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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226화 (324/1,000)

1226화. 인질이 된 은호

눈앞의 모든 것을 크게 경계하며 각 장로의 반응을 살피던 우유도는 은호의 몸이 휘청거릴 때, 장로들이 안색이 크게 변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때 우유도의 두 눈이 번뜩였다. 반응속도도 느리지 않았다. 우유도는 은호를 손에 넣기 위해 그대로 몸을 날렸다.

이 행동은 그야말로 극도의 모험이었다. 은호가 이미 손속에 사정을 두었다. 만약 우유도가 다시 손을 쓴다면, 어쩌면 은호의 노여움을 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유도는 자신의 판단을 믿었다. 은호에게 무슨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 앞에서 이처럼 약한 모습을 보여줄 리 없었다. 더군다나 호족 장로들의 반응을 확인한 우유도는 중상을 입은 상황에서 과감하게 손을 쓸 수 있었다. 은호를 빼앗아야 한다.

강호를 거닐면서, 감히 혼자 이곳에 쳐들어온 것을 보면, 충분한 담량과 결단력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이 정도도 못하면 그것은 우유도가 아니었다.

“무엄하다.”

“멈춰라!”

급히 달려오던 장로들이 경악하며 소리 질렀다. 다시 순간적으로 우유도를 포위하며, 은호를 위기에서 구하려 했다.

하지만 우유도의 반응도 빨랐다. 더군다나 우유도와 은호의 거리가 비교적 가까웠고, 덕분에 자신을 포위한 사람들을 순식간에 돌파한 우유도는 그 즉시 은호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크게 소란스럽던 지하궁전이 순식간에 침묵에 휩싸였다. 흩어지던 먼지도 천천히 바닥에 가라앉았다. 흑의 남자도 다시 나타났고, 장로들은 우유도를 사방에서 포위했다. 다만 다들 어찌할 바를 모르는 난처한 얼굴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은호는 이미 우유도의 손에 들려 있었고, 우유도는 한 손에 은호를 들고, 다른 손에 든 검으로 은호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마치 언제든지 은호의 목을 잘라버릴 수 있다는 느낌으로 주위에 경고했다. 누구든 움직이기만 해봐!

호족은 다들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이건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장면이었다. 그들은 외적을 손쉽게 물리칠 수 있는 노족장이 마지막에 멈춰 적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게다가 우유도가 그토록 대담하고, 반응이 그토록 빠를 줄도 몰랐다. 노족장의 상대가 되지 않음을 알면서, 이처럼 대담하게 손을 쓰다니.

우유도 또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비록 기회를 잡아 손을 썼지만, 이 은호의 반응이 너무 비정상적이었다.

우유도는 은호를 들고 있기 때문에 한 가지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 있었다. 호흡이 일정했고, 법력으로 살펴보니 상처를 입은 것 같지도 않았다. 이건 마치…. 마치 잠을 자는 것 같았다. 이게 뭐 하는 짓이지? 우유도의 머릿속은 완전히 혼란스러워졌다.

흑의 남자가 침묵을 깨트리며 말했다.

“우유도, 네가 바로 우유도구나. 지금 당장 노족장을 풀어 드려라!”

상대방의 말을 들은 우유도가 눈을 가늘게 떴다. 이건 마치 자신을 알고 있다는 말투가 아닌가. 이게 무슨 상황이지? 우유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신들의 노족장을 살릴지 죽일지 그건 당신들의 태도에 달려있소. 만약 대화하지 않고, 기어이 싸우겠다면, 나도 어울려 줄 수밖에!”

흑의 남자가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유도, 네 이름을 내가 알아 버렸다. 너는 표묘각의 사람을 죽였지. 내가 직접 보았다. 만약 노족장을 해친다면, 표묘각에 네가 한 일을 알릴 것이다. 그때가 되면 표묘각이 절대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다.”

우유도가 반문했다.

“당신들의 노족장을 표묘각으로 데려간다면, 그 공으로 죄를 용서받을 수 있을지 궁금하군. 만약 나를 계속 압박하면, 정말 그걸 시도해 볼 수도 있을 것이오!”

바로 이때, 지하궁전 입구에 또다시 두 마리 회색 여우가 나타났다. 그 두 마리 여우는 걸으며 인간으로 변신했다. 이들은 조금 전에 늪지에서, 족장과 힘을 합쳐 우유도를 진흙 속에 가뒀던 두 늙은이였다.

두 사람은 모두 가슴을 움켜쥐고, 얼굴에 고통스러움이 가득한 상태였다. 그들은 덜덜 떨며 비틀거리며 걷고 있었다.

우유도가 그 모습을 힐끗 보더니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다소 괴이한 미소였다.

두 사람은 우유도가 은호를 붙잡고 있는 것을 보고 그야말로 대경실색했다. 마치 은호조차 우유도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는 것을 믿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족장, 어찌 저자를 궁으로 데려왔단 말이오?”

낫을 든 노인이 크게 분노했다. 지금 흑의 남자가 외인을 그들의 소굴로 데려온 것을 크게 질책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흑의 남자는 남몰래 이를 악물었다. 그도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우유도를 이리로 데려온 것은 노족장에게 우유도를 죽여 입을 막아달라고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일이 이렇게 돼버리다니!

흑의 남자는 이제 문제가 아주 복잡해졌음을 직감했다. 일단 우유도가 이곳을 벗어난다면, 이곳의 위치가 그 즉시 폭로될 것이다.

구대지존의 실력으로 늪지대에서 요호를 전멸시키는 게 힘들었던 것은, 그들이 자신들의 소굴을 아주 은밀하게 지금껏 감춰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만약 소굴의 위치를 확실히 알 수 있다면, 이곳을 쓸어 버리는 것은 그들에게 아주 쉬운 일이었다.

어쩌면 이번 일이 지나가고 나면, 거점을 다시 마련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었다. 흑의 남자가 그들 둘에게 물었다.

“몸은 어떻습니까?”

귀두대도를 들고 있는 노인이 말했다.

“부상은 심각하지 않소, 단지….”

그는 우유도를 한번 보더니 다시 흑의 남자를 보며 중얼거렸다.

“우리가 건곤장에 당한 것 같소!”

우유도가 눈살을 찌푸렸다. 상대방이 건곤장을 알고 있다니, 우유도는 바로 전에 은호의 반응과 그녀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당시 은호는 상찬을 언급했다. 우유도는 고민하며, 뭔가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건곤장? 흑의 남자는 크게 놀랐다. 그 전에 여러 가지 정황을 보고 그런 의심을 하기는 했다. 호족의 진법을 파훼하고, 황택사지에서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면, 전설의 그 사람과 꼭 들어맞았다. 거기에 지금 눈앞에 건곤장이 튀어나왔을 뿐만 아니라, 방금 노족장이 직접 그 사람의 이름을 언급하기도 했다.

노족장은 그 사람을 알고 있었다. 노족장조차 그 사람을 언급한 것을 보면, 여러 가지 의심에 대해 확신을 할 수 있었다.

낫을 든 늙은이가 흑의 남자에게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당부했다.

“족장, 저 사람은 전설의 그 사람과 관련이 있어 보이오.”

눈앞에 있는 여우들이 쑥덕거리는 것을 보고, 위기를 넘겼다 생각한 우유도는 냉정하게 상황을 살피며 자신의 상세를 진단했다. 그리고 만약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한다 한들, 이기지는 못해도, 눈앞에 은호 같은 고수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도망치는 것은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고민을 마친 우유도는, 극히 모험적인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손에 들고 있는 은호를 앞에 있는 여우들에게 던져준 것이다. 은호를 인질로 붙잡는 것을 포기하고 호족에게 돌려준 것이다.

우유도가 가볍게 은호를 밀어내자, 노족장이 힘없이 앞으로 밀려났다. 이를 보자마자 크게 놀란 요호 일족의 족장, 흑의 남자는 급히 앞으로 쏘아져 왔다. 흑의 남자가 감히 어찌 은호를 받아들지 않을까. 그는 급히 두 손으로 은호를 받아들었다.

우유도는 은호의 반응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은호가 여전히 깨어나지 않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더불어 우유도는 더욱더 의아해했다. 저 은호는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그토록 강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면, 병에 걸릴 수가 없었다. 우유도가 조사해 보았듯이, 부상을 입은 것도 아니었다.

우유도를 포위하고 있는 사람들도 다소 의외였다. 우유도가 이처럼 쉽게 노족장을 포기할 줄은 몰랐다.

은호를 받아든 흑의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좌우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살핀 남자는 은호를 곁에 있는 한 장로에게 맡겨, 안쪽으로 모셔가게 했다.

곧 한 장로가 은호를 데리고 그 자리를 신속하게 벗어났다. 눈앞에 더는 걱정거리가 없자, 흑의 남자가 우유도에게 물었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요?”

우유도가 귀두대도의 늙은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건곤장에 맞았다고 말했고, 당신들 노족장이 말한 이름을 듣지 않았소. 어느 정도 추측하고 있지 않소?”

흑의 남자가 매우 놀라며 물었다.

“당신은 상찬과 무슨 관계요?”

우유도가 가볍게 대답했다.

“그분은 내 사부요.”

아무튼, 우유도는 사부가 적지 않았다. 그것도 다들 이런저런 이유로 맺은 사제관계였다.

우유도에겐 만나자마자 죽어버린 동곽호연이 있었다. 그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은 채, 그저 호신부만 전해준 채로 우유도의 사부가 되었다.

다른 사부는 귀면각에 숨어있었다. 사문의 이익 때문에 마찬가지로 우유도에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고, 그의 사부가 되었다.

이제 또다시 상찬이 튀어나왔다. 이 사람은 얼굴도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우유도가 알아서 그를 사부로 삼았을 뿐이다.

사실 우유도는 자신이 익힌 것이 반드시 상찬의 수행공법이라고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여러 단서로 볼 때 아마 맞으리라 생각했었다. 오늘 눈앞에 있는 요호들의 반응을 보고 우유도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어쩌면 우유도의 얼굴이 두꺼운 것일 수도 있었지만, 우유도가 유연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그는 사소한 것에 얽매이는 사람이 아니었다.

우유도가 보기에 누군가의 수련공법을 익혔고, 그의 전승을 이어받았으니, 그를 사부라고 부르는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말이었다.

물론, 일부 사람들 눈에는 이런 행위가 어쩌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었다. 다만 우유도는 신경 쓰지 않았다.

“상찬의 제자?”

주위가 소란스러워졌다. 우유도가 직접 시인하자, 흑의 남자는 오히려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말도 안 되오. 내가 알기로, 상찬은 진작에 이 세계를 떠났소. 이미 실종된 지 수백 년이 지났는데, 어디에서 당신 같은 젊은 제자가 나온단 말이오?”

우유도는 우선 천천히 영단을 한 알 꺼내 삼켰다. 성경에서 단련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준 요상약이었다. 그리고 대답했다.

“직접 전승받은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통해 전수받았소. 나는 내 사부를 직접 본 적이 없지만, 사부님의 사람이 사부님을 대신해 내게 전수해 주었소.”

흑의 남자가 믿지 못하고 말했다.

“헛소리. 상찬이 아직 세상에 있을 때, 인간계의 수행자들을 억제하며 백성과 이익을 다투지 못하게 했소. 그 당시에는 수행자가 아주 드물었지. 그러니 상찬이 떠난 후, 그의 사람이 어찌 지금까지 남아 있단 말이오. 만약 남아 있었다면, 저기 아홉 개자식이 저처럼 오만하게 굴 수 있었겠소?”

우유도가 담담히 말했다.

“접몽환계, 성나찰!”

우유도는 상경에 숨겨져 있는 공법을 배웠다느니 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떻게든 자신이 상찬의 적통을 이어받았음을 증명하고자 했다.

우유도가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떤 판단에 근거한 것이었는데, 우유도가 상찬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은호가 그 즉시 공격을 멈췄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봐도 악의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상찬에 호의를 품고 있어 보였다. 그렇다면, 그렇게 하면 그만이었다. 그렇다면, 그렇게 하면 그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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