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1화. 초견요혼(初見妖狐) (1)
조경이 깜짝 놀라 물었다.
“소평파?”
“잊지 마십시오. 당신 손자가 나를 건드린 일이 바로, 소평파가 파놓은 함정이었습니다. 결국, 당신 손자가 손을 썼지만 저는 아무 일 없었지요. 처음부터 소평파는 당신 손자를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그 후에 발생한 일들을 봐도 다른 사람들은 조 장로와 나를 엮어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소평파의 의심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것은 몹시 어렵지요. 소평파가 진국에 있고, 지금 태숙산성이 그 일들을 폭로한 것을 보면, 누가 배후에서 수작을 부리고 있는지 더 생각할 것 있겠습니까?”
조경이 눈살을 찌푸리면서 저주를 퍼부었다.
“개 같은 자식, 일개 범부가 감히 풍파를 일으키려고 하는군!”
“절대 소평파를 만만히 보지 마십시오. 저는 그와 겨루어 본 적이 있습니다. 보통내기가 아니지요. 제가 수차례 함정을 파고 그를 절망으로 몰아넣었지만, 그는 계속해서 도망쳤고, 제가 직접 북주에서 제경까지 그를 쫓아갔지만, 여전히 그를 놓쳤습니다. 조 장로님은 지금 그에게 찍혔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난 이미 아주 골치 아파졌네.”
“증거가 없는 일인데, 뭘 그리 두려워하십니까?”
조경이 흉악한 얼굴로 말했다.
“내 손자가 사정을 알고 있네. 자네에게 조종당한 것을 보면, 그놈은 그렇게 강골이라고 할 수 없을 것 같군. 일단 소식이 밖으로 퍼져나가면, 만수문은 가장 먼저 그놈을 잡아들여 엄히 심문할 것이네. 자네가 보기에 그놈이 입을 다물고 있을 것 같은가?”
“다들 성경 안에 갇혀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쉽게 소식이 밖으로 전해지지 않을 것입니다. 표묘각은 설사 진실을 안다 한들, 쉽게 수행계 각 문파 사이의 은원과 분쟁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고 말입니다. 그러니 소식을 전해 조 장로를 해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지금 그렇게 골치 아픈 것은 없다 할 수 있습니다.”
조경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단련이 끝나면 어찌하는가? 그렇게 많은 사람이 들었네. 더는 숨길 수 있겠는가?”
우유도가 한숨을 내쉬었다.
“인제 와서 손자가 후환이라는 걱정이 드는 겁니까? 그렇게 걱정되면, 방법을 생각해 입을 죽여 버리면 되지 않습니까!”
어차피 우유도의 손자도 아니었다.
“자네 일이 아니라고 아주 쉽게 말하는군. 지금 와서 살인 멸구를 하라고? 그러면 만수문이 더욱더 의심할 것이네!”
“의심하라고 하십시오. 나는 만수문이 아무런 증거 없이 장로를 어찌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방향이 잡히면 수단이 생기는 법이네. 무슨 일이든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야!”
“앞에는 늑대가 있고, 뒤에는 호랑이가 있군요. 그래서 조 장로님은 어쩌시렵니까?”
“이번 일은 설사 증거가 없다 해도, 그 혐의가 너무 크네. 얽힌 일도 보통이 아니지. 종문은 더는 나를 신임하지 않을 것이네. 다른 사람들도 나를 도와주지 못할 것이야. 종문에서는 내게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모든 권력을 내려놓으라고 강요하겠지. 그리고 내게 다시는 종문의 어떤 일도 맡기지 않고, 나를 연금할 가능성이 아주 크네!”
“음.”
우유도가 끄덕였다.
“조 장로님이 만수문의 고위층으로 오래 지내셨으니, 만수문이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당연히 잘 아시겠지요. 하아, 크게 나쁠 것 없는 결과입니다. 안심하고 노년을 보낸다고 생각하십시오.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먹고 마실 것이 있으니, 아주 좋지 않습니까.”
조경의 얼굴이 씰룩거렸다. 권력이 있을 때 수많은 사람의 원한을 샀다. 일단 권력을 잃으면 어떤 결과가 기다릴지 지금 조경은 우유도와 나불거리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최소한 조경은 남은 여생을 연금된 상태로 지낸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조경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네!”
우유도가 눈을 끔뻑거리더니, 곧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놀리듯이 말했다.
“표묘각에 들어가고 싶으신 겁니까?”
조경이 깜짝 놀랐다. 눈앞에 있는 우유도가 정말로 두려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마음을 이토록 정확하게 추측하다니. 이왕 들켰으니, 조경은 숨기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밝혔다.
“맞네! 이번 단련에서 자네는 우리가 반드시 표묘각을 이기도록 만들어야 하네.”
우유도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지금 장난하시는 겁니까? 나보고 말입니까? 설마 표묘각이 요호를 사냥한 경험이든, 황택사지에 대한 지형의 익숙함이든, 우리보다 훨씬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시는 겁니까. 나보고 뭘 어쩌라는 말입니까? 저를 아주 곤란하게 하시는군요.”
“천도비경의 상황은 여기보다 더 복잡하네. 자네는 그 안에서 일등을 차지했지. 나는 여기서 자네가 수완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네.”
“천도비경과 성경이 같습니까? 빼앗는 것도 불가능하고, 표묘각과 직접 대결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실제 능력을 가지고 성적을 쌓아가야 하는 겁니다. 그러고 보니, 만수문은 짐승을 상대로 경험이 많지 않습니까. 조 장로님이 그 비장의 수법을 동원해서 일등을 하면 그만 아닙니까?”
“헛소리하지 말고, 생각을 좀 하게. 만수문이 정말 그런 능력이 있었다면, 성경에서 지금까지 어째서 사용하지 않았겠는가? 자네는 성경에서 저들 요호를 토벌하기 위해 만수문을 동원한 적이 없는 줄 아는가? 아주 옛날에 이미 시도해 보았네. 하지만 만수문의 수법은 이들 요호에게 아무런 효과가 없었네. 이곳의 요호는 태생적으로 영지가 트였고, 요력이 있어, 보통 짐승을 길들이는 방법은 통하지 않네. 거기에 기운을 없애고 숨을 수도 있어. 추적하기도 쉽지 않지.”
“문파에 남아있는 기록에 따르면, 과거, 성경은 요호들을 상대하기 위해 만수문을 동원했을 뿐만 아니라, 각종 요수(妖修)들조차도 집결시켰고, 그렇게 요호들을 황택사지로 몰아넣었다네. 하지만 그다음부터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하네. 늪지 안을 돌아다닐 수 있는 수많은 요수조차, 이 늪 안에 들어가서 목숨을 잃었다고 하니, 심지어 한 마리 교룡(蛟龍)조차도 이 안에 들어가서 다시는 나오지 못했다고 하더군.”
우유도가 경악했다.
“저들 요호가 그처럼 대단하단 말입니까? 능력에 한계가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말이 맞네. 하지만 문제는 여기 있는 늪이지. 이 늪 안에 자라고 있는 식물이 있네. 바로 우리가 받은 수첩에 적혀 있는 부시등(腐屍藤)이지. 일단 늪에 들어가게 되면, 바닥에 있는 이 식물이 수많은 촉수처럼 뻗어와 몸에 달라붙는다고 하네. 그걸 생각하면 그야말로 공포스럽지 않은가.
반면, 요호는 그 부시등을 먹이로 삼을 수 있으니, 태생적으로 부시등의 천적이라 할 수 있네. 요호가 늪 속에서 자유자재로 돌아다닐 수 있는 반면에 다른 사람들은 불가능한 이유가 바로 거기 있는 것이네. 자네는 수첩에 있는 당부의 말을 잊지 말게. 지상에서 사냥하되, 절대로 늪으로 들어가서는 안 되네.”
“그렇군요.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지금 자네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아무튼, 우유도, 다시 말하겠네. 일단 만수문에서 내 문제를 조사하면, 자네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네.”
“지금 저를 위협하는 겁니까?”
우유도가 조경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며 말했다.
“혹시 지금 죽고 싶어 환장하신 겁니까? 만약 제가 조 장로님보고 죽으라고 하면, 그 목숨이 오늘을 넘기지 못할 것입니다. 내기하시겠습니까?”
“자네는 나를 죽일 수 있지. 하지만 태숙산성의 말을 들은 모든 사람을 죽일 수 있는가? 내 손자가 일단 만수문의 손에 떨어지면, 그리고 일단 그놈의 입에서 자네가 한 일이 폭로된다면, 비록 자네 손에 수많은 정예 병력이 있다고 한들, 만수문이 끼어들면 어떤 끔찍한 최후가 기다릴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조경은 다시 부드러운 어투로 이어 말했다.
“우유도, 난 다른 뜻이 있는 것이 아니네. 하지만 표묘각에 가입하는 것은 우리에게 기회라고 할 수 있지. 우리가 만약 표묘각의 사람이 된다면, 만수문이 감히 우리에게 경거망동할 수 있겠는가? 자네에게 도우라고 한 것은 방금 말했던 이유 말고도, 최소한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자네의 말을 따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네는 일부 내막까지 알고 있지 않은가. 이건 단순히 나를 돕는 것뿐만 아니라. 자네 자신을 돕는 것이기도 하네!”
우유도가 조경을 빤히 바라보더니 갑자기 미소지으며 말했다.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좋습니다. 최선을 다해보지요!”
다만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우유도는 다른 사람들과 달랐다. 다른 사람들은 본문의 치부를 적어 제출했기 때문에 성경에 약점이 잡혀있는 상태였다. 덕분에 성경에게 손쉽게 퇴로가 끊길 수 있었다. 하지만 우유도가 적어낸 것은 아주 쓸모없는 내용이었다. 당연히 표묘각에 들어가려고 할 필요 없었다.
우유도는 이미 어느 정도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적어낸 것들 덕분에, 주도권이 이미 성경의 손에 있었다. 성경은 그걸 활용할 수 있는 수많은 방법이 있었다. 문제를 크게도, 작게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니 성경에 들어온 사람들은 그야말로 더는 물러날 곳이 없었다.
덕분에 구대지존이 표묘각을 정돈하는 데 훌륭한 보조장비가 되었다. 만약 표묘각이라는 고유이익집단과 맞서 싸우다가, 나중에 표묘각에 가입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게 뭐 그리 좋은 일이겠는가. 그러니 물러설 곳이 있는 한 굳이 표묘각에 들어가, 그들과 같이 나쁜 짓을 하고 다닐 이유가 없었다.
심지어 우유도는 밖에 수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유도는 표묘각에 가입하기 위해 밖에 있는 사람들의 생사를 도외시할 수 없었다. 그리고 조경의 이런 위협은, 성경이 우유도에게 주는 위협과 비교해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우유도에게 이미 폭로된 조경은, 만수문에서 영향을 발휘하지 못하는 조경은 이미 이용가치가 없었다.
* * *
사람들은 움직이는 방식을 확정한 후, 끝없이 펼쳐진 늪지대 깊숙한 곳으로 출발했다.
그렇게 전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마침 한 늪지 중앙에 있는 언덕에 올라섰을 때, 우유도는 늪 안에서 한 마리 더러운 쥐가 기어 나오는 것을 보고, 의아해하며 말했다.
“여기에 동물이 살지 못한다고….”
아직 우유도의 말이 끝나지 않았을 때, 그 모습을 본 조경이 손가락을 튕겨 경풍을 쏘아 보내 쥐를 죽이려고 했다.
하지만 거대한 쥐는 기이할 정도로 빠른 반응속도를 보여주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에게 무언가 날아온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그 즉시 늪 속으로 뛰어들어 가라앉았다.
쾅!
조경이 발사한 기운이 늪과 만나 폭발했다. 동시에 두 제자가 몸을 날려 그곳에 다가가더니, 법력을 이용해 늪을 휘저으며 수색에 들어갔다.
우유도가 유쾌한 얼굴로 말했다.
“조 장로님은 지금 태숙산성 때문에 화난 마음을 저 큰 쥐에게 풀고 있는 겁니까?”
“쥐?”
조경이 뒤돌아보며 말했다.
“저것이 바로 요호라네. 진흙 때문에 그 모습이 저래 보일 뿐이니, 나중에 본다면 절대 놓치지 말게나.”
그는 만수문의 선인이 적어놓은 기록에서 경험을 얻었다. 반면 나머지 우유도 일행은 그 말을 듣고 멈칫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방금 그것이 요호라고?
바로 이때 서화가 ‘헉’ 소리를 내며 늪에서 하늘로 뛰어올랐다. 사람들이 그런 서화를 바라보니, 그의 발목에 한 마리 진흙을 뒤집어쓴 뱀이 감겨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