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0화. 한 사람당 한 명씩
우유도는 진흙을 뒤집어쓴 사람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진관과 가정걸 두 사람에게 말했다.
“너희는 준비를 좀 해라. 내가 물어볼 테니, 너희는 곁에서 그 진술을 기록하도록.”
두 사람은 우유도가 어째서 위험을 감수하고 일을 이리 번거롭게 처리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럴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유도에게는 이건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우유도 같은 결정권자에게는 최소한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근거가 필요했다. 그리고 이 근거를 위해 상황을 파악해야 했다.
수행계의 각 문파는 성경과 표묘각 상황에 대해 알고 있는 상황이 너무 없었다. 상대방에 대해서 그나마 쓸만한 정보도 없으니, 그 말은 상대방에게 대항할 자격도 없음을 의미했다.
진관과 가정걸에게는 지필묵이 없었다. 그러니 표묘각 인원이 진술하는 것을 기록할 물건이 없었다. 결국, 우유도의 말에 따라, 다른 한 사람의 옷을 벗기고, 먹은 그 사람의 피를 빌리기로 했다.
우유도는 진관에게 기록하게 하고, 가정걸에게 주위를 경계하게 했다. 그런 후, 바닥에 있는 그 사람에게 물었다.
“우선은 이번 표묘각에서 사냥에 참여한 인원의 이름을 들어보도록 하지.”
“진표, 노천광….”
진흙을 뒤집어쓴 사람은 거친 숨을 내쉬며, 한 명 한 명 고민하며 천천히 이름을 불러 주었다. 다만 참여한 인원이 적지 않았기에, 한 번에 막힘없이 모든 사람의 이름을 다 불러 주는 것은 어려웠다. 그러니 사이사이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름을 모두 받아적은 우유도가 한명 한명 짚으며 물었다.
“진표는 표묘각에서 무슨 일을 하며, 무슨 직위에….”
그렇게 하나씩, 우유도가 하나를 물어보면, 진흙을 뒤집어쓴 사람이 하나를 답했다.
말해야 하는 내용이 적지 않았다. 우유도는 진관에게 중요한 내용만 기록하라고 하며, 쓸데없는 말은 무시하라고 했다. 마침 현장에 기록에 필요한 지필묵이 없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간소하게 묻는다 했지만, 어느새 하늘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그들의 진술이 나중에 어떤 역할을 할지 우유도조차도 아직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최소한의 수확은 얻었다 할 수 있었다. 최소한 우유도의 마음을 움직일 만한 수확을 얻었다. 우유도는 명단에 있는 한 사람을 주목했다.
그건 바로 ‘오풍’(敖豊)이라고 불리는 사람이었다.
취조받은 두 사람이 말하길, 오풍은 무량원(無量園)에서 온 인원이라 했다. 그리고 그 무량원이라는 곳이 바로 무량과가 있는 성경의 금지였다. 무량과는 바로 요호 일족의 호선과이기도 했다.
명단에 있는 오풍을 한참 동안 빤히 바라보던 우유도가 물었다.
“이 오풍이라는 자에 대해서 말해봐. 무량원은 성경의 금지야. 그런데 어찌 무량원을 지키는 사람을 여기로 보낸 것이지? 어째서 이번 시합에 참여한 거야?”
진흙을 뒤집어쓴 사람이 말했다.
“아마도 그곳을 지키며 세월을 보내는 것이 싫어 이번 기회에 뛰쳐나온 것 같소. 무량원은 성존이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곳이니, 그야말로 금지라 할 수 있소.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지.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곳이오. 문제가 생기면 그 사람이 무슨 신분이든 죽음을 피할 수 없지.”
“그러니 무량원에 들어간다는 것은 자유를 잃는 것과 같소. 때문에 무량원에 들어가길 원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요. 이번 시합에서, 성적이 특출난 표묘각 인원은 중용을 받는다고 알고 있소. 무량원의 몇몇 중요한 자리는 구대지존의 심복으로 고정되어 있으니, 오풍은 아마 다른 생각이 있는 것 같소.”
우유도는 다시 고개를 숙여 오풍과 관련된 정보를 확인했다.
“무허성지(無虛聖地)의 사람이며, 성존 독무허(督無虛)의 손제자라….”
진흙을 뒤집어쓴 자가 말했다.
“독 성존의 제자 엽념(葉念)의 제자요. 아마도 그 뒷배 때문에 발탁될 수 있었을 것이오.”
우유도가 생각에 잠기더니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무량원에 무량과가 얼마나 있지?”
“자라기 쉽지 않아, 많지 않다고 들었소. 듣기로 처음에는 숲 하나가 다 무량과라고 했소. 하지만 나중에 몇몇 성존께서 강제로 나무를 모두 뽑아 버리고, 단 한그루의 과수만을 남겼다고 하오. 하나의 나무에는 오직 열두 개의 무량과만 열매를 맺는다고 들었소. 그리고 그 한 그루 나무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모르오.”
우유도가 잠시 침묵하더니 다시 물었다.
“오풍은 어떻게 생겼지?”
“마르고 키가 크며, 곱상한 얼굴에 수염이 없소. 눈은 다소 크고….”
여기까지 말했을 때 그가 잠시 멈칫하더니 깜짝 놀라며 물었다.
“오풍을 만나려고 그러는 것이오? 그를 만나 뭘 하려고 그러시는 것이오?”
표묘각 인원의 말을 듣고, 진관과 가정걸도 대경실색했다.
마르고 큰 기에, 곱상하고 수염이 없는 얼굴, 다소 큰 눈. 이 정도 특징만으로 누군가를 특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우유도가 검을 들어 혈을 짚자, 표묘각 인원이 그대로 쓰러져 기절했다.
“다른 한 사람을 깨워, 이놈이 한 말이 사실인지 확인해 보아라.”
우유도는 글자가 가득한 옷을 진관에게 건네며 가서 처리하게 했다.
진관은 우유도의 지시대로, 팔이 부러진 사람을 깨워 우유도의 방식으로 질문을 하며, 전자가 제공해준 정보의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한 명은 심문하고, 다른 한 명은 주위를 경계했다. 우유도는 두 손으로 검을 짚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두 눈을 번득이며 서 있었다.
가정걸은 수시로 우유도의 안색과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날이 어두워졌다. 우유도는 가정걸에게 모닥불을 피우게 해, 가정걸이 좀 더 편하게 심문을 이어갈 수 있게 했다.
가정걸은 다시금 대경실색하며 참지 못하고 우유도에게 말했다.
“장로님, 표묘각의 사람들이 일단 두 명이 없어진 것을 알고 수색을 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저희가 여기서 불을 피운다면, 위치가 폭로될 수 있습니다.”
“괜한 걱정이다. 밤이 되자마자 사람이 오지 않는다고 바로 의심하진 않을 것이다. 당연히 어느 정도 기다리겠지. 실종된 것이 확실해지면 그제야 주변을 수색할 것이다. 거기에 이들이 다음에 만나기로 한 곳이 이곳과 거리가 있으니, 저들이 이곳까지 찾아왔을 때는 이미 모든 일이 끝나있을 것이다. 그리고 설사 지금 찾아온다 한들, 이곳으로 한 번에 다 몰려올 리 없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 내가 알아서 처리할 것이다. 너는 경계나 계속서거라.”
가정걸은 매우 당황했지만, 결국은 어쩔 수 없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가정걸의 마음은 너무나 복잡했다.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가, 또 도망쳤다가 다시 붙잡혀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계속 그런 마음이 쉴 새 없이 교차했다.
밤이 깊었고, 가정걸이 갑자기 우유도에게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장로님, 우측 후방 나무 아래를 보십시오.”
우유도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가정걸이 말한 곳, 수풀 속에 익숙한 그림자가 얼핏 보였다. 전에 보았던 흑호였다.
이걸로 세 번째 보는 것이었다. 한 마리 여우와 한 사람의 시선이 수풀을 사이에 두고 분명히 마주쳤다.
우유도는 다시 천천히 고개를 돌리더니 여우를 무시했다. 가정걸이 다시 조용히 우유도에게 말했다.
“장로님, 요호는 영지가 있는 생물입니다. 저희가 하는 일을 모두 보았으니, 일단 소식이 저들을 통해 소식이 퍼져나가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넌 걱정할 필요 없다. 내게 다 생각이 있다.”
바로 이때, 앉아 있던 진관이 움직였다. 팔이 부러진 사람을 점혈해 기절시킨 후에 일어나 우유도에게 오더니 정보가 빼곡히 적혀있는 의복을 우유도에게 두 손으로 건네고는 말했다.
“장로님, 모두 확인했습니다. 기본적으로 거짓은 없었습니다.”
우유도가 몸을 일으켜 의복을 붙잡더니, 좌우에 있는 두 사람을 보고 말했다.
“한 사람당 한 명씩 처리해라!”
“헉!”
두 사람이 깜짝 놀라 경악성을 내뱉었다. 우유도가 한 말을 당연히 못 알아들었을 리 없었다. 진관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장로님, 저들이 표묘각을 팔아넘긴 사실을 약점을 잡고 있으니, 저들을 죽일 필요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저들을 살려 놓으면 나중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표묘각의 사람이 적지 않다. 다시 둘 정도 붙잡는 것은 일도 아니지. 하지만 여기에 자금동의 제자는 너희 둘뿐이구나. 저들의 생사는 중요하지 않다. 난 저들보다 너희가 더 중요하다. 종문을 배신할지, 아니면 종문의 이익을 보호할지, 너희가 선택해라! 하지만 그 전에 당부의 말을 하지 않을 수 없구나. 나는 자금동의 장로로서, 종문의 배신자를 처분할 의무가 있다.”
두 사람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사실은 우유도에게 당신이 한 짓이 종문의 이익을 보호하는 일이 맞냐고 진심으로 묻고 싶었다.
두 사람이 침묵하며, 또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고, 우유도가 좌우를 둘러 보았다. 우유도는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내게 배신자를 처리하게 하지 말았으면 좋겠군. 너희는 말할 것도 없고. 설사 너희 사부들이 같이 덤빈다 해도, 내 적수가 아닐 것이다. 너희는 도망칠 수 없다. 아마 이런 짓을 했으니, 너희도 알겠지만, 내게 더는 물러날 곳이 없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두 사람은 드디어 깨달았다. 우유도가 상황을 등에 업고 자신들에게 수차례 선택하라고 압박했지만, 사실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었다.
결국, 두 사람은 검을 뽑아 들었다. 모닥불 옆, 손에 든 검에서 핏물이 뚝뚝 떨어졌고, 두 개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렇게 표묘각의 두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나무 아래 수풀 뒤에 있는 흑호는 그 모든 것을 눈에 담았다. 흑호의 두 눈이 믿을 수 없는 것을 본 것처럼 커졌다.
모닥불이 주위를 비추는 가운데, 우유도는 무표정한 얼굴로 손에 든 의복을 진관에게 던졌다.
“표묘각의 옷을 계속 가지고 다닐 수 없지. 일단 거기에 적혀있는 내용을 나중에, 너희가 가지고 있는 수첩에 옮겨 적어라. 현장을 깨끗하게 처리하고,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나는 처리해야 할 일이 있으니, 너희는 여기서 나를 기다려라.”
그들이 우유도에게 어디로 가냐고 막 물으려고 했을 때, 우유도의 몸이 돌연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나무 아래 수풀에 숨어 있는 흑호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흑호의 두 눈에 경악이 스쳐 지나갔다. 자신이 수차례 도발해도 상대방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덕분에 경각심이 마비되어 있었다. 그렇게 유유히 상대방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번개처럼 자신에게 쏘아져 왔다. 하지만 흑호는 그냥 백호와는 달랐다. 매우 날랜 요호였다.
하마터면 아무것도 못 하고 우유도의 손에 붙잡힐 뻔했지만, 다행히 흑호는 반응이 빨랐기에 그대로 펄쩍 뛰어올랐다. 흑호는 마치 검은 연기처럼 그대로 다른 나무 뒤로 숨어들었다.
하지만 허공으로 붕 떠오른 우유도는 그대로 몸을 돌려 흑호가 숨은 나무에 장력을 뿌렸다. 흑호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나무 밑동이 그대로 터져나갔고, 나무 기둥이 우드득하며 한쪽으로 쓰러졌다.
나무가 터져나가며 수많은 나뭇조각이 날아가는 가운데, 흑호는 매우 빠른 속도로 뛰어올라 쓰러지고 있는 나무를 타고 올라 숲 상공의 밤하늘 위로 날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