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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254화 (352/1,000)

1254화. 과거의 대가

표묘각은 구대지존, 즉 아홉 성존이 천하에 군림하기 위한 눈과 귀였다. 만약 이 눈과 귀가 그들을 속이고 있다면, 그건 금기를 범하는 일이라 할 수 있었었다. 만약 표묘각을 관리하는 그가 먼저 나서서 뭔가를 숨기려 한다면, 나중에 어찌 될지 뻔한 일이었다.

우유도가 사람들 사이에서 나와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위에 있는 사람에게 포권을 했다.

현요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유도, 자네는 내게 말하길, 자네가 얻은 수확물을 표묘각 인원에게 빼앗겼다고 했었네. 이후, 자네는 나에게 그 사람을 찾아낼 수 있다고 했지. 그래서 자네에게 기회를 주었지. 그래, 찾았는가?”

표묘각의 누군가가 규칙을 어기고 수안을 빼앗았다는 말을 들은 현장은 그야말로 소란스러워졌다. 다들 서로서로 누가 그리 간덩이가 부었는지 모르겠다며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부화 일행은 더욱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들은 이런 일이 있는지 몰랐다. 각 문파의 사람들이 그들에게 다가와 어찌 된 일인지 물었지만, 그들도 모르는 일을 뭐라고 설명한단 말인가?

주위가 매우 소란스러워진 가운데서도, 오풍은 조용히 우유도를 빤히 노려보고 있었다.

“조용!”

현요가 크게 소리쳤다.

현장의 소란이 즉시 가라앉았다. 정위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관망하며 싸늘한 눈빛으로 사람들을 훑어보고 있었다.

우유도는 대답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기다렸다. 오풍이 나서서 증언하는 것을 기다렸다.

오풍의 심장은 당장이라도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뛰었다. 그는 매우 망설였다. 만약 나서지 않으면 우유도는 오풍을 폭로할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나서서 증언을 하자니, 그것은 위증이었다. 만약 어느 날 그 사실이 폭로되면, 수안을 강탈한 일과 위증을 한 일이 모두 폭로되어 더 큰 죄가 될 것이었다.

그때가 되면 어떤 최후를 맞이하게 될지 그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어찌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겠는가?

현장은 여전히 조용했고, 산 정상에 부는 바람 소리만이 들렸다. 한참 동안 말이 없는 우유도를 보고, 현요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유도, 지금 묻고 있지 않은가. 들리지 않는가? 누가 네 물건을 강탈했는가?”

우유도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못 찾았습니다.”

“못 찾아?”

현요가 반문하더니, 그 얼굴에 냉소가 떠올랐다. 현요는 우유도의 오만방자한 과거의 태도를 속으로 비웃었다.

“돌아올 사람은 다 돌아왔네, 자세히 살펴보는 것은 어떤가. 현장에 네 물건을 강탈한 사람이 있는지 말이야.”

“이미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제 물건을 빼앗아간 사람은 없었습니다.”

현요는 속이 다 시원했다. 그는 느긋하게 말했다.

“표묘각의 사람이 자네 물건을 강탈해갔다고 하지 않았는가. 또 그 사람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지. 그 때문에 내가 자네에게 기회를 주었고 말이야. 그런데 인제 와서 못 찾았다고 하다니, 또 자네보고 증명하라고 했더니 그 얼굴을 확실히 보지 못했다고 하고 말이야. 그게 자네가 말한 증거인가? 무슨 근거로 자네의 말이 진실이라는 걸 증명할 수 있는가. 자네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어찌 증명할 것인가?”

“지금은 증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우유도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정위를 향해 포권을 하며 말했다.

“정 각주님, 황택사지에 있는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조사했습니다. 다만 조사를 할수록 지역이 너무 광범위하고 또 인원은 분산되어 있으니, 사람을 찾는 것조차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뿐입니다. 당연히 조사는 말할 것도 없지요. 제가 너무 쉽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제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십시오. 제게 조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조금만 주십시오.”

그런다고 뭐가 나오겠는가? 우유도와 원한이 있는 사람들은 다들 우유도의 불행을 고소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반대로 우유도의 사람들은 다들 얼굴에 우려가 가득했다.

정위는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만약 네 말이 진실이라면, 표묘각이 알아서 알아낼 것이다. 여봐라, 저자를 잡아들여 엄중히 취조하라!”

현요의 입꼬리가 말아 올라가며 괴이한 미소가 만들어졌다. 그날 저녁, 우유도가 자신에게 검을 들이대던 모습이 떠올랐다. 이번에 우유도가 자신 손에 떨어졌으니, 이제 그는 우유도에게 태어난 것을 후회하게 할 것이다.

곧 두 표묘각 인원이 날아와 우유도를 붙잡으려 했다.

“잠깐!”

우유도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두 사람을 향해 손을 들어 저지하고는 다시 정위에게 포권을 하며 말했다.

“정 선생님, 제게 단서가 있습니다. 지금 현장에서 제게 확인할 시간을 주십시오. 그렇지 않고 이대로 붙잡혀 들어간다면, 사람을 확인할 수도 없고, 이름도 모르니, 조사에 협조할 수가 없습니다!”

그를 잡으러 왔던 두 사람이 멈칫하더니 높은 곳에 있는 정위를 돌아보았다.

현요도 정위를 바라보았다. 정위의 두 눈이 번뜩였다. 우유도가 자신에게 단서가 있다고 하니, 지금 당장 사람들 앞에서 저놈을 이대로 끊어내기 어려웠다. 정위는 곧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그 즉시 좌우로 한발 물러나 우유도에게 공간을 허락해 주었다.

“감사합니다.”

우유도는 포권을 하며 감사를 표한 후, 그대로 몸을 돌려 사람들을 마주 보았다. 우유도는 이번 시합에 참여한 표묘각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을 잠깐 훑어보더니 갑자기 크게 소리쳤다.

“제 물건을 강탈해 간 사람이 누군지, 저는 모릅니다. 그 사람의 이름도 모르지요. 이 자리에서도 찾을 수 없으니,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물건을 빼앗길 당시, 또 다른 표묘각 인원이 근처를 지나가는 것을 보았고, 그 사람은 제가 물건을 빼앗기는 과정을 그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그 사람은 지금 이곳에 있습니다!”

현장이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다만 그 소리는 크지 않았다. 다들 서로서로 속삭이며 의견을 주고받고 있었다.

오풍의 심장이 쪼그라들었다. 우유도는 오풍이 나서지 않는 것을 보고, 지금 자신을 강제로 끄집어내려고 하고 있었다.

표묘각 사람을 증인으로 내세우겠다고? 현요는 다소 의외였다.

정위의 두 눈이 돌연 가늘어졌다. 그는 이번 시합에 참여한 표묘각 인원들의 반응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반면, 우유도는 계속해서 큰 소리로 말했다.

“저도 당신에게 직접 나서라고 말하는 것이 당신을 난처하게 하는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저도 사실 다른 사람과 원한을 지고 싶지 않습니다. 게다가 당신을 곤란하게 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저도 이제 벼랑 끝에 몰렸으니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 나서주시기를 바랍니다. 만약 직접 나오지 않겠다면, 제가 당신을 지목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어찌 될지 그 결과를 잘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만약 제가 지목하고 나서야 나선다면, 그것은 진실을 은폐할 혐의가 있다는 것이고, 일단 조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진다면,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사실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당신이 모든 과정을 보았다는 것을 본 다른 증인이 있습니다!”

오풍은 멈칫했다. 우유도가 한 마지막 말의 의도를 깨달은 것이다. 지금 이건 오풍에게 그나마 변명거리를 생각해준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우유도의 말을 들은 정위가 엄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일을 직접 목도한 증인이 있는가? 있다면 지금 나와야 할 것이야. 만약 이를 숨기다 나중에 밝혀진다면, 엄벌에 처할 것이다!”

정위 또한 입장을 밝혀야 했다. 그런 일이 있었든 없었던, 정위는 모른 척할 수 없었다. 설사 보여주기식으로라도 해야 했다.

결국, 오풍이 움직였다. 그는 자신 앞에 있는 사람을 양옆으로 밀어내며 걸어 나왔다.

오풍이 움직이자, 수많은 사람이 그를 바라보았고, 적지 않은 사람이 목을 길게 빼고, 까치발을 하고 지금 움직이는 사람이 누군지 확인하고자 했다. 앞으로 나오고 있는 사람이 오풍임을 확인한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 저 사람이라고?

오풍이라고? 깜짝 놀란 정위와 현요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오풍은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그 발걸음이 매우 무거웠다. 그는 자신이 내디딘 이 한 걸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내디디면 더는 돌아갈 길이 없었다. 독이 든 술잔으로 갈증을 푸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오풍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지금 당장 죽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움직여야만 했다.

오풍은 지금 자신의 행동이 자신에게 수많은 문제를 가져올 것을 알았다. 예를 들어 자신이 움직인 행적을 어찌 설명한단 말인가? 그런데 우유도 그 자라 새끼는 그런 건 하나도 신경 쓰지 않고, 오풍 자신에게 알아서 하라고 했다.

그렇게 다 떠넘기니, 우유도는 번거로울 것이 하나도 없었다. 사후에 문제들은 모두 오풍이 떠안게 되었다. 오풍은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거짓말에 허점을 없애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오풍은 우유도가 차마 자신을 들추지 못할 거라는 것에 모든 것을 걸었다. 우유도가 바로 앞에 자신에게 증인으로 나서라고 알려준 사실은 매우 은밀한 내용이었다. 그러니 만약 자신이 그 내용을 폭로한다면, 우유도 또한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다만 어쨌든 우유도 또한 벼랑으로 몰렸기에, 어쩔 수 없었다. 표묘각이 우유도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니, 우유도 또한 필사적일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오풍은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오풍은 그야말로 크게 후회하고 있었다. 우유도가 찾아와 자신에게 한마디 말을 건넨 후로, 그는 후회했다. 욕망을 자제하지 못한 자신을 질책했다.

사람들이 모두 걸어 나오는 오풍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우유도 또한 오풍을 빤히 바라보며 그 얼굴에 웃음기가 스쳐 지나갔다.

사람들 사이에서 걸어 나온 오풍은 우유도를 한번 보고, 우뚝 자리에 서더니 담담히 말했다.

“제가 보았습니다.”

우유도가 뒤돌아 포권을 하며 말했다.

“정 선생님, 맞습니다. 바로 이분입니다. 과거, 제가 물건을 강탈당할 당시에, 바로 이분이 그 과정을 모두 보았습니다.”

이제 우유도의 말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제 우유도는 더는 핵심이 아니었다.

이제 표묘각의 사람이 규칙을 위반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이 나섰다. 이건 문제가 아주 심각했다!

정위는 우유도를 쳐다보지도 않고 오풍을 빤히 노려보며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 기억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너는 아마 엽념의 제자 오풍이렸다?”

오풍이 포권을 하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당신….”

현요가 뭐라고 입을 열려고 할 때, 정위가 손을 들어 저지했다. 그는 현요의 입을 다물게 하고는 직접 심문하기 시작했다.

“너는 표묘각의 사람이 우유도의 물건을 강탈하는 것을 직접 그 눈으로 본 것이 확실하더냐?”

오풍이 고개를 살짝 숙이고 말했다.

“마침 그곳을 지나가다, 그 장면을 보았습니다.”

“넌 네 말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거짓이 있어서는 안 된다. 알겠느냐?”

사실 정위는 지금 상대방에게 잘 생각해 보고 말을 하라고 당부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말을 한 정위는 자신이 한 말을 어느 정도 후회했다. 사람들 앞에서 이런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만약 이 말이 성존의 귀에 들어가면 자신에게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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