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2화. 한마디
석탁은 총 두 개가 있었는데, 하나는 표묘각 인원을 위해, 하나는 단련을 위해 들어온 문파의 인원을 위해 준비되어 있었다.
오풍과 우유도는 비교적 뒤에 치우친 상태였기 때문에, 오풍이 셈을 할 때 우유도도 거의 석탁에 도착해 있었다. 우유도는 수안을 각각 나누어 보관하는 상황을 보고는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지금 이건 우유도 또한 예상한 상황이었다. 누군가 수안을 빼앗았다고 보고를 했으니, 당연히 나누어 보관한 후 조사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오히려 이렇게 하지 않는 것이 비정상이었다.
자신이 설계한 대로 일이 진행되는 것을 확인한 우유도는 어느 정도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우유도가 수안을 제출하는 곳에 도착하자, 당연히 현요의 관심을 불러왔다.
산 정상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현요는 우유도가 제출하는 수안을 확인해 보았다. 많지 않았다. 다른 대다수 사람과 비교했을 때 절대적으로 모자라 보였다.
주머니에 자신의 이름을 적은 우유도는 왼쪽으로 가고 있는 오풍을 힐끗 바라보고는 자신도 빠르게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그렇게 산 정상을 빙 둘러 발 빠르게 움직인 우유도는 산 정상 뒤편에서 다시 오풍을 만날 수 있었다.
오풍은 무표정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었다. 우유도가 그에게 다가가 입술을 거의 움직이지 않고, 약간은 모호한 목소리로 조용히 한마디 했다.
“선생님께 잊고 말씀드리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선생님이 강탈해간 수안에 제가 모두 표시를 해 놓았습니다. 표묘각이 조사하면 찾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 보중하십시오!”
현장의 사람이 적지 않고, 또 적지 않은 사람이 오풍과 우유도가 있는 쪽에 서 있었기 때문에, 더는 대화를 나누는 것은 다른 사람의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우유도는 그 말을 던지고 발걸음을 빨리하더니 문파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오풍의 발걸음이 멈칫했다. 하지만 곧 아무 일 없는 모습으로 담담히 걸음을 옮겼다. 다만 머릿속은 지금 약간 멍한 상태였다.
한마디, 바로 우유도의 한마디 때문에, 마음속에 격랑이 일고 있었다!
방금 우유도를 위협했었다. 방금 우유도에게 당부했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우유도는 무척 고분고분했었고, 오풍은 마음을 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한순간에, 우유도의 태도가 변했다. 우유도가 그에게 건넨 한마디 때문에 오풍은 지금 등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누가 누굴 위협한다고?
증인과 증거가 모두 있다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된다. 성존의 명령에 따른 시합이었다. 규칙을 위반한 것은 성존께 거역한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는 규칙을 위반하고 붙잡힌 후에 어떤 처지가 될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다.
특히 무량원 출신의 사람이 몰래 규칙을 위반했다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하면…. 오풍은 겉으로 담담했지만, 속으로는 숨조차 쉬지 못하고 있었다!
오풍은 자신이 어떻게 사람들이 있는 곳까지 걸어왔는지도 몰랐다. 그에게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귀에 들리지 않았다.
다만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오풍이 자신의 신분을 믿고 자신들을 무시한다고 생각했다. 더는 무안을 당하고 싶지 않았기에, 당연히 사람들은 오풍에게 적극적으로 인사를 건네지 않았다.
시합에 참여한 사람들이 한곳에 모였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확실하게 두 부류의 집단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한쪽은 붉은 옷을 입고 있었고, 한쪽은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우유도에게 각 문파의 사람들은 다들 익숙한 사람들이었다. 모르는 사람도 수결산장에 있을 때 이미 안면을 익힌 상태였다. 당연히 서로서로 인사를 나눴다.
우유도는 한 사람 한 사람 웃으며 인사를 나눴고, 그러다가 사람들 사이에 있는 ‘고집불통’과 딱 마주치게 되었다. 태숙산성이 우유도의 앞을 가로막고 서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누가 봐도 고의로 우유도의 앞을 가로막고, 우유도가 자신을 에둘러 돌아가게 하려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우유도가 담담히 말했다.
“착한 개는 길을 막지 않지!”
“흥!”
태숙산성이 코웃음을 치며 마치 뭔가를 찾는 모양으로 좌우를 살피더니 말했다.
“조경과 같이 움직이던 것이 아니었는가? 어째 조경이 보이지 않는군. 설마 자네가 그를 살인멸구 한 것은 아니겠지?”
태숙산성의 말대로, 각 문파의 사람들은 황택사지로 향할 때 세 개의 집단으로 나뉘었다. 같이 출발한 집단의 사람들은 당연히 같이 돌아왔으니, 누군가 사라졌다면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태숙산성은 쉽게 발견한 것뿐만이 아니라, 조경이 이미 죽었다는 것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것도 그가 직접 손을 써서 목숨을 끊고, 늪지에 그 시신을 던지지 않았던가. 지금은 그 자신조차도 구체적으로 시신을 어디에 유기했는지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황택사지가 얼마나 거대한가. 그것도 생긴 것이 대동소이했다. 태숙산성도 대략적인 방위만을 기억할 뿐, 구체적인 위치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그가 지금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우선 조경이 돌아올 수 없다는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조경이 어쩌면 우유도에게 살인멸구 당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의심을 심어주기가 너무나 편했다.
그리고 나중에 만수문의 귀에 이런 소식이 들어간다면, 어쩌면 만수문 측에서 우유도를 곤혹스럽게 할 수도 있었다.
막말로 지금 그는 나쁜 마음을 품고 고의로 우유도를 곤란하게 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우유도가 활짝 웃었다.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고, 우유도는 눈앞의 늙은이가 참 웃긴 놈이라고 생각했다. 마치 그가 한 짓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확신하는 것 같지 않은가?
감히 자신이 직접 조경을 언급하다니, 간덩이가 부은 것 같았다. 우유도가 놀리듯이 말했다.
“조경이 어디 갔는지 우리가 어찌 알겠습니까. 그런데 태숙 장로님은 조경이 살인멸구 당했다고 확신하시는 것 같군요? 그것을 대체 어찌 아신 겁니까? 아무리 조경과 몇 마디 말다툼했다기로서니, 이렇게 조경을 저주하는 겁니까? 아니면, 설마 태숙 장로님은 조경이 이미 죽었다는 것을 알고 계신 겁니까? 어찌 죽었는지, 가르침을 주시지요!”
모든 사정을 알고 있는 우유도는 어디를 건드려야 할지 당연히 잘 알고 있었다.
사실 두 사람이 하고자 하는 말은 비슷했다. 태숙산성은 우유도에게 똥물을 튀기려고 했고, 우유도 또한 마찬가지로 태숙산성에게 똥물을 되돌려 준 것이다.
태숙산성은 우유도의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했다.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것처럼 우유도의 말이 적중하자 동요가 일지 않을 수 없었다. 태숙산성은 도끼로 제 발등을 찍은 느낌이었다. 다만 겉으로는 유쾌하게 웃으며 속마음을 숨겼다.
“난 조경과 같이 다니지 않았으니, 조경이 돌아오지 못한 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만약 조경이 정말 돌아오지 못하면, 동생은 앞으로 만수문에게 뭐라 변명할지 잘 생각해 놓아야 할 것이네.”
“태숙 장로님이 이처럼 기분이 좋아 보이는 것을 보니, 이번에 성적이 나쁘지 않았나 봅니다.”
태숙산성이 뒷짐을 지고 하늘을 보았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봤을 때, 나쁘지 않은 정도이지.”
우유도가 끄덕이며 말했다.
“장로님이 이처럼 최선을 다하는 것을 보면, 그야말로 온 정성과 열정을 다해 표묘각에 들어가고 싶으신 것 같습니다!”
그 한마디에 주위에 있는 각 문파 사람들의 안색이 다소 괴이해졌다.
태숙산성의 미소가 순간 굳어졌다. 억지로라도 웃음을 만들어 내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만약 이 말이 기운종의 귀에 들어간다면, 이는 그에게 절대 좋은 일이 아니었다. 만약 이대로 표묘각에 들어가지 못하고 기운종으로 돌아가면….
태숙산성은 곧 정신을 차렸다. 자신이 우유도의 함정에 빠져들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흥! 입만 산 소인 같으니, 네놈과 같이 있는 것조차 수치스럽군!”
그리고는 다시 콧방귀를 뀌며 그 자리를 벗어났다. 우유도의 입담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대화를 나눌수록 자신이 불리해진다는 생각에 자리를 피한 것이다.
방금까지만 해도 거만한 모습으로 우유도의 앞을 같이 막아섰던 두 기운종 제자도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그 뒤를 따랐다.
우유도가 낭랑하게 소리쳤다.
“태숙 장로님이 여기서 얼마나 노력하셨는지 숨길 수 없습니다. 우리 중 누군가는 분명 기운종에 알릴 것입니다.”
상대방이 괴로워할까 봐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괴로워하지 않을까 봐 걱정이었다. 우유도는 태숙산성이 죽든지 살든지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그저 불난 집에 열심히 부채질했다.
주위에 있는 각 문파의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부화와 홍개천 일행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자신들 의동생이 그야말로 날카로운 입을 가졌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전태봉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진관과 가정걸의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태숙산성이 우유도 앞에서 꼬리를 말고 도망치니, 두 사람도 덩달아 기가 살았고, 자금동도 체면이 서는 것 같았다.
우유도는 다시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포권을 하며 인사를 나누고는 사람들 뒤쪽으로 걸어갔다.
진관과 가정걸은 자연스럽게 그런 우유도를 따라 사람들 뒤쪽으로 따라갔다. 이때, 우유도가 문득 발걸음을 멈추더니 조용히 두 사람에게 당부했다.
“내게서 떨어져라! 지금부터, 내 신호 없이는 두 사람 모두 날 모른 척해야 할 것이다.”
우유도가 조용히 말하는 것을 들은 진관도 마찬가지로 조용히 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장로님?”
“쓸데없는 질문은 하지 말고, 저리 꺼져라!”
“네!”
두 사람이 조용히 대답했다.
비록 무슨 의도인지는 몰랐지만, 우유도가 이렇게 말한 이상,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은 우유도의 말에 따라 그곳에서 멀어졌다.
우유도는 사람들 뒤에 숨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유도가 기다리는 사람이 찾아왔다. 그는 천천히, 또 조용히 우유도에게 접근해 왔다. 바로 오풍이었다.
우유도는 그가 어떻게 해서든 기회를 만들어, 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자신을 찾아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우유도는 문파의 사람들과 표묘각에서 시합에 참여한 사람들이 서로 섞여 있는 경계에 있었다.
오풍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만약 우유도가 문파 사람들 중앙에 서 있었다면, 우유도에게 접근하는 것이 너무 눈에 띄기 때문에 오풍은 감히 다가오지 못했을 것이다.
두 사람이 서로 가까워졌다. 우유도는 정면에 있는 주봉을 바라보고 있었고, 거의 우유도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오풍은 산 아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 사람은 산 정상에 있는 사람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고, 한 사람은 마치 산 아래 풍경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서로 모르는 사이이며, 서로 관심이 없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오풍이 먼저 입을 열었다. 입술이 거의 움직이지 않았고, 아주 작은 목소리였다.
“의도가 무엇이냐?”
우유도 또한 마찬가지로 입술을 거의 움직이지 않으며 조용히 대답했다.
“맞춰보시지요.”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분노가 아주 대단하십니다. 하지만 쓸데없는 짓 하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겁니다. 일전에 제게서 물건을 훔쳐 갈 때도 저를 죽일 수 없었으니, 지금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또 말씀드려야 할 것은, 이 일을 알고 있는 사람은 저 혼자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 선생님의 경솔한 행동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지 잘 생각해 보셔야 할 겁니다.”
우유도는 다가오는 오풍의 두 눈에 살기가 번뜩이는 것을 확인했었다. 아마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살인멸구 할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우유도를 죽일 수만 있다면, 아마 오풍은 사람들 사이에서 손을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것 같았다. 우유도는 당연히 사전에 상대방의 악독한 마음을 우선 없앨 필요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