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0화. 근심하다 (2)
꽃이 아름답게 핀 절벽,
허공에 튀어나와 있는 난간에 몸을 기댄 사여래가 그의 심복 왕존(王尊)에게서 황택사지에서 있었던 시합 내용을 보고받고 있었다.
보고가 끝나고 사여래가 크게 의아해하며 물었다.
“정위에게 찍히고도 무사하다고?”
“아직 심문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을 보면, 별일 없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정식으로 심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그를 잠시 데려간 것 같습니다. 어쨌든 표묘각이 규칙을 어겼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표묘각을 관리하는 정위는 아마 모든 신경이 성존께 어떻게 보고할지에 쏠려 있을 것입니다. 또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정위도 당분간 우유도를 건들지 못할 겁니다. 괜히 오해를 일으킬 수 있으니, 이런 시기에 정위는 괜한 시시비비에 얽히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여래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조승회가 죽었고, 조경도 죽었다. 어찌 이리 공교롭단 말인가. 혹시 우유도가 한 짓은 아닌가?”
왕존이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그럴 리 있겠습니까? 이미 태숙산성이 죽였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사여래가 여전히 중얼거렸다.
“괴이한 일이군. 엽념의 제자가 갑자기 뛰쳐나와 우유도를 위한 증인이 되어주다니….”
왕존이 웃었다.
“우유도에게 속은 것입니다. 아마 오풍도 꽤 화가 났을 겁니다.”
사여래가 뒷짐일 지고 침음했다.
“정위가 그를 어쩌지 못했네. 우유도는 무사하고, 오히려 정위가 자신의 안위를 걱정할 처지에 놓였지.”
왕존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이 우유도에게 유독 신경을 쓰시는 것 같습니다.”
사여래가 싸늘한 눈으로 그를 힐끗 바라보았다. 왕존이 즉시 허리를 숙이고 입을 다물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한번 바라본 사여래가 느긋하게 말했다.
“천도비경에서 옷을 잃어버린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을 모두 처리했는가?”
왕존이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 안에서 옷을 잃어버린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명도 남기지 않고 모두 처리했습니다. 이제 그 누구도 그 사실을 모를 겁니다. 선생님. 이해할 수 없습니다. 천도비경이 끝난 지 한참이 지났습니다. 어째서 갑자기 그 일을 처리하시려는 것입니까. 겨우 옷 한 벌 잃어버린 것이 그리 중요합니까?”
“물어보면 안 되는 것은 물어보지 말게. 자네에게 알려줄 때가 되면 다 알려줄 것이니. 그렇지 않으면 자네와 나에게 좋을 것이 없어.”
“알겠습니다!”
왕존이 대답했다. 바로 이때, 어디선가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형!”
왕존이 뒤돌아보니 미모의 여인이 수많은 꽃 사이로 걸어오고 있었다. 나방비였다. 사여래는 뒤돌아보지 않고도 누군지 알고는 고개를 살짝 돌려 조용히 말했다.
“물러가게.”
“알겠습니다!”
왕존이 물러가더니 중간에 마주친 나방비에게 포권을 하고는 빠르게 그곳을 벗어났다.
나방비는 왕존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다시 기쁜 얼굴로 자신의 남편에게 다가갔다. 사여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여전히 애정이 가득했다.
아무 반응이 없는 사형의 모습을 보고, 그녀는 대화를 나눌 만한 주제를 생각해 보았다. 사형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사형의 흥미를 불러일으킬 만한 내용을 생각해 본 것이다.
“사형, 그 우유도라는 자가 정위에게 붙잡혀 심문을 받고 있다고 해요.”
“사부님이 너를 한 달 동안 가둬 놓은 이유를 잊은 것이야?”
사여래가 그녀를 돌아보며 이어 말했다.
“난 우유도에게 관심 없다. 한번 실패할 때마다, 뭔가 배우는 것이 있어야 할 것이 아니냐. 앞으로 우유도의 일에 참견하지 말아라.”
나방비는 다소 불만이라는 듯이 말했다.
“제가 뭘 했다고 그러세요. 그냥 그런 일이 있다고 말했을 뿐인걸요. 다시 뭔가를 할 생각도 없어요.”
* * *
자금동,
궁임책이 직접 손님을 배웅했다. 천녀교의 장문인 지청려는 그대로 날짐승에 올라 하늘로 날아올랐다.
손님이 떠난 것을 보고, 궁임책이 거처로 돌아갔다. 그런 그가 막 대문을 지났을 때 한 제자가 뛰어와 보고했다.
“장문인, 효월각 각주께서 방문하셨습니다.”
궁임책이 멈춰 서서 눈살을 찌푸렸다.
“다들 성경 단련 때문에 온 것 같군,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 수가 없다. 모셔라!”
명령을 내린 궁임책은 먼저 내부의 정원에 있는 우아한 누각에서 손님을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옥창이 자금동 제자의 안내를 받아 들어왔다. 그렇게 만나 서로 안부를 묻고는 자리에 앉았다. 차가 나온 후, 궁임책이 웃으며 물었다.
“옥창 선생님께서 이렇게 먼 길을 직접 찾아오다니, 어쩐 일이시오?”
옥창이 손사래를 치며 한숨을 내쉬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소이다. 사실 이번에 내가 찾아온 것은 기운종의 장문인 태숙비화가 나를 찾아온 것과 연관이 있소.”
궁임책이 떠보듯이 물었다.
“그자가 왜 거길 찾아갔소?”
“표묘각의 사람이 기운종을 찾아가, 기운종에게 인원을 보충하기 위해 한 명의 장로를 추가로 성경에 들여보내라고 했다고 하오. 일전에 들어간 태숙산성이 문제를 일으켜 표묘각에게 처형당했다고 합니다.
표묘각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주지 않고, 그저 장로 한 명을 데리고 돌아갔다고 했소. 태숙비화는 당연히 크게 놀랐고, 나를 찾아오기 전에 제국과 위국을 찾아가 상황을 확인했소. 당연히 얻은 것이 없으니 결국 나를 찾아왔지만, 내게서도 얻어간 것이 아무것도 없었소.”
그런 일이 있었군.
“그래서 나를 찾아오신 것이오? 성경 내부의 일을 내가 어찌 알겠소. 표묘각이 우 장로를 다시 성경으로 데려간 것을 설마 모르는 것이오?”
“우 장로가 떠나기 전에 정말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소?”
사실 대략 한 달 전쯤에 표묘각의 사람이 옥창을 찾아와 우유도에게 준 금 이천만 냥에 대한 일을 확인한 적이 있었다.
옥창은 갑자기 왜 그런 것을 물어보는지 알 수 없었다. 이해할 수 없었다. 표묘각은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려주지 않으니, 덕분에 줄곧 조마조마하며 지내고 있었다. 이번에 태숙비화가 옥창을 찾아왔을 때 성경 안에서 사람이 죽어 나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자금동을 찾아온 것이었다.
물론, 설사 자금동이 뭔가 비밀을 안다 해도 자신에게 알려주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참지 못하고 이렇게 찾아오게 된 것이다.
궁임책이 쓴웃음을 지었다.
“나도 성경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고 싶을 지경이오. 사실 방금 전에 지청려가 이곳을 방문했었소. 우유도가 성경에서 잠시 돌아왔던 것을 알고 상황을 파악하고자 찾아온 것이었소. 기운종에는 장로 한 명만을 보충하라 했지만, 천녀교에는 세 명 모두를 보충하라고 했소. 천녀교 사람들이 성경 안에서 모두 죽었다는 말이지.”
“허!”
옥창이 크게 동요하며 말했다.
“도대체 이 단련이라는 것이 무엇이란 말이오. 죽으면 죽은 것이지, 부족해진 것이 문제란 말이오? 사람을 보충하게까지 하다니?”
궁임책도 한숨을 내쉬었다.
“저 하늘의 뜻을 누가 알겠소!”
* * *
“폐하, 이번에는 어째서 반대하셨는지요?”
진국 황궁 내부,
다시금 직접 황궁에 들어온 소평파는 표정에서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어서방에 있는 태숙웅을 만난 소평파는 한껏 궁금하다는 얼굴로 태숙웅을 보고 있었다.
이번이 세 번째였다. 위국에 손을 쓰려다가 멈춘 것이 이번까지 총 세 번이었다.
지금 성경 단련의 파장이 어렵게 지나갔다. 두 달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기다렸다. 그렇게 모든 것이 정상임을 확인하고 다시 계획을 가동하려고 했다. 모든 준비가 거의 완료되었고, 이제 실행하기만 하면 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또 한 번 황궁에서 즉시 계획을 중단하라는 긴급 명령이 내려왔다.
아무리 소평파의 인내심이 좋다 하더라도, 계속해서 이런 일이 반복되니 더는 참지 못한 것이다. 계획이 계속해서 중간에 중단되는 일이 반복되니, 위국 사람들이 다 어리석은 멍청이가 아닌 이상, 언젠가 들키고 말 것이다.
서탁에 앉아있는 태숙웅이 등받이에 기대며 한숨을 내쉬었다.
“기운종 사람이 성경에서 문제를 일으켰네. 태숙산성 장로가 표묘각에게 죽임을 당했고, 표묘각이 기운종을 직접 찾아왔네.”
상황을 모두 들은 소평파는 정신이 멍해졌다. 깨달았다. 기운종은 지금 공황 상태에 빠져있었다. 태숙산성이 그 안에서 도대체 무슨 문제를 일으켰는지 알 수 없으니 이게 도대체 괜찮은 일인지, 아닌지 파악할 수가 없었다.
당연히 이런 상태에서 기운종이 전쟁에 집중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일단 기운종이 끝장나면, 기댈 곳 없는 진국은 설사 적국의 땅을 점령한다 해도 지키지 못할 게 분명했다. 황제도 매우 곤란할 뿐이었다.
정신을 차린 소평파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대체 어쩌다가, 멀쩡한 태숙 장로가 죽임을 당한 것인지요? 그곳은 성경입니다. 태숙 장로가 이유 없이 죽을 짓을 할 리가 없습니다. 당연히 더욱 조심했을 것이니, 분명 무슨 문제가 있습니다. 혹시 누군가 수작을 부린 것은 아닐는지요?”
태숙웅이 그를 곁눈질로 바라보며 말했다.
“성경에서 수작을 부린다고? 자네 지금 또 우유도를 말하는 것인가?”
소평파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단지 상황을 알 수 없으니 판단을 내릴 수 없습니다.”
태숙웅이 눈을 치켜떴다. 우유도를 의심할 줄만 아는군. 이제 그에게도 보였다. 무슨 문제가 생기면 소평파는 우선 우유도를 의심했고, 줄곧 그래왔다. 그야말로 정신병자 같아 보일 정도였다.
* * *
안이 텅 비어있고, 사방팔방으로 길이 뚫려 있는 산굴 안,
우유도, 태숙심, 태숙입 그리고 오풍이 걸어 나왔다. 다르게 말하면 붙잡혀 끌려 나왔다고도 할 수 있었다.
네 사람은 다시 심문을 받았다. 이번에는 따로 격리되어 가둬 둔 후, 따로 심문했다.
우유도는 아무 일 없었다. 그때 했던 말이 다였다. 나중에 밝혀진 일에 대해서는 물어보는 것마다 모르겠다며, 그 짐을 모두 오풍에게 알아서 하라고 떠넘겼다.
갇혀 지내는 며칠 동안 우유도는 첫날 한번 심문을 받았을 뿐, 그다음부터는 그저 감옥 안에서 혼자 고독하게 가부좌를 틀고 앉아 시간을 보냈다.
우유도는 아주 깨끗하게 빠져나갔다. 문제는 다른 사람에게 다 떠넘겼으니, 우유도는 걱정할 것이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오풍이 잘 빠져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문제는 오풍이 황택사지에서 있는 기간 동안 어떻게 움직였는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유도는 오풍이 행적과 시간을 맞추지 못할까 봐 걱정이었다. 다만 황택사지를 막 벗어났을 때, 오풍의 연기를 생각해 보면, 아마 별문제 없어 보였다. 다만 어떻게 해도 맞출 수 없는 명확한 오차가 있을까 봐 두려울 뿐이었다.
지금 오풍이 다른 일행과 같이 풀려난 것을 보니, 아마도 잘 넘어간 것 같았다.
산굴을 나선 우유도는 뒤돌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곳이 표묘각 내에 있는 곳임을 알았지만, 위치는 알 수 없었다.
그때 옆에 있던 오풍이 갑자기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때문에 같이 있던 우유도는 자신도 모르게 오풍을 바라보았다. 산굴 앞,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큰 나무 아래, 기세가 범상치 않은 한 사람이 서서 뒷짐을 지고 싸늘한 눈으로 오풍을 바라보고 있었다.
빠르게 다가간 오풍은 공손하게 예를 올렸다. 너무 멀리 있다 보니, 두 사람이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나무 아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한참 고민하고 있을 때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말을 걸었다.
“오풍의 사부인 엽념이네. 허허, 엽념이 직접 마중을 나오다니, 확실히 오풍이 증인으로 나선 일 때문에 놀랐나 보군.”
재밌는 구경거리라는 말투였다. 우유도가 뒤돌아보니, 그는 다른 사람이 아닌 현요였다.
두 사람이 서로 마주 보았다. 현요는 얼굴 가득 우유도를 비웃는 미소를 띠고는 우유도의 가슴을 툭툭 치며 말했다.
“우유도, 시간은 아직 많네. 우리가 만날 기회도 아직 많이 남아있지.”
의미심장한 한마디였다.
태숙심과 태숙입은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 다만 우유도는 잘 알고 있었다. 이번에는 그냥 놓아주지만 언젠가는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말이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우유도가 공손하게 포권을 하며 말했다. 현요는 손짓으로 뒤에 있는 사람을 불러, 세 사람에게 무기를 돌려주었다.
“데려가라!”
현요가 명령을 내리자, 하늘에서 두 마리 날짐승이 내려와 우유도를 비롯한 세 사람을 데리고 그곳을 떠났다.
다만 오풍은 그 대열에 합류하지 않았다. 시합이 끝났다. 시합에 참여했던 표묘각 인원은 당연히 원래 자신들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갔다. 그들이 문파 인원들과 계속 같이 있을 이유가 없었다.
하늘로 날아올라 갈 때, 우유도는 아래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엽념이라고 불리는 사람의 태도가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 오풍을 크게 질책하고 있었고, 욕을 얻어먹은 오풍은 고개도 들지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