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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262화 (360/1,000)

1262화. 문을 부수다

문을 나선 세 사람은 처마 밑에 선 채, 흉흉한 기세로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는 안수귀를 마주 보았다. 태숙산해가 호통쳤다.

“이게 무슨 소란이요?”

“네놈들 기운종이 만수문의 장로를 죽였다. 그래, 내가 왜 소란을 피우는 것 같으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미 모두 확인했다. 여기저기서 편을 가르고, 이간질하는 문파가 태반이었다. 상황을 모를 수가 없었다.

태숙산해는 표묘각의 판결을 부정하지 않았다.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이미 표묘각이 처벌했지 않소. 더 뭘 원하시는 거요?”

“허! 그 정도로 끝날 수 있을 것 같으냐? 이 일에 대해 기운종은 반드시 우리 만수문에 합당한 대가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큰소리가 주변을 울렸으니, 적지 않은 소란이었다. 이에 각자의 방에 있던 사람들이 나와 무슨 일인지 살펴보았다. 우유도 또한 방에서 나와 검을 짚고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다.

가정걸이 가까이 다가가 어찌 된 일인지 알아보고자 했다. 그런 가정걸을 우유도가 불러세웠다.

“어딜 가느냐?”

가정걸은 멈칫하더니 만수문이 있는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무슨 일인지 확인하려고 합니다.”

“확인할 필요 있겠느냐? 그래 보았자 입으로만 저럴 뿐, 진짜로 서로 손을 쓰지는 못할 것이다. 우린 지금 만수문과 다소 얽힌 일이 있지 않으냐. 만수문은 지금 이번 기회에 자신들의 위세를 올리려 하고 있으니, 저들이 너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니 괜히 가서 문제 일으키지 말아라. 지금은 처신을 조심해야 할 때다.”

“알겠습니다!”

가정걸은 어쩔 수 없이 알았다고 대답하고는 그저 멀리서 지켜만 보았다.

한편, 처마 밑에 서 있는 태숙산해가 웃었다.

“대가? 지금 나는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처지요. 내게 무슨 대가를 원하시오? 한판 붙어 보겠다는 것이오? 안수귀, 어디 한번 와보시오. 그런데 당신에게 그럴 배짱이 있으시오?”

안수귀는 어이없다는 듯 태숙산해에게 삿대질하며 말했다.

“태숙산해, 우리 만수문이 그리 만만해 보이더냐? 잘 들어라, 만약 기운종이 이번 일에 대해 어떠한 대가도 주지 않는다면, 만약 만수문이 합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면, 우리 만수문이 제국과 위국에 개입할 것이다. 어디 우리가 두 나라를 도와 진국을 멸망시킬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두고 보아라! 쓸데없는 말 하지 않겠다. 너희들 기운종이 알아서 해라!”

말을 마친 그는 소매를 펄럭이며 그대로 뒤돌아 멀어져갔다.

뒤에 있는 사람들은 분분히 옆으로 비켜섰다. 제국과 위국 사람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그 뒤를 따라 멀어져 갔다. 마치 만수문을 싸고도는 느낌이었다.

생각이 있는 사람들은 안수귀가 이번 기회에 제국과 위국 사람들에게 같이 이번 어려움을 이겨내자고 손을 내민 것임을 즉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처마 밑에 있던 태숙산해의 안색이 매우 복잡해졌다. 다만 더는 거친 말을 내뱉지는 않았다.

확실히 만수문은 일반적인 문파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어쩔 수 없이 중립을 지키고 있었지만, 지금 만수문은 구실이 생겼다. 일단 저들이 진국, 위국, 제국 사이의 분쟁에 끼어든다면, 진국에게 상황이 매우 불리해질 것이다.

연국과 송국의 전쟁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지금껏 몽산명을 이긴 장수들이 단 한 명도 없었건만, 놀랍게도 단 한 번 만수문이 개입했을 뿐인데, 그 당시에 연군은 크게 패배했었다.

태숙산해는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건 지금 진국이 비밀리에 위국을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만수문이 정말 개입한다면, 진국에 아주 큰 위협이 될 것이 자명했다.

비록 표묘각이 이미 판결을 내리고 집행했다고는 하지만, 만수문이 정말 끝까지 이걸 구실로 물고 늘어진다면, 대국을 위해서 기운종은 만수문에게 뭔가 만족스러운 대가를 지불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우유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만수문의 안수귀는 기운종에게 으름장을 늘어놓은 것만으로는 부족한 모양이었다. 그가 흉흉한 기세로 우유도를 향해 걸어왔다. 아무리 봐도 좋은 뜻으로 오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왜 자신을 향해 오는지 우유도는 어느 정도 추측이 가능했다. 뭣 때문이겠는가? 우유도는 방금 가정걸에게 문제 일으키지 말라고 당부하던 참이다. 즉, 안수귀와 자신이 마주치면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우유도는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다.

“들어가자!”

우유도가 즉시 소리치고는 가정걸과 진관을 데리고 방 안으로 들어가더니 또다시 한마디 했다.

“문을 닫아라!”

덜컥! 즉시 방문이 닫혔다. 창문도 마찬가지로 굳게 닫혔다.

“우유도, 당장 튀어나와라!”

잠시 후, 우유도의 방문 앞에 도착한 안수귀는 밖에서 분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방 안에 있는 진관과 가정걸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우유도가 그들에게 말했다.

“못 들은 척해라. 신경도 쓰지 마라!”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따랐다.

“우유도, 거북이처럼 숨어 있는 것이냐?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꼴이구나! 당장 튀어나와라!”

안수귀는 밖에서 한참 동안 욕하며 소리쳤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방 안에서는 어떠한 반응도 없었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그 모습을 보고 퍽이나 우습다고 생각했다.

“문을 두드려라!”

안수귀는 허공에 대고 욕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좌우에 있는 제자에게 손짓하며 말했다. 곧 제자들이 앞으로 나가 ‘쾅쾅’ 문을 두드렸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자, 방 안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던 우유도가 눈을 뜨고 크게 울리는 방문을 바라보았다.

진관이 물었다.

“장로님, 쉽게 물러날 것 같지 않습니다. 어찌하는 게 좋겠습니까?”

“이 몸이 다른 사람에게 빌미를 제공할까 봐 좀 조용히 지내려고 했더니, 권주를 마다하고, 벌주를 마시려고 하는구나.”

한참 동안 소란을 참았음에도 전혀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우유도도 조금 화가 났다. 그는 침상에서 내려와 검을 짚으며 천천히 방문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두 사람에게 비키라고 손짓했다.

우유도는 손을 방문에 올리고는 조용히 뭔가를 기다렸다.

진관과 가정걸은 의아한 모습으로 우유도가 무엇을 하려는지 지켜보았다. 문을 두드리는 ‘쾅’ 소리가 났을 때, 두 사람은 입을 쩍 벌렸다.

두 사람이 문을 세게 두드리는 순간, 우유도가 법력을 이용해 문을 강하게 잡아당겼다. 그러자 그 순간이 미묘하게 겹쳐, 그 즉시 문이 박살 나 버렸고, 방문이 날아갔다!

사실 우유도가 법력을 쓴 것 때문이었는데, 마치 두 사람이 문을 세게 두드린 것 때문에 문이 박살 난 것 같은 상황이 되고 말았다. 상황이 아주 묘했다!

게다가 문이 박살 난 방향이 방 안쪽이었다. 이 때문에 우유도의 방 안에는 지금 박살 난 나뭇조각이 휘날리고 있었다. 진관과 가정걸은 멍청한 얼굴로 입을 쩍 벌리고 그 안에 서 있었다.

문을 두드리던 만수문의 제자도 깜짝 놀라 그대로 넋을 잃었다. 문을 두드리다 보니 문을 부숴버린 것이다. 두 사람은 주먹 쥔 손을 들고 멍청한 얼굴로 굳어있었다.

안수귀도 멍청한 얼굴을 하고 입을 살짝 벌리고 쳐다보았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는 두 제자를 노려보았다. 문을 두드리라고 했지, 누가 문을 부수라고 했더냐!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은 멍해졌다. 곧 누군가 길을 비켜섰다. 표묘각의 사람이 온 것이다.

당연히 오지 않을 수 없었다. 큰 소리가 났으니, 마치 싸움이라도 난 것 같은 소란이지 않은가.

각 문파의 사람들이 서로 한두 마디 말싸움하는 건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손을 쓰는 것은 허락할 수 없었다. 이곳이 어떤 곳인가? 감히 저들이 함부로 해도 되는 곳이 아니었다!

몇 명의 표묘각 인원이 현장에 도착했다. 그리고는 문이 박살 난 방문을 바라보았다.

문들 두드리고 있던 만수문의 두 제자는 깜짝 놀라 다급히 뒤로 물러났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처마 밑에 서 있던 태숙산해조차 큰 소란에 달려와 상황을 확인할 정도였다.

“아니, 문까지 박살 내다니,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 사람이라도 죽이려는 것입니까? 죽이려면 죽이십시오. 어디 한번 해보십시오!”

우유도의 목소리가 방문에서 들렸다. 우유도는 바닥에 널브러진 나무판자들을 발로 대충 치우며 걸어 나왔다. 한 손에는 검을 지팡이 삼고, 한 손으로는 문이 박살나며 일어난 먼지에 답답하다는 듯, 기침하며 입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리고는 곧 문 앞에 있는 표묘각의 사람을 보더니 멈칫했다.

“당신들이 제 문을 부쉈습니까? 하긴, 만수문의 사람들이 그 정도로 간이 부었을 리가 없지요. 전 방금 돌아와서, 아무 짓도 하지 않았습니다만? 필요한 일이 있으면 말로 하시지, 문을 부술 필요까지 있었습니까?”

표묘각 사람들은 우유도의 말에 잠시 멍한 얼굴을 했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는 일행을 이끄는 사람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누가 당신 문을 부쉈단 말이오? 그게 무슨 헛소리요?”

우유도가 텅 비어있는 방문을 보고는 한 손으로 가리키더니 말했다.

“그럼 문이 자기 혼자 저리되었단 말입니까?”

표묘각 사람은 뒤돌아 사람들을 보고 소리쳤다.

“누가 문을 저리 만들었소?”

안수귀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아직 상황을 다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정황상 자기 밑의 제자들이 한 것이 확실한 것 같았다. 다만 문을 두드리다가 화가 나서 그런 행동을 했다고 말해버리면, 표묘각에 무슨 추궁을 받을지 몰랐기에, 뭐라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이때, 두 제자 중에 한 명이 말했다.

“제가 한 것이 아닙니다.”

다른 한 사람도 그 말을 듣고 다급히 말했다.

“제가 한 것도 아닙니다.”

우유도가 하하 웃으며 말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군. 여기서 한 것도 아니고, 저기서 한 것도 아니면, 확실히 이 방문이 혼자 이렇게 된 것이 확실하군그래.”

이게 된다고? 이미 방 안에서 나온 가정걸과 진관은 어이가 없었다. 자신들의 장로가 참 못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로로서의 위엄이 없었다. 다만 오늘, 이런 수단도 있구나 하고 배울 수 있는 것은 확실했다.

표묘각 사람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시 물어보겠소. 누가 부순 것이오?”

우유도가 주위에서 구경하는 사람 중 일부 사람들을 턱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여러분들은 누가 문을 부수는지 보셨습니까?”

우유도가 가리킨 사람 중에 있던 홍개천이 즉시 손을 들고 낭랑하게 말했다.

“만수문의 사람이 부수는 것을 모두 보았습니다.”

표묘각 사람이 즉시 안수귀를 돌아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왜 문을 부수었소?”

안수귀가 다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부순 것이 아니라, 문을 두드린 것입니다!”

자신과 상관없다고 부정하고 싶었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보고 있었다.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이 제법 많았고, 다들 장님이 아니었다. 그러니 못 볼 수가 없었다. 차마 자신과 상관없다고 말할 수 없었다.

표묘각 사람이 말했다.

“그러니까, 만수문이 여기 입구에서 소란을 일으킨 것을 인정한 것이군! 문을 두드렸을 뿐인데, 문이 부서졌다고 말했소? 여기 문이 적지 않으니, 어디 다시 한번 두드려 보시오. 만약 두드려서 문이 부서지지 않으면, 당신 머리통을 부숴버리겠소.”

안수귀는 당황했다. 여기 오자마다 이런 문제에 휘말릴 줄은 몰랐다. 성경이 얼마나 엄한지 그는 아직 겪어보지 못했다. 그 허실을 알 수 없으니 더욱 두려웠다. 그는 즉시 두 제자를 불렀다.

“당장 튀어 오너라!”

두 제자는 전전긍긍하며 안수귀에게 다가가자, 안수귀가 호통쳤다.

“네놈들 보고 문을 두드리라고 했지, 누가 문을 부수라고 하더냐?”

한 제자가 무섭고 두려워 대답했다.

“정말 그저 두드리기만 했습니다. 절대 부수지 않았습니다.”

두 제자는 그 즉시 주절주절 열심히 변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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