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0화. 구차하게 살지 않을 것이다!
우유도는 조경의 옷에 피 묻은 손을 닦고는 다시 검을 휘둘렀다.
허공에 매달려 있던 조경이 땅에 떨어져 내렸다. 조경이 매달려 있던 곳에는 양팔이 여전히 밧줄에 매달려 있었다. 그렇게 두 팔이 잘린 조경은 피바다 속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우유도가 검을 거두며 뒤돌아 흑의 남자에게 말했다.
“저놈을 죽지 않게 숨을 붙여 놓으시오. 나중에 쓸 곳이 있소.”
흑의 남자가 물었다.
“나머지 두 사람은 어찌하는가?”
“마음대로 하시오. 다만, 살려주지는 마시오.”
그 말을 끝으로 우유도는 검을 지팡이 삼아 동굴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우 장로님, 살려주십시오. 우 장로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천도비경에서 도와드리지 않았습니까. 저는 조경의 비밀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많습니다. 모두 말하겠습니다……!!”
두 제자는 발버둥 치며 크게 소리쳤다. 유독 서화의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우유도는 뒤돌아보지도 않았다.
흑의 남자 일행은 우유도가 통로의 깊은 곳으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았다. 곧이어 귀두대도의 늙은이가 하늘을 보고 긴 울음소리를 내뱉었다.
“우우…….”
주위에 있는 크고 작은 동굴에서 즉시 수많은 요호들이 뛰쳐나오더니, 매달려 있는 두 사람에게 달라붙었다. 곧 두 사람의 입에서 참담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잠시 후 달라붙어 있던 여우들이 바닥에 내려왔을 때, 허공에는 핏물이 아직 미처 마르지 못한 뼈다귀만이 매달려 있었다. 뼈다귀 위에는 단 한 점의 고기도 없었다.
뼈다귀 아래에는 여우들이 모여 내장을 먹거나, 바닥의 피를 핥고 있었다. 다들 아주 맛있게 먹고 있었다.
호족의 입장에서 보자면, 동족을 참담하게 죽인 수행자의 살을 먹고 피를 마신 것은, 마음속의 원한을 조금이나 풀려 한 것이었다.
조경은 목숨이 경각에 달한 상태였는데, 곧 누군가 그를 치료했다.
흑의 남자는 지하 공간의 한 석실에서 검을 짚고 벽을 보고 두 눈을 감고 있는 우유도를 찾아가 그 뒤에 서서 말했다.
“내 이름은 흑운(黑雲)이오!”
“기억했소.”
우유도가 눈을 뜨고 뒤돌아 물었다.
“흑운, 몇 가지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소.”
“어디 일단 말해보시오.”
“오풍을 찾았소?”
“그건 걱정하지 마시오. 이미 찾아서 감시하고 있으니, 그자의 움직임은 우리 손아귀에 있소.”
“한 사람을 더 찾아주시오. 바로 기운종의 장로 태숙산성이오.”
“문제없소. 온 황택사지에 호족의 눈과 귀가 있소. 이 안에 있기만 하면 우리가 찾을 수 없는 사람은 없지.”
“이번에 혼자서 움직이며 일을 처리할 시간을 벌 수 있었소. 이제 난 오풍을 만나러 갈 것이오. 내가 한 모든 일을 내 곁에 있는 두 사람이 알게 해서는 안 되오. 그러니 그들을 잘 감시해 주시오. 일단 이상한 일이 발견되면, 나 대신 그들을 처리해 주었으면 좋겠소. 그들이 황택사지를 벗어나지 못하게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절대 그들이 표묘각의 손에 떨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오.”
흑운이 끄덕이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시오. 아무 문제 없을 것이오.”
“그리고 방금 저 세 사람이 입고 있던 옷을 뒤지면, 호족의 수안이 나올 것이오. 쓸 일이 있으니 그것을 내게 주시오.”
흑운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우리 호족이 참담하게 죽었소. 또 수안이 파내어져 온전한 시신조차 남기지 못하고 죽었소. 이제 어렵게 그중 일부를 되찾아왔소. 그런데 그걸 어찌 다시 당신에게 넘기라고 하는 것이오?”
우유도가 담담히 말했다.
“족장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오. 하지만 내게도 어려움이 있음을 알아주시오. 나는 황택사지에 들어와서 오늘까지 호족에게 손을 쓰지 않았으니, 성과가 하나도 없다 할 수 있소. 사람들이 내게 말하길, 왜 자네는 호족을 사냥하지 못하고 있느냐며, 계속해서 추궁하고 있소. 그전에는 이것저것 핑계를 댔지만,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기에 이제는 그럴 수도 없게 되었소.”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 때, 생소한 곳이었고, 대중없어 맹목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소. 덕분에 수많은 허점을 남겼지. 이제는 다른 사람들에게 변명할 뭔가가 필요하오. 저들 세 사람이 가진 것뿐만이 아니라 나중에는 좀 더 필요할 것 같소. 족장이 방도를 마련해 주었으면 좋겠소.”
거짓이 아니었다. 표묘각의 내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우유도는 황택사지에 들어오자마자 표묘각 사람에게 손을 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또 그들에게 손을 쓸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같이 움직이는 다른 사람들을 속여 넘겨야 했다.
하지만 이는 다른 사람들이 당연히 모르는 일이었다. 그들은 그저 우유도가 무슨 꿍꿍이속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들은 계속해서 우유도를 의심했다.
심지어 표묘각의 사람을 만나지도 못했다고 했으니 의심을 안 하려야 안 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우유도는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이 문제라고 둘러댔었다. 이제 옷도 문제가 될 것이 없으니, 이대로 돌아간다면 확실히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이번에도 또다시 조경을 찾는다는 이유를 들어 혼자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을 확보했다.
단련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우유도는 이미 수많은 허점을 남겼다. 자세히 수사하게 되면 숨기지 못하게 될 일이 생겨날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다만 우유도가 성경으로 돌아올 때 그는 큰 결정을 내렸고,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았다. 계속 움직이다 보면 허점은 더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방법이 없었다. 성경 내부 환경과 조건은 우유도에게 많은 여지를 주지 않았고, 여기저기에서 움직임의 제한을 받으니, 눈 딱 감고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우유도의 처지는 아주 어려웠고, 언제든지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었다. 지금 우유도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자신의 허점이 폭로되는 시기를 늦춰, 그 시간 안에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었다.
흑운이 침묵했다.
“나도 이렇게 하는 것이, 당신에게 감정적으로 견디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소. 하지만 당신도 지금 우리가 싸워야 하는 상대가 누구인지 알고 있지 않소. 그러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것이오. 뭔가를 얻기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한 법이오. 이건 반란이오! 희생이 없을 수 없소. 심지어 희생하고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지. 그래도 누군가는 감당해야 하는 것이오.”
“생각해 보시오. 노족장을 성경에서 인간계로 보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호족이 목숨을 잃었소. 뭘 위한 것이었소? 노족장이 자신의 딸을 버리고 자신의 수안을 파낸 것은 또 뭘 위한 것이었소? 나는 내가 이번에 살아서 성경을 벗어날 수 있는지 확신할 수 없소. 하지만 일의 성공 여부는 사람의 노력에 달려있다는 말이 있소. 난 절대 구차하게 살아가지 않을 것이오!”
* * *
만수문, 대전 내부.
장문인 서해당이 대전 안에 모셔져 있는 조사(祖師)의 동상을 보며 침묵하고 있었다.
만수문의 장로 구산이 빠르게 안으로 들어와 서해당의 등 뒤에서 포권을 하고 말했다.
“장문인, 아직 그 둘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서해당이 한숨을 내쉬었다.
“표묘각이 어째서 도원배와 조승회의 실종에 관심을 가진단 말인가? 또 두 사람은 어째서 같은 날 연달아 실종된 것인가. 혹시 조 장로가 성경에서 사고를 치기라도 했단 말인가?”
구산은 침묵했다. 장문인이 큰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표묘각이 갑자기 법지(法旨)를 내려 만수문에게 최선을 다해 실종된 두 사람의 행방을 찾으라 했다.
* * *
대원성지. 아름다운 환경 속에 높이 솟아있는 누각 내부,
한 사람이 빠르게 들어왔다. 그는 창문에 기대 서 있는 정위에게 표묘각의 정보를 두 손으로 건넸다.
“선생님, 조승회의 실종이 어찌 된 일인지 밝혀냈습니다.”
“호오?”
정위가 침묵을 깨트리며 뒤돌아 정보를 받아 보았다. 내용을 확인한 그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우유도가 한 짓이란 말이냐?”
“확실한 것 같습니다. 각(閣)에서 관련된 인원을 모두 조사할 때, 우유도 옆에 심어놓은 밀정을 동원했습니다. 조승회를 처리한 인원 구성과 그 과정이 명확히 밝혀졌습니다. 만수문 쪽에서 전해온 조승회의 실종 과정과 맞아떨어집니다. 이미 사람을 시켜 시신을 유기한 장소를 수색하게 했고, 조승회의 시신을 찾았습니다. 우유도 곁에 있는 밀정이 제공한 정보에 따르면 틀림없어 보입니다.”
정위가 고개를 저었다.
“결과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다. 태숙산성과 조경이 대립한 것은 우유도가 돌아온 다음이다. 조승회가 죽은 것은 바로 그다음이지.”
“선생님, 우유도 곁에 있는 밀정이 보내온 소식으로 판단하건대, 우유도는 성경에서 자금동으로 돌아간 후에 이번 일을 계획했던 것 같습니다. 조승회의 죽음은 성경 내부에서 누군가 소식을 누설해서 일어난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건 단순히 우유도와 만수문 사이의 은원이니, 지금까지의 관례를 보아 표묘각은 더는 간섭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저들 사이의 은원은 저희가 걱정할 부분이 아닙니다.”
정위가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도원배의 실종은 어찌 된 것이냐. 어찌 그리 공교롭단 말이냐?”
“하지만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우유도가 조승회를 죽인 일과 도원배의 실종은 아무 연관이 없습니다. 만약 우유도 옆에 심어놓은 밀정에게 문제가 있어, 이쪽에 가짜정보를 제공한 것이 아닌 이상 말입니다.”
“그걸 의심하는 것이 아니다. 우유도 곁에 있는 밀정에게 문제가 있었다면, 지금처럼 표묘각 인원의 죽음이 연관된 일을 숨기려 했을 것이다. 이건 절대 사소한 일이 아니지. 당연히 끝까지 숨기며 조승회를 죽인 것도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완전히 모른 척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조승회가 죽었을 때, 우유도는 이미 성경에 돌아온 후였다.
아마 우유도는 표묘각이 얽힐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겠지. 성경에 들어온 우유도는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수 없으니, 도원배를 죽이는 안배를 할 수가 없다. 또 한 가지, 도원배에게 다른 신분이 있다는 것을 우유도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알았다면, 그건 마찬가지로 같은 문제가 있다는 증명이지 않으냐?”
“선생님은 여전히 표묘각 내부에 문제가 있다고 보시는 겁니까?”
정위가 뒷짐을 지고 창문 앞을 오가며 침음했다.
“흠, 도원배가 지금 이때 문제가 생긴 것을 보면, 의심하지 않기도 어려운 일이지. 시간상으로 보면, 이건 같은 일이 일으킨 두 가지 사건인 것 같다.”
수하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문제는 여전히 도원배의 신분에 있다. 만약 우유도가 도원배의 신분을 알았다면, 지금 조승회와 도원배를 같이 죽이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정말 그렇게 했다면, 그건 자기 무덤을 파는 짓이지. 반면 도원배는 사전에 우리가 조승회를 원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도원배에게 손을 쓴 사람도 아마 내가 사람을 보내 도원배를 찾으리라는 것을 몰랐겠지. 만약 알았다면, 지금 이때 도원배를 찾아가지 않았을 것이다. 더욱더 도원배를 살인멸구하지 않았겠지!”
깜짝 놀란 수하가 말했다.
“선생님께서는 누군가가 도원배의 입을 막기 위해 죽였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외부 사람들은 성경에 대해서 잘 모른다. 하지만 내가 성경에 대해서 모르겠느냐? 태숙산성과 조경이 반목했다. 그 내막이 내 흥미를 끌었지. 지금 보니 아마 다른 누군가도 우유도에게 흥미가 동한 것 같군. 그 배후에 있는 사람은 아마 내가 바로 사람을 보내 조사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 게 분명하다. 그렇기에, 마찬가지로 사람을 보내 조사하게 한 것이지. 그 누군가는 분명 도원배의 신분을 아는 사람이다. 그렇지 않으면 도원배를 찾아갈 이유가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