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4화. 요호 소굴 (1)
비록 주공격 방향이 그들 세 집단이 아니었다고는 하나, 폭발하며 터져나간 용과 같은 기운은 여전히 상당한 살상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한순간 적지 않은 요호들이 그 기운에 맞아 피를 토하게 됐다.
가장 앞에 있던 흑의 남자와 두 늙은이는 상황이 이상함을 감지하고 전력으로 폭발에 저항했지만, 여전히 거대한 충격 때문에 피를 토하며 날아갔다.
이건 우유도의 공격력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들이 축적한 힘에 스스로 당한 것뿐이었다.
폭발한 진흙 구체 안에서 우유도가 하늘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그 순간, 어찌 된 상황인지 대략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 주변에 수많은 요호들이 몰려있었고, 자신이 모은 힘이 폭발하는 바람에 요호들이 정신없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이를 보니, 수많은 요호들이 연합해서 자신에게 대항한 것 같았다. 이렇게 많은 요호들이 요력을 모았으니, 그처럼 공포스러운 힘이 나타났을 수밖에.
곤경에 처했을 당시에는 비록 냉정했지만, 일단 그 곤경을 벗어나고 보니, 간담이 서늘해졌다. 운이 좋았다.
우유도는 자신의 임기응변 능력에 감사하지 않았다. 비록 자신의 임기응변 능력이 이번 위험을 벗어날 수 있는 원인 중 하나이기는 했지만, 결국 살아남은 것은 자신이 수련한 건곤결 덕분이었다. 건곤결이 없었다면, 임기응변을 할 기초능력도 없었을 것이다.
만약 자신에게 건곤결이 없었다면, 오늘 자신의 경솔한 행동은 그 자신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을 것이 분명했다.
이번 일을 통해서 그는 이들 요호가 어째서 이 황택사지에서 지금까지 구차하지만,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아마도 구대지존조차 쉽게 이곳에서 이들을 추격하지 못할 것이다. 일단 이들의 함정에 빠져 진법에 갇힌다면, 아마 구대지존조차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우유도가 방금 직접 경험한 것이었다. 방금 모인 힘이 얼마나 방대한지, 그야말로 공포스러울 지경이었다.
지금 우유도는 간신히 위험을 벗어났다. 다만 이렇게 손을 쓰게 된 이상, 어쨌든 뭔가 수작을 부리긴 해야 했다. 이대로 있다간 대화는커녕, 이들 요호의 분노 때문에 이들 요호에 의해 자신이 개죽음당하게 될 수밖에 없을 듯했다. 아무리 우유도가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해도, 이 수많은 요호들을 상대로 혈혈단신으로 이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러니 요호는 상대방이 대화를 원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기로 했다.
사실, 우유도가 홀로 요호를 따라온 목적이 바로 그것이었다. 게다가 이미 자신이 원하는 형세가 어느 정도 만들어졌으니, 쉽게 포기할 리 없었다.
우유도는 하늘에서 진흙이 쏟아지는 가운데, 허리춤에 있는 검집에 검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대로 몸을 돌려 가까이 있는 낫을 든 늙은이에게 쏘아져 갔다.
낫을 든 늙은이는 폭발에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눈앞에 있던 진흙을 뚫고 갑자기 손이 자신에게로 튀어나왔고, 그 뒤를 이어 사람이 나타났다. 늙은이가 자신을 공격한 사람을 바라보자, 바로 자신들이 협공을 한 사람이었다. 그는 대경실색하며 우유도의 공격에 대처하지 못했다.
퍽!
우유도의 건곤장이 그의 가슴에 적중했다.
“컥!”
낫을 든 노인이 피를 토했다. 하지만 이후, 연속 공격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를 통해 노인은 상대방이 그를 죽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유도의 공격이 이미 첫 번째에 적중한 이상, 이 늙은이를 단숨에 죽일 수 있었다. 하지만 우유도는 기세를 살려 추가로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지 않았다. 장력이 적중한 그 기세를 빌려 그대로 뒤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쏘아져 나갔다.
“조심하거라!”
낫을 든 늙은이는 피를 토하면서도 크게 소리쳤다.
폭발력이 휩쓸고 지나간 가운데, 흑의 남자는 몸을 추스르고 뒤돌아보았다가 대경실색했다.
귀두대도를 든 늙은이 또한 고개를 돌려 확인하더니 다급하게 장력을 출수했다. 검이 너무 거대했기에, 지금 검을 휘두를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퍽! 곧 우유도의 일장과 자신의 손바닥이 맞부딪혔다.
하지만 늙은이는 자신의 장력이 우유도에게 적중했음에도 어떠한 반발력도 느끼지 못했다. 반면에 자신의 손바닥을 통해서 그의 몸으로 괴이한 힘이 흘러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그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몸을 움찔거리고 있을 때, 우유도는 그와 일장을 나눈 후에 그의 어깨를 밟고 뛰어오르더니 흑의 남자가 있는 곳으로 쏘아져 나갔다.
적이 족장을 공격하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니 근처에 있던, 그나마 몸을 가눌 수 있는 요호들이 우유도에게 떼거지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들 요호가 어디 우유도의 적수가 될 수 있을까. 게다가 정신을 차린 요호들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이십 마리 정도 되는 요호들은 미처 우유도에게 다가가기도 전에 허공에서 격한 장력에 얻어맞고 날아갔다.
그렇게 쏟아지는 진흙 속에서 우유도는 혼란을 틈타 신속하게 움직였으며, 빠르게 출수해 수많은 여우를 연달아 날려버렸다.
손을 쓰지 않았다면 모를까, 일단 손을 쓰니, 숨겨놓았던 사나운 일면이 나타났다. 지금의 우유도는 싸우고, 목숨 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다만 이 덕분에 찰나의 시간을 벌 수 있었고, 그동안 흑의 남자는 어느 정도 몸을 추스를 수 있었다. 그는 허리춤에 있는 쇠사슬을 붙잡고 수많은 쇠사슬의 해일을 일으켜 우유도에게 쏘아 보냈다.
하지만 흑의 남자를 향해 쏘아져 오던 우유도는 두 손을 들어 쇠사슬 사이에 그대로 집어넣었다.
우유도의 두 손이 수없이 휘날리던 쇠사슬 속으로 들어갔고, 쇠사슬이 그의 두 손을 묶으며 멈췄다. 쇠사슬은 우유도의 양팔에 휘감긴 채, 그의 두 손을 속박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흑의 남자가 크게 기뻐했다.
하지만 화색이 돌던 얼굴은 곧바로 경악으로 물들었다. 쇠사슬에 양팔이 묶인 상태였지만, 우유도는 신경도 쓰지 않고 그를 향해 쏘아져 왔다. 그냥 몸으로 밀고 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흑의 남자는 어리석다고 생각하고는, 즉시 그대로 주먹을 쥐고 우유도의 가슴에 주먹을 휘둘렀다.
쾅!
우유도의 가슴에 주먹이 적중한 그 순간, 흑의 남자는 다시금 경악했다. 우유도의 가슴에 주먹이 적중했지만, 흑의 남자의 힘이 사방으로 흩어져버린 것이다. 자신의 힘은 마치 우유도에게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한 것 같았다.
그 순간, 우유도가 양발을 들어 흑의 남자의 몸을 강하게 걷어찼다. 그가 미처 어찌 반응하기도 전에 쾅 소리가 들리며 그대로 퉁겨져 날아갔다.
동시에 쇠사슬이 법력의 통제를 잃었고, 우유도가 두 손을 털어내자, 쇠사슬이 손쉽게 풀려났다. 바닥에 내려선 우유도는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한 마리 요호를 향해 가볍게 손을 휘둘러 날려 보내고는 다시 흑의 남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원래부터 폭발에 휩쓸려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우유도의 발차기에 의해 흑의 남자는 다시금 피를 토해냈다. 그는 우유도가 다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것을 보고, 그야말로 안색이 창백해졌다.
때리라고 가슴을 대놓고 열어줬는데도, 상대방에게 어떤 타격도 주지 못했다. 그러니 싸움이 될 리가 없었다. 이길 수 없는 것이 확실함에도 계속 싸우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지 않겠는가?
흑의 남자는 두말하지 않고, 그대로 날아올라 도망가기 시작했다.
우유도는 그 전에 두 늙은이와 다르게, 흑의 남자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누가 그전에 우유도에게 신분을 폭로하라고 했던가. 누가 그보고 호족의 족장을 하라고 했던가. 도둑을 잡으려면 그 우두머리를 잡으라는 말이 있고, 우유도가 그 간단한 이치를 모를 리 없었다.
이길 수 없는 것도 알았고, 요호족이 의미 없이 희생당하는 것도 싫었다. 그전에 이미 시도해 보지 않았던가. 그 많은 요호가 진법을 만들어도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러니 다시 요호들에게 공격을 명하는 것은 그들을 죽음으로 밀어 넣는 것과 같았다. 게다가 이미 많은 요호들이 다쳐서, 협동 공격도 제대로 될 리 만무했다. 흑의 남자는 빠르게 도망쳤다.
두 사람은 다시 쫓고 쫓기는 상황에 빠져들었다.
그는 우유도를 데리고 일족과 멀어지기 시작했다. 늪지대 위에 내려선 흑의 남자는 다시 흑호로 변신하더니 그대로 늪 속으로 숨어들었다.
하늘에서 내려온 우유도가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냉소 지었다. 도망치려고? 늪 안에 들어가면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인가?
우유도는 허공에서 장력을 내질렀다.
쾅! 우유도의 장력에 진흙이 터져나갔다.
우유도는 처음부터 한방에 상대방을 어쩔 생각이 없었다. 단지 늪지대 안에 혹시 함정이 있을까 경계한 것이다. 요호는 그야말로 교활했다. 그러니 일단 장력을 뿌려 길을 확인했다.
우유도가 장력으로 인해 터져나간 진흙 중앙에 떨어져 내렸다. 두 눈을 감은 우유도는 건곤결을 운용해 주위를 감지할 수 있는 특수능력을 다시금 발휘하며 그대로 늪 속에 깊숙이 빠져들었다. 그리고 마치 한 마리 물고기처럼 늪 속을 헤엄치며 도망치고 있는 흑호의 뒤를 바짝 쫓았다.
딱딱한 지면은 어쩔 수 없지만, 이런 진흙은 우유도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과거 모래 속에서도 잠행할 수 있었으니, 늪지대는 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
이것이 바로 전에 흑의 남자에게 이 황택사지가 다른 사람에게는 족쇄가 되지만,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 이유였다.
우유도가 지하에서 움직일 때, 진흙의 파동과 흐름을 통해서 전방에 뭔가가 가로막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우유도는 그 즉시 보검을 꺼내 들어 그대로 휘둘러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것을 갈라버렸다.
부시등이 곧바로 우유도를 방해하기 위해 달라붙었다. 이것이 보통 수행자에게는 효과가 있을 수 있었다. 결국, 지하 깊은 곳의 진흙 때문에 움직임이 방해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유도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요호의 가세 없이 부시등만으로는, 늪지대 안에서 종횡무진으로 움직일 수 있는 우유도의 앞을 막을 수 없었다. 우유도는 검을 자유롭게 휘둘러 화끈하게 부시등을 갈라버렸고, 우유도의 앞을 가로막았던 촉수가 손쉽게 길을 내어주었다.
흑의 남자 또한 지하 상황을 감지하는 능력이 범상치 않았다. 그렇기에, 그야말로 갈수록 경악했다. 도대체 저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이미 이렇게 깊숙한 지하까지 도망 왔다. 그런데 상대방은 이곳의 거대한 압박 아래 조금도 거리낌 없이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있었다. 저건 마치 요호 족과 다름없지 않은가.
그런 우유도의 모습을 보고, 그는 뭔가가 연상되었다. 그전에 진법이 파훼 되기 전에 호족 장로가 한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상대방이 전설에 나오는 누군가를 닮았다는 말이었다. 둘을 비교해 본 그도 마찬가지로 전설에 나오는 그 사람과 연관 지어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지금은 부상 당한 몸이었으니, 그런 걸 차마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게다가 이렇게 끝없이 도망 다닐 수도 없었다. 다급한 마음에 그는 큰 결심을 내리고는 목숨 걸고 한 방향을 향해 도망가기 시작했다.
우유도는 무슨 일이 있어도 흑호를 잡아야 했다. 그러니 그가 어떻게 도망치든 간에, 어디로 가든 간에, 자신도 목숨 걸고 쫓을 수밖에 없었다. 일단 저자를 풀어주면, 우유도가 공들여 쌓은 탑이 무너질 수 있었다.
사실 놓아줄 수도 없었다. 흑호는 자신이 표묘각의 사람을 죽이는 것을 목격했다. 만약 지금 어떻게든 그 사실을 처리하지 못하고, 저들이 나중에 자신에게 복수하려 한다면, 그 비밀을 표묘각 사람들에게 알게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면 그 결과는 아주 끔찍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 우유도가 어찌 흑호를 놓아주겠는가. 당연히 끝까지 추격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