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2화. 압박
“우우…!!”
늪 위에 올라와 있던, 수백 수천의 작은 요호들이 파동을 느끼고는 동시에 울부짖기 시작했다.
주위를 경계하던 우유도의 안색이 급변했다. 돌연 발아래 이변이 발생한 것을 알아차린 우유도가 그대로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촤악!
늪 안에 있던 진흙이 쉴 새 없이 허공에서 터져나갔고, 동시에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촉수가 늪 위로 튀어나와 우유도를 향해 쏘아져 나왔다. 이 촉수들은 마치 요마처럼 꿈틀거리며 빠르게 공중으로 올라갔다.
하늘로 뛰어오른 우유도는 허공에서 몸을 180도 회전시켜, 머리가 땅으로 향하게끔 했다. 우유도는 자신을 향해 맹렬한 기세로 쏘아져 오는 촉수를 마주 본 채로, 미친 듯이 검광을 흩뿌렸다. 태을분광검의 초식이 다시금 쏘아져 나갔다.
우웅! 검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검기가 맹렬하게 쏘아져 나갔다.
퍽퍽!!
검광이 촉수를 자르는 소리가 났고, 수많은 촉수가 허공에 흩뿌려졌다. 우유도의 몸이 이에 따라 녹색으로 물들었다. 이는 촉수가 잘리며 녹색 액체를 허공에 여기저기 흩뿌렸기 때문이었다.
수백 개의 촉수는 놀랍게도 우유도의 검광에 의해 대부분이 잘려나가고 말았다. 하지만 이때, 갑자기 아래 있던 늪이 크게 부풀어 오르더니, 사람 몸만큼이나 거대한 촉수 열 개 정도가 튀어 올랐다.
게다가 이 촉수는 크기가 거대함에도 불구하고 그 속도가 예전 촉수보다 몇 배나 더 빨랐다. 심지어 우유도가 미처 반응하지도 못할 만큼 빠른 속도였다. 이 거대한 촉수는 하늘로 솟아올랐다가 서로 얽히며 그물처럼 촘촘히 되었고, 순식간에 아래로 떨어져 내리며 우유도를 도망 못 가게 했다. 그렇게 엄청나게 굵은 촉수들이 우유도를 감싸 안았다. 우유도는 마치 만두 속이 된 것처럼, 사방이 촉수로 뒤덮인 상태였다.
우유도가 주위를 둘러보니, 사방이 철저하게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우유도가 촉수에 뒤덮인 순간, 요호들이 분분히 허공으로 뛰어올라 우유도를 감싸고 있는 촉수 위에 올라섰다. 이후, 그 위에서 꼬리를 흔들며, 온몸에서 법안으로 볼 수 있는 영롱한 빛을 뿜어댔다. 그렇게 자신들의 요기를 촉수에 주입했다. 그 즉시 촉수가 더욱더 강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촉수 안에 갇혀 있는 우유도는 급하게 검을 휘둘러 주변으로 검기를 쏘아 보냈다.
하지만 ‘투둑’거리는 가벼운 소리만 들릴 뿐, 검기는 그 전처럼 촉수를 철저하게 잘라내지 못했다. 그저 촉수 몇 개가 약간 갈라져 녹색 액체를 뿜어낼 뿐이었다.
요호들의 요기가 촉수의 표면을 단단하게 만든 것이 분명했다.
태을분광검의 초식은 그 위력이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초식을 펼칠 때 그만큼 법력이 많이 필요하기도 했다. 그러니 당연히 우유도는 함부로 자신의 법력을 모두 허비할 수 없었다.
한 번의 출수를 통해 자신의 검광이 지금 강화된 촉수들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우유도는, 힘을 주변에 낭비하려 하지 않았다. 천천히 촉수로 막힌 땅바닥에 내려앉고는 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이때, 사방에 있던 촉수들이 천천히 우유도를 죄어오기 시작했다. 이대로 있다간 촉수들에게 쥐어짜여 혈육이 분쇄되고, 완전히 즙처럼 짜이게 될 게 분명했다.
그 순간, 우유도가 눈을 번쩍 뜨더니 촉수를 박차고 하늘로 솟아올랐다. 곧 몸을 다시 반 바퀴 돌려 머리를 아래로 향하고는, 하늘을 막고 있는 촉수를 다리로 박차고 추진력을 더했다.
그렇게 아래로 쏘아져 나가며, 검을 두 손으로 틀어쥐고 아래로 향한 채, 강하게 휘둘렀다.
쾅!
사방으로 힘을 분산시키지 않았다. 오직 한 점에 검의 힘을 모두 집중했다. 그러니, 우유도는 그 즉시 신검합일의 힘으로 아래를 막고 있던 촉수를 가르고 빠져나올 수 있었다.
우유도의 예상이 맞았다. 요호들이 촉수 위쪽에서 힘을 주입했기에, 아래쪽이 그나마 요기가 덜 주입되어서 약했던 것이었다.
촉수를 빠져나온 이후에도 우유도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늪을 향해 급강하했고, 놀랍게도 우유도는 늪 속으로 그대로 풍덩 빠져버렸다.
늪 안에 들어온 우유도는 뻗어 나온 거대한 촉수의 근원을 오히려 거꾸로 추적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거대한 촉수가 뻗어 나온 곳으로 계속해서 깊이 들어가자, 과연 수십 장 아래 깊은 곳에서 마치 요룡(妖龍)같이 꿈틀거리고 있는 방대한 촉수의 근원을 찾을 수 있었다.
이 촉수의 근원은 동그란 형태를 하고 있었는데, 마치 심장같이 연신 두근거리고 요동치고 있었다. 이 동그란 근원 하나로부터 수백 갈래의 촉수가 뻗어 나와 있는 것이었다. 손에 든 검을 등 뒤로 숨긴 우유도는 한쪽 손으로 장력을 출수해 이 촉수의 근원에 쏘아 보냈다. 진흙을 가른 우유도의 일장이 촉수의 근원에 적중했다.
건곤장은 음양으로 나눌 수 있었다. 방금 우유도가 쏘아 보낸 장력은 양장(陽掌)이었다. 양(陽)의 법력이 요동치며 촉수의 근원에 스며들었다. 우유도의 손자국이 새겨진 곳에서부터 근원이 빠르게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그 즉시 눈앞의 거대한 심장이 격렬하게 발버둥 쳤다.
한편, 늪지 위에 올라와 있던 촉수들은 갑자기 어떤 고통을 느낀 것인지, 심하게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 통제를 벗어난 모습이었다. 요호들이 깜짝 놀라 촉수 위에서 뛰어내려 늪 위에 앉았다.
촉수 위, 가장 높은 곳에 서 있던 흑의 남자 또한 촉수의 격렬한 움직임에 크게 당황한 채, 계속해서 소리쳤다.
“진정시켜라! 진정시켜!”
수많은 요호들의 몸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최대한 요력을 촉수에 주입해 통제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촉수는 더욱더 미친 듯이 발버둥 쳤다. 촉수 한 가닥 한 가닥이 마치 미친 것처럼 발버둥 쳤고, 요호들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위를 휩쓸었다. 이에 몇몇 촉수들이 요호를 내려쳐 기절시키기도 했다.
촉수에 얻어맞아 날아간 여우들 또한 적지 않았다. 결국 요호들은 놀라서 ‘우우!’ 소리 지르며 다급하게 도망쳤다.
흑의 남자와 두 늙은이는 어떻게 해서든 요력을 주입해 촉수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세 사람이 서 있는 촉수는 매우 거대한 촉수였기에, 이 촉수가 사방으로 맹렬히 휘둘러지자, 이 세 사람 또한 중심을 잡을 수 없었다. 결국 촉수를 피해 땅에 내려앉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이 거대한 촉수들이 갑자기 요동치다가 늪의 표면을 빠른 속도로 후려쳤다.
쾅! 늪 표면을 이루고 있던 진흙이 마치 산처럼 거대한 해일이 되어 주변의 땅과 나무를 향해 밀려오기 시작했다.
세 사람은 즉시 무기를 휘둘러, 그들을 향해 밀려오는 진흙 해일을 붕괴시켰다. 다만 그들은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
지금 주위에 우유도는 보이지 않았고, 오직 계속해서 늪 위에서 고통스럽게 요동치는 촉수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심지어 이제 촉수들은 갑자기 수축하더니, 늪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늪 안으로 들어간 촉수들은 늪 속에서도 계속 요동쳤고, 늪은 마치 그 안에서 거대한 광풍이 일어나기라도 한 것처럼 계속해서 크게 요동쳤다.
수백 수천의 여우들은 이제 늪 위에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기에 늪을 따라 휘청거렸다. 끊임없이 요동치는 늪지대 위에서 요리 뛰고 저리 뛰는 요호들의 모습이 보기에 아주 혼란스러웠다.
흑의 남자가 소리쳤다.
“그자가 지하에서 근원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귀두대도(鬼頭大刀)를 들고 있는 늙은이가 대경실색하며 말했다.
“도대체 뭐 하는 자입니까? 어찌 그리 깊은 곳까지 들어갈 수 있단 말입니까?”
“감히 늪지대 안으로 들어가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군. 들어가시지요. 도망가게 놔둘 수 없습니다.”
“우우…!!”
두 늙은이가 울부짖자. 주위에 있는 여우들이 그 즉시 늪 안으로 파고들었다.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이들은 늪 깊숙한 곳으로 파고들었다.
그렇게 중간까지 파고들었을 때, 여우들은 발버둥 치던 촉수가 하나둘 움직임을 멈추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늪지대가 서서히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늪 깊숙이 잠수해 들어가던 남자는 그대로 근처에서 더는 움직이지 않는 촉수를 붙잡고 살펴보더니, 대경실색했다. 지하에 사는, 마치 산처럼 거대한 촉수의 근원이 죽은 것이었다.
확실히 죽었다. 거대한 부시등의 뿌리줄기가 삼분지 일이나 이미 타들어 간 상태였다. 더는 부시등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그 위에 손을 대고 있던 우유도가 손을 회수했다. 그리고 마치 물고기처럼 다시 신속하게 수면을 향해 움직였다.
움직이던 우유도는 갑자기 이상을 감지했다. 거대한 힘이 사방팔방에서 자신을 향해 포위하며 접근해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우유도는 더욱더 빠르게 수면을 향해 나아갔다.
그렇게 막 수면에 도착하기 전에 갑자기 거대한 힘이 우유도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사방팔방에서 이미 우유도를 포위한 것이었다.
거대한 압력은 우유도를 감싼 진흙을 마치 딱딱하게 굳은 돌처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 있는 우유도를 강하게 압박하며 우유도가 도망가지 못하게 했다.
이상하고 괴이한 힘 때문에, 늪의 수면에 있는 진흙이 파동을 일으키며 요동쳤다. 그 파동의 중심을 기점으로 진흙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졌고, 곧이어 진흙으로 만든 거대한 공이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우유도는 바로 그 안에 갇혀 있었다.
진흙 공의 주위 세 방향에는 흑의 남자와 두 늙은이가 각각 서서 양팔을 벌리고 진흙 구체를 지지하고 있었다. 그들은 셋이 연합해서 우유도를 죽이고자 했다.
하지만 곧 그들은 셋이 힘을 모았음에도 진흙 구체 안에 있는 사람을 압사시키지 못함을 깨달았다. 진흙 구체 안에 여전히 살아 있는 사람이 있었고, 그가 안에서 회오리 같은 흐름을 만들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대경실색한 그들은 다시 하늘을 보며 ‘우우!’ 길게 울부짖었다.
주위 늪 속에서 요호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분분히 세 사람에게 뛰어왔다. 그리고 그들 중에 몇몇이 셋의 몸 위로 뛰어 올라갔다. 셋의 몸 위로 올라간 요호들이 다른 요호들을 향해 꼬리를 내밀었고, 셋의 몸 위로 오르지 못한 수많은 요호들은 그들의 꼬리를 입으로 물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요호들이 하나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입으로는 앞에 있는 요호의 꼬리를 물었고, 뒤쪽으로는 꼬리를 길게 늘어뜨려 다른 요호가 자신의 꼬리를 물게 했다.
잠시 후, 그들의 몸에서 법안으로 볼 수 있는 영롱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렇게 서로 연결된 요호들은 자신의 요력을 진흙 구체를 만들고 있는 세 사람에게 주입하기 시작했다.
요호가 끊임없이 뛰어나왔다. 세 사람 주위에 마치 요호로 이루어진 사슬이 생긴 듯했다. 이 요호들은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되어 있었기에, 마치 하나의 거대한 용처럼 보일 정도였다. 모든 요호가 요기를 발산하니, 이제는 법안이 아니라 육안으로도 볼 수 있을 만큼 밝은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집단을 이루어 자신들의 요력을 앞에 있는 세 사람에게 주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만약 지금 이 위를 지나가는 수행자가 있었다면, 분명 아래 늪지에 펼쳐진 기이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나의 구체 주위에 세 줄기 기다란 줄이 자라나 빛을 발하고 있는 광경이었다.
이때, 구체 안에 있는 우유도는 밖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자신을 압박하는 힘이 갈수록 강해지더니, 이제는 경악스러울 정도가 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뿐이었다.
처음 자신을 압박하는 거대한 힘을 발견했을 때, 우유도는 그 힘을 자신 주위로 휘돌려 해소함과 동시에 구체를 돌파하고자 했다. 그런데 곧이어 자신을 압박하는 힘이 갈수록 강해지니, 우유도를 휘감은 회오리도 갈수록 빨라졌다. 우유도는 이제 회오리를 멈추고 싶어도 감히 멈추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