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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227화 (325/1,000)

1227화. 상찬의 제자

사람들이 다들 경악했다. 흑의 남자 또한 경악하며 말했다.

“은접아(銀蝶兒)? 은접아가 아직 있단 말이오? 이향과 같이 떠나지 않은 것이오?”

우유도가 멈칫했다. 설마 은아의 본명이 은접아란 말인가? 정말 그렇다면 그야말로 공교로운 일이었다. 자신이 아무렇게나 은아에게 지어준 이름과 겨우 한 글자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하지만 우유도는 쉽게 남을 믿는 사람이 아니었다. 확실한 것이 아니면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상대방이 자신을 속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유도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는 은접아가 누구인지 모르오. 나는 접몽환계의 성나찰만을 알 뿐이오.”

“만약 접몽환계의 성나찰이라면, 그녀가 바로 은접아일 것이오.”

우유도가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

“어째, 당신은 성나찰을 만나본 적이 있으시오?”

“모르오. 그녀를 아는 사람은 이제 노족장을 제외하고는 다들 세상을 떠나셨소. 일찍이 상찬이 이곳에 왔을 때, 은접아가 그 곁에 있었소. 그러니 은접아와 노족장은 안면이 있소. 당신 말은, 은접아가 상찬을 대신해 당신을 전인으로 삼았다는 말이오?”

우유도가 끄덕였다.

“접몽환계의 행궁에는 사부님이 걸어놓은 거대한 진법이 그곳을 지키고 있었소. 외부인은 기본적으로 그곳에 들어갈 수 없지. 과거, 나는 우연히도 그 안에 들어갈 수 있었소. 은접아는 상찬의 유언에 따라, 그 행궁에 들어오는 자를 사부의 전인으로 삼아 뒤를 잇게 했소. 인연인 것이지.”

사람들이 서로서로 바라보았다. 결국, 흑의 남자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은접아가 아직 있다면, 어째서 저들 아홉 개자식이 날뛰는 것을 두고 본단 말이오?”

“그녀의 상황에 대해서는 더는 말하지 않을 것이오. 그저 그녀에게는 저들을 막을 힘이 없다는 것만 알려주겠소. 그녀에 대한 상황은 당신들도 더는 묻지 마시오. 비밀을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은 것이오. 일단 비밀이 새나가면, 그녀가 위험할 수도 있소.”

“당신은 혹시 우리를 만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오?”

우유도는 처음에 그렇다고 말하려고 했다가, 빠르게 생각을 바꿨다. 그전에 상대방의 말투를 보면, 마치 ‘우유도’라는 사람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우유도가 담담히 말했다.

“처음에는 그런 생각이 없었소. 성경에 들어오고 싶지도 않았소. 이곳은 내게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도 있는 법이오. 어쩔 수 없이 성경의 지시에 의해 이곳으로 끌려오게 되었소. 그들은 단련이라는 명목으로 나를 이곳으로 불렀소.”

“그렇게 이곳에 오게 되었고, 난 과거, 사부와 당신들 관계에 대해서 어느 정도 들은 바가 있었기에, 당신들과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소. 단지 그 관계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시도해볼 생각이었는데, 이처럼 적지 않은 오해가 생길 줄 몰랐소.”

그리고 우유도는 옆에 있는 귀두대도와 낫을 든 늙은이가 심하게 떠는 것을 보고 화제를 전환하고는, 그들 두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

“당신들은 내 건곤장에 적중당했소. 어쩌면 당신들이라면, 건곤장을 천천히라도 해소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나라면 지금 당장 빠르게 해결해 줄 수 있소. 만약 두렵지 않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당신들의 고통을 없애줄 수 있소.”

하지만 우유도에게 다시 두 사람의 몸에 손을 대게 하는 것은 다소 꺼려지는 일이었다. 다만, 우유도는 저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는 한 가지 사실을 상기시키며 말했다.

“족장, 난 이곳에 온 후, 당신들과 사부의 인연을 생각해서 요호 일족을 단 한 사람도 죽이지 않았소. 그전에 당신들이 밖에서 진법으로 나를 협공했을 때, 나는 그 힘을 당신들에게 돌려서 그대들을 다 죽일 수 있었소. 하지만 난 그렇게 하지 않았소. 또 족장, 흑의 남자 당신을 쫓기 전에, 나는 저들 두 노인을 죽일 기회가 있었소. 하지만 마찬가지로 그러지 않았지. 그리고 노족장 또한 넘겨주었소. 설마 아직도 내 성의를 믿지 못하는것이오?”

흑의 남자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만약 진법이 파훼 될 당시, 그 위력이 자신들에게로 향했다면, 그 결과는 아주 끔찍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하니 간담이 서늘해졌다. 그런데도 여전히 고집을 부렸다.

“당신이 나를 계속 추격했잖소!”

“그거야 당신이 계속 도망가니까 그런 것이지. 중간에 내가 말하지 않았소. 나는 당신들과 친구를 맺고 싶다고 말이오. 그런데 당신은 빌어먹게도 계속해서 내 말을 믿지 못하고 나를 죽이려고 하지 않았소. 솔직히 말해서, 억울한 것은 바로 나요. 그냥 한두 마디 대화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단 말이오? 그렇게 내가 손을 쓸 수밖에 없도록 몰아붙였잖소!”

사람들이 즉시 휙휙 족장을 돌아보았다. 다들 구체적인 상황을 알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아직 그들에게 어찌 된 일인지 말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흑의 남자는 다소 멋쩍어하며 말했다.

“당신들 수행자들이 얼마나 교활하오. 이곳에 온 것 또한 바로 우리를 사냥하기 위해서가 아니오. 내가 당신을 어떻게 쉽게 믿는단 말이오?”

우유도가 한 손에 검을 든 채로 양팔을 벌려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래서 이제는 어쩔 것이오? 계속해서 싸울 것이오? 그대로 죽자사자 싸울 것이오?”

사람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흑의 남자는 여전히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강하게 반박했다.

“은접아를 데려오시오. 만약 당신이 은접아를 데려오면 당신의 말을 믿겠소.”

“머리에 물이라도 찬 것이오? 제정신이 아니군. 성경 입구를 구대지존이 빈틈없이 지키고 있소. 그런데 그녀가 이곳으로 들어올 수 있다고 보는 것이오? 아마 들어오자마자 구대지존에게 추격을 받고, 다시는 이곳을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오. 당신은 그녀가 죽기를 바라는 것이오? 한 발, 아니 천 발 물러나서 이야기해봅시다. 나조차도 쉽게 성경을 떠나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녀에게 소식을 전한단 말이오?”

그리고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시오. 이미 당신들 노족장이 나와 사부가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아보지 않았소. 당신들은 설마 당신들 노족장의 말도 믿지 못하는 것이오? 그리고 당신 둘, 죽는 것이 두렵다면 당장 이리 오시오. 지금 장력을 해소해 주겠소. 혹시라도 예상치 못 한 일이 생겨서 정말 손 써볼 틈도 없이 지금 죽어버린다면, 나중에 오히려 내가 곤란해질 수 있으니!”

우유도가 두 사람을 가리켰다.

노족장이 확인했다고? 두 사람은 덜덜 떨며 족장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그들은 늦게 도착한 덕분에 그 전에 상황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노족장과 상찬은 서로 잘 아는 사이였다. 만약 노족장이 확인했다면, 별다른 문제가 없어야 했다.

흑의 남자는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바라보더니, 우선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인간 수행자들은 하나같이 다들 교활하니, 조심하십시오.”

덜덜 떨던 두 늙은이는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결국, 두 사람 중 낫을 든 노인이 먼저 천천히 우유도에게 다가갔다. 그들은 동시에 우유도에게 몸을 맡기지 않았다.

그가 다가오자 우유도는 별말 하지 않고, 그대로 상대방의 가슴에 손을 올려놓고, 건곤결을 펼쳐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곧 낫을 든 노인은 더는 떨지 않았다. 우유도가 손을 거둬들인 후, 그는 천천히 긴 숨을 내쉬었다. 그는 우유도를 한번 돌아보고는 그제야 천천히 자리로 돌아왔다.

이어서 귀두대도를 든 늙은이가 다가왔다. 마찬가지로 우유도에 의해 치료를 받은 후에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두 사람에게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흑의 남자가 싸늘한 목소리로 우유도를 조롱하며 말했다.

“과거 상찬이 얼마나 대단했던가. 그런데 지금 와서 그 제자가 저들 아홉 개자식의 앞잡이가 되었을 줄은 몰랐군. 그야말로 아주 우스운 일이야.”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이 바로 우유도와 상찬의 관계를 인정한다는 말이었다.

우유도는 흑의 남자의 도발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여기에 다른 사람과 말싸움을 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었다. 우유도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내가 이름을 밝히기 전에 마치 내 이름을 알고 있었던 것 같던데, 어찌 된 일이오?”

“흥, 당신 이름을 내가 어찌 안단 말이오? 갑자기 모르는 사람들이 나타나 우리를 공격하니, 우리도 당연히 사람들을 붙잡아 어찌 된 일인지 알아봐야 하지 않겠소. 그렇게 저 아홉 개자식이 우리 호족의 생명을 가지고 무슨 단련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소. 상세한 질문을 할 때, 그중에 누군가 우유도가 성경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성경으로 돌아오게 됐다는 말을 들었소. 그게 당신인 줄 어찌 알았겠소.”

그 말을 들은 우유도는 요호들이 붙잡은 것이 표묘각의 사람이 아님을 그 즉시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성경 단련의 인원 중 한 명일 것이다. 표묘각의 사람들은 황택사지에 먼저 들어갔기 때문에 자신이 돌아온 것을 보지 못했다. 우유도는 혹시 저들이 붙잡은 것이 우유도 일행일까 봐 즉시 물었다.

“붙잡은 사람이 어디 있소?”

흑의 남자는 입술을 한번 닦아내고는 냉소 지으며 말했다.

“심문을 다 한 마당에 뭐하러 살려 놓는단 말이오. 이미 조각조각 나눠 먹어버렸소. 살아 있는 사람은 참으로 맛있더군!”

먹었다고? 우유도는 어이가 없었다. 곧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어느 문파의 사람인지는 알 것 아니오?”

“천녀교의 여인이었소.”

일행이 아니었다. 그럼 우유도는 상관없었다.

“이 황택사지에는 아마 당신들의 이목이 여기저기 있을 것이오, 맞소?”

“당신은 당신들이 이곳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소?”

“당신도 보았겠지만, 나를 따르는 사람이 두 명 있소. 지금 즉시 사람을 시켜 그들을 감시하게 하고, 혹시라도 이상행동을 하면 즉시 내게 알려주시오.”

흑의 남자가 우유도를 훑어보고는 말했다.

“당신이 뭐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오? 내가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으니, 당신을 곤란하게 만들기 전에 당장 여기서 꺼지시오!”

“뭘 그리 화를 내시오? 당신들 노족장이 없으니, 당신이 나를 어쩔 수나 있소?”

흑의 남자가 크게 분노하더니 말했다.

“어디 해봅시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시오. 내가 표묘각의 사람을 죽이는 것을 그 두 사람이 보았소. 내가 그곳에 있을 때는 그들을 억제할 수 있지만, 내가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으면, 저들이 무슨 선택을 할지 알 수 없소. 그러니 그들을 감시해줘야만, 그들이 이상한 행동을 할 때, 나도 늦지 않게 대응할 수 있지 않겠소.”

“우리가 왜 당신 부탁을 들어줘야 하오?”

우유도는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임무를 하달했다.

“내가 그 두 표묘각 사람의 입에서 쓸모있는 정보를 좀 얻었소. 그들 말에 따르면, 표묘각 사람 중에 오풍이라는 사람이 있다고 했소. 그는 독무허의 손제자라고 했소. 지금껏 무량원을 지키던 사람으로 이번에 이쪽으로 온 것이라고 했지.

그 사람은 마르고 키가 크며, 곱상한 얼굴에 수염이 없으며, 큰 눈을 가지고 있다고 했소. 당신은 사람을 시켜 그가 어디로 향하는지 확인하시오. 무량원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강공은 좋지 않소. 당연히 머리를 써야 하니, 안에서 나와 협력할 사람이 필요하오.”

무량원을 공략한다고?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흑의 남자도 마찬가지로 깜짝 놀라 말했다.

“그 두 사람을 죽인 것이 무량원 때문이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오! 참으로 신기하오. 그런 머리로 어찌 호족의 족장을 하고 있는 것이오? 무량과 없이 어찌 아홉 개자식을 쓰러뜨린단 말이오? 당신들 호족이 달려들 것이오, 아니면 내가 가서 죽어야겠소? 그만한 능력이 없이 어찌 그 개자식들과 싸운단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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