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3화. 괴이한 사건
방 입구에 도착한 조승회는 의복을 정리하고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한 여자가 화장대 앞에 단정히 앉아 있었고, 그 모습을 본 조승회가 그 여자를 불렀다.
“춘향아!”
조승회는 그와 동시에 뒤에 있는 문을 닫았다.
매혹적인 뒤태를 보이며 앉아 있는 여자는 꼼짝달싹하지 않았고, 조승회는 그녀의 뒤로 다가가 거울 앞에 앉아 다소 멍한 얼굴을 하고 있는 여자를 확인하고는 천천히 손을 그녀의 어깨에 올렸다.
“춘향아...”
조승회는 말이 끝나기 전에 뭔가 이상을 감지했지만, 때는 이미 늦어있었다.
그의 몸이 순간 굳어졌고, 고함을 치려 했지만, 뒤에 누군가 나타나더니 조승회의 입을 틀어 막았다. 주렴 뒤에 숨어있다가 조승회를 습격한 사람은 다시 빠르게 출수해, 그의 몸에 몇 군데를 빠르게 점혈해 조승회를 완벽하게 제압했다.
반면, 화장대 앞에 앉아 있던 여자는 두 사람이 투덕거리면서 살짝 건드리자, 자리에 앉아 있지 못하고 그대로 옆으로 넘어갔다.
조승회를 제압한 사람은 급히 손을 뻗어 완전히 넘어가기 전의 여자를 붙잡았다. 그리고 가볍게 손을 밀어 여자를 화장대 앞에 엎드리게 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고, 밖에는 아무 소리도 새어 나가지 않았다.
조승회의 두 눈에 다급함이 어렸다. 이처럼 대담한 사람이 있을 줄이야. 감히 만수문 아래서 이런 짓을 벌이다니!
조승회는 자신이 미색에 눈이 멀어 너무 방심했다고 후회했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이 이처럼 조용히 일을 처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살려달라는 소리도 치지 못할 줄이야. 다만, 인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었다.
눈앞에 있는 여자는 주점 주인장의 딸이었고, 미색이 나쁘지 않았지만, 평소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유도와의 일이 있고 나서부터, 조경은 조승회가 함부로 나다니지 못하도록 엄히 단속했다. 그러니 지금 조승회의 활동 반경은 만수문 일대로 제한되어 있었고, 당연히 과거처럼 마음껏 주색에 빠져 지낼 수 없었다.
그렇다고 동문의 여제자들을 함부로 건들 수는 없었으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이 오래된 주점의 딸에 눈독을 들이게 된 것이다. 대충 이 정도에 만족할 작정이었다.
하지만 주인장은 끝까지 동의하지 않았다. 만상성의 사람들은 보통 외부 사람들과 달랐다. 그 출신과 배경이 만수문과 어느 정도는 다 연관이 있었다. 대부분 만수문 제자들의 후손 중 수련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이었고, 당연히 만상성도 만수문의 규율에 따라 통치되었다.
조승회는 강제로 일을 치를 수 없어, 지금까지 주인장에게 갖은 유혹과 협박을 거듭했고, 끝없이 주인장을 회유했다. 하지만 주인장은 끝까지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던 사람이 오늘 갑자기 자기 주제를 알기라도 했다는 듯이, 허락한 것이다. 조승회는 당연히 즐겁게 즐길 생각에 급히 달려왔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 부닥칠 줄 상상도 못 했다.
그때, 한 사람이 침상 아래에서 기어 나오더니 포대를 하나 꺼내 들었다.
조승회를 제압한 사람이 갑자기 손을 썼다. 조승회의 목을 붙잡더니 그대로 부러뜨려버린 것이다. ‘우두둑’ 소리가 들리며 조금의 망설임 없이 조승회를 죽여 버렸다.
조승회는 두 눈을 부릅떴고, 지금 조승회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의 머리가 축 늘어졌고, 어떻게 죽는지도 모르고 죽었다.
포대를 들고 있는 사람은 입구를 펼치더니 그대로 포대를 조승회에게 뒤집어씌우고는 입구를 묶고 둘러업었다.
조승회를 죽인 사람이 먼저 문을 나섰고, 주위에 아무런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그가 방 안으로 손짓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빠르게 후원을 가로질렀다. 곧 주위 각 구석에서 또다시 세 사람이 뛰쳐나왔다. 그렇게 일행은 후문을 통해 그곳을 빠져나갔고, 일행은 밖에서 기다리는 마차에 포대를 실었다.
일행은 마차에 올라 빠르게 그곳을 떠나갔다. 범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런 인기척 없이 조용히 행해졌다.
마차는 성문을 지나 한참을 관도를 따라 달려갔다. 그렇게 산야를 지나갈 때, 마차에서 몇 사람이 연달아 뛰쳐나오더니 포대를 짊어지고 깊은 산으로 뛰어들었다.
철썩!
마부가 마차를 끄는 말에게 채찍질하고는 그 자신도 날아올라 마차에서 멀어져갔다. 말은 빈 마차를 끌고 관도를 따라 달려나갔고, 어디에 가서 멈출지는 아무도 몰랐다.
깊은 산에서 만난 일행은 포대에 돌을 가득 집어넣고는 시신과 같이 산속에 있는 호수에 던져넣었다.
그 후, 그들은 다시 더 깊은 산으로 들어갔고, 곧이어 그곳에서 두 마리 날짐승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곳에서 멀어진 후, 날짐승을 타고 있는 여섯 사람이 면구를 벗었다. 그중에 한 명은 바로 무조행이었고, 그가 바로 조승회가 고함지를 겨를도 없이 손을 쓴 그 사람이었다.
같이 동행하고 있는 사람으로는 단호가 있었고, 나머지 네 사람은 오량산의 제자였다.
우유도가 어째서 조승회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 걸까? 무조행은 몰랐다. 게다가 원래 이 정도 일은 다른 사람이 해도 충분한 일이었다. 그런 일에 그 같은 사람을 동원한 것을 보면, 조승회가 아주 중요한 일에 얽혀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우유도는 무슨 일이 있어도 무조행을 죽이려 한 것이다.
단호는 도야가 조승회를 죽이려 한 이유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도야와 만수문의 조 장로가 결탁했다는 사실이 새어 나가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다만, 단호가 알고 있는 것은 사실과는 조금 달랐다. 우유도가 어쩔 수 없이 조승회를 죽이기로 한 이유는 그것이 아니었다. 조승회는 접몽환계에서 원강이 접나찰을 조종하는 것을 직접 보았다. 우유도는 그 사실을 성경과 표묘각에 알릴 수 없었다.
그 전에 조승회를 건드리지 않은 것은, 그 당시에 판이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조승회는 감히 그 비밀을 입에 담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일단 모든 일이 밝혀지면, 조승회도 감히 감당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고, 만수문도 절대 조승회를 살려두지 않았을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제 이 판에 갑자기 성경과 표묘각이 끼어들었다. 정위는 사람들에게 약점이 될 만한 걸 적어 내라고 했고, 우유도는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 조경은 믿을 수 없었다. 일단 조경이 성경에 자신의 비밀을 밝히게 되면, 상황은 우유도가 통제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었다.
각 문파의 장로가 그 물건을 적어낸 후, 사실 우유도는 조경에게 살심이 동했고, 비밀리에 효월각의 심일도를 찾아 기회가 있을 때 조경을 처리하라고 말했었다. 심일도를 찾은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송국 사신을 죽인 것은 사실 효월각이었고, 후진이 세워진 지 얼마 되지 않아 각국 분쟁에 얽힌 일에 심일도는 자신을 위한 퇴로를 하나는 만들어 두어야 할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후, 우유도의 예상을 벗어나는 일이 일어났다. 나방비가 갑자기 나타나 그를 성경에서 쫓아낸 것이다.
조경을 처리하기 전에 우유도는 성경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나방비는 그를 기어이 쫓아내려 했고, 우유도는 반항할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떠나기 전 우유도는 심일도에게 당부를 할 시간도 없었고, 그저 그에게 눈빛을 보내 반드시 그 일을 잘 처리하라 신호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당시 심일도는 알았다며 끄덕였다.
그렇게 성경을 나선 우유도가 그대로 급히 자금동으로 돌아간 것은 그 일과 연관이 있었다. 일단 조경이 성경에서 문제가 생기면, 어쩌다가 조승회가 얽혀 들어올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자금동에 도착한 우유도는 초려별원과 자금동의 분쟁을 해결하고 곧바로 이번 일을 계획했다. 이런 일은 최대한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좋았다. 그러니 무슨 일이 생기기 전에 반드시 조승회를 처리해야 했다.
조승회에 대해서 우유도는 줄곧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조승회를 미끼로 삼아 소평파가 손을 쓰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만 지금까지 조승회가 웅크리고 움직이지 않을 줄은 몰랐다. 결국, 소평파가 손을 쓰기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우유도가 먼저 조승회를 처리했다.
우유도에게는 원강이 접나찰을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을 숨길 수 있다면, 다른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우유도는 성경과 표묘각이 다른 일은 신경 쓰지 않을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유도는 오량산의 사람을 동원했다.
우유도는 단호에게 공손포를 거치지 않고 직접 만상성으로 가서 오량산에 있는 밀정에게 명령을 내리게 했다. 물론 그렇다 해도, 이번 일이 공손포의 귀에 들어갈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오량산의 사람을 동원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만수문의 눈 아래서 조승회를 죽이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당연히 현지 상황에 익숙한 사람의 협조가 있어야 했고, 이번 일을 우유도가 지시했다는 증거가 만수문의 손에 들어가게 할 수 없었다.
시간이 좀 지나고 나면, 공손포는 분명 이번 일을 알게 될 것이다. 우유도는 그들을 살인멸구할 생각이 없었다. 우유도는 어느 정도 표묘각에 비밀이 새나갈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이번 일을 계획한 우유도는, 조승회를 처리하는 일은 걱정하지 않았고, 진정으로 걱정한 것은 오히려 조경 쪽이었다. 심일도가 조경을 순조롭게 처리하지 못할까 봐 걱정한 것이다.
그 후, 사건이 다시 우유도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황반이 갑자기 그를 쫓아와 다시 성경으로 데려간 것이다.
이것이 바로 태숙산성이 조경의 비밀을 폭로했을 때, 조경은 자신의 손자가 버티지 못하고 비밀을 폭로할까봐 걱정했지만, 우유도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은 이유였다.
우유도는 기회가 있을 때 단호하게 일을 처리했다…….
조승회가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자, 주점에 그와 같이 온 만수문의 제자들이 드디어 이상을 감지했다. 그렇게 주위를 수색한 그들은 조승회가 실종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들은 당연히 조승회에게 말을 전한 점원을 추궁했고, 점원은 두려움에 떨며 진실을 토로했다.
일단의 사람들이 여자의 방에 뛰어들어갔을 때, 화장대에 한 여자가 엎드려 있었고, 곧 진작에 다른 사람에게 제압된 상태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신은 차린 여자는 매우 놀라 어찌할 줄 몰라 했고, 그녀는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그렇게 일행은 주인장을 찾아갔고, 주인장의 방 침상 아래에서 그를 찾을 수 있었다. 주인장도 마찬가지로 제압을 당한 상태였으며, 정신을 차린 그에게 어찌 된 상황인지 물었지만, 마찬가지로 그 또한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이제 가장 큰 혐의는 점원에게 있었다. 점원은 주인장이 방 안에서 자신에게 일을 시켰다고 했고, 주인장은 그런 적 없다고 잡아뗐다.
양쪽을 심문한 일행은 가장 큰 문제점을 찾아냈다. 주인장은 문을 닫고 안에서 점원과 대화를 했던 것이다.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한 적이 없었다.
결국, 관련된 사람들은 만수문으로 압송되었고, 조승회는 그대로 실종되었다…….
비록 조승회에게 배경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 보았자 그렇게 비중 있는 인물은 아니었다. 당연히 조승회를 납치한 사람은 그를 이용해서 만수문을 압박할 수 없었다. 그런데 왜 납치했단 말인가?
조경이 만수문을 위해 목숨을 걸고 성경에 들어갔고, 그런 조경의 손자가 만수문의 앞마당에서 실종되었다. 당연히 만수문은 대대적으로 조승회를 찾으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