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군-1264화 (362/1,000)

1264화. 성존의 진노 (2)

종이를 한 장 들고 내용을 확인하던 황반은 안수귀가 대경실색한 것처럼, 자기도 마찬가지로 종이를 보고는 대경실색했다.

정위가 왔다. 그는 수결산장 안에 있는 한 누각 안에서 창문을 내다보며 조용히 서 있었다. 내용을 확인한 황반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들어 물었다.

“그들에게 각 부(部)에 개입하게 하고, 성존께 직접 보고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단 말입니까?”

정위가 묵묵히 끄덕였다.

“성존의 윤허 없이는, 그 누구도 그들의 생사를 결정지을 수 없네, 성존의 동의를 얻어야 집행할 수 있는 것이지!”

황반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정위가 한숨을 내쉬었다.

“시합 기간 동안, 표묘각의 누군가가 규칙을 위반했지. 규칙을 집행해야 하는 사람이 규칙을 어겼으니, 성존께서 진노하셨어. 시합결과를 폐기하셨고, 원래 계획까지도 취소하셨다.”

“그 말은….”

“좋은 성적을 얻은 우수한 인원을 표묘각으로 받아들이기로 한 계획마저도 취소하셨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성경단련 인원들을 표묘각의 각 부에 배치하고 문제를 조사하라 명하셨다!”

“표묘각이 자체적으로 조사할 수 있습니다. 어찌 외부인이 개입하게 하신단 말입니까?”

“나도 그리 말했다. 그러자 성존께서 말씀하시길, 어찌 스스로 자신을 조사할 수 있냐며 질책하셨다. 황반, 빌미를 잡혔으니, 할 말이 없구나. 집행하라!”

황반은 침울하게 말했다.

“단련이라고 그럴듯하게 진행했던 것들이, 모두 구실에 불과했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트집을 잡으려고 하셨던 것이지요. 전 그것도 모르고 최선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저들 한 사람, 한 사람 뒤에 대문파의 힘이 있습니다. 이렇게 한다는 것은 표묘각을 허수아비로 만들려고 하시는 겁니까?”

정위는 여전히 창밖을 내다보며 담담히 말했다.

“입을 조심하거라.”

* * *

단련 인원들이 다시금 호출을 받고, 대청에 모였다.

황반은 새로 내려온 법지(法旨)를 하달했고, 대청 내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던 각 문파의 사람들은 다들 넋을 놓았다. 믿을 수가 없었다.

자신들에게 표묘각을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주겠다고? 심지어 성존께 직접 연락을 할 수 있다고? 자신들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오직 성존께 있으며, 다른 사람은 자신들을 어쩔 수 없다고?

갑작스럽게 이처럼 큰 권한을 손에 쥐자, 다른 사람들은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우유도조차 이제야 그나마 조금 추측하고 있던 일이 이토록 흉맹하게 다가올 줄은 몰랐다.

처음에 뜨뜻미지근하게 단련이니 뭐니 하며 사람들의 긴장을 풀게 했다. 하지만 뭔가 트집거리를 손에 쥐자, 대대적으로 일을 진행했다. 문제가 생기는 것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우유도는 이제야 구대지존이 천하를 삼킨 패기가 어떤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아래 사람들의 반응을 살핀 황반이 말했다.

“설명을 들었을 것이다. 그대들이 개입할 수 없는 몇 곳을 제외하고, 개입이 허락된 부가 적힌 명단을 모두 받았을 것이다.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을 삼 일 주겠다. 사흘 후, 표묘각이 참작하고 조정해서 상부에 보고할 것이다.”

현장에 있는 안수귀와 태숙산해 등, 새로 이곳에 온 사람은 마치 꿈속에 들어온 것 같았다. 이곳에 오자마자 이런 행운이 떨어지다니, 믿을 수 없었다.

내용을 모두 전달한 후, 사람들은 다시 원래 머물던 곳으로 돌아갔다. 황반이 다시 수결산장으로 가서 정위를 만나 보고했다.

“선생님, 모두에게 전했습니다.”

“하아!”

정위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두 눈을 감았다.

* * *

거처로 돌아온 각 문파의 장로들은 끼리끼리 모였다.

처음부터 한통속이었던 부화 일행은 우유도에게 들러붙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우유도의 방에 모였다.

우유도는 표묘각의 각 부 명칭이 적힌 종이를 들고 한참 동안 넋을 놓고 있었다. 곧 사람들이 단체로 몰려오는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부화가 우유도를 보자마자 물었다.

“동생, 어디로 갈 생각인가?”

“표묘각의 각 부가 어떤 곳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어디로 갈지 어찌 고르겠습니까. 그게 아니라 한들, 설마 다 같이 한곳으로 몰려가실 생각은 아니지요?”

생각해보니 그 말이 틀리지 않았다. 전태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런데 대체 왜 우리보고 직접 표묘각에 갈 곳을 고르라고 한 것인지,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네.”

우유도가 손에 든 종이를 흔들며 말했다.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서이지요. 만약 표묘각에서, 자신들이 직접 주도하여 문파 사람들을 배치한다면, 이조차 표묘각의 속임수가 있지 않겠냐는 의심이 들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자신들이 의도적으로 사람을 배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성존께 알리려는 것이지요. 만약 한 곳에 몰린다면 그때 사람을 다시 배분할 것입니다.”

낭량공이 말했다.

“갑작스럽게 우리에게 이렇게 큰 권한을 주다니, 솔직히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군. 꿈을 꾸는 느낌이야.”

우유도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정말 이게 좋은 일 같습니까?”

사람들이 잠시 침묵하더니, 부화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당연히 별로 좋은 일이 아니겠지. 성존만이 우리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 갑작스럽게 죽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게다가 설마 우리가 그렇게 죽는다고 해도, 표묘각이 진실을 밝혀 상부에 보고라도 하겠는가? 어차피 이렇게 해봤자, 일부 사람들이 대놓고 손을 쓰지 못할 뿐이지.”

단무상이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이건 우리 보고 호랑이 이빨을 뽑으라는 것 아닌가? 표묘각의 손에 얼마나 많은 비밀이 있는가. 그 세력은 또 얼마나 큰가. 표묘각의 권력을 그대로 두고 우리보고 어찌 조사하란 말인가? 이건 죽으라는 말이지.”

“권력 말입니까? 다들 구대지존의 제자와 손제자가 경영하는 세력입니다. 평소에도 그들을 통해 일을 처리하는데, 권력을 빼앗기라도 하란 말입니까? 그럴 이유가 없지요. 그쪽 북해의 명주님은 북해의 사람들을 처리하고 싶다고 그냥 처리할 수 있습니까? 이처럼 방대한 세력이 그냥 앉아서 죽어주겠습니까? 빼앗고 싶다고 빼앗을 수 있는 권력이 아닙니다.”

홍개천이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그럼 좋게좋게 처리하는 게 어떤가? 쉽게 말해서 그냥 하는 척만 하는 거지. 표묘각의 흠을 보고도 못 본 척하면, 쉽게 넘어갈 수 있지 않겠는가?”

전태봉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꿈도 야무지시오. 성존께서 그걸 그냥 두고 보겠소? 우리가 적어낸 내용과 상관없이, 사소한 것도 심각한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게 바로 성존들이오. 사소한 것인지 심각한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성존이라는 것이지. 만약 일을 대충하는 것 같으면, 문파까지 통째로 처리해 버릴 수 있는 것이오.

그러니 어디로 도망칠 것이오? 다들 문제를 일으키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오. 하지만 두고 보시오. 분명 본보기로 누굴 죽여서 다들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게 하겠지. 그 첫 번째로 재수 없는 사람이 누굴지 궁금하군.”

단무상이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우릴 죽여도, 뒤에 문파들이 인원을 보충해 줄 것이니, 우리가 죽든 살든 상관없는 것이겠지.”

홍개천이 이를 갈며 말했다.

“그렇다고 정말로 표묘각의 문제를 찾아 보고한다면, 표묘각이 우릴 그냥 놔두겠소? 심지어 지금 우리끼리 표묘각의 각 부에 가서 홀몸으로 무엇을 조사할 수 있단 말이오?”

우유도가 그를 놀리듯이 말했다.

“배후에서 남해 세력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습니까? 최소한 쉽게 암살당하게 두지는 않을 겁니다. 남해 세력이 만약 최선을 다해 돕지 않으면, 형님이 적어낸 내용을 빌미로 남해의 세력을 쓸어버릴 겁니다.”

홍개천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남해를 위협할 수 있는 비밀을 표묘각이 쥐고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우유도가 하하 웃었다.

“그럼 어쩔 수 없지요. 남해가 정말 멸문당할 만한 나쁜 짓을 했다면, 그리고 과거 표묘각이 그 정보를 확보하고도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면, 표묘각이 성존에게 그 사실을 숨겨서 뭘 하려고 했을까요? 어쩌면 이참에 표묘각을 압박해 그런 사실이 있는지 확인해 보려 하겠지요?”

전태봉이 얼굴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아주 악독한 수법이군. 표묘각을 정돈하면서 동시에 각 대문파들도 한번 털어 보겠다는 거군. 우리에게 살길이 있는가? 지금 이건 우릴 벼랑 끝으로 모는 것이 아닌가?”

우유도가 말했다.

“어디 한번 최대한 버텨보시지요. 본보기를 보인다면, 그 본보기가 형님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전태봉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아주 남일 말하듯이 하는군. 동생, 좋은 방법 없겠는가?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같은 편 아닌가. 다들 동생과 의형제이니 만약 무슨 방법이 있으면, 말해서 다들 참고할 수 있도록 해주게.”

“다른 사람들처럼, 저도 대세에 따라서 흘러갈 수밖에 없지요. 저라고 무슨 특별한 방법이 있겠습니까? 게다가, 저는 딱히 문제 될 것을 적어내지도 않았습니다.”

“…….”

사람들은 단체로 할 말을 잃었다.

“하하하!”

부화가 갑자기 어깨를 들썩이며 웃더니 우유도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고는 말했다.

“인원이 보충된다는 것을 잊지 말게나! 성존이 동생 하나 죽일 구실을 찾지 못할까?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죽는 건 매한가지야. 그때가 되면, 본보기로 죽는 사람은 동생일 수도 있지!”

“하아!”

우유도가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히 핵심을 짚으셨습니다. 제가 걱정하는 것도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니 제게 무슨 방법이 있겠습니까? 지금 고민해봤자 방법이 없습니다. 지금은 삼 일 후에 뭐라고 제출할지나 고민해 보시지요.”

우유도는 손에 든 종이를 흔들어 보였다.

별다른 방법이 없으니, 지금은 일단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분분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유도가 사람들을 배웅할 때 갑자기 소리쳤다.

“전 형님.”

사람들이 다들 뒤돌아보자 우유도가 변명하며 말했다.

“중요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저 사적인 일을 물어보고자 할 뿐입니다.”

부화가 우유도에게 놀리듯이 말했다.

“동생, 만약 무슨 방법이 있으면 이 누님에게도 알려주는 걸 잊지 말게나.”

우유도가 포권을 하며 허리를 굽혔다. 좀 봐달라는 모습이었다. 부화는 작게 웃더니 사해의 사람들과 떠나갔다.

전태봉은 다시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부화와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우유도에게 곧바로 물었다.

“혹시 무슨 방법이 떠올랐는가?”

“정말로 그런 것 아닙니다. 형님, 일단 앉으시지요. 갑자기 한 가지 일이 생각나서, 형님께 여쭙고자 그런 것입니다.”

우유도는 자리에 앉으며 전태봉에게 앉기를 청했다. 전태봉도 자리에 앉으며 의아한 듯이 물었다.

“무슨 일인가?”

“풍관아를 아십니까?”

“풍관아?”

전태봉이 깜짝 놀라며 끄덕였다.

“알고 있네, 능소각 전임 장문인의 손녀지. 그 아이는 수행자도 아니네. 성경에서 우리 각자의 목숨을 신경 쓰는 것도 바빠 죽겠는데, 갑자기 그 아이 일을 왜 꺼내는 것인가?”

“그녀는 나조의 부인이 아닙니까. 나조가 후진으로 도망쳤는데, 왜 같이 가지 않았습니까. 능소각이 붙잡은 것입니까?”

전태봉은 순간 경계하며 우유도를 위아래로 한참 훑어보더니 경고하며 말했다.

“동생,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네. 비록 우리가 의형제를 맺었다고는 하지만, 그건 우리 둘 사이의 인연일 뿐이네. 나를 가지고 국가와 관련된 일에 수작을 부릴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야.”

“그게 다 무슨 소립니까. 정말로 양국의 이익과 비밀이 연관된 일이라면, 그걸 형님이 제게 알려주기나 하시겠습니까?”

확실히 그랬다. 그래서 전태봉은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당연히 알려줄 리 없지. 그래, 왜 그 아이에 관해서 물어보는 것인가? 이해할 수가 없군!”

“갑자기 생각이 나서 물어보는 겁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게. 내가 알기로 둘은 서로 모르는 사이네. 갑자기 그 아이에 대해서는 왜 묻는 것인가?”

우유도가 문득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우리가 서로 아는 사이인 것을 모르십니까?”

전태봉이 깜짝 놀라 말했다.

“자네와 아는 사이라고?”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