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6화. 조경의 실종 (1)
조경이 떠나자 다른 사람이 또 찾아왔다. 심일도가 다가와 우유도 곁에 앉더니, 좌우를 잠시 살펴보고 조용히 물었다.
“조경의 행동에 기분이 나쁘셨을 것 같소.”
“제가 그 정도 도량도 없어 보이시오?”
“인제 보니 태숙산성의 말이 정말인 것 같군.”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을 당신도 믿으시오?”
심일도가 하하 웃었다.
“태숙산성이 당시 그 말을 하고 난 후, 난 곧 깨달을 수 있었소. 당신이 나보고 조경을 죽이라고 한 것은 송국 사신 때문이 아니었소. 두 나라가 싸우는 것을 당신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아. 당신은 만수문이 격노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오. 만수문이 두 나라의 싸움에 개입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지. 그 때문에 당신은 조경을 살인멸구 하려는 것이고 말이오.”
우유도가 냉소 지었다. 이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태숙산성이 내뱉은 말이 미친 영향이 너무 컸다. 우유도가 반문했다.
“송국 사신을 죽인 것이 효월각의 살수가 아니란 말이오?”
심일도가 조롱하며 말했다.
“그래서 조경을 죽일 것이오?”
우유도가 돌아오자마자 이처럼 수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을 보고, 심일도는 자신이 앞장서서 조경과 목숨 걸고 싸울 생각을 버렸다. 설사 손을 쓴다 해도, 자기 혼자서 그런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우유도가 사람들을 모아 협공하지 않으면, 심일도는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일단 내버려 두시오. 요호를 사냥하는 일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서라도, 한 사람이라도 많은 것이 유리할 것이오.”
조경이 이미 명확하게 말했다. 일단 그를 협공하는 상황이 생기면, 조경은 분명 접몽환계에 관한 비밀을 입 밖으로 꺼낼 것이고, 그건 우유도가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심일도가 웃으며 물었다.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는 것이오?”
우유도가 살짝 끄덕였다…….
다음 날, 날이 밝았다.
일행은 다시 사전에 합의한 대로 움직이며 끝없는 늪지 위를 날아 움직였다. 우유도의 몸에 붙어있던 풀과 나뭇잎이 늪으로 떨어져 내렸다.
사람들이 멀어졌을 때, 늪에서 한 마리 요호가 기어 나와 일행이 휴식을 취했던 숲으로 들어가 바닥에 뭔가 흔적이 있는 곳을 찾았다.
요호가 냄새를 맡으니, 바로 우유도가 밤새도록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던 곳이었다. 요호가 앞발을 이용해 잠깐 바닥을 파 내려가니 그 안에서 돌멩이 하나가 나왔고, 돌멩이를 확인한 요호는 그걸 입에 물고 빠르게 그곳을 벗어났다.
이번에 우유도는 따로 움직이지 않고 부화 일행과 같이 움직였다.
이는 우유도가 스스로 오해를 피하기 위해 벌인 일이었다. 우유도는 자신에게 아무런 수확이 없는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다른 일행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확인하겠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이는 제법 합당한 이유였기 때문에 다들 별말 하지 않았고, 당연히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사람들이 다시 흩어졌다. 조경은 주위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즉시 움직이는 것을 멈추고 늪 중앙에 솟아있는 언덕에 내려앉았다.
만수문의 두 제자 또한 같이 내려왔다. 서화는 주위를 둘러보며 조경에게 물었다.
“사부님, 왜 그러십니까?”
조경은 한 방향을 턱으로 가리켰다.
“움직이는 노선을 좀 바꾸도록 하자.”
서화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계획된 노선을 말입니까?”
“조금 돌아가도 상관없을 것이다. 앞으로는 계속 이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오늘부터, 수색할 때 더욱더 경각심을 가지고 임해라. 일단 누군가 다가온다면 그 즉시 내게 알려라.”
두 제자는 서로를 돌아보았다. 어제저녁부터 조경의 경각심이 보통이 아닌 것 같았다. 어젯밤부터 조경은 제자들에게 누군가 다가오면, 그것이 누구든 즉시 자신에게 알리라 했었다.
이들은 어제 조경이 우유도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몰랐고, 조경은 지금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 우유도가 자신을 죽이려 할 수도 있다고 여기고 있었다. 특히 오늘 우유도는 부화 쪽 네 사람과 동행하고 있었다.
다만 조경은 우유도의 약점을 쥐고 있기 때문에 습격을 당하지만 않으면, 우유도가 아무리 많은 사람을 끌고 와도 두렵지 않았다.
지금 조경이 조심해야 하는 건 예상치 못한 사고였다. 절대 우유도에게 기회를 줄 수 없었다.
오늘의 우유도는 과거의 우유도가 아니었고, 이미 알게 모르게 방대한 세력을 가지고 있었으니, 어느 문파의 장로도 우유도를 얕잡아 보지 않았다. 조경은 대비해야 했다.
그렇게 제자들에게 당부한 조경은 그들을 이끌고 원래 가려고 했던 노선과는 다른 방향을 골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만수문의 세 사람은 경로만 조금 바꿨을 뿐, 지금까지와 똑같이 움직였다. 별다른 위험은 없었다. 하지만 수확도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아주 적었다.
바삐 움직이다 보니 어느새 오후가 되었다. 이때, 서화가 갑자기 한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사부님, 저기 보십시오!”
조경이 고개를 돌려보니,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언덕 위에 일단의 요호들이 모여있었다. 마치 뭔가를 둘러싸고 먹느라고 일행이 오는 것을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다.
한 번에 수십 마리의 요호가 몰려있는 광경은 매우 드문 광경이었다. 조경은 크게 기뻐하며 제자들에게 손짓하고는 먼저 요호를 향해 몸을 날렸다.
세 사람이 빠르게 요호를 향해 날아가니, 요호들도 인기척을 느낀 것 같았다. 요호들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하나로 뭉쳐 한 방향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다만 공중에서 그 뒤를 쫓는 조경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했다. 요호들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져서 도망치지도 않고, 늪 안으로 도망치지도 않고 그저 늪 위를 빠르게 뛰어 도망치고 있었다.
조경이 깨달은 이후, 다른 만수문의 제자들 또한 이상을 느끼며 주변 근처에 착지하려 했다. 이들이 가까이 있는 늪에 하강을 시작했을 때, 아래 있는 늪의 표면이 크게 출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쉬-익 하는 거대한 소리와 함께, 셀 수 없이 많은 촉수가 사방팔방에서 하늘을 향해 쏘아져 올라와, 위에서 아래로 떨어져 내리던 세 사람을 완전히 포위했다.
거기에는 대량의 요호들이 촉수에 올라타 있었다. 촉수가 즉시 신속하게 조경 일행을 공격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세 사람은 주위에 미친 듯이 칼질을 하며 포위망을 벗어나려 했지만, 이번에 뻗어 나온 촉수들은 다른 때보다 비정상적일 정도로 단단했고, 도저히 검으로 잘라낼 수 없었다. 그렇게 세 사람은 포위망을 돌파하지 못했다.
그렇게 세 사람이 궁지에 몰리게 되자, 조경은 갑자기 옆에 있는 제자를 밟고 그 힘을 빌려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지만 하늘로 날아오르며 고개를 들었을 때, 촉수의 가장 높은 곳에 세 명의 사람이 나타나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람? 조경은 대경실색했다!
다만 위에 있는 세 사람은 흉악한 미소를 지으며 동시에 조경을 공격했다. 그들의 강맹한 협공에 조경은 결국 다시 아래로 떨어져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미처 촉수 사이를 빠져나가지 못한 조경 일행은 촉수에 의해 빛줄기 하나 들어오지 않게 둘러싸였다. 주위가 온통 어둠으로 변했고, 주위를 둘러싼 촉수가 뒤틀리며 세 사람이 있는 공간을 압박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세 사람은 미친 듯이 공격을 퍼부어 어떻게 해서든 틈을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빠르게 수축하는 촉수들은 더욱더 튼튼해질 뿐이었다.
수없이 많은 요호들의 몸에서 영롱한 빛이 뿜어져 나왔고, 그들은 그렇게 촉수 위에서 꼬리를 흔들었다.
뒤틀리며 수축하는 거대한 괴물은 마치 요마를 집어삼킨 듯, 대량의 요호를 몸에 달고 빠르게 아래 있는 늪으로 파고들었다.
크게 뒤흔들리던 늪이 빠르게 원래의 조용한 모습을 회복했다. 단지 가끔 깊은 곳에서 무언가 묵직한 소리가 은은히 들려올 뿐이었다.
* * *
저녁이 되었을 때, 흩어진 사람들이 다시 합류했다.
수확을 확인할 때, 우유도 일행은 여전히 아무런 수확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우유도는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기만 할 뿐, 손을 쓰지 않았다.
우유도는 탄식을 내뱉었다.
“이번에 다른 사람들과 같이 움직이니 확실히 요호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인제 보니 정말 제 옷이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내일부터는 사냥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사람들은 그저 미소지으며 격려를 할 뿐, 별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서서히 해가 지고 있었지만, 아직 한 조가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전태봉이 의아해하며 입을 열었다.
“조경이 어찌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것이지?”
우유도가 웃는 듯 마는 듯 애매한 얼굴로 말했다.
“아마도 옷 때문에 아무런 수확이 없어 차마 바로 돌아오지 못하고, 좀 더 주위를 둘러보고 있을 수도 있지요.”
그 말을 들은 많은 사람이 박장대소했다. 정말로 조경이 돌아오면 옷의 영향이 그렇게 크냐며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은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우유도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한쪽에 있는 수풀 안에서 돌멩이 하나를 잡아내더니 그 안에 들어있는 나뭇잎 하나를 끄집어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알아차리기 전에 나뭇잎에 적힌 글자를 살펴보았다.
이는 호족이 여기 있는 사람들보다 먼저 이곳에 도착해 남겨놓은 소식이었다. 거기에는 조경을 포함한 만수문의 세 사람이 이미 호족에게 붙잡혀 있다는 글이 적혀있었다.
설사 소식을 보지 않았다 해도, 조경이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는 것을 보고, 우유도는 호족이 아마 성공했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었다.
황택사지에서 우유도는 언제든지 호족과 연락할 수 있었다. 호족이 조경 일행에게 손을 쓴 것은 당연히 우유도가 호족에게 시킨 것이었다.
사실 외부에서 성경에 돌아온 후, 우유도는 이렇게 빨리 조경을 처리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조경은 감정을 통제하지 못했고, 갈수록 말이 험악하게 변해갔다.
우유도는 그나마 좀 참아볼 생각이었다. 어쨌든 지금 사람이 하나라도 많은 것이 좋은 것은 맞았으니 말이다. 어쩌면 나중에 이용할 부분이 있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조경은 하필 자기 무덤을 파면서 기어이 우유도와 옷을 바꿔입겠다고 했다.
그렇게 조경이 단언해버렸으니, 우유도에겐 더 이상 핑곗거리가 없어진 셈이었다. 우유도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결국, 우유도는 조경을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었다.
내용을 확인한 우유도는 나뭇잎을 가루로 만들었다. 그리고 소매에서 수첩을 꺼내 지도를 펼치고는 호족이 위치를 남겨놓은 곳까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확인했다.
밤이 깊었지만 조경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심일도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설마 조경 일행에게 문제라도 생겼단 말이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다들 우유도를 힐끗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서로서로 바라보며 다들 비슷한 추측을 했다.
수첩을 다시 소매에 넣은 우유도가 물었다.
“다들 찾아보러 가시겠습니까?”
심일도가 대답했다.
“밤이 늦었소. 저 끝없이 펼쳐진 늪지대에서 세 사람을 어찌 찾는단 말이오? 좀 더 기다려 봅시다. 그저 늦는 것이길 바라야지. 정말 문제가 생겼다면, 늪지대에서 별다른 방법이 있겠소? 아마 시체도 남기지 못하고 늪에 삼켜졌을 것이오. 날이 밝을 때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찾을 필요도 없을 것이오.”
사람들은 침묵했다. 심일도의 말이 맞았다. 늪지대다 보니, 흔적을 남기기 어려웠다. 진흙은 모든 흔적을 지워버렸다.
사람들은 더욱 조용해졌다. 가끔 모닥불이 타는 소리만이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