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4화. 아주 비정상적인 일
깊은 밤, 만수문은 여전히 조승회를 찾고 있었다. 이런 바쁜 시기에 만수문의 집행 제자 도원배(塗元培)는 심산유곡에 홀로 나타나 달빛 아래에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곧 바람이 불어오더니, 검은 피풍으로 온몸을 감싼 사람이 절벽의 틈에서 나타나 바람을 타고 도원배 앞에 나타났다.
도원배는 그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포권을 하며 말했다.
“왕 행사(行使)님을 뵙습니다.”
“음, 어찌 되었느냐?”
왕 행사가 입에 담은 일은 뜻밖에도 태숙산악과 조경이 다툰 일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도원배에게 조승회를 찾아 조 씨 조손과 우유도가 정말 결탁했는지 알아보라 했었고, 만약 그런 사실이 있다면, 반드시 그 내막을 자세히 조사하라고 명령했다.
도원배는 그의 말에 잠시 멈칫하더니 곧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행사님, 조승회가 실종되었습니다. 지금 만수문에서 대대적으로 그를 수색하고 있습니다!”
“실종? 지금 이 시기에 실종되었단 말이냐?”
왕 행사는 마치 크게 놀란 듯 반문했다.
“각에서 누군가가 움직인 것이냐?”
“알 수 없습니다. 각에서는 이번 일로 제게 연락한 사람이 없습니다!”
“누군가 우리보다 먼저 움직였단 말이냐?”
왕 행사가 중얼거리더니, 갑자기 그 손이 빛처럼 빠르게 움직였다. 왕 행사의 검이 그대로 도원배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검에 찔린 도원배가 눈을 부릅떴다.
* * *
여명이 밝아올 때, 표묘각의 옷을 입은 세 사람이 숲속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사람이 숲속으로 날아 들어와 보고했다.
“녹 행사님, 도원배 쪽과 연락이 끊겼습니다. 임시로 만수문 내부에 있는 다른 밀정과 연락을 취했지만, 여전히 도원배의 행방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정 선생님께서 저희에게 찾으라고 한 조승회는 실종되었습니다!”
“조승회가 실종되었다고?”
일행을 이끌고 있던 녹 행사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언제 일어난 일이냐?”
“어제저녁의 일입니다! 다른 밀정에게 도원배에 관해서 물을 때 만수문이 지금 대대적으로 조승회를 찾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조승회가 실종되었다는 말을 듣고, 이번에 저희가 이곳에 온 임무와 관련이 있음을 알고 도대체 어찌 된 일인지 바로 확인했습니다. 그가 말하길 조승회가 어제 만상성의 한 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있을 때, 점원이 그를 불러갔고, 그 후에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상함을 느낀 다른 제자들이 그곳을 수색하고 나서야, 주점에 누군가가 수작을 부린 정황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조승회는 아마 목숨을 잃었을 것…….”
그는 자신이 알게 된 전후 사정을 보고했다. 만수문이 대대적으로 그를 찾아 나섰지만 아직 조승회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녹 행사의 미간이 깊게 찡그려졌다. 그 자리를 한참 왔다 갔다 하던 그가 조용히 말했다.
“일찍도 아니고, 늦게도 아니고 하필이면 우리가 이곳에 도착하기 하루 전에 그런 일이 생기다니. 너무 공교롭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들은 이번에 표묘각을 관리하는 정위의 명령을 받고 지금 이곳에 온 것이었다.
황반은 조경과 태숙산악이 말다툼을 벌이는 것을 보았고, 그것을 상부에 보고했다. 그 보고를 받은 정위는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우유도와 조 씨 사람들이 배후에서 그처럼 많은 일을 벌였는데, 표묘각은 조금도 모르고 있었다니.
구대지존은 지금 표묘각의 상황을 불만족스러워했다. 당연히 정위는 지금 표묘각을 맡아 관리하게 됐으니, 이런 상황을 그냥 좌시할 수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우유도와 나방비의 관계도 수상했다. 정위는 원래부터 우유도에게 흥미가 있었기 때문에 사람을 시켜 조승회를 조사하러 보낸 것이었다. 내막을 조사해 나방비와 관련된 뭔가를 찾아낼 수는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가 보낸 사람이 그렇게 도착했다. 하지만 조사 대상이 실종되었다!
그 말을 들은 다른 일행이 서로를 돌아보았고, 곧 한 사람이 말했다.
“행사님, 설마 누군가 비밀을 누설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녹 행사가 뒤돌아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어찌 이리 공교롭겠는가?”
다른 사람이 말했다.
“저희는 정 선생님의 명령을 받고 바로 출발했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단 한 순간도 쉬지 않았고, 줄곧 하늘에 있었으며 다른 사람과 접촉하지 않았습니다.”
녹 행사가 손사래를 쳤다.
“우리 중에 누군가가 그랬다는 것이 아니네. 우리 쪽에서 누군가가 그랬다면, 어찌 우리보다 이렇게 일찍 도착해 일을 처리했겠는가. 만약 정말 누군가가 소식을 누설했다면, 문제는 분명 보고가 정 선생님께 올라가기 전에 있었을 것이네. 설마 정 선생님이 이 소식을 여기저기 소문을 내고 다니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시간을 보았을 때도 말이 안 되네. 이건 어제 발생한 일로, 설사 정 선생님 곁에서 누군가 정보를 빼돌렸다고 해도 우리보다 이렇게 빠를 수는 없지 않겠는가? 거기서 조승회의 실종은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 아닌 것 같네. 사전에 적지 않은 준비를 해야, 만수문 눈 아래서 지금처럼 정교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네.”
그는 다시 뒤돌아 방금 보고한 사람에게 말했다.
“도원배는 언제 사라졌다고 하던가?”
“구체적인 시간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어제저녁에만 해도 도원배를 보았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사라졌습니다. 도원배는 조승회를 찾는 일행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또 종문에 거취를 알리지도 않았습니다. 보통 이렇게 독단으로 떠나는 경우는 없습니다. 도원배가 속한 일파에서도 그를 찾고 있지만, 흔적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녹 행사는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정 선생님이 조승회를 찾으려고 할 때, 조승회가 실종되었지. 또 우리가 도원배에게 연락하려고 할 때 도원배도 사라졌어. 조승회의 실종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도원배는 우리 표묘각의 사람이네. 어째서 실종되었을까. 어째서 하필이면 도원배일까?”
한참을 고민하던 그가 좌우를 돌아보며 말했다.
“도원배의 표묘각 신분은 아주 은밀하게 숨겨져 있었네. 우리도 이곳에 오기 직전이 돼서야 그의 신분을 알 수 있었지. 이건 아주 비정상적인 일이야!”
한 사람이 물었다.
“조승회가 사라졌습니다. 정 선생님이 시킨 일을 어찌 해야 하겠습니까? 아니면 그냥 이대로 만수문의 장문인 서해당을 찾아가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에게 만수문의 힘을 동원해 전력으로 도우라고 하면, 아마 감히 거절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번 일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 경거망동하면 문제가 아주 번거로워질 수 있네. 그러니 타초경사 하지 말고, 일단 지금 상황을 정 선생님께 보고하고, 그분의 명을 기다리는 것이 좋겠네!”
* * *
진관, 가정걸은 거의 이틀 동안이나 그 자리에 멈춰 선 채, 우유도를 기다렸다. 하지만 우유도는 돌아오지 않았다.
두 사람은 조급해하고 있었다. 우유도는 그들에게 기다리라고 했다. 그래놓고는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으니, 혹시 무슨 사고가 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거기에 이들은 그전에 큰일을 저지르지 않았는가. 움직여야 할까? 결국, 이들은 이대로 표묘각에 가서 우유도를 배신하고 공을 세워야 할지, 그렇게 죄를 경감받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마음속에 생겨난 갈등으로 인해서 극도의 불안에 빠져들었다.
만약 움직이지 않고 이곳을 지키고 있다가, 표묘각 사람들이 누군가 실종된 것을 알고 찾아오면 어쩐단 말인가?
만약 우 장로님이 정말 사고를 당했다면, 두 사람은 멍청하게 이곳에 언제까지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
우 장로님이 어째서 그렇게 했을까? 두 사람은 아무리 고민해도 그 답을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두려운 그림자가 두 사람 마음속에 휘몰아쳤다.
다행히 우유도는 더 시간을 끌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시간이 흘러 두 사람이 어떤 선택을 했을지 몰랐다. 인기척이 들리고, 두 사람이 빠르게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한 사람이 하늘에서 숲을 가르며 내려오고 있었다. 우유도였다.
“장로님!”
두 사람은 안도하며 우유도에게 다가가 우유도를 마중했다. 우유도가 끄덕이며 주위를 둘러보고 물었다.
“뒤처리를 다 했느냐?”
두 사람이 끄덕였고, 그중에 진관이 말했다.
“깨끗하게 처리했습니다. 어떤 흔적도 없습니다.”
그리고 가정걸이 물었다.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그 흑호는 어찌 되었습니까?”
확실히 시간을 너무 지체했다. 흑의 남자를 쫓느라, 또 요호들의 기지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느라, 어쩔 수 없이 시간을 많이 소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흑호는 진작 처리했다. 중간에 다른 일 때문에 시간을 지체했구나.”
그렇다고 지금까지 흑호를 쫓았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요호는 늪으로 숨어들 수 있었기 때문에, 계속 흑호를 쫓았다고 하면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우유도 자신이 늪 안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밝히지 않는 이상, 그건 좋은 이유가 아니었다.
우유도가 사냥에 성공했다는 말을 들은 두 사람은 다소 안도할 수 있었다. 마음속의 가장 큰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장로님, 이제 어찌해야 합니까. 다른 일행과 합류해야 합니까?”
진관이 물었다. 우유도는 천천히 주위를 걸으며 물었다.
“내가 없을 때, 별다른 일이 있었느냐?”
“없었습니다. 한 사람도 보지 못했습니다.”
“약속한 장소에 가기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으니 급할 것 없다. 이번에 그 흑호를 쫓느라 내력을 적잖이 소모했더니 좀 피곤하구나. 여기서 사흘을 쉬고 움직이도록 하자.”
삼일? 그렇게 오랫동안 말인가? 두 사람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다만 이들은 우유도가 추적을 한 것뿐만 아니라, 많은 전투를 쉼 없이 치렀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러니 우유도가 대체 얼마나 많은 법력을 소모했는지를 알지 못했다. 게다가 우유도는 은희에게 부상을 입기까지 했다. 그것도 가볍지 않은 부상을 말이다.
만약 두 사람의 마음이 바뀔 것을 걱정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급하게 돌아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제 걱정이 없으니, 시간을 들여 요상을 해야 했다. 부상을 달고 움직일 수는 없었다.
우유도 일행이 다른 일행과 헤어지기 전, 지도에 표시한 곳에서 만나기로 한 시간까지 족히 보름은 남아 있었다. 그러니 급하게 움직일 필요 없었다.
우유도는 바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요상 회복에 들어갔다.
두 사람은 곧 우유도 곁에서 호법을 섰다. 우유도가 돌아오니, 싱숭생숭하던 두 사람의 마음도 다시 어느 정도 안정되었고, 이제 우유도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다시 강하게 들었다.
해가 졌고, 이번에는 다시 모닥불을 피우지 않았다.
다시 날이 밝았다. 잠시 요상을 멈춘 우유도는 표묘각의 인원 정보를 적어놓은 수첩을 건네받아 다시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다시 돌려주지 않았다.
그렇게 잠시 휴식을 취한 우유도는 다시 요상을 하기 시작했다.
다시 저녁이 되었고, 진관과 가정걸은 먹을 것을 구해와 배를 채우고 있었다. 그때, 진관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장로님, 그토록 오래 자리를 비우시면서 저희가 도망가 장로님을 팔아넘길 것이라 걱정하지 않으셨습니까?”
사실은 두 사람이 물어보지 않아도 혹시라도 딴마음 품지 않게 우유도는 기회를 봐서 겁을 주려고 하고 있었다. 이렇게 물어오니 마침 좋았다. 우유도가 반문했다.
“그전에 내가 어떻게 성경을 떠났더냐?”
두 사람이 서로 돌아보았다. 진관이 대답했다.
“방비각의 각주 나방비가 장로님을 데리고 나갔습니다.”
“세상에 아무 이유 없이 일어나는 일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나를 팔아넘겨? 나를 팔아넘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네놈들이 입을 열면 표묘각에서 네놈들의 목을 쳐버릴 것이다. 그 자리에서 말이다.”
두 사람은 가슴이 철렁했고, 우유도가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달은 것이다. 표묘각에 우유도의 사람이 있다는 얘기였다!
방황하던 마음이 드디어 한쪽으로 기울어졌고, 경고를 받은 두 사람은 더는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