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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267화 (365/1,000)

1267화. 제비뽑기

전태봉이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지, 이제는 이런 어쩔 수 없는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겠군. 다들 어찌 생각하시오?”

사람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이견이 없어 보였다. 전태봉이 나섰다.

“좋아. 마지막 날이니, 더는 늦추는 것도 좋지 않아 보이는군. 갑시다. 가서 저들과 이야기를 해봅시다.”

사람들이 분분히 일어나 나설 때, 우유도는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부화가 갑자기 경계하며 말했다.

“동생은 안 가는 거야?”

“저는 안 가는 게 좋겠습니다. 다들 알겠지만, 저와 은원이 있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또 누군가는 저를 믿지 못하겠지요. 제가 가면 오히려 저들의 반대만 불러올 수 있습니다. 어쩌면 끝도 없이 옥신각신해야 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결과가 나오기만 하면, 저는 그 결정에 따를 것입니다. 다만 이것이 제 계획이라고는 말하지 마십시오. 괜히 말했다가 의심을 불러일으키면, 설득하는 데 의미 없이 매우 긴 시간을 낭비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우유도의 말을 듣고 보니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렇게 사람들은 우유도를 내버려 두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모두 떠나자, 우유도는 다시 진관과 가정걸에게 입구를 지키게 했다. 이후, 문과 창문을 닫고 방 안에서 상청산이 제공해준 것들을 연구했다.

저녁이 되었을 때, 홍개천이 뛰어들어와 말했다.

“동생이 하자는 대로 하기로 했네. 다들 마당에 모여서 제비뽑기를 준비하고 있네. 동생만 남았지. 빨리 움직이세.”

우유도는 별말 하지 않고 기꺼이 일어나 그를 따라나섰다.

마당,

각 문파의 장로들이 모두 모여있었다. 제비뽑기는 이들 장로만 나와서 뽑아도 충분했다. 아래 제자들은 상관할 바 없는 일이었다.

이번에 인원들이 각 부로 배치되는 것은 모두 각 문파가 한 조가 되어 움직이는 것이었다. 다행히 성경에서도 나름 이들에게 여력을 남겨주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고 조수 한 명 없이 혼자서 감찰 임무를 집행하게 했다면 지금보다 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사람들 앞에 기운종의 태숙산해가 다시 나서며 그럴듯한 말을 늘어놓았다. 이번에는 우유도 또한 반박하지 않고 고분고분 듣고만 있었다.

일곱 국가의 스물한 문파와 세 중립 문파, 사해까지 더하니 총 스물여덟 문파였다.

표묘각의 부는 적지 않았다. 천하전장을 담당하는 부, 각 나라를 담당하는 부, 해역을 담당하는 부, 수행 문파를 담당하는 부, 산수를 담당하는 부 등등.

물론, 성경 내부에도 표묘각의 부가 있었다. 구대지존이 머무는 성지를 제외하고 성경의 다른 곳을 관리하는 부도 있었다.

다만 태숙산해도 말했다시피, 의논할 때 다들 성경 내부에 머물고자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 이유로 성경 내부에 있는 부는 제비뽑기에서 제외했다. 나중에 표묘각이 인원을 조정할 때 걸리는 사람이 재수 없는 것으로 하기로 했다.

그게 대해서 사람들은 이견이 없었다. 처음부터 의논된 일이었다. 반대의견이 없는 것을 보고 태숙산해가 손짓하며 말했다.

“가져와라.”

태숙심과 태숙입이 사람들 사이를 파고들어 중앙에 나무로 만든 제비를 땅에 내려놓았다. 제비 한 가닥마다 표묘각의 각 부 명칭이 적혀 있었고, 그는 사람들에게 검사하게 했다.

사람들은 제비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 곧 두 기운종 제자가 모든 제비를 모아 천 안에 넣고 마구 섞었다. 그리고 제비 꼬리만 살짝 보여주며 사람들에게 뽑게 했다. 공평을 위해서 태숙산해는 다른 사람들에게 먼저 뽑게 하고 마지막 남은 것을 그가 가지기로 했다.

하지만 규칙이 있었다. 앞으로 나와서 망설이지 말고 빠르게 뽑아야 했다. 이는 혹여나 법력으로 무슨 수작을 부리는 일이 생겨날까 해서였다. 또 한 번 뽑으면 절대 번복하는 일 없이, 무조건 결과에 승복하기로 했다.

사람들이 돌아가며 앞으로 나가 제비뽑기했다. 우유도의 차례가 되었을 때, 그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지나가면서 하나를 뽑아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우유도는 뽑은 제비를 들어 확인하자, 옆에 있는 홍개천이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동생은 정말 산수들과 인연이 깊은 것 같네. 운이 나쁘지 않은 것 같네.”

우유도가 미소지었다. 그가 들고 있는 제비에는 ‘산수’라는 두 글자가 적혀 있었다.

“형님이 그리 기쁘게 웃는 것을 보면, 저보다 더 운이 좋은 것 같습니다. 설마 천하전장이라도 뽑으셨습니까?”

“동생은 역시 머리가 비상하군.”

홍개천이 하하 크게 웃었다. 그는 자신이 뽑은 제비를 보여주었는데, 과연 거기에는 ‘전장’이라는 두 글자가 적혀 있었다.

그는 우유도뿐만 아니라 자랑하듯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주었다.

뽑기를 한 사람 중 적지 않은 사람이 복인지 화인지 모를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마지막 제비를 차지한 태숙산해도 마찬가지로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태숙산해는 자신의 처지에 승복했다. 곧 사람들에게 말했다.

“내일 다들 제비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 그대로 제출하면 될 것 같소.”

“그렇게 합시다.”

한 사람이 다소 침울한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그 자리를 떠나갔다. 누가 봐도 별로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갈 사람은 가고, 남을 사람은 남았다. 그 자리에서 담소를 나누는 사람도 몇몇 있었다.

방으로 돌아왔을 때, 우 장로님이 ‘산수’를 뽑았다는 소식을 들은 진관과 가정걸은 나름 들떠있었다.

가정걸이 희색만면하여 말했다.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산수라면 아마 큰 분쟁에 휘말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진관이 우유도에게 물었다.

“장로님이 산수를 뽑으셨으니, 혹시 우리도 곧 성경을 떠나는 것입니까?”

우유도는 곁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자신이 뽑은 제비를 보며 미소지었다.

“잘 모르겠다. 어떻게 개입해서 감찰하는지 알 수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마 네 말이 맞겠지.”

진관이 웃으며 말했다.

“성경에 산수가 어디 있겠습니까. 분명 성경을 떠날 것입니다.”

“분명 그럴 것입니다.”

가정걸도 연신 끄덕였다.

내일이면 성경에서 나간다는 생각에 두 사람은 매우 기뻐했다. 이곳에 계속 갇혀 있다 보니 견디기 너무 어려웠다. 성경에 있으니 누굴 만나든 공손하게 대해야 했고, 조금만 방심해도 규칙을 범할 수 있었다. 자금동의 세력이 이 안까지 미치지 못하니 정말 더 이상 이곳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

밤이 찾아왔고,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다음 날 아침,

상청산이 아침을 가져왔다. 여전히 우유도가 입구까지 나가 그를 마중했다. 물건을 받을 때, 상청산이 조용히 당부했다.

“정위가 어제 한밤중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직접 배치를 주관한다고 합니다.”

우유도와 둘이 잠시 중얼거린 후, 한쪽은 갈 길을 갔고, 한쪽은 방 안으로 돌아갔다.

아침을 먹은 후에 우유도는 진관과 가정걸을 떼어내었고, 우유도가 다시 어제 제비뽑기에서 뽑은 제비를 꺼냈다. 이후, 우유도는 법력으로 ‘산수’라고 적혀 있는 부분을 지워냈다. 그리고 손톱에 검강을 세우고 ‘전장’이라는 두 글자를 새로 적었다. 이후, 그 아래에 ‘자금동’이라는 세 글자를 추가했다.

제비를 후후 불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만든 우유도는 다시 소매에 그것을 집어넣었다.

* * *

“그 우유도라는 사람, 확실히 오만하더군.”

“무슨 일이야?”

“저들 사이에 무슨 제비뽑기를 한다고 하더군. 우유도가 산수를 관리하는 부를 뽑았지. 내가 음식을 배달했을 때, 자금동의 두 제자가 성경만 나가면, 외부에서 자신들의 세력만으로 그 누구도 자신들을 어쩌지 못할 것이라고 떠벌리더군…….”

두 사람을 이끌고 복도를 지나던 현요가 문득 발걸음을 멈췄다. 복도의 모퉁이에서 들리는 대화를 들은 그는 코웃음을 치더니 계속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대화를 나눈 두 사람이 모퉁이에서 여전히 중얼거리며 걸어 나왔다. 그중에 한 명이 바로 상청산이었다. 그는 현요가 사라진 방향을 힐끗 바라보았다…….

해가 높이 떴다. 장원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다시 소집되었다. 여전히 그 넓은 대청이었다.

일전에 성경에서 배치해준 대로 자리 잡은 사람들은 조용히 성경의 사람들을 기다렸다.

잠시 후, 정위가 들어오고 그 뒤를 이어 황반이 같이 들어왔다. 사람들이 자들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올렸다.

예를 올린 이후, 우유도는 문밖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현요를 힐끗 바라보았다. 현요는 마침 싸늘한 눈빛으로 우유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위는 사람들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한 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어제 모여 제비뽑기라는 것을 했다고 들었다. 어디 갈지 다들 정했겠지?”

대답하는 사람 한 명 없이 다들 조용했다. 잠시 후에 홍개천만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이미 결정을 내렸다고 하니, 더는 쓸데없는 소리 할 필요 없겠지. 지필묵을 준비해서, 저들에게 적게 해라.”

그때 태숙산해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정 선생님, 그럴 필요 없습니다. 저희가 어제 뽑은 제비에 각자의 이름을 적었으니 그대로 제출하면 됩니다.”

그리고 손에 나무로 만들어진 긴 조각을 꺼내 들었다.

“호오!”

정위가 끄덕였다.

“그것도 좋겠지. 제출하게.”

그리면서 앞에 있는 서탁을 탁탁 두드렸다. 그 위에 올리라는 말이었다.

태숙산해가 가장 먼저 앞으로 나서서, 자신의 제비를 내려놓았다.

나머지 사람들이 하나둘 앞으로 나와 자신의 것을 제출했다. 홍개천의 차례가 되었을 때, 앞으로 나서 서탁 위에 있는 제비를 보았을 때 멈칫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들이 다들 자신의 것을 뒤집어 놓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홍개천은 남달랐다. 제비에 적힌 글자가 잘 보이게 위로 향하게 놓았다. 거기에는 ‘전장’이라는 두 글자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사람들이 모두 제출하자, 서탁 위에 스물여덟 개의 제비가 나란히 올려졌다. 정위가 하나를 들어 뒤집으니 그 위에는 ‘전장’이라는 두 글자가 적혀 있었다. 그는 그걸 내려놓고 다음 것을 뒤집어 보았다. 거기에도 마찬가지로 ‘전장’이라는 두 글자가 적혀 있었다. 다음 것을 뒤집자 그것도 마찬가지였다.

정위는 스물여덟 개의 제비를 모두 뒤집어 보았다. 비록 필체는 다소 달랐지만, 적혀 있는 것은 하나도 예외 없이 모두 ‘전장’이었다.

정위는 그걸 보고 상당히 의외였다. 혹시 자신이 잘못 본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는 상체를 앞으로 당기며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훑어보았다. 틀림없었다. 스물여덟 개의 제비에는 모두 하나도 빠짐없이 전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정위는 서탁 위에 있는 제비를 빤히 보다가, 다시 아래 앉아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수차례 이를 반복하는 정위의 안색이 다소 괴이했다.

각 문파의 사람들은 정위의 반응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 당겼던 상체를 다시 등받이에 기댄 정위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이게 그대들이 제비뽑기한 결과인가? 아니면 내가 뭘 잘못 본 것인가? 황반, 네가 한번 보아라.”

한쪽에 서 있던 황반이 그 말을 듣고 다가와 서탁에 고개를 숙이고 살펴보더니 곧 멍한 얼굴을 했다. 곧 다시 서탁 위에 있는 물건들을 이리저리 반복해서 살피더니 고개를 들어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이게 당신들이 제비뽑기한 결과인가?”

홍개천이 당당히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황반이 사람들을 마주 보고 서서 서탁 위에 쭉 늘어서 있는 제비를 가리키며 말했다.

“정말 할 짓이 없었나 보군. 이러면 제비뽑기를 한 의미가 무엇인가? 도대체 뭐 하는 짓인가?”

정위가 황반에게 물러가라 손짓하자, 황반이 살짝 허리를 숙이고 옆으로 물러섰다.

정위는 서탁 위에 있는 제비를 빤히 바라보았고, 아래 앉아 있는 사람들은 조심스럽게 정위의 반응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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