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4화. 요호범람(妖狐氾濫)
그날 저녁, 흩어져 움직이던 인원들은 각자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에 모였다. 어느 정도 성과가 있긴 했지만, 그러나 많지는 않았다.
각 조는 겨우 한두 개의 수확을 얻었을 뿐이었다. 다만 만수문은 역시 만수문이었다. 일부 동물의 태생적인 반응에 매우 날카롭게 반응했고, 덕분에 다섯 개의 수확을 얻을 수 있었다.
심지어 조경은 직접 한 마리 요호를 산 채로 잡아 오기까지 했다. 아마도 일행의 사냥 능력을 올리기 위해서 특별히 살아있는 요호를 잡아 온 듯했고, 이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
요호의 일부 특성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알려준 조경은 검을 뽑아 요호의 피 묻은 수안을 깔끔하게 파냈다. 그리고는 아래 제자들에게 던져 보관하게 했다.
“끼악, 끼악….”
요호는 수안이 파내질 때, 참담한 비명을 내뱉었다. 이빨을 드러내고, 털 사이에 숨겨 놓은 날카로운 발톱을 꺼냈다가 넣기를 반복하며 커다란 고통에 몸부림쳤다.
진관과 가정걸은 조용히 우유도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우유도는 차가운 눈으로 방관하고 있었다. 딱히 큰 흥미를 보이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나서서 저지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는 요호의 시체를 던져버린 조경은 검을 집어넣고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우리 모두 스물한 개의 수확이 있었소. 너무 적은 것 같소.”
조경의 안색이 심각했다. 땅에 널브러진 요호는 움직임이 없어졌다. 다만 이마에 뚫려 있는 구멍에서는 계속해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우유도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참 죄송합니다. 다들 수확이 있으신데, 저는 하나도 얻지 못했군요. 어째, 여러분의 발목을 잡는 느낌입니다.”
진관과 가정걸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우 장로님을 볼 때 어느 정도 측량하기 어려운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심계가 아주 깊다는 느낌을 받고는 했다. 예전에 자금동에 있을 때는 느낄 수 없었던 느낌이었다.
우 장로님뿐만이 아니었다. 우 장로님 곁에 있는 그 큰 덩치도 두 사람이 보기에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처음에 원강이 두 사람을 불러 훈련을 시키려고 했을 때, 두 사람은 그런 원강의 태도가 매우 같잖게 보았고, 훈련을 받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초려별원에서 요구했고, 종문에서는 그들에게 우유도에게 적극적으로 협조하라고 하니, 거절할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원강의 훈련을 받은 후에는, 두 사람 모두 원강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부 이론과 수단은 그들의 안계를 크게 넓혀주었다. 그 후부터 두 사람은 천천히 마음을 내려놓고 겸허하게 배우게 되었다.
비록 출발을 앞두고 급하게 훈련을 받아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이들 두 사람에게는 얻는 것이 적지 않은 시간이었다.
심일도가 ‘하하’ 웃으며 말했다.
“우리의 발목을 잡는 건 상관없소. 그저 단련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고 있기만 하면 되오. 그것이 가장 중요하지. 그렇다면 우리는 그대가 우리 발목을 잡든 말든 신경 쓰지 않을 것이오. 그러니 어디 마음껏 우리 발목을 잡아당기시구려. 다들 그렇지 않소이까?”
사람들이 유쾌하게 웃거나, 미소지었다. 다들 의미심장한 얼굴이었다.
우유도 또한 미소지으며 물었다.
“그래, 제가 여러분께 주의해서 관찰하라고 한 일은 어찌 되었습니까?”
부화가 고개를 저었다.
“우리 쪽에서는 표묘각 사람들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어.”
“없었네!”
사람들이 다들 고개를 저으며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유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다들 그 일을 소홀히 하지 말고, 내일 계속해서 확인해 주십시오. 일단 발견하면, 반드시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음, 알겠네!”
사람들이 대답하며 끄덕이거나, 묵묵히 알았다는 듯이 끄덕였다. 이때, 전태봉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동생, 표묘각의 사람들을 왜 찾으려고 그러는 것인가. 설마 저들의 물건을 빼앗으려는 것은 아니겠지?”
“제가 아직 그 정도로 대담하지는 않습니다. 형님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계시다니, 그럼 제가 그 소원을 이루어 드리겠습니다. 여러분, 표묘각 사람들의 흔적을 발견하면, 전 장로님께 연락을 주십시오. 그럼 전 장로님이 가서 빼앗으시겠답니다. 물론, 이런 전적으로 전 장로님 혼자의 행동이며, 저희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크게 웃었고, 그중에는 ‘좋아’를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다들 장난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성경에서 서로 담합하여 물건을 빼앗지 못하게 정해놓은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감히 빼앗는다면, 그건 자기 무덤을 파는 것이었다. 심지어 표묘각의 것을 빼앗는다고?
“어허, 어허!”
전태봉이 소란스러워진 사람들에게 손사래를 쳤다. 또 의아해하며 우유도에게 물었다.
“동생, 도대체 그들을 왜 찾으려고 하는 것인지, 말해줄 수 없겠는가?”
우유도는 그 이유에 대해 말해주지 않았다. 단지 다시 당부의 말을 전할 뿐이었다.
“아무튼, 모두 여러분을 위해서입니다. 그러니 다들 표묘각의 사람들을 찾는 것에 진지하게 임해주십시오.”
우유도가 성경의 내막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우유도가 저렇게까지 말했으니, 당연히 진지하게 임해야 했다. 그렇게 하지 않을 거면, 처음부터 우유도를 따를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밤이 깊었습니다. 월접도 없고 이곳의 환경에도 아직까진 익숙하지 않으니, 밤에 사냥하기에 많이 불편할 것 같습니다. 다들 일찍 휴식을 취하시지요.”
우유도가 사람들에게 말하고는, 자기 먼저 한쪽으로 가서 가부좌를 틀고 자리에 앉았다.
진관과 가정걸은 우유도의 곁에서 돌아가며 휴식을 취하고, 경계를 섰다. 우유도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두 사람은 아주 사소한 이상에도 빠르게 반응했고, 경계했다.
다른 사람들도 일찍부터, 진관과 가정걸 두 사람의 경각심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한 단서를, 두 사람은 바닥에 엎드려 풀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얼마 전에 뭔가가 이곳을 지나갔다고 사람들에게 당부하고는 했다.
그리고 시종일관 우유도의 안전을 중심으로 두고, 언제나, 어디서나 자신들에게 유리한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항상 방심하지 않고, 우유도에게 일어날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 엄중하게 대비하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들은 다시 곁에 있는 제자들을 둘러 보았다. 자금동의 두 제자와 비교해 보면, 차이가 유독 두드러졌다. 한두 마디로 줄일 수 있는 격차가 아니었다. 진관과 가정걸에게는 상당한 전문성이 보였다.
저런 제자가 곁에 있으니, 적지 않게 안심이 될 것 같았다.
사람들은 살짝 부러워졌다. 저 둘이 자금동의 제자일 뿐, 우유도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임시로 우유도를 따르는 것일 뿐이었다. 설마 자금동의 제자가 모두 저리 뛰어나단 말인가? 과거에 자금동의 제자를 만나보지 않은 것이 아닌데, 그전에는 어찌 몰랐단 말인가. 설마 그전에는 그저 간과했던 것일까?
“보이느냐? 안개가 날아와도 먼저 가서 냄새를 맡아보지 않느냐. 너희도 좀 배우거라!”
전태봉이 그 모습을 보고는 다소 불만이라는 듯이 능소각의 두 제자에게 훈계했다. 자금동의 두 제자와 비교하니 능소각의 제자는 마치 나무토막처럼 미련해 보였다.
다음 날,
날이 밝았다. 사람들은 다시금 사전에 계획된 대로 퍼져서 주위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우유도 일행도 계속해서 늪지대 사이를 거닐며 쉬기를 반복했다. 유유자적하기가 마치 요호를 사냥하는 중이 아니라, 구경을 나온 사람들 같았다.
다만 우유도의 의도를 이미 확실히 이해한 두 사람은 요호를 사냥할 생각을 버렸다.
하지만 천천히 그 두 사람뿐만 아니라, 우유도조차 뭔가 주위 분위기가 이상해진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오늘 상황은 어제와 분명하게 달랐다. 주위에 요호가 매우 빈번하게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어쩌면 세 사람이 요호에게 손을 쓰지 않는 것 때문일 수도 있었다. 오후가 되자, 한 무리의 요호가 나타났다. 놀랍게도 수십 마리 요호가 이들 일행 곁을 뛰어다닌 것이다.
하지만 세 사람은 여전히 그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이들 주위에 서서히 수많은 요호들이 모여들어 뛰어놀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본 진관과 가정걸은 손이 근질근질했다. 만약 우유도의 말을 사전에 듣지 않았다면, 어쩌면 참지 못하고 손을 썼을 수도 있었다.
진관이 혀를 차며 말했다.
“황택사지에 요호가 이처럼 범람한단 말입니까?”
가정걸이 그 말을 받았다.
“어쩌면 어제는 충분히 깊이 들어오지 않아서 잘 못 본 것일 수도 있지. 오늘은 더욱 깊게 들어왔으니, 요호의 본거지에 더 가까워진 것일지도 몰라. 그 때문에 이렇게 눈에 많이 뜨이는 걸 수도 있어.”
진관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오늘 저녁에 일행과 만날 때, 다른 사람의 수확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늘도 빈손으로 돌아간다면, 변명할 말이 없을 것 같습니다, 장로님.”
물론, 우유도도 장님이 아니었다. 상황이 바뀌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껏 주위 상황을 주의 깊게 살폈지만, 황택사지에 처음 온 것이다 보니, 지금 상황이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알 수 없었다. 이에 우유도가 담담히 입을 열었다.
“걱정할 것 없이 계획대로 진행하면 그만이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닌 이상, 내 허락이 없이 절대 경거망동하지 말아라.”
두 사람은 즉시 일어나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세 사람이 계속 전진했다. 그리고 그들이 늪지 중앙에 있는 언덕의 풀밭에서 휴식을 취하며 법력을 회복하고 있을 때, 주위를 경계하던 두 사람은 또다시 이상함을 감지했다.
진관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사색하고 있는 우유도에게 조용히 말했다.
“장로님, 왼쪽을 좀 보십시오. 검은색 요호가 있습니다.”
우유도가 살짝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늪지 안에서 장난치는 하얀색 요호, 백호(白狐) 사이에 언제부터인가 검은 윤기가 흐르는 검은색 요호, 흑호(黑狐)가 한 마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흑호는 높이 뛰어오르더니 근처 언덕 위로 내려섰다. 흑호는 큰 하품을 한번 하고는 그대로 풀밭에 털썩 엎드려 유유자적 낮잠을 자려 했다.
“아주 거만한 놈입니다. 감히 저희 앞에서 잠을 자려 하다니요. 그야말로 저희를 안중에 두지 않는 것입니다.”
가정걸이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그가 보기에 흑호는 지금 자신들을 도발하고 있었다.
우유도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한참을 지긋이 바라보더니 다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에 들어갔다. 눈 앞에 펼쳐진 유혹에도 마치 늙은 중처럼 담담했다.
진관과 가정걸은 그 모습을 보고, 우유도가 여전히 자신들이 손을 쓰는 것을 허락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두 사람은 결국 흑호를 잡아들이고 싶은 욕심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
법력이 다 회복된 후, 우유도가 다시 눈을 떴다. 그때 풀밭에 있던 흑호는 이미 사라져 버렸고, 주위에 뛰어놀던 백호들도 모두 사라졌다.
일행은 다시 출발했고, 중도에 갑자기 요호가 범람하던 상황이 사라진 것이다. 심지어 요호의 숫자가 더욱 줄어들었다. 마치 첫날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렇게 저녁이 되었을 때, 일행은 다음 집결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유도 일행이 가장 먼저 도착했고, 다른 일행들이 하나둘 도착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