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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221화 (319/1,000)

1221화. 족장?

우유도는 흑호가 날아오른 곳을 놓치지 않았다. 즉시 흑호가 가는 곳을 향해 우유도 또한 날아올랐고, 발바닥으로 쓰러지는 나무의 가지들을 연신 밟으며 추진력을 더했다.

분명 흑호보다 덩치가 큼에도 불구하고, 우유도가 하늘로 쏘아지는 속도는 흑호 못지않았다. 우유도는 흑호를 빠른 속도로 쫓으며 또다시 허공에 장력을 쏘아 보냈다. 곧 우유도의 장력에 맞은 나뭇가지들이 연이어 터져나가면서 나뭇잎과 나무작대기들이 사방으로 휘날렸다. 우유도는 다시 그사이를 뚫고 밤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쫓고 쫓기는 상황이 눈 깜짝 사이에 펼쳐졌다. 눈 돌아갈 정도로 빠르게 일어난 일이었다.

진관과 가정걸은 잠시 멍한 얼굴을 했다. 우 장로님은 분명 요호의 원한을 사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렇듯 갑자기 손을 쓰니 그들은 퍽 의외였다.

아무튼, 우유도의 행동에 두 사람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진관이 뒤돌아 물었다.

“장로님을 도와 흑호를 추격해야 하지 않을까?”

가정걸이 한숨을 내쉬었다.

“장로님이 우리에게 이곳에서 기다리라고 명령하지 않았습니까.”

두 사람은 바닥을 적시고 있는 핏물을 보고 크게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인제야 그들은 우유도가 일전에 그들에게 했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우 장로님은 자신과 같이 있다 보면, 자신들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했었다. 이들은 우유도의 말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 보니, 장로님은 진작부터 표묘각 사람들에게 손을 쓸 생각이었던 것 같군.”

진관이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

멀리서 연신 쾅쾅거리며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추격전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 같았다. 가정걸이 다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말할 필요 있겠습니까. 처음에 일행을 이끌고 표묘각 사람들이 간 방향으로 움직일 때부터, 또 사람들에게 표묘각 인원의 흔적을 찾으라고 했을 때부터, 그런 생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표묘각 인원을 이처럼 손쉽게 죽여버렸지. 그것도 두 명이나 말일세! 우리 또한 우 장로의 계획에 얽히게 되었고 말이야. 이 모든 건 아마 장로님의 계획 안에 있었던 것 같군. 우 장로님의 심계가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깊군. 두려울 정도야! 가 사제, 자네가 말해보게. 만약 우리가 지금 표묘각을 찾아가 죄를 고백한다면, 표묘각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우리를 놓아주겠는가?”

“제게 물어보면, 저는 누구에게 물어봅니까?”

가정걸이 참담한 미소를 지었다. 다른 사람의 압박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그렇다 해도 표묘각 사람을 죽인 건 사실이었다. 그러니 그들이 자신들에게 관용을 베풀 리 없었다. 설사 관용을 베푼다 해도, 어느 정도까지 베풀지 그들이 어찌 알겠는가.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표묘각의 눈에, 두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진실을 다 이야기하고 나면, 개미처럼 밟아버리면 되는데, 무엇하러 두 사람에게 호의를 베푼단 말인가?

진관이 고통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어쩌다가 이리되었단 말인가. 도대체 이유가 뭐란 말인가. 성경에 대항할 실력도 없으면서, 왜 그냥 고분고분 지내지 않고, 이처럼 대역무도한 짓을 저지른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건 우유도의 처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직 우유도 자신만이, 스스로 어떤 상황 속에서 발버둥 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곧 위기가 올 것이다. 이미 사전에 위험을 감지한 우유도는 나중에 문제가 생길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 선수필승이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추격이 계속되었다. 흑호 또한 매우 잽싸게 움직였기에 지금껏 우유도에게 잡히지 않고 있었다. 나무 꼭대기에서 다른 나무 꼭대기로 마치 유령처럼 움직였고, 우유도는 그 뒤를 바짝 쫓았다. 우유도는 한 나무에서 다른 나무로 쏘아져 갈 때마다, 흑호를 향해 장력을 쏘았고, 그때마다 나무가 충격을 받아 쓰러졌다.

그제야 추격을 받고 있는 흑호는 지금 상황이 자신에게 매우 불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흑호는 우거진 숲속으로 파고들었다. 동시에 입을 크게 벌려 광폭한 검은 안개를 뿜어내더니, 그 안으로 숨어들었다.

호흡을 멈추고 안개 속으로 파고든 우유도는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더니, 손에 든 검을 휙 휘둘렀다. 검광이 번쩍하더니 보검이 검집을 빠져나와 한 방향을 향해 광폭한 검기를 흩뿌렸다.

쾅!

거대한 나무가 반쪽이 되어 쓰러졌고, 마침 나무 구멍 안에 숨어 있던 흑호는 하마터면 나무와 같이 반쪽이 될 뻔했다. 급히 그곳을 벗어난 흑호는 다시금 급히 도망치기 시작했다. 흑호의 미간에는 이미 수안이 열려 있었다.

검은 안개를 뚫고 뛰쳐나온 우유도는 다시금 그 뒤를 바짝 쫓으며, 연신 검기를 쏘아 보냈다. 우유도의 손속이 갈수록 매서워졌다.

그렇게 한 사람과 한 마리 여우가 지나간 곳은 계속해서 난장판이 되었다. 쉴 새 없이 나무가 쓰러졌고, 나뭇잎이 휘날렸다.

결국, 숲 가장자리까지 도망친 흑호가 위로 펄쩍 뛰어오르더니, 달빛 아래 빛나고 있는 광대한 늪지대를 향해 날아갔다.

“검을 받아라!”

그 뒤를 바짝 쫓던 우유도가 소리쳤다. 그가 들고 있는 검이 달빛 아래 눈부시게 빛났다. 태을분광검의 초식이 전개되었다.

찰나의 순간, 우유도가 휘두른 검으로부터 수많은 검기가 뻗어 나와 마치 거대한 그물망처럼 허공에 있는 흑호를 덮쳐갔다.

우유도의 고함을 들은 흑호가 허공에서 뒤를 돌아보았고, 그의 세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렇게 촘촘히 자신을 옥죄어오는 검망이라면, 자신조차 피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달빛 아래 흑호가 갑자기 허공을 밟으며 한 바퀴 빙그르르 몸을 공중에서 회전시켰다. 그 순간, 흑호의 몸이 괴이하게 꿈틀거리며 변하더니, 한순간에 흑호가 흑의를 입은 장발의 남자로 변신했다. 흑의를 입은 남자는 두 손에 들린 쇠사슬을 검망을 향해 휘둘렀다.

이 쇠사슬의 끝에는 각각 날카로운 발톱이 달려있었다. 쇠사슬이 달린 발톱은 채찍처럼 현란하게 허공을 할퀴었고, 쾅쾅거리는 굉음이 뿜어져 나오며 그를 덮쳐오던 검망을 허공에서 격파했다.

하늘에서 내려서던 우유도는 놀라워했다. 사람으로 변할 수 있는 요호를 만나다니!

그가 알기로는 호선과가 사라진 후에, 요호는 이미 인간으로 변하는 능력을 잃은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이 그런 요호를 만날 줄이야.

어쩌면 성경에서 제공한 정보와 전설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었다. 우유도 또한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본 게 아니었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이처럼 궁지에 몰리지 않았다면, 아마 이 흑호는 인간으로 변신해 대항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전에는 아무리 뒤를 쫓아도 인간으로 변신하려 하지 않았었다.

우유도는 사실, 진작부터 눈앞의 흑호가 남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다른 요호들과 색깔이 다른 건 말할 것도 없고, 두 번, 세 번 자신 앞에 아주 대담한 모습으로 나타나니, 정상일 리 없지 않은가.

이제 눈앞에 인간으로 변신한 모습을 보니, 더욱더 보통 요호가 아닌 것이 증명되었다. 우유도는 정신을 바짝 차렸다. 사실 지금까지 이 요호를 붙잡지 않았던 것도, 이 요호를 방심하게 하려던 자신의 계획이었다. 그러니 자신의 계획이 어느 정도 성공한 지금, 더욱더 이대로 놓아줄 수 없었다.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흑호는, 놀랍게도 더 이상 도망치려 들지 않았다. 마치 이왕 이렇게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니, 자신의 진짜 능력을 모두 보여주겠다는 듯했다. 검은 남자는 더는 참지 않았다. 두 손에 들고 있는 쇠사슬을 마치 회오리바람처럼 맹렬히 휘두르며 하늘에서 내려서고 있는 우유도에게 미친 듯이 휘둘렀다.

우유도 또한 손에 든 보검을 빠르게 사방으로 휘둘러 검광을 마치 비처럼 쏟아냈다. 덕분에 허공에서 갈고리 쇠사슬과 검광이 수없이 부딪히며 수많은 폭음을 만들어 냈다.

우유도의 검법은 실로 대단했다. 흑의 남자 또한 어느 정도 놀란 상태였다. 흑의 남자는 자신이 끝없이 쏘아 보낸 쇠사슬이 우유도의 검광을 조금도 뚫지 못하는 것을 보고 쇠사슬을 회수하더니, 다시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뒤로 늘어뜨린 쇠사슬이 마치 두 개의 꼬리처럼 펄럭였고, 흑의 남자는 전처럼 네 발로 도망치지 않았다. 그는 이미 늪지대 위를 두 발로 날고 있었다.

우유도는 즉시 그 뒤를 쫓았다. 그렇게 다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재개되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났을 때, 우유도는 무언가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상대방이 맹렬히 자신에게 공격을 퍼붓는다 싶더니, 갑자기 공격을 하지 않고 있었다. 실력이 분명 강한데도 불구하고 공격하기는커녕, 계속해서 도망치고 있었다.

쉽게 말해, 자신을 특정한 한 곳으로 유인하고 있는 것 같았다.

사실, 그 원인은 간단했다. 흑호는 여전히 우유도보다 자신이 유리한 입지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굳이 우유도와 정면으로 맞서지 않으려 하는 것이었다.

이곳이 어떤 곳인가? 황택사지였다. 구대지존조차도 어쩌지 못하는 곳으로, 요호는 이곳 안의 지형을 낱낱이 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들보다 이 황택사지의 이점을 극도로 활용할 수 있기까지 했다. 그러니 자신이 가진 장점을 이용하지 않을 리 없었다. 그렇게 흑의 남자는 계속해서 우유도를 유인하고 있었다.

분명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우유도는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그 뒤를 쫓았다.

잠시 후, 역시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수평선이 보이는 거대한 늪지대에 도착했을 때, 흑의 남자가 갑자기 늪지대 위에 멈춰 서더니 그 위에서 하늘을 보고 긴 울음을 토해냈다.

“아우우….”

이때, 그 뒤를 따라온 우유도가 그 앞에 내려서더니 말했다.

“친구, 나쁜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오. 우리 조용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소?”

흑의 남자는 그 즉시 침을 뱉더니 말했다.

“대화는 너 혼자 해라! 교활한 인간들. 그 전에 날 공격하지 않은 것은 나를 유인하기 위해서였군. 내가 함정에 걸려들었다. 오늘 내가 변신하는 것을 보았으니, 살아서 이곳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나쁜 뜻이 없다고 말했소. 그러니 권주를 마다하고 벌주를 마시려 하지 마시오. 이곳 황택사지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족쇄겠지만, 내게는 아무것도 아니오!”

하지만 그 말이 끝났을 때, 우유도는 돌연 주위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좌우 늪에서 거품이 부글부글 끓어올랐기 때문이다. 곧 늪을 뚫고 두 마리 회색 털을 가진 여우가 나타났다. 이들 또한 허공에서 휙 한 바퀴 돌더니, 달빛 아래서 머리를 산발한 두 명의 노인으로 변신했다.

둘은 회색 옷을 입고 있었는데, 한 명은 그 손에 사신의 낫처럼 생긴 무기를 들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거의 사람 몸처럼 큰, 엄청나게 거대한 칼을 들고 있었다.

세 사람은 우유도를 중앙에 두고 포위하고 있었다.

우유도는 다소 의외였다.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는 요호가 한 명도 아니고, 세 명이나 있다니!

하지만 이걸로 끝난 게 아니었다. 주위 늪에서 대량의 거품이 뿜어져 나오더니, 수백 수천의 요호가 늪 위로 올라왔다. 엄청나게 많은 요호가 그 모습을 드러냈고, 그들은 나타나자마자, 우유도에게 흉악한 기세를 내뿜으며 으르렁거렸다.

우유도는 검을 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과연 자신을 함정으로 끌어들인 게 틀림없었다.

“족장, 이게 무슨 상황이오?”

낫을 든 늙은이가 물었다.

“족장?”

우유도가 고개를 돌려 흑의 남자를 보고는 흥미가 동한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당신이 요호 일족의 족장이오?”

흑의 남자는 쇠사슬을 든 손을 들어 우유도를 가리키더니 말했다.

“저자를 죽이십시오!”

“알겠소!”

나머지 두 노인이 갑자기 발을 한 짝씩 들어 바닥을 가볍게 내리쳤다. 그러자 그들이 내리친 늪의 수면이 요동쳤고, 그 요동이 늪의 수면 위로 천천히 파동이 되어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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