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6화. 우유도, 비겁하고 후안무치한 소인배!
우유도가 웃으며 말했다.
“그냥 다시 가져가.”
“…!”
곤림수가 깜짝 놀랐다. 우유도가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했다.
“마음만 받도록 하지. 난 필요 없어.”
우유도는 이어서 설명했다.
“이번에 개인의 성적은 중요하지 않아. 결국, 최후에는 우리 단련 인원들의 성적을 하나로 모아서 표묘각과 비교해야 할 것이니 말이야. 네가 얻은 수확 중에 부화에게 주는 양 빼고는, 모두 천화교에게 주도록 해. 열심히 노력해서, 천화교에게 네 성의를 보여주도록 해.
그러면 네 사부가 천화교에서 좀 더 나은 대접을 받을 수 있겠지. 예의상 하는 말이 아니야. 진심으로 하는 말이니, 다시 가져가서 잘 숨기고 있어. 부화 쪽은 내가 잘 일러두었으니, 너를 도와 잘 숨겨줄 거야.”
강호의 사람들이 ‘도야’(盜爺)를 ‘도야’(道爺)라고 바꿔 부르게 된 것은, 당연히 우유도에게 남다른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우유도라는 사람은 덕(德)으로 사람을 탄복시킬 줄 알았다.
곤림수는 멍한 얼굴로 우유도를 바라보았다. 그의 마음속에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이 솟아올랐다.
“그만 가봐, 더 오래 있으면 우리 둘 다 곤란해질 테니.”
우유도의 말을 듣자, 곤림수는 망설일 수 없었다. 곤림수는 별말 하지 않고 풀밭에 있는 수안 세 개를 집어 들고는 일어나 그곳을 떠났다.
어쩌면 전투에서 패배하고 우유도의 손에 떨어진 그 순간부터, 곤림수는 진정한 인생의 단련을 시작한 것일지도 모른다.
우유도는 모닥불을 벗어나는 곤림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는 다시 지도를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우유도는 이제 손을 쓰려 하고 있었다. 반드시 계획을 좀 더 완벽하게 세워야 했으며, 하다못해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을 방비해야 했다. 그러니 심사숙고해야 했고, 신중하게 고민해야 했다. 지금 상황에서 단 한 걸음도 실수할 수 없었다.
* * *
성경 내부에서 단련을 하고 있는 각 문파의 사람들은 외부의 일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외부에 있는 각 문파도 성경 내부의 일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 우유도가 성경을 떠나 자금동에 돌아왔다는 소식은 이미 널리 퍼져 있었고, 적지 않은 소동을 일으켰다. 물론, 그걸 모르는 사람도 존재했다.
한 외진 곳에 있는 작은 농가,
흙으로 세워진 담장 안으로 조등현이 들어섰다. 농가는 아주 조용했으며, 한쪽에는 여러 넝쿨 채소들이 자라고 있었다.
안에 인기척이 없는 것을 보고, 조등현이 입을 열었다.
“금환, 금환….”
크게 불러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조등현은 집안으로 뛰쳐들어갔다가, 다시 방마다 문을 열고 확인해 보았다. 주방마저도 확인해 보았지만,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집 안에 있는 물건들을 보니, 일반 사람들이 평소에 사용하는 물건이지, 수행자가 사용하는 물건으로 보이지 않았다.
조등현은 문득 경각심이 들어 신속하게 밖으로 뛰쳐나왔다. 농가의 마당에는 자신과 같이 온 유선종의 장로 오소환이 서 있었다.
한쪽 팔이 없는 오소환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있었다.
“사람은 어디 있습니까?”
조등현이 앞으로 나와 굳은 얼굴로 물었다.
“오 장로님, 여기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어디 있습니까? 수작 부리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곳에 오기까지 정말 쉽지 않았다. 이곳은 소요궁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이었는데, 그는 아직 소요궁의 날짐승을 동원할 수 있는 자격이 없었다. 게다가 결국 그는 소요궁의 제자였으니, 맡은 직책이 있어서 이곳에 수시로 올 수도 없었다.
오소환이 다소 괴이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조 선생님, 잠시 기다리지요. 곧 도착할 겁니다. 멀지 않았습니다.”
조등현이 깊은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그냥 유선종에서 만날 수는 없는 것입니까? 어째서 저를 이런 외진 농가로 데려오신 겁니까?”
오소환이 한숨을 내쉬었다.
“어떤 일은 너무 많은 사람이 알아서 좋을 것이 없습니다. 우리도 모두 조 선생님을 위해서 이러는 것입니다. 잠시 후면 아실 수 있으실 겁니다.”
조등현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렸다.
“도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는 겁니까?”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밖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황금환이 문밖에 나타났다. 두 부부는 서로를 빤히 바라보았다.
조등현은 황금환에게 적지 않은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살이 찌기도 했고, 피부도 하얗고 보드라워진 것 같았다. 수행자의 모습이 조금 사라지고, 보통 여인의 느낌이 짙어졌다.
자신의 부인이 무사한 것을 보고, 조등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황금환이 입술을 깨물고 천천히 마당 안으로 들어왔다.
“조 선생님, 이것 보십시오. 제 말이 맞지요? 좋습니다. 잠시 떨어졌다 만나면 신혼보다 더 애틋하다는 말이 있지요. 그럼 전 잠시 자리를 비켜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소환은 남아 있는 한쪽 팔로 수염을 누르고 살짝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농가를 떠나갔다. 오소환이 팔을 휘두르자 바람이 불어 농가의 대문이 닫혔다.
다른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황금환은 달려가 조등현의 품에 안겨 작게 속삭였다.
“조랑.”
조등현도 그녀를 잠깐 껴안으면서 온기를 나누고는 부드럽게 떼어냈다. 그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어째 당신 종문이 좀 괴상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 같소. 우리가 종문에서 만나면 안 된단 말이오? 어째서 이처럼 낡은 곳에서 만나야 한단 말이오?”
황금환의 얼굴에 고통스러움이 떠올랐다.
“저는 종문을 떠난 지 좀 됐어요.”
조등현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종문을 떠나다니? 그럼 지금 어디 있는 것이오?”
황금환이 고개를 저었다.
“저도 제가 어디 있는지 몰라요. 그저 어딘가에 있는 산 안에서 엄중하게 감시받고 있어요.”
“감시?”
조등현의 안색이 심각해지더니 물었다.
“어찌 된 일이오?”
황금환이 주위를 둘러보더니 말했다.
“여긴 대화를 나누기 좋은 곳이 아닌 것 같아요. 일단 안으로 들어가요.”
그녀는 조등현의 손을 끌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문을 굳게 닫고는 방안 구석구석을 살펴보았다. 또 창틈으로 외부를 살피기도 했다.
그녀의 행동을 보고 조등현은 크게 동요했다. 그녀에게 다가가 두 손을 그녀의 어깨에 올리고 물었다.
“금환, 알려주시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오?”
황금환이 우물쭈물하더니 결국은 눈시울을 붉혔다. 곧 눈물이 볼을 타고 조용히 흘러내렸다. 조등현은 경악하며 그녀의 어깨를 흔들었다.
“무슨 일이오. 말을 하시오!”
황금환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조등현의 한쪽 손을 잡고 어깨에서 끌어 내렸다.
가슴을 지나 치맛자락을 펼치며 손이 복부에 닿았을 때, 조등현은 돌연 깜짝 놀랐다. 그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내렸다. 그의 눈이 아래로 내려가자, 황금환의 배가 꽤 많이 부풀어 올라있었다. 그의 손이 그렇게 그녀의 복부에 머물러 있었다.
조등현의 호흡이 다급해졌다. 그리고 다급하게 손을 빼 들더니, 마치 뱀에 물리기라도 한 것처럼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치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회임한 것이오?”
황금환이 여전히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넉 달이 넘었어요.”
조등현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계산을 해보면, 마침 저번에 만났던 시점이 아닌가? 정신을 차린 조등현은 다급해졌다.
“금환, 미쳤소? 내가 말하지 않았소. 지금 우리 상황이 좋지 않으니, 아직 아이를 가질 시기가 아니라고 말이오. 이리도 분별없이 행동한다면, 나중에 사문에 뭐라 변명한단 말이오? 그리고, 만약 아이가 수련에 적합하지 않은 몸을 타고난다면, 우리가 그 아이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있소? 우리의 신분과 지위가 올라간 후, 아이를 돌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나서 가져도 늦지 않는단 말이오!”
“미안해요. 미안해요. 다 제 잘못이에요. 다 제 잘못이에요….”
황금환은 연신 고개를 저으며 사과했다.
그녀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조등현은 마음이 약해졌다. 다시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를 껴안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됐소. 이미 아이가 생겼으니, 같이 현실을 마주합시다. 그래 봤자 사문에서 훈계를 받고 말겠지. 정말 안 되면, 더는 출세 같은 건 신경 쓰지 말고, 조용히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오.”
비록 가볍게 말했지만, 이건 모두 어쩔 수 없기에 그런 것이다. 한 문파에서 다른 사람 밑에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면서 산다면 어찌 그 삶이 편하겠는가.
말을 마친 그가 그녀를 다시 떼어내고는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갑시다. 우리 비장류를 찾으러 갑시다.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을 소요궁으로 데려가야겠소.”
그러자 황금환이 손을 잡아당기더니, 흐느끼며 고개를 저었다.
“소용없는 짓이에요. 장문인은 동의하지 않으실 거예요. 전 떠날 수 없어요. 아이를 낳지 않으면, 전 어디도 가지 못할 거에요. 물 샐 틈 없이 저를 감시하고 있어요.”
조등현이 경악했다.
“금환, 그게 무슨 말이오?”
황금환이 흐느끼며 말했다.
“당신 몰래 아이를 가진 것이 바로 종문의 뜻이에요. 그전에 저들이 수차례 저를 설득했고, 당시 저는 저들을 믿었어요. 우리 신분과 지위가 너무 큰 차이가 나고, 또 서로 다른 문파에 지내다 보니, 아이가 있어야 당신을 잃지 않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제가 회임을 하자, 저들은 갑자기 그 소식을 숨기고, 비밀리에 저를 다른 곳으로 옮기더니 감시하기 시작했어요. 태교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그 후에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만 보아도 뭔가 이상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이건 저들이 말한 것과 너무 달랐어요.”
“나중에 제가 당신을 만나, 이 좋은 소식을 전해야겠다며 난리를 피워보기도 했어요. 하지만 허락하지 않았지요. 나중에 사부님이 직접 오시더니, 제게 포기하라며, 저와 아이가 안전하기만을 생각하라고 했어요.
또 고분고분 자신들의 안배를 따르면 아무 일도 없고, 앞으로 종문이 저와 아이를 잘 돌보아 줄 것이라고 했어요. 사부님이 제게 소란을 피우지 말라며, 만약 배 속의 아이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저도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 것이라 했어요!”
조등현이 깜짝 놀라 말했다.
“어째서 말이오?”
황금환이 울며 말했다.
“저도 당시 왜 그런지 몰라 사부님께 여쭈어보았어요. 사부님도 매우 난처해하며 당신도 어쩔 수 없었으며, 종문도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고 했어요. 종문도 본문의 제자에게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 하지만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하셨어요. 사부님의 말에 따르면, 도야가 말하길, 길은 자신이 직접 고른 것이라 했다 했어요!”
“우유도?”
조등현이 소리쳤다.
“그자는 뭘 하려는 것이오?”
황금환이 눈물범벅인 얼굴로 말했다.
“조랑, 아직도 모르겠어요? 다 제가 잘못한 것이에요. 정말 다 제 잘못이에요. 죽을죄를 지었어요. 천도비경에서, 저는 도야를 배신하지 말았어야 했어요. 이건 인과응보라고 할 수 있어요. 저에 대한 도야의 처벌이지요! 당신과 저, 그리고 우리 아이에 대한 벌이에요. 하나도 놓아주지 않았어요. 우리의 아이도 놓아주지 않은 것이에요. 불쌍한 아가….”
황금환은 배 위에 손을 올리고, 인사불성으로 울고 있었다. 조등현은 온몸에 힘이 빠져 휘청거렸다. 곧 두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우유도, 비겁하고 후안무치한 소인배!”
결국 부부 중에 한 사람은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고, 한 사람은 조용히 침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