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3화. 우유도를 배신하다.
그렇게 확실하게 해가 진 후에, 각 조의 사람들이 하나둘 도착하기 시작했다.
단무상이 그중에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으로 홍개천이 표묘각 일행과 같이 있는 것을 보고 다가와야 하는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현요가 적극적으로 다가오라고 손짓했다. 그리고 그 전에 홍개천에게 질문한 것과 같은 것을 그에게 물어보았다.
단무상은 현요의 질문에 자신감 없이 수시로 홍개천에게 눈짓을 보냈지만, 홍개천은 현요 앞에서 딱히 별다른 단서를 주지 못했다. 단무상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거짓 없이 그대로 말해주었다.
현요는 두 사람의 대답을 비교해 보았다. 대동소이했고,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그 후, 전태봉이 도착했고, 눈앞의 상황을 보고 멈칫했다. 곧이어 현요의 부름에 다가왔고,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다음에 도착한 사람이 부화였다. 현요가 기다린 사람이 바로 그녀였다.
현요는 정위의 명령에 조경을 찾고 있었고, 조경을 찾으려면 먼저 우유도를 찾아야 했다. 우유도를 찾지 못하면 당연히 관련 인원을 찾아 상황을 파악해야 했다. 어쨌든 돌아가서 보고할 내용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이번 임무는 현요가 적극적으로 나선 일이었으니, 상황조차 파악하지 못하면 돌아가서 할 말이 없었다.
부화를 만나기 전에 사람들에게 들은 것을 기반으로 대략적인 상황을 모두 파악한 후였다. 현요는 손가락을 까딱거려 부화 일행을 불러온 다음, 좌우에 있는 수하들에게 명령했다.
“각자 따로 데려가서 질문해 보아라.”
곧 세 명의 표묘각 인원이 앞으로 나와 곤림수를 포함한 셋을 각기 다른 곳으로 데려갔다. 반면 부화는 현요가 직접 한쪽으로 데려갔다.
마침 그때 심일도 일행이 도착했고, 눈앞의 상황을 보고 크게 동요했다. 그는 홍개천 등 사람들에게 다가와 무슨 일인지 파악하고자 했지만, 남아 있는 표묘각 인원들에게 저지당하고 격리되었다. 혹시라도 사전에 만나 모의할 수 있으니 그 전에 현요와 대화를 나눈 사람과 소통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심일도는 어쩔 수 없이 고분고분 제자들을 이끌고 한쪽으로 물러나 기다렸다. 다만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몰라 크게 불안해했다.
낭량공이 제일 마지막에 도착했다. 그도 상황을 보고 매우 놀랐다. 마찬가지로 표묘각 인원에 의해 홍개천 일행과 만날 수 없었다.
낭량공은 어쩔 수 없이 심일도가 있는 곳으로 일행을 끌고 움직였고, 심일도와 마주치자마자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심 형, 지금 이제 무슨 상황이오?”
심일도가 중얼거렸다.
“나도 모르는 건 마찬가지요!”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이오?”
심일도가 걱정스러워하며 말했다.
“표묘각의 사람이 직접 찾아왔소. 그리고 지금 이렇게 격리한 상황을 보면, 분명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이오.”
“우리가 매일 같이 있는데, 무슨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이오. 혹시 우유도나 조경이 사고를 친 것은 아니오?”
“모르오, 아니길 바랄 뿐이오. 아니지…. 설사 그들이 사고를 쳤어도 우리랑은 상관없는 일 아니오? 우리 잘 한번 생각해봅시다. 최근에 우리가 혹시 하면 안 되는 짓을 한 적이 있소?”
낭량공이 미간을 찌푸리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성경에 들어와 단련하면서 있었던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훑어보았다.
* * *
나무 아래,
부화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현요가 추궁하는 시선으로 요염한 요수를 바라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부화, 조경이 실종된 날, 우유도가 정말 그대들과 같이 있었던 것이 확실한가?”
어째 우유도가 조경을 죽였다고 의심하는 것 같았다. 부화는 다소 안절부절못했다.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설사 우유도가 조경을 죽였다고 한들, 사적인 은원에는 표묘각이 간섭하지 않아야 옳았다. 갑자기 왜 표묘각이 직접 조사를 한단 말인가?
또 한 가지, 표묘각은 어찌 조경이 실종된 것을 알고 이렇게 찾아온단 말인가? 누군가 표묘각에 소식을 알렸나? 그럴 리 없을 텐데! 마찬가지로 우유도가 조경을 죽였다 한들, 개인끼리의 사적인 원한이었다. 고발할 의미가 있겠는가?
내심 안절부절못했지만, 겉으로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단 한마디의 거짓도 없습니다. 조경이 실종된 날, 우유도는 줄곧 저희와 같이 있었습니다. 단 한 순간도 떨어진 적이 없습니다.”
“부화, 경고하지 않을 수 없군. 표묘각이 이번 일을 조사하고 있네. 만약 표묘각을 기만하거나 숨긴 것이 드러나면 어떻게 될지 잘 알고 있을 것이라 믿겠네. 물론, 그대와 우유도가 의남매를 맺었다고 하니, 둘 사이에 남들보다 깊은 정이 있다 해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
표묘각도 사람이 사는 곳이니, 그 정도로 말이 안 통하는 곳은 아니야. 그러니, 그대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지. 만약 이번에 진실을 말한다면, 그 전에 어떤 거짓말을 했든, 그 공을 봐서 죄를 용서하고 과거 일은 더는 추궁하지 않겠네. 그러니 잘 생각해보고 대답하게.”
부화는 참으로 곤란했다. 분명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거짓말을 들어야 만족하겠다는 말인가? 다만 지금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알지 못하니, 거짓을 말하라고 해도 그럴만한 배짱이 없었다!
“현 집사님, 제가 한 말에 한 치의 거짓도 없습니다. 그날 우유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있었습니다. 제가 어찌 거짓으로 집사님을 속이겠습니까.”
부화가 공손하게 대답했다.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네. 만약 거짓인 것이 밝혀진다면, 어찌 될지 알겠지?”
“목숨 걸고 장담하겠습니다. 한 치의 거짓도 없습니다. 만약 거짓이 있다면 어떤 처벌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현요의 얼굴이 굳어졌다. 다만 별말 하지 않고, 그저 부화를 주시할 뿐이었다. 덕분에 부화는 상당히 당황스럽고 불안했다.
잠시 기다리자, 다른 인원을 심문한 표묘각 인원이 심문을 마쳤다고 알려왔다. 그제야 현요는 그 자리를 떠나 다른 표묘각 인원들에게 갔다.
현요가 즉시 물었다.
“내용을 한 명씩 보고해라.”
곤림수를 포함한 세 명을 데려간 표묘각 인원들이 각자 심문한 내용을 보고했다.
보고를 다 들은 현요는 미간을 찌푸렸다. 다들 우유도가 그날 종일 자신들과 같이 있었다고 증명한 것이다. 우유도가 조경을 건드리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설마 다들 우유도를 위해 집단으로 거짓말을 하고 있단 말인가?
하지만 질문을 하고 대답을 듣다 보면, 딱히 우유도를 위해 거짓말을 하려고 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일부 우유도에게 불리한 상황도 이들은 가감 없이 모두 이야기했다.
설마 조경의 실종이 정말 우유도와 무관하단 말인가?
정말 그렇다면, 우유도를 잡아들여 그 입을 여는 것은 진행하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간단한 이치였다. 만약 정말 태숙산성이 폭로한 비밀 외에 다른 비밀이 없는 상황에서 우유도의 주리를 틀어서 뭘 한단 말인가? 비밀이 없는 우유도에게 비밀을 만들어내기라도 하라는 건가?
우유도가 정말 잠시 목숨을 연장하기 위해 거짓으로 비밀을 만들어낸다면, 그건 그것대로 곤란한 일이었다. 그렇게 했다가, 우유도가 경천동지한 비밀을 만들어내고, 상부에 보고했다가 진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다면, 모든 책임을 현요가 져야 했다.
“홍개천을 불러와라.”
현요가 명령했다. 홍개천이 다가왔다. 현요의 시선에 매우 불안한 모습이었다.
현요가 담담히 말했다.
“부하의 말에 따르면, 그대들이 우유도를 따른 것이 우유도가 사전에 성경 단련의 상황을 미리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들었네. 그게 사실인가?”
홍개천은 깜짝 놀랐다. 부화가 이런 일까지 다 이야기할 줄 몰랐다. 지금 이건 우유도를 팔아넘긴 것과 무엇이 다른가?
다만 부화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부화는 두려웠다. 표묘각이 도대체 뭘 조사하고 있는 것인지 알지 못하니 더욱 두려웠다. 다들 겨우 우유도가 조경을 죽인 일 때문에 직접 와서 심문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과거에 있었던 일을 되돌아본 부화는 우유도가 성경 내부에 내막을 알고 있는 일이 표묘각을 화나게 했을 수 있다고 판단을 내렸고, 감히 그 사실을 숨기지 못하고 모두 밝힌 것이다.
또 그 사실을 숨기지 않고 다 밝힐 수 있었던 것은, 그 일이 부화와 아무 상관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부화는 아직 우유도를 위해 목숨을 걸 정도는 아니었다. 당연히 화를 피하기 위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수밖에 없었다.
홍개천은 다소 머뭇거렸으나, 결국에는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단련의 소식이 막 전해졌을 때, 우유도가 저희에게 소식을 보내, 믿을 만한 사람을 성경 단련 명단에 올려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아마도 처음부터 자신이 성경 단련에 올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때문에 저희는 우유도가 성경 단련의 내막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고, 믿을 만하다는 생각에 우유도를 따라오게 되었습니다.”
“자네들이 의형제이기 때문이 아니었던 것인가?”
“그것도 원인 중 하나이긴 합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우유도가 내막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게 무슨 의형제란 말인가, 어이가 없군! 현요가 코웃음을 치고 고개를 돌려 말했다.
“낭량공을 불러와라!”
곧 낭량공이 불려왔다. 같은 질문에 낭량공도 감히 숨기지 못하고 우유도가 내막을 알고 있다고 모두 이야기했다.
그 후, 단무상, 또 심일도와 전태봉이 불려왔다.
전태봉은 질문을 듣고, 또 다른 사람의 반응을 보았다. 지금 그의 마음속은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었다.
‘허….’
우유도가 성경 단련의 내막을 알고 있었고, 지금 보니 성경에 연줄까지 있는 것 같았다. 어쩐지 나방비가 우유도를 성경에서 내보내더라니.
전태봉은 확실히 아는 것이 없었다. 지금 자리에 있는 사람 중에 유일하게 아는 것이 없는 사람이었고, 또 유일하게 우유도와의 의리로 우유도를 따른 사람이기도 했다. 우유도가 혜청평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 우유도가 믿을 만하다고 여긴 것이다.
그리고 심일도 같은 경우는 우유도를 가장 철저하게 배신한 사람이었다. 우유도가 내막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걸 근거로 효월각에서 금 이천만 냥을 갈취했다고 말한 것이다. 그러면서 우유도가 과거 자신에게 조경을 죽이라 지시한 것도 다 말했다.
협잡질로 금 이천만 냥을 갈취했다고? 그 말을 들은 현요는 눈살을 찌푸렸다.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니, 다들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서 하나라도 더 많은 진실을 이야기하려고 야단이었다. 표묘각의 위협 아래, 다들 우유도를 배신했다.
이렇게 되니, 만약 이 사람들이 우유도를 위해 다 같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 것이 확실해졌다.
잠시 침묵한 현요가 사람들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우유도가 그대들과 황택사지에 들어온 후, 대부분의 시간을 일행과 같이 움직이지 않았고, 그 시간 동안 자금동의 제자들만 이끌고 단독으로 움직였고, 또 지금껏 요호를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는 말이군. 내 말이 맞나?”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하나둘 끄덕였다.
“그래서 다음에 우유도와 만나기로 한 곳이, 언제 어디인가?”
“닷새 후…….”
사람들이 또 고분고분 대답했다.
사람들이 가리키고 있는 지도의 한 곳을 빤히 바라보며 현요는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우유도를 찾는 것이 참으로 문제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을 찾은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는 이들의 인원이 적지 않았고, 또 이들이 체계적으로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한 명을 발견하니, 다른 이들을 찾는 것 또한 어렵지 않았다. 다들 서로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었던 데다가, 한 곳에 집결하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우유도와 연락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게다가 황택사지는 너무 넓어 끝을 찾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또 우유도와 만나기로 한 시간 또한 매우 멀었다. 그러니, 이런 곳에서 목적 없이 무작정 우유도를 찾는 것은 모래 속 바늘 찾기와 다를 것이 없었다.
일이 이렇게 되자, 현요는 지금 당장 돌아갈 수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그가 뒤돌아 말했다.
“정 선생님께 당분간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고 보고드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