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0화. 껍질을 벗겨버려라
“동생….”
심일도가 다급히 우유도를 불렀다. 하지만 우유도의 관심을 끌지 못했고, 다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 분위기가 급속도로 긴장되기 시작했다.
부화, 단무상, 낭량공, 홍개천이 각기 눈빛을 교환하더니 저마다 움직이며 자리를 잡았다. 심일도를 포위하는 자리였다.
전태봉은 뒤돌아 멀어지는 우유도의 모습을 보더니, 다시 포위당한 심일도를 보았다. 이대로 끼어들어서 같이 포위해야 하는지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이게 뭐 하는 것이오?”
심일도가 주위를 경계하며 재빨리 손짓했다. 즉시 효월각의 두 제자를 불러 같이 대응하고자 했다.
하지만 인원수로 따지면,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곤림수가 모닥불 근처에서 움직이지 않은 것을 제외하면, 다른 사람들이 모두 심일도를 포위하기 시작했다. 능소각의 제자들조차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이 효월각 세 사람을 포위했다. 일촉즉발의 분위기였고, 홍개천이 한숨을 내쉬었다.
“심 형, 우리도 이러고 싶지 않소. 하지만 확실히 이번에는 너무했소이다.”
심일도가 분노하며 말했다.
“내가 너무했단 말이오? 그런 당신들은 뭐가 그린 잘나셨소? 당신들도 마찬가지로 우유도를 배신하지 않았소?”
전태봉이 끼어들어 한마디 보탰다.
“확실히 할 건 확실히 해야지, 난 우유도를 배신한 적 없소.”
이번 일에 끼어들지 말지 그는 아직 고민 중이었다. 낭량공이 말했다.
“사실 다들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소. 우유도도 이해한다고 말하지 않았소. 최소한 우리는 사실을 말했을 뿐이오. 하지만 당신은 없는 걸 지어서 말했소. 거기에 문제가 있는 것이지. 그건 확실히 잘못한 것이오. 우유도는 당신과 아무 원한이 없는데, 없는 사실을 만들어서 우유도를 죽음으로 몰아가니, 누가 되었든 그걸 어찌 그냥 용서하겠소. 그렇지 않소?”
심일도가 분노했다.
“진실이 무엇인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없소. 내가 허튼소리를 했는지 안 했는지는 염라대왕을 만나봐야 알겠지.”
부화가 요염한 자태로, 불빛 아래 아름다운 손톱을 다듬으며 말했다.
“진실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것은 당신이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섰다는 것이지요….”
저쪽에서 어떤 식으로 일을 처리하는지, 우유도는 한번 돌아보지도 않았다. 그저 효월각이 피워놓은 모닥불 곁에 앉아 검을 눈앞에 박아 넣고는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고 앉았다. 방금 일어났던 일을 우유도는 머릿속에서 다시 한번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진관과 가정걸은 사주를 경계하며, 수시로 심일도가 있는 곳을 살폈다.
곤림수도 수시로 그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무슨 일이 생겼는지 몰랐다. 어째서 사람들이 다들 몰려가서 효월각을 포위하고 있는지 몰랐다.
한참이 지나, 진관이 우유도 곁에 다가와 허리를 숙이고 말했다.
“장로님, 부화가 찾아왔습니다.”
“음.”
천천히 눈을 뜬 우유도는 고개를 돌려 빙그레 웃으며 걸어오는 부화를 바라보았다. 부화는 우유도 곁에 다가오더니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 우유도에게 천 조각 한 장을 건넸다.
“이건 심일도가 적어낸 금 이천만 냥의 차용증이야. 여기까지만 승낙했어. 동생이 한번 살펴봐. 만약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좀 거칠게 움직여야겠지.”
말을 마치고 우유도의 안색을 살폈다.
우유도는 천을 받아 내용을 살펴보았다. 정상적이라고 하기 어려운 차용증이었다. 그저 심일도의 약속에 불과한 내용이었다. 나중에 옥창에게 진실을 확인한 후, 만약 갈취한 것이 아니라면, 정말로 자신이 우유도를 모함한 것이라면, 금 이천만 냥의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우유도는 여기까지가 심일도가 양보할 수 있는 최대한임을 잘 알고 있었다. 이것도 사람들의 압박에 어쩔 수 없이 적은 것이 분명해 보였다. 당연히 상황을 확실히 확인하기 전에는 직접 이천만 냥을 주겠다는 차용증을 쓸 수 없었다. 체면은 말할 것도 없고, 만약 강요했다면 목숨 걸고 싸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누님과 형님의 마음을 잘 알았습니다. 다 지나간 일이니, 이 정도로 끝내시지요.”
우유도가 웃으며 천 조각을 품에 넣었다.
“난 동생이 이처럼 현명한 사람이라는 걸 진작 알고 있었지.”
부화가 크게 웃었다. 그리고 마치 연인 사이에 장난을 치듯이 우유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리고는 그대로 일어나 여전히 심일도를 포위하고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사실 부화도 심일도와 목숨 걸고 싸우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효월각이 만만한 곳은 아니었다.
우유도의 뜻을 전하자 포위한 사람들이 흩어졌다. 다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다만 심일도만 한껏 어두워진 얼굴로 있을 뿐이었다. 그는 자신이 피운 모닥불을 우유도가 차지한 것을 보고, 감히 뭐라 하지 못했다. 그저 표묘각 사람들이 남겨놓은 모닥불을 차지하고 자리 잡을 수밖에 없었다.
방금 상황을 보고 심일도는 한 가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 그는 외부인이었다. 그전에는 조경이라도 있었지, 이제 조경도 없으니 그 혼자 남았다. 다른 사람은 빌어먹게도 우유도와 다 의형제였다.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그는 어쩔 수 없이 눈 딱 감고 차용증을 써 줄 수밖에 없었다. 다만 금 이천만 냥은 절대 적은 돈이 아니었다. 나중에 옥창에게 뭐라 변명할지 눈앞이 캄캄했다. 앞으로 단련에 무슨 일이 생길지 그는 알 수 없었다. 일단은 눈앞에 닥친 일부터 하나하나 처리해 나가야 했다. 만약 정말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 사실대로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심일도는 어째서 우유도가 무사한지 이해할 수 없어 속이 답답했다. 심지어 검까지 뽑아 들었지만, 표묘각은 그런 우유도를 그냥 내버려 두었다.
물론, 그건 심일도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궁금해하는 부분이었다. 다들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며 우유도 옆에 자리 잡고 앉아 어찌 된 상황인지 알아보고자 했다. 하지만 우유도는 대충 둘러댈 뿐, 그 일에 대해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들에게 아는 것이 적을수록 좋다며, 스스로 문제를 만들지 말라 당부했다.
우유도가 그렇게까지 말하니, 어쩔 수 없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우유도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전과 같이 다음에 만날 지점을 의논했다. 이번에 우유도는 자금동 사람들을 이끌고 따로 움직이지 않고 의논한 길을 따라 같이 움직였다.
심일도 또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했지만, 표정이 다소 부자연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흩어져 움직이기 시작한 후, 진관과 가정걸은 자신들의 장로가 평소와 같이 여전히 요호를 사냥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전히 우유도는 유람을 온 것처럼 유유자적하게 움직였다.
다만 중간에 둘은 우유도와 잠깐 떨어져서 움직였다. 무엇을 하려고 그러는지는 알지 못했다. 아무튼, 돌아온 우유도는 요호의 수안을 몇 개 가져와 그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설마 또 강탈해온 것인가?
* * *
대원성지에 있는 누각 내부.
정위가 자리에 앉은 채, 차를 마시며 현요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보고를 들을수록 정위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보고가 끝났을 때, 정위는 찻잔을 내려놓고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표묘각 사람이 우유도의 것을 빼앗았단 말인가. 확실한 일이더냐?”
현요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확실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 자신이 당당히 말한 것처럼, 확신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언젠가는 자신의 것을 빼앗아간 사람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무슨 단서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정위가 눈살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누각 안을 한참 동안 배회했다. 곧 잠시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
“누가 감히 그리 간덩이가 부었단 말인가. 설마 우리 대원성지의 사람일까?”
“만약 우유도의 말이 사실이라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저와 반목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것을 보면, 분명 믿는 것이 있어 보였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처럼 당당하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단서를 제게 알려주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죽는다 해도 밝히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니, 저 또한 혹시라도 우리 쪽 사람이 그 일에 얽혀있을까 봐 깊게 파고들지 못했습니다. 정말 우리 쪽 사람이라면, 처리해도 암중에 몰래 처리해야 합니다. 공개적으로 처리한다면 다른 성지에 할 말이 궁색해질 것입니다. 다만 선생님의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라 이렇게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위가 계속 왔다 갔다 하며 깊은 사색에 잠기더니 천천히 말했다.
“조경의 실종이 정말 우유도와 무관하더냐?”
“정말로 우연인 것 같습니다. 그 일과 우유도가 무관하다는 증인이 한두 명이 아닙니다. 그들이 단합해서 거짓을 말하지 않은 이상, 우유도와 상관없는 일이 확실합니다. 그리고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조승회의 일부터 그 후에 일부 일까지, 우유도는 고분고분 사실을 고했습니다. 다만 수안을 빼앗긴 일만은 협조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 이 우유도란 놈이 참으로 광오합니다. 감히 공개적으로 우리 표묘각에 대적하다니요.”
“광오한 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대가를 치르게 하면 그만이다. 우리 손아귀에 있으니, 그를 처리할 기회는 아주 많다. 도망갈 곳도 없으니 급할 것 없는 일이다.”
정위가 손사래를 치더니,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현요를 보더니 말했다.
“지금 급한 것은 우유도의 물건을 빼앗은 사람이 우리 쪽 사람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정위가 천천히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어느 멍청이가 저지른 짓인지 모르겠군. 설마 성존께서 표묘각에 불만이 있어, 표묘각을 정리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을 모른단 말인가? 이러한 때에 공개적으로 규칙을 위반하다니, 성존의 명령을 거역한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성존께서 어찌 생각하시겠는가. 만약 성존께서 거칠게 나온다면 그 누구에게도 좋을 것이 없는 일인데…. 현요, 이 일은 다른 사람 손에 맡길 수 없으니, 다시 한번 다녀와야겠구나.”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정위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다시 황택사지에 가서 일단 우리 대원성지의 사람을 찾아 우리 쪽 사람이 혹시 그런 짓을 했는지 확인하도록 해라. 만약 정말 그런 자가 있다면, 증거를 남기지 말고 깔끔하게 처리해라. 문제를 해결한 후, 내가 성존께 보고드리겠다.”
정위는 목을 긋는 손짓을 하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만약 우리 쪽 사람과 무관하다는 것이 확실하다면, 다른 쪽의 허물을 덮어주려고 노력할 필요 없겠지. 그때가 되면 더는 숨기려 하지 말아라, 숨기려고 할수록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으니, 우유도에게 알아서 그 사건을 들추게 하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 어쨌든 그놈의 손에 걸리는 놈이 재수 없는 것이다. 하아!”
정위의 안색이 다소 서글퍼졌다. 사실 그는 구대지존의 뜻이 확고함을 은은히 느끼고 있었다. 결국, 올 일은 오게 되어있었다. 다만 이 일이 어디까지 번질지 알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현요가 대답하더니 결국 참지 못하고 다시 물었다.
“만약 우유도가 찾아내지 못하면 어찌합니까? 만약 우유도가 단지 거짓으로 기만을 하는 것이라면 말입니다.”
현요는 이번에 체면을 구겼기 때문에 우유도를 쉽게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
“황택사지의 일이 대충 정리된 후, 그놈의 껍질을 벗겨버려라!”
현요가 미소지었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황택사지로 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