무엇입니까. 그러니 단지 혐의를 피하고자 그렇게 한다면, 그건 오히려 태숙산성의 함정에 걸려드는 것입니다. 무슨 일이든지 일단은 지금 상황을 무사히 넘기고 생각하시지요. 나머지 일은 시간이 모든 것을 설명해 줄 것입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조경이 잠시 침묵하더니, 화끈하게 승낙했다.
“우 장로의 말이 참으로 이치에 맞는 말이군. 좋네. 자네들과 같이 다니겠네.”
우유도가 몸을 돌려 황반을 보고 포권을 하고 말했다.
“황 집사님, 다른 사람은 다들 무기가 있는데, 저만 양손이 비어 있습니다.”
수결산장에서 나서기 전에 그쪽에서 각자 사람에게 충분한 무기를 나누어 주었다. 각 문파에게 무기를 가지고 성경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무슨 무기를 쓰든지 표묘각은 그들을 만족시킬 수 있었다. 그건 표묘각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황반이 좌우를 한번 살펴보더니 한 사람을 지목했다.
“우유도는 검을 쓰는 사람이니, 네 검을 우유도에게 주어라.”
“알겠습니다!”
그 사람은 즉시 대답하고는 허리춤의 패검을 풀어 우유도에게 던져주었다.
우유도는 검을 받아 감사를 표한 후, 표묘각 사람들 앞에서 무섭지도 않은지 검을 뽑아 법력을 시전하며 살펴보았다. 그렇게 아무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그는 그제야 몸을 돌려 일행에게 돌아갔다.
절벽 쪽으로 다가간 우유도는 선두에 서서 한 방향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다만 부화의 두 눈에 의문이 떠올랐다. 우유도가 표묘각 사람들이 움직인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음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일단의 사람들이 산 위에서 날아올라, 늪지 주위에 있는 초지(草地)에 내려섰다. 심일도가 주위를 둘러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요호를 사냥하는 거라면, 어째서 처음부터 각 문파에게 사람을 좀 더 보내라고 하지 않았단 말인가? 이정도 인원으로 요호를 죽여보았자 얼마나 죽인다고.”
우유도가 미소지었다.
“정위가 한 말을 잊었습니까? 성존들께서 표묘각에 불만을 표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험은 정확히 말하면 우리를 향한 게 아닙니다. 이 시험은 표묘각을 향한 것입니다. 단지 우리만 재수 옴 붙은 것이지요. 정말 수많은 사람을 안으로 들인다면, 그건 조금 바꾸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도 무는 법입니다.
일부 일들은 천천히 한 걸음씩 진행해야 합니다. 너무 한 번에 큰 혼란을 불러온다면 아래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말을 듣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참으로 상황이 재미있어지겠지요. 사람들의 마음은 각기 다르고, 어떤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나올지 모르는 법 아니겠습니까.”
다소 대담한 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듣기만 해도 불안에 떨 정도였다. 심일도가 마른기침을 하며 말했다.
“동생, 무슨 생각인지 알면 그만이지, 그렇게 너무 노골적으로 밝힐 필요는 없네. 그러다가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네.”
우유도는 웃으며 별말 하지 않았다. 그저 손을 뻗어 표묘각에서 나누어준 수첩을 하나 건네받고는, 그 안에 그려져 있는 황택사지의 대략적인 지도를 들어 눈앞의 위치를 가늠해 보았다.
부화가 한쪽에서 걸어오며 물었다.
“정말로 표묘각 인원들이 간 곳으로 갈 참인가?
지도를 살펴보던 우유도가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부화가 눈살을 찌푸렸다.
“이 방향에 있는 요호들은 표묘각 사람들이 이미 쓸고 지나갔을 것이네. 설사 다 죽이지 않았다 해도, 놀라 도망갔겠지. 우리가 그 사람들 엉덩이를 쫓아다니면, 무슨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겠는가?”
“그 말이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유도가 고개를 들어 말했다.
“그러면 여러분은 다른 지역을 골라 움직이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저는 본문의 두 제자를 데리고 이쪽으로 가겠습니다. 나중에 저희가 한 장소를 골라 만나기로 하지요.”
사람들은 멈칫했다. 전태봉이 갑자기 ‘하하’ 웃으며 말했다.
“동생, 그게 무슨 말인가. 기왕 같이 움직이기도 했으니, 당연히 같이 움직여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동생과 같이 움직이겠네.”
홍개천이 가장 먼저 동의하고 나섰다.
“맞아, 맞아. 부화, 그냥 같이 다닙시다.”
다른 사람들도 연달아 동의하고 나섰다. 다들 우유도를 믿는다면서, 순식간에 의견을 통일했다.
우유도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눈을 치켜떴다. 믿기는 개뿔, 다들 우유도가 뭔가 내막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건 뭐라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다들 그렇게 어처구니없는 일을 믿을지언정, 진실은 그 누구도 믿으려고 하지 않았다. 우유도 또한 별로 설명하고 싶지 않아, 그저 손에 든 지도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진관과 가정걸은 마음이라도 통한 듯 서로를 바라보고는 내심 탄식했다. 도대체 우 장로에게 무슨 매력이 있어, 별말 하지도 않았는데, 이 많은 사람이 따라다닌단 말인가. 그들은 아마 자금동의 다른 장로였다면 이러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했다.
아무튼, 이 중에 당연히 우 장로의 발언권이 가장 강하다 보니, 마음을 푹 놓을 수 있었다. 최소한 그 전에 의지할 곳 없을 때보다 훨씬 나은 상황이었다.
우유도는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고, 사람들은 한참을 기다렸다. 심일도가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
“우 장로, 우리는 자네의 능력을 믿네, 앞으로 어찌해야 하는가. 말이라도 한번 해보게!”
“내 능력이라….”
우유도는 중얼거렸다. 그에게 무슨 능력이 있겠는가. 지금 우유도는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것은 이번 성경단련이 나방비 때문에 아주 큰일 났다는 것이다. 그녀 때문에 우유도는 너무 눈에 뜨이게 되었다. 감히 장담하는데, 지금 우유도는 이미 표묘각의 큰 관심을 받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구대지존조차 그를 주목하고 있을 수도 있었다.
이건 우유도에게 절대 좋은 일이 아니었다. 어쩌면 지금까지 걸어온 우유도의 모든 행적이 다시 한번 정리될 수도 있었다. 다시금 하나하나 분석되어 다시 조명되는 것이다.
우유도가 했던 수많은 일은 사실 은밀하게 진행된 일이었다. 사람들의 큰 관심을 버티지 못할 것이다. 일단 성경이 큰 관심을 끌게 되면, 일부 일맥상통하는 일들이 살짝 이상만 있어도 흔적이 드러날 수 있었다. 그렇게 일단 문제가 생기면 우유도 곁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위험해질 수 있었다.
위험!
다시금 성경에 돌아오는 길에서, 우유도는 거대한 위험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다. 그야말로 피할 수도 없고, 막을 수도 없는 위험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우유도는 어떡해야 할지 고민했다. 다시 성경에 들어오기 전에 그는 이미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어쩌면 그렇게 해야지만 목숨을 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전에 공개적으로 태숙산성 앞에서 오만하게 굴며, 누가 지휘관을 할지는 그가 결정하겠다고 했던 것처럼, 우유도는 더는 자신을 감추고 낮추려는 생각을 버렸다. 이제는 그야말로 최선을 다해 한판 붙어보기로 했다!
“하아!”
우유도는 복잡한 심경으로 하늘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해야 할 일이 있으면 하는 것이지요. 순리에 맡길 수밖에요. 일정과 경로를 어찌할 것인지 알아서들 의논해 보시지요.”
“우리보고 의논하란 말인가?”
심일도가 깜짝 놀라 물었다. 우유도가 끄덕이며 말했다.
“저는 인과응보를 믿기 때문에 좋은 인연을 맺는 걸 좋아하고, 싸우고 죽이며 살업(殺業)을 쌓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러니 움직일 방향은 제가 정할 테니, 어떻게 사냥할지는 여러분이 의논하라는 말이지요.”
말을 마친 우유도는 손에 든 지도를 자세히 살폈다.
사람들은 어리둥절해하며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결국은 우유도의 말에 따랐다. 사람들이 한창 의논하고 있을 때, 조경이 기회를 찾아 우유도에게 다가오더니 물었다.
“나와 자네는 줄곧 아주 비밀스럽게 만났네. 그런데 태숙산성이 어찌 나와 자네의 관계를 안 것인가? 내 당부하는데, 만약 정말 이 일이 밝혀진다면 만수문이 자네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네!”
그 말을 할 때 조경의 말투에는 분노가 숨어있었다. 우유도 쪽에서 정보가 새어나간 것을 의심하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우유도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지금 나를 의심하는 겁니까?”
“그럼 어디 설명해 보게, 저자가 우리 둘을 어찌 엮어 생각한단 말인가?”
“그전에 저도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우리 둘 다 하나의 거대한 허점을 간과한 것 같습니다.
“무슨 허점 말인가?”
“바로 진국에 있는 소평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