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1화. 산 정상
모닥불 옆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던 우유도의 손에 돌멩이 하나가 잡혔다. 돌멩이 속에는 나뭇잎 하나가 말려 있었다.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우유도는 나뭇잎을 손바닥 안에서 펼쳐 빠르게 내용을 살펴보았다.
현요가 다시 황택사지로 돌아와 시합을 치르고 있는 표묘각 인원과 만났다는 내용이었다. 상황을 파악한 우유도는 손안에 있는 나뭇잎을 가루로 만들었다.
손이 움직이는 가운데, 우유도는 모닥불을 빤히 바라보며 침묵했다.
삼 개월의 시간이 빠르게 가까워졌다. 단련이 끝날 시간이 다가오자, 각 집단은 시간을 계산하며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요호 사냥의 시합 결과에 대해서 성경 단련 인원은 당연히 자신이 하나도 없었다.
우유도와 같이 움직인 일행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얻지 못했다. 우유도가 알고 있는 소위 내막을 통해 이득을 취하려 했지만, 이득은 개뿔, 오히려 손해를 봤다고 할 수도 있었다. 우유도는 기대한 것보다 더 많은 수안을 가져오지 못했다.
다만 이번에 현요의 조사를 통해 한가지 확실히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우유도에게 내막 같은 것은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해였다.
다만, 우유도가 내막을 알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음에도 계속 그를 따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진실을 알았을 때는 삼 개월의 시간 중 절반 이상이 지나있었다. 그러니 무슨 난리를 피우든, 열심히 요호를 사냥하는 것 외에 또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또 계속 우유도를 따른 것은, 우유도가 표묘각 사람들에게 검을 들이대고도 무사한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바로 호소력이었다!
결국, 마지막 시합 결과에 대해서는 이미 별다른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았다.
어차피 성존께서 처음부터 성적이 나쁠 경우, 문파 사람들을 처벌할 것이라고 말한 적도 없었다. 그래 봤자, 성적이 개인의 미래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만 언급했었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성적이 나쁠 경우, 표묘각의 인원을 처벌할 것이라고 한 적도 없었다. 다만 표묘각에서는 성존께서 이번에 이런 시합을 벌인 목적을 다들 알고 있었다. 문파 사람들의 성적이 안 좋은 것은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표묘각 인원의 성적이 좋지 않은 것은 무능하단 말이었으니, 그건 표묘각조차 할 말이 없는 표묘각을 정리할 구실이었다.
표묘각 인원의 성적이 안 좋으면 그들이 어떤 처지가 될지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아무튼, 지금 성존의 태도는 다소 모호했다. 너무 큰 반발을 원하지 않았기에 거칠게 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따르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러니 뭐 하나 명확하지 않은 태도는 아래 사람들을 가장 괴롭게 하는 것이었다. 어쨌든, 표묘각을 조이고 풀어주는 것은 모두 상황을 보고 정하는 것이었으니, 모두 구대지존의 손바닥 안에 있었다.
되돌아가는 도중에 표묘각 인원들과 문파 인원들이 서로 만나고는 했다.
양측은 상대방의 수확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려 했지만, 대놓고 알아보지는 못했다. 양측이 어느 정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고, 양측 모두 내부 파벌이 있어, 상대방의 수확을 전부 통계 내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돌아가는 길에 서로 만난 사람들은 그저 행인 취급했다.
임무 완수 후, 모이기로 한 집결지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였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했던가. 우유도는 오풍을 보았고, 오풍도 우유도를 보았다. 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는 다시 모른 척 얼굴을 돌렸다.
사실 오풍은 그 후에 계속 우유도를 찾아다녔다. 살인멸구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황택사지는 넓어도 너무 넓었다. 또 주위 다른 사람에게 알릴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오풍 혼자서 우유도를 찾으니, 그건 마치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인제 와서는 우유도를 죽이는 건 불가능했다. 곧 있으면 집결지였다. 또 우유도 곁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었고, 오풍 곁에도 일단의 표묘각 인원이 있었다. 아무 이유 없이 손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잠시 후, 눈앞에 산이 나타났다. 시합이 시작된 그 산이었다. 사람들이 날아올라, 절벽을 타고 산을 올라 하나둘 산 정상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산 정상에 도착했을 때, 이미 먼저 도착한 사람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번에 이곳을 찾아온 표묘각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산 정상을 둘러 포위할 수 있을 정도로 많았고, 황반이 여전히 현장을 통제하고 지휘하고 있었다.
우유도의 시선이 산 정상 가장 높은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 있는 나무 아래에 정위가 있었다. 요호 사냥이 끝난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그가 직접 온 것이다.
우유도는 정위를 보았고, 정위도 우유도를 보았다. 정위는 어떠한 감정도 없이 그저 담담하게 우유도를 힐끗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정위 곁에 있는 사람은 달랐다. 그 또한 우유도가 아는 사람이었는데, 바로 현요였다. 그도 이번에 정위와 같이 그 자리에 있었다.
현요는 방금 현장에 도착한 사람 중에 우유도가 있는 것을 보고,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의미심장한 미소였다. 곧이어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우유도 또한 마찬가지로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이었다. 다만 내심으로는 현요와 반목한 결과가 나타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 이번에 우유도가 자신의 물건을 빼앗아간 사람을 찾아내지 못하면, 분명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것이다. 지금 큰 위험이 우유도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 일들은 그 행동에 대한 결과를 책임져야 했다!
사람들 속에 있는 부화 일행은 다른 사람들과 서로 귓속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아마도 시합의 성적 따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 우유도 주변이 가장 조용했다. 우유도와 같이 움직이는 사람 중에 지금 우유도가 얼마나 큰 위협을 마주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언제든지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
우유도는 묵묵히 주변을 관찰하고 있었다. 비록 대응책이 있다고는 하지만, 임기응변의 준비를 해야 했다. 만약 우유도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온다면, 우유도는 앉아서 죽어주지 않을 작정이었다. 당연히 어느 방향을 뚫고 나가야 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이기기 전에 먼저 패배를 상정해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가장 최악의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
우유도는 현요 쪽에서 지금 당장 자신을 어떻게 하려 할지, 아니면 나중에 복수하려 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우유도는 현요에게 나중에 복수할 기회를 줄 생각이 없었다. 모든 일은 반드시 지금 터져 나와야 했다.
간단한 이치로, 지금이 도망치기에 지리적으로 가장 좋은 시기이기 때문이었다. 이곳은 황택사지의 가장자리였다. 일단 이곳을 벗어나기만 하면 바로 황택사지로 숨어들 수 있었다. 지리적으로 좋을 뿐 아니라, 호족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었다. 만약 지금 자신의 계획이 실패한다면 도망쳐 다음을 도모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 문제를 나중으로 끌고 간다면, 결국 황택사지에서 멀어지게 될 것이고, 다시금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던져지게 된다. 그때 다시 도망치려면 수없이 많은 것들이 자신의 앞을 가로막을 것이고, 표묘각의 추격에서 벗어나는 것이 큰 문제가 될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문제가 있다면, 묵혀두지 말고 바로 이곳에서 다 처리해야 했다.
“장로님, 성적을 등록하러 가야 합니다!”
진관이 말했다.
황반이 이미 사람들을 조직해, 시합 성적을 셈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하나둘 앞으로 나가 자신의 수확물을 제출하고 있었다.
진관과 가정걸은 자신의 성적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우유도가 있기 때문이었다. 우유도는 표묘각의 사람들조차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이니, 당연히 두려워할 것이 없었다.
이들의 자신감은 우유도에게서 온 것이었다. 다만 둘은 우유도가 묵묵히 무슨 압박을 견디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이들 둘뿐만이 아니라, 지금 수많은 사람이 오직 우유도의 성공과 영광만을 볼 뿐, 지금까지 그가 얼마나 많은 짐을 지고 걸어왔는지, 다들 알지 못했다. 그가 수많은 사람의 생사를 짊어지고 있다는 것을 진정으로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여러분들, 먼저 가십시오!”
우유도가 미소지으며 턱짓했다. 그 말을 들은 나머지 일행들이 깜짝 놀라 뒤돌아보았다. 그중에 부화가 말했다.
“같이 가세.”
우유도는 담담한 표정으로, 하지만 타협의 여지가 없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러분들이 먼저 가십시오!”
그런 우유도를 보며, 사람들은 뭐라 말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천천히 앞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우유도는 천천히 가장 뒤로 물러났다.
우유도는 의도적으로 가장 뒤로 물러났다. 지금껏 남몰래 주위를 관찰하던 우유도는 오풍이 의도적으로 우유도에게 다가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풍이 찾아오지 않으면, 그가 찾아가려고 했다. 상대방이 이렇듯 알아서 오니, 우유도는 상대방에게 가까이 다가올 기회를 주고자 했다.
사람들이 앞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오풍은 마치 우연히 우유도 곁을 지나가는 것처럼 다가와 주위를 둘러보며 입술을 살짝 움직였다. 곧 그 입에서 조용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내가 누군지 아느냐?”
우유도 또한 마찬가지로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당신 신분을 알아보았습니다. 오풍, 독무허의 손제자라고 하더군요.”
“알고 있으면 됐다. 무허성지의 사람과 척을 질 것이 아니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내가 기분이 좋다면, 앞으로 너를 돌보아 줄 수도 있다.”
오풍은 우유도가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길 바랐다. 설사 증거가 없다 해도, 우유도가 자신을 지목하게 되는 건 좋은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해서 조사를 받게 되면, 어쨌든 오풍에게는 달갑지 않았다. 그리고 혹시나, 정말로 우유도에게 증거가 있다면 곤란해질 수 있었다. 그러니 지금 이건 위협이라 할 수 있었다.
또 어찌 보면 당부의 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는 우유도가 자신의 말을 알아들을 것이라 믿었다. 설사 그를 팔아넘긴다 해도 이득을 얻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재수 없는 일을 당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무허성지의 사람들은 우유도가 만만하게 볼 사람들이 아니었다.
“어찌 될지 알고 있으니, 쓸데없는 말 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풍은 그제야 마음 놓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천천히 앞으로 움직였고, 그렇게 오풍과 우유도는 천천히 헤어졌다.
“다 제출한 인원은 좌우로 산 정상을 돌아 뒤편에 집결하시오.”
황반이 다시 주위를 환기하며 질서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했다.
그렇게 수안을 제출하는 석탁에 도착한 후, 오풍이 자신의 주머니를 꺼내 건넸다. 집행 인원은 주머니에 있는 수안을 꺼내 수를 셈한 후 다시 주머니에 수안을 넣고 주머니를 봉하고 장부에 기재한 후 오풍에게 주머니 위에 직접 자신의 이름을 적게 했다.
공개적으로 보관한다고? 오풍은 눈앞 석탁 위에 있는 수많은 주머니를 보며 잠시 넋을 잃었다. 그리고 앞에 있는 집행 인원에게 물었다.
“이게 무슨 뜻이냐? 직접 이름까지 적어야 하느냐?”
집행 인원은 오풍인 것을 확인하고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정 선생님의 뜻입니다. 저희는 그저 명령에 따를 뿐이지요.”
“호오.”
오풍이 대답하고는 주머니에 자신의 이름을 적고는 그대로 왼쪽으로 돌아 지정된 장소를 향해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