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화. 초견요혼(初見妖狐) (2)
서화가 뛰어오른 덕분에 뱀이 뒤집어쓴 진흙이 모두 떨어져 나갔고, 뱀의 본 모습이 드러났다. 그것은 뱀이 아니라 검은색의 덩굴이었다. 곧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수첩에 기록된 부시등을 떠올렸다!
늪 속에서 ‘휙휙’ 소리를 내며 십여 가닥의 진흙 촉수가 다른 만수문의 제자를 향해 튀어나왔다. 그 제자는 그대로 몸을 날려 다시 언덕 위로 올라왔다.
촉수는 다시 공중에 있는 서화를 붙잡고자 쏘아져 나갔다. 반면 공중에 있는 서화는 법력을 이용해 다리를 흔들었지만, 촉수는 끊어지지 않았다. 그것만 보아도 부시등이 얼마나 질긴지 알 수 있었다.
챙! 결국, 서화는 검을 뽑아 들고서야 촉수를 잘라낼 수 있었다.
곧이어 날아든 십여 가닥의 촉수들 또한 모두 서화의 검기에 여기저기가 잘려나갔다. 촉수가 잘려나간 부위에서는 푸른색의 액체가 흘러내렸다.
서화는 그대로 몸을 돌려 다시 언덕 위로 내려섰다. 서화의 발목에는 여전히 절단면에서 푸른 액체를 흘리고 있는 촉수가 느리게 꿈틀거리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었다.
서화가 조경에게 보고했다.
“요호를 놓쳤습니다.”
조경이 끄덕였다.
“역시나 교활하기 그지없군. 아마도 아래 부시등이 있는 것을 알고 우리를 끌어들인 것 같구나.”
그리고 서화에게 물었다.
“발은 어떠하냐?”
“기록된 것과 같습니다. 살짝 마비된 것 같습니다.”
서화는 법력을 이용해, 자신의 다리 피부 사이를 파고 들어간 검은색 바늘을 끄집어냈다.
사람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수첩에 적힌 바에 따르면, 부시등의 줄기에는 단단하고 가는 바늘이 숨겨져 있어, 뾰족하기 그지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 바늘은 부시등이 사냥할 때 보조역할을 하며, 사냥감을 천천히 마비시켜 반항하지 못하게 한다고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런 독은 수행자에게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딱히 극독도 아니었으니 법력을 이용해 뽑아내면 그만이었다.
다만 아무리 하찮은 독이라 해도, 수많은 줄기에 온몸이 휩싸여 대량으로 중독된다면, 수행자라 해도 무사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이 상황을 직접 눈으로 본 사람들은 그야말로 안계를 넓힌 것이었다. 잠시 후, 바늘에 찔린 부분의 혈색이 돌아오며, 다리 감각도 정상을 되찾았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움직이며 자신들의 사냥 단련을 이어나갔다. 일행이 움직이는 주위에는 남다른 자연풍경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다.
늪지 위에는 흐릿한 안개가 떠다녔고, 수시로 각종 기화이초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마치 자신의 아름다움을 앞다투어 뽐내는 느낌이 들었다. 일부 식물은 육식을 하기도 했다. 날아다니는 벌레들이 안에 들어가면 꽃들은 즉시 잎을 닫아 벌레들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
한 숲에서 휴식을 취하게 된 일행은, 먹고 마실 음식이 부족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사람들은 먹고 마실 것을 가져오지 않았다. 하지만 산중에는 먹을 수 있는 식물이 많이 있었고, 목이 마를 때는 사발처럼 생긴 나뭇잎을 가르면 그 안에서 맑은 이슬이 흘러나왔다.
어떤 것을 먹어도 되는지, 어떤 것을 먹으면 안 되는지, 표묘각에서 나누어준 수첩 안에 다 적혀 있었다.
물론, 먹고 마시는 일이 수행자에게는 매일 해야 하는 행위가 아니었다. 수행자들은 수련을 거듭해 자신의 육신에 대한 강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었으니, 음식 또한 섭취한 후, 그 양분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몸을 통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신과 수련경지 모두 결국은 육신에 묶여 있는 것이기 때문에, 육신을 벗어나지 않는 이상, 생명을 지속하기 위한 양분을 필수적으로 보충해줄 필요는 있었다. 그렇지 않고 육신이 스러지면, 그다음은 결국 정신과 수련경지가 붕괴될 것이다. 사람은 어찌 됐든 육신에 속박된 존재였다.
그러므로 원영기를 돌파하는 것이 모든 수행자의 꿈인 것이었다. 원영기에 도달하면, 더는 육신에 얽매이지 않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불로불사였다.
영아란 새로운 탄생을 의미했다. 원영이란 그 단어 그대로, 원시의 새로운 탄생이다. 원영의 경지란 바로 원시에서 새롭게 탄생한, 완전히 새로운 경지인 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경지, 그 경지에 도달하면 일반적인 피와 살로 이루어진 연약함을 벗어던진 육신은 더욱 큰 힘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그건 무수한 수행자들이 꿈에서라도 도달하고자 하는 경지였다. 하지만 현실은 잔혹했다. 저 높은 곳에서 발언권을 장악한 사람들은 그 자리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자 하지 않았다. 덕분에 후발주자들은 그곳에 올라가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
* * *
어쩌면 일행이 지나가는 길을 표묘각의 사람들이 이미 한번 쓸고 지나갔기 때문일까. 우유도 일행은 별다른 수확이 없었다.
일행은 이미 기존의 방법대로 각 문파를 한 조로 나누고, 넓게 분산되어 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수색과 사냥 범위는 우유도를 중심으로 하고 있었으며, 전방의 한 지점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그곳은 우유도가 지도를 보고 선택한 곳이기도 했다.
드넓고 적막한 늪지대.
은은한 안개가 피어오른 가운데 세 사람의 인영이 보였다.
우유도는 자금동의 두 제자를 데리고 느긋하게 전진하고 있었다. 또 한 늪지대 중앙에 있는 언덕을 만나자, 우유도가 그곳으로 날아올라 손짓하며 말했다.
“힘들구나, 좀 쉬자.”
우유도를 따라 언덕에 내려선 진관과 가정걸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곧 가정걸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장로님, 얼마 걷지 않았습니다. 아직 괜찮으니 좀 더 수색해 보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우유도는 이미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검은색에 황금색 반점이 있는 아름다운 꽃을 따더니 그 냄새를 맡으며 가볍게 말했다.
“나는 천도비경에 가보았다!”
두 사람이 다시 서로를 돌아보았다. 우유도가 무슨 의미로 저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진관이 말했다.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 장로님께서 천도비경에서 비바람을 일으키며, 다른 세력을 압도하고 일등을 했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장로님, 혹시 저희에게 천도비경에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우유도는 두 사람에게 앉으라고 손짓했다. 곧 두 사람은 매우 흥미로워하며, 기대 가득한 얼굴로 우유도 곁에 앉았다.
사실상 두 사람의 나이는 우유도보다도 한참이나 많았다. 하지만 우유도와 같이 지내면서 두 사람은 나이 차이를 더는 고려하지 않게 되었다.
“천도비경에서 서로 빼앗고 죽이며 피비린내 나는 경쟁을 했지. 그래 봤자 결국은 남을 죽이고 강도질하는 것에 불과한 일이다. 엄입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도 천도비경에 많이 다녀오지 않았더냐. 만약 듣고 싶다면 그들 동문에게 들으면 될 것이다.”
진관이 말했다.
“그것과는 다릅니다. 그들이 알고 있는 것이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엄입 장로님께 저희가 감히 어찌 면전에 대고 이런 것을 물을 기회가 있겠습니까. 우 장로님, 아마 잘 모르시겠지만, 종문에서 수많은 제자가 장로님께서 천도비경에서 하신 일을 궁금해합니다. 그들은 줄곧 ‘자금잡기’를 주목하며, 장로님께서 본인의 경험을 수록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만 장로님께서는 한 글자도 적지 않으셨지요.”
“공개된 물건이다. 너희가 보고 싶은 것이 그 안에 어찌 있겠느냐? 내가 적고자 해도, 종문이 감히 수록할지는 두고 봐야겠지!”
가정걸이 말했다.
“그럼 장로님께서 직접 이야기해주십시오.”
“그런 것이 아니다. 너희가 힘들지 않다고 하기에 하는 말이다. 내가 천도비경을 언급한 이유는 너희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처했을 때는 몸을 가장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다. 너희가 나를 따라 성경에 들어왔으니, 나는 종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너희를 최대한 살려서 돌아가야 할 책임이 있다.”
물론 이건 헛소리였다. 진관이 탄식했다.
“장로님, 저희가 느긋하게 움직이며, 반 시진도 안되어 한 번씩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약속된 장소에 도착하려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습니다. 약속한 시각까지 그곳에 도착하지 못해, 다른 사람들과 만나지 못할까 봐 걱정입니다.”
그러게 말이다. 두 사람은 우유도가 처음부터 요호를 사냥할 생각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중간에 요호를 발견했었는데, 우유도는 그들에게 뒤를 쫓지 말라고 명령했다.
“걱정하지 말아라. 다른 사람들은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있지만, 우리는 목적지로 직진하고 있으니, 늦을 일 없다.”
말을 마친 우유도는 다시 손에 든 꽃을 들고 꽃술의 생김새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렇게 어쩔 수 없이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가정걸이 갑자기 우유도를 불렀다.
“장로님!”
진관이 가정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려 바라보더니, 즉시 몸을 긴장시켰다. 마치 당장이라도 시위에 걸린 화살처럼 쏘아져 나갈 것 같은 모습이었다.
우유도가 뒤돌아보니, 멀지 않은 곳에 온몸에 진흙을 묻힌 생물이 언덕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그 생물이 몸을 흔들어 진흙을 털어내자 눈처럼 하얀 털이 나타났다. 분명 한 마리 흰색 여우였다.
듣기로 요호는 대부분 흰색이라 했다. 우유도는 다시 고개를 돌려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두 사람을 보고는 물었다.
“뭘 그리 긴장하고 있느냐?”
두 사람이 요호를 발견하고도 움직이지 않은 것은, 그 전에 우유도가 줄곧 두 사람을 저지하며, 자신의 허락이 없이는 절대 먼저 손을 쓰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이때 진관이 말했다.
“장로님, 긴장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손을 쓰지 않으면 도망갈 겁니다.”
“도망가면 도망가는 거지,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사냥하면 충분하다.”
우유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는 풀 더미 안에서 돌멩이 하나를 집어 손을 뒤집고는 손가락으로 쏘아 보냈다. 날아간 돌멩이는 여우가 있는 언덕 옆에 있는 늪에 맞았다. 고의로 다른 곳으로 날린 것이다.
다른 곳에 날렸을 뿐만 아니라, 별로 강하게 날리지도 않은 것을 보고 두 사람은 어이가 없었다.
두 사람을 더욱 어이없게 하는 것은, 그 요호가 도망치지 않고, 우유도가 던진 돌멩이 덕분에 몸에 튄 진흙을 다시 털어내며 몸을 깨끗이 하고는 아주 고아한 척 언덕 위에 우뚝 서서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저런 건방진!”
가정걸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전에 만났던 요호들은 최소한 그들을 보면 도망이라도 쳤다. 이건 완전히 자신들을 무시하는 행위였고, 도발하는 행위였다.
“확실히 건방지긴 하군.”
우유도가 참지 못하고 유쾌하게 웃었다. 하지만 다시 고개를 돌려 가정걸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손짓했다. 그때, 가정걸이 갑자기 소리쳤다.
“장로님, 저것 보십시오.”
우유도가 다시 뒤돌아보니, 그 요호의 두 눈 사이, 미간 부분에 털이 갈라지며, 세 번째 눈인 수안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 눈동자는 마치 보석처럼 아름다웠다. 눈동자는 금색 테두리를 가지고 있어 다소 요사스럽게 보이기도 했다.
그건 마치, 요호가 이들에게 자신이 바로 너희들이 잡으려고 하는 요호가 맞다고 알려주고 있는 듯했다. 진관이 이를 보고는 말했다.
“요호의 수안은 육안으로 보지 못하는 걸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수행자의 법안과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장로님, 저건 바로 저희에게 필요한 물건입니다. 여기까지 오면서 수확이 하나도 없지 않았습니까.”
이건 사실상 우유도에게 손을 쓰라고 재촉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유도는 그들을 무시했고, 여전히 그들이 손을 쓰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돌려 요호와 시선을 마주하며 서로 관찰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