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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223화 (321/1,000)

1223화. 전도건곤(顚倒乾坤)

구체 중앙, 회오리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면서, 그 안의 진흙이 서서히 밀려나 공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거대한 회오리 안에 우유도는 중앙에 떠올라 있었고, 그 어두컴컴하며, 빛이 없는 세상에서 홀로 옷자락을 펄럭이며 고고히 서 있었다.

힘이 갈수록 커졌다. 심지어 우유도가 구체를 돌파하고자 하는 생각을 하지 못할 정도로 강해졌다. 그 거대한 힘을 품고 있는 회오리는 우유도 곁에 모여들어 있었고, 만약 그 기운이 터져나가면, 혼란스럽게 퍼져나가는 그 힘이 우유도를 순식간에 고깃덩이로 만들어 버릴 것이 분명했다. 지금 우유도의 경지로는 감히 그 힘에 저항할 수 없었다.

만약 힘이 이대로 무한으로 커져 나간다면, 우유도는 더는 버틸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다만 다행히도 구체를 압박하는 힘은 어느 정도까지 커지더니 더는 커지지 않았다.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우유도는 자신을 압박하는 거대한 힘이 원영기의 고수도 막을 수 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우유도는 이해할 수 없었다. 요호들 중에 이처럼 강대한 힘을 가진 사람이 있단 말인가? 만약 이런 힘이 있다면, 우유도를 죽이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뭐하러 이런 쓸모없는 짓을 한단 말인가?

하지만 우유도는 운이 좋았다. 다행히도, 조군에게서 인질을 구출할 당시, 호수 아래에서 포위당했을 때, 건곤결에 대한 새로운 활용법을 깨달은 후였다. 만약 그때 새로운 법문(法門)을 깨닫지 못했다면, 어쩌면 우유도는 오늘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었다.

이토록 거대하고 강맹한 힘이 만약 우유도를 직접 타격했다면, 지금 우유도의 경지로는 완전히 힘을 해소하지 못했을 것이다. 설사 아주 조금의 여력만 남았다 해도, 우유도를 죽이는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상대방은 이처럼 거대한 힘을 가지고도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방팔방에서 우유도를 압박하며, 우유도가 힘을 해소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과 시간을 제공해주었다.

회오리가 매우 빠르게 휘돌고 있었지만, 우유도는 사실 법력을 많이 사용하고 있지 않았다. 그저 조금의 법력을 교묘하게 이용해 중심에서 흐름을 만들어냈고, 이 흐름을 통해 계속해서 힘이 자신을 압박하지 않도록 회전시키며, 힘을 계속 주위로 분산시키고 있을 뿐이었다.

한 손에 든 검을 등 뒤에 매고는 한 손으로 검결지를 만들어 두 손가락을 미간 사이까지 올리고는 두 눈을 감고 사색에 빠졌다.

도대체 바깥 상황이 어떻든 알 바가 무엇인가? 우유도는 잡념을 걷어내며 곧 쓸데없는 생각을 멈추고, 일단 눈앞의 상황에서 몸을 빼내는 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서서히 우유도는 이 거대한 힘의 근원이 주위 세 방향에서 시작되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순간, 우유도가 두 눈을 뻔쩍 떴다. 그 눈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우유도는 지금껏 돌파하고자 하는 건곤결의 경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깨달음을 얻지 못해 그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우유도는 그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가끔 우유도는 곤림수같이 수행자질이 극도로 뛰어난 사람들에게 탄복하고는 했다. 폐관 수련을 하면서 천화교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연성하지 못한 절학을 연성해 내다니.

천화교의 천화무극술이 절학이기에 많은 사람이 알고 있진 않았지만, 그렇다 해도 모든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은 건 아니었다. 적어도 장로 정도의 지위가 되면, 누구나 천화무극술을 어느 정도 배울 수 있었다. 게다가 장로들은, 자신이 총애하는 제자들에게 몰래 천화무극술을 알려주는 경우 또한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화무극술을 깨닫지 못한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장로가 됐다는 것은 정치 수완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었고, 당연히 그만한 무공 실력이 뒷받침되어야만 했다. 장로가 힘이 약하다면, 어찌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알력다툼을 이겨낼 수 있겠는가?

각 나라의 삼대 문파에서 장로의 지위를 차지한 자들이, 당연히 실력이 약할 리 없었다. 그런데도 천화교의 많은 장로들이 천화무극술을 익히지 못했다. 그렇기에 정말이지, 곤림수가 지략으로는 부족하다고 할 수 있으나, 무공을 연마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정말로 타고난 천재라 할 수 있었다.

그가 천화교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의 차이는 어떤 일에서 같은 척도로 비교할 수 없었고, 그저 이해하기 어려울 뿐이었다.

우유도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멍청한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건곤결의 마지막 두 단계에서 더는 나아가지 못하고 멈추어 설 수밖에 없었다.

하나는 전도건곤(顚倒乾坤)이었으며 하나는 건곤결의 최고경지 건곤화일(乾坤化一)이었다.

전도건곤을 연성하게 되면, 힘을 해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힘을 해소함과 동시에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건곤나이는 힘을 자신에게서 비껴가게 해서 해소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도건곤은 이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일종의 공세였다. 일종의 이화접목의 공세인 것이다.

우선은 힘을 해소할 수 있어야 이화접목을 할 수 있었다. 그 말은, 일단 건곤나이를 연성해야지만 더 나아가 전도건곤을 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화접목, 보기에는 별거 아닌 것처럼 간단해 보일 수 있지만 당연히 그리 간단할 리 없었다. 수행자들은 천지간의 술법을 사용한다. 당연히 이화접목도 보통 힘을 가지고 겨루는 것이 아니었다.

우유도는 지금껏 고민했었다. 마치 알 것 같으면서도 그 핵심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덕분에 감을 잡을 듯 말 듯, 전도건곤에 입문하지 못했었다.

건곤결의 최고경지 같은 경우는 더욱더 현묘했다. 건곤결에 있는 구결에 따르면, 건곤화일하면, 파쇄허공이라 했다. 즉 건곤이 하나로 모이면 허공을 부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전도건곤만 해도 우유도는 지금까지 헤매고 있었다. 최고경지인 건곤화일 같은 경우, 우유도는 자신이 한 번에 그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도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우유도는 각종 방식으로 전도건곤을 깨닫기 위해 노력했다. 수련할 당시, 우유도는 한 손을 절벽의 바위 따위에 올려놓고, 다른 손으로 수련을 도와주는 사람의 공격을 받아넘기며, 그 힘을 다른 손을 통해 바위에 투사하는 훈련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사물은 사물이었다. 이런 방식은 결국은 힘을 해소하는 것에 불과했으니, 진정한 의미에서의 이화접목이라 하기 어려웠다.

물론, 우유도는 양쪽 다 살아 있는 사람일 경우도 시도해 보았다. 그러나 양쪽에서 동시에 공격을 가하면, 우유도는 감당하지 못했다. 힘을 전환해 운용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지금껏 꿈에도 그리던 오묘한 이치를, 지금처럼 특수한 환경에서, 방대한 힘에 둘러싸여 조금의 틈도 없이 주위를 감싸고 휘도는 와중에 깨달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강대한 힘이 우유도의 주위를 완벽하게 둘러싸고 있는 상황에서, 또 그렇게 강대한 힘이 우유도 주위에 빠르게 휘몰아치고 있어, 몸과 마음이 그 안에서 깊게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강대한 힘이 새롭게 생겨났다. 그 힘에 대한 새로운 감각이 깨어났다. 우유도는 갑작스럽게 깨달음을 얻었다.

그 느낌은 마치 굳게 닫힌 대문 앞에 서서, 아무리 밀어도 열리지 않아 들어갈 수 없었던 상황에서, 갑자기 대문이 느슨해진 느낌이었다. 그렇게 손쉽게 대문을 활짝 열어젖힌 것 같은 느낌이었다. 우유도는 대문 그 뒤에 있는 물건들을 순간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일통(一通)이면 백통(百通)이라 했던가. 모든 것이 명확해지기 시작했다.

강대한 힘이 어디서 오는지, 어느 세 방향에서 오는지, 우유도는 아주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힘이 어떻게 휘몰아치고 있는지 그 과정을 아주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우유도는 지금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우유도 자신이 바로 휘몰아치는 거대한 회오리의 중심이었다. 우유도는 어떻게 해야 이 힘을 통제할 수 있을지 깨달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유도는 자신이 그 거대한 힘 안에서 무엇에 해당하는지 깨달은 것이다. 아주 작은 깨달음이었지만, 큰 변화를 일으키기에는 충분했다.

힘을 받는 세 개의 지점이 있었다. 위쪽에 있는 힘을 빌려 왼쪽을 치고, 왼쪽 힘을 빌려 오른쪽을 치고, 오른쪽 힘을 빌려 위쪽을 치면, 눈앞의 어려움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그렇게 우유도가 팔을 펼쳐 그 방대한 압력을 생각대로 인도하려고 했다. 하지만, 잠시 멈칫하며 움직임을 멈췄다. 눈앞에 모여든 힘이 너무나 거대했다. 만약 우유도가 정말 계획대로 움직인다면, 아마 밖에서 힘을 가하는 세 지점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우유도가 진관과 가정걸에게 한 말과 같이, 우유도는 요호 일족과 원한을 맺고 싶지 않았다. 더군다나 지금 밖에 있는 사람은 요호 일족의 족장이었다. 특히 요호 일족에게 아직 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는 세 명의 요호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인제 와서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놓은 판을 쉽게 그르칠 수는 없었다.

우유도가 항상 입에 달고 사는 그 말과 같았다. 강호를 거닐면서, 바람을 만나든 비를 만나든, 길이 있으면 걷고 사람을 만나면 사귀는 것이다.

마음속에 결정을 내린 우유도는 갑자기 법력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공중에 떠 있는 우유도 주변에 빠르게 휘돌던 힘이 가속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욱 빠른 속도로 그 거대한 힘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팔을 활짝 펼치며 좌우로 맹렬하게 밀어붙였다.

“족장, 이상하오!”

두 손으로 구체를 밀고 있던 낫을 든 늙은이가 갑자기 소리쳤다. 흑의 남자가 말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설사 그 아홉 개자식이라도 지금처럼 우리에게 포위당한다면, 아무 일도 없을 수 없을 것이오. 설마 지금 이 안에 있는 자의 경지가 그 아홉 개자식보다 높기라도 한단 말이오? 지금 이 안에 빠르게 힘이 휘몰아치는 상황을 보면, 오히려 전설의 그 사람을 더 닮은 것 같지 않소?”

“누굴….”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구체를 붙들고 있는 세 사람은 가장 먼저 구체 내부의 이상을 감지했다. 세 사람이 동시에 두 눈을 부릅떴다. 그 눈에는 경악이 가득했다.

쾅!

거대한 폭음이 울리고, 구체가 터져나갔다. 그 거대한 늪지대가 흔들릴 정도였다.

우유도는 강맹한 폭발력을 회전시켜 이 세 사람에게서 빗겨 나가게 했다. 그렇기에 이 힘은 구체의 옆면으로 터져나갔고, 아슬아슬하게 세 사람을 빗겨 나가며 허공으로 터져나갔다.

이 강대한 힘은 거대한 거룡처럼 허공의 빈곳으로 쏘아져 나갔고, 세 사람 사이에 있는 빈 곳을 통해 포효하며 터져나갔다. 그 힘이 지나간 곳마다 나무가 갈라져 터져나갔고, 그 힘이 스친 늪지대에는 세 줄기 거대한 구릉이 나타날 정도였다.

“캬우우….”

여우들의 비명은 그 거대한 폭발음에 삼켜 들리지 않았다.

비록 공격이 직접 세 사람이 있는 곳을 향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공포스럽고 강대한 기류는 주변 여우들을 그대로 날려버리게 되었고, 그렇게 순식간에 우유도를 둘러싼 여우 집단이 와해되는 결과를 낳았다.

여기저기 날아가는 여우 무리 아래, 충격파가 퍼져나갔다. 그리고 마치 온 황택사지를 갈라버릴 기세로 터져나간 세 줄기 거룡처럼 생긴 충격파가 그대로 멀리멀리 쏘아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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