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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270화 (368/1,000)

1270화. 요호사

“하아!”

홍개천이 하늘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어쩌다 이런 몹쓸 사람을 만났는지 한탄하는 모양새였다. 곧 그는 그대로 우유도의 거처에서 떠나갔다.

드디어 조용해졌고, 우유도가 중얼거렸다.

“이런 괴상한 일을 다 당하고 말이야. 아주 그냥 재수 옴 붙었군!”

우유도는 처음부터 홍개천을 물 먹일 생각이 없었다. 그는 단지 사람 많은 곳에 자신을 밀어 넣을 생각이었다. 자신이 이미 표묘각과 원한을 맺었기 때문에 열에 아홉은 인원조정의 대상이 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천하전장에 가기 위해 수작을 부린 것이 하등 쓸모없는 일이 되었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그게 하필 저들이 손해를 보는 일과 딱 맞아떨어졌고, 또 하필이면 자신이 홍개천의 의형제였다. 때문에 홍개천이 딱 물고 놓아주지 않는 상대가 되었으니, 홍개천에게 한참을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여기까지 생각했을 때, 갑자기 우유도의 안색이 급변했다.

“이런!”

진관과 가정걸이 이구동성으로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우유도가 돌연 문밖을 내다보며, 얼굴을 씰룩거렸다. 방금 홍개천이 나불거리던 상황을 보면 확실히 무언가 좀 이상했다. 이번 일은 사실 우유도에게 그렇게까지 할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홍개천은 자기가 우유도에게 저지른 잘못을 모를 리 없었다. 지금 이렇게 끝없이 계속 따지다 보면, 우유도가 결국 홍개천의 잘못을 드러낼 테고, 그럼 자신이 할 말이 없어진다는 걸 홍개천이 모를 리 없었다.

분명 우유도가 격분하기 전에, 알아서 적당히 하다가 알아서 말을 멈췄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계속해서 트집을 잡고 이러쿵저러쿵 끝이 없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양심이 없다고 하니, 우유도 또한 어쩔 수 없이 황택사지의 일을 끄집어내었다.

홍개천은 우유도가 그 일을 끄집어내면 이득을 보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계속 나불거렸다. 그러니 분명 이번 기회에 황택사지에서 그가 자신을 배신한 일을 처리하려 한 것이 분명했다.

어쩐지 너무 쉽게 승낙한다 했다. 어쩐지 너무 화끈하게 없었던 일로 한다고 했다! 우유도는 진관과 가정걸에게 설명하지 않고, 그저 이를 갈았다.

“속았다! 제길, 그 늙은 원숭이 요괴한테 속았구나!”

* * *

다음 날 오전,

각 문파의 인원들이 다시 소집되어 대청에 자리했다. 이번에는 정위가 나타나지 않았다. 어제 명단이 정해진 것을 확인하고는 곧장 떠난 것이다. 오늘은 황반이 직접 각 문파가 표묘각의 어느 부로 가야 하는지 명단을 발표했다.

명단을 다 발표한 후, 황반이 수첩을 닫으며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다 기억하는가? 만약 다른 이견이 없다면 이대로 확정이네!”

대다수 사람은 침묵했다. 무슨 특별한 이견이 있겠는가?

홍개천은 크게 웃으며 좋아했다.

“이견 없습니다. 아무 이견 없습니다!”

제벽상도 같이 웃고 있었다.

“역시 정 선생님께서는 현명하십니다!”

이 결과는 두 사람 다 생각지도 못한 결과였다. 표묘각 사람들이 일을 이처럼 공정하게 처리하다니, 두 사람이 크게 손해 봤다는 것을 알고는 두 사람을 천하전장으로 보내준 것이다.

두 사람의 얼굴에는 당연히 희색이 만면했다. 반면 다른 사람들은 아주 침울했는데, 결국 이들은 미지의 미래를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황반이 마지막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대로 정해졌으니, 다들 돌아가서 준비하도록. 정 선생님께서 이미 각 부에 명령을 내렸으니, 소식을 받은 각 부에서는 사람을 보내 당신들을 마중할 것이오.”

그 후, 일단의 사람들은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거처에 돌아온 후 장기간 같이 지내며 부대꼈던 사람들이 모두 우유도의 방에 모여, 우유도를 위로했다.

수행계에서 다들 각자의 문파가 있다 보니, 지금처럼 장기간 같이 생활하는 기회는 흔치 않았다. 오래 지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더욱 친해졌고, 더 쉽게 어울리게 된 것이다.

다만 사람들은 우유도가 유독 재수 없다고 생각했다. 다들 성경을 벗어나게 되었는데, 이들 일행 중에 우유도만 유일하게 성경에 머물게 된 것이다.

“동생,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이군. 너무 나쁘게만 생각하지 말게.”

홍개천이 우유도의 어깨를 두드리며 감개무량하다는 듯이 감탄을 내뱉었다. 우유도가 그런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뭘 말입니까? 어제 누가 여기까지 찾아와서 난리를 피웠습니까? 그러고 보니 오늘은 참 기분이 좋아 보입니다?”

부화가 칫 하고는 말했다.

“신경 쓰지 말아. 그래도 여기 혼자 남게 되었으니, 더욱 조심해야 할 거야. 만약 밖에서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말해. 전할 말이 있으면 우리가 전해주도록 하지.”

우유도는 슬퍼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는 얼굴로 담담히 말했다.

“이제 충분합니다. 전 그만 신경 쓰시고, 다들 돌아가서 준비하십시오. 각 부의 사람들과 어찌 마주할지 고민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기서 시간 낭비할 필요 없습니다.”

가야 할 곳이 모두 정해졌다. 확실히 조용히 이것저것 고민해 볼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일행은 서로 인사를 나누고 방을 빠져나갔다.

외부인원이 없자, 다소 침울해진 표정의 진관과 가정걸이 다가왔다. 진관이 물었다.

“장로님, 성경이 저희를 언제쯤 풀어주겠습니까?”

“모른다.”

하지만 사실은 알고 있었다. 풀어주고 말 것도 없었다. 구대지존은 자신들을 이용하려 하고 있었다. 그러니 당연히 끝까지 이용할 것이고, 죽으면 자금동에서 보충 인원을 불러와서 계속하면 그만이었다. 지금 상황을 벗어나서 자금동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번에 성경에 남은 곳은 자금동외에 일곱 문파가 더 있었다. 총 여덟 문파가 재수 옴 붙은 것이다.

다른 사람은 남겨진 문파를 보고 별생각이 없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매번 이름이 불릴 때마다 우유도의 신경을 건드렸다. 우유도는 한 가지 문제를 발견했다. 성경에 남은 문파는 대부분이 그와 원한이 있는 문파였다. 진국의 기운종을 위시한 세 문파, 제국의 천화교, 송국의 열천궁, 혈신전, 그리고 만수문이 있었다. 능소각은 전태봉이 우유도와 관계가 좋다 보니, 성경에 남겨지지 않았다.

우유도와 좋은 관계를 유지한 사람들은 다들 성경에서 쫓겨났고, 남아있는 사람은 다들 우유도와 갈등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성경에는 여덟 문파가 남았고, 나머지 스무 문파는 성경 밖의 여기저기에 분포되었다.

사람들은 처음부터 성경 내부에 있었다. 때문에 각 문파의 사람을 데려가기 위해 온 표묘각 인원들도 당연히 성경 안에 있는 쪽에서 먼저 도착했다. 문파 사람들이 거처로 돌아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재수 없는 여덟 문파가 마당으로 불려 나왔다.

관계없는 각 문파 사람들은 다들 방문 앞에 나와 어느 쪽이 더 재수 없는지 조용히 비교해 보고 있었다.

현요는 일단의 표묘각 인원을 데리고 나타났다. 그는 여덟 문파 앞에서 잠시 배회하더니 우유도 앞을 지날 때 우유도와 시선이 마주쳤다. 현요는 살짝 미소지었다. 싸늘한 미소였다. 그리고 뒤돌아선 그가 말했다.

“다들 나를 따라와라!”

여덟 문파가 장원을 나섰고, 사람들의 시선에서 사라져갔다. 그렇게 수결산장을 나섰다.

산장 밖에는 수많은 날짐승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덟 문파가 도착하자 그들을 태운 날짐승이 빠르게 하늘로 날아올랐다….

* * *

산과 바다는 말이 없고, 사람은 비단 속을 거니는구나.

수없이 많은 누각과 대전이 자리한 곳, 성경 안에 있는 표묘각의 중추, 이곳은 바로 문천성(問天城)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외부 세계와 달리, 표묘각은 구대성지에 간섭할 수 없었다. 성경 안에는 인간계처럼 사람이 많지도 않았다. 덕분에 이곳에서 표묘각이 처리하는 일이라고 해봤자 비교적 단순한 일이었다. 구대성지 외의 지역을 관리하는 것 외에, 구대성지와 표묘각과 성경 사이에 오가는 업무를 책임지고 있었다.

그것이 성경 안에 겨우 여덟 문파를 남기고, 나머지 스무 문파를 밖으로 보낸 이유였다.

인원이 도착하자, 그들을 데려다준 사람들은 대형 날짐승을 타고 날아서 사라졌다. 현요는 여덟 문파의 사람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 한 공터로 향했다. 그곳에는 일단의 표묘각 인원들이 일찍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현요가 도착하자, 표묘각 인원들이 현요에게 예를 올렸다.

“데려왔으니, 각 부는 저들을 데려가거라.”

현요가 그들에게 다가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표묘각 인원들이 대답했다. 곧 몇몇 표묘각 인원이 앞으로 나오더니 그 선두에 선 사람이 말했다.

“기운종은 나를 따라오시오.”

태숙산해를 위시한 두 제자가 대열에서 나와 그들과 떠나갔다.

그렇게 한 명, 한 명 불려 나갔고, 현장에 사람들이 갈수록 줄어들었다. 자금동의 세 사람은 제일 마지막에 이름이 불리었다. 떠나기 전에 우유도가 뒤돌아보니, 현요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한 건물에 도착한 후, 일행을 이끌던 사람 중 가장 선두에 선 사람이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우유도 등 세 사람을 마주 보더니, 우유도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그대가 우유도요?”

호의적인 말투는 아니었다. 우유도가 포권을 하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다른 사람도 다들 우유도를 잠깐 훑어보았다. 그 사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요호사(妖狐司)의 집행자(執行者) 용범해(龍泛海)라고 하오. 오늘부터 당신은 요호사에서 업무를 보시오. 그대는 성존이 지정한 사람이니,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날 찾아오시오.”

요호사? 진관과 가정걸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요호사가 뭐 하는 곳인가?

두 사람은 몰랐지만, 다만 우유도는 그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 우유도는 상청산이 준 물건을 확인한 바 있었다. 요호사는 성경 내부에서 전문적으로 요호를 사냥하는 부였다. 우유도는 자신이 마침 이곳에 온 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존함이 용범해시라니….”

우유도가 웃었다.

“좋은 이름입니다.”

“아부 떨 필요 없소.”

용범해는 싸늘한 한마디를 되돌려주고는 한쪽을 향해 손짓했다. 즉시 한 사람이 한 마리 금시가 들어있는 새장을 용범해에게 건넸고, 그는 그걸 그대로 우유도에게 건넸다.

새장을 받은 우유도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이건 무엇입니까?”

“이 금시는 성존 중 한 분과 직접 연락이 가능한 금시요. 상부에서 그대에게 주라고 한 것이오.”

“호오, 혹시 이 금시는 어느 성존께 연락이 가는 것인지 알 수 있습니까?”

“내게 물어도 소용없소. 나도 모르니 말이오. 아마 상부에서도 어느 성존께 가는지 모를 것이오. 설령 그들이 안다 해도 묻는 게 좋은 일이 아니니, 더 이상 그런 건 묻지 마시오. 알려고 해봤자 헛수고에 불과할 테고, 오히려 다른 사람 눈에 찍히게 될 것이오.”

우유도가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상부의 지시에 따라서, 당신은 이곳 장원에 머물 것이오. 매일 음식을 배달해 줄 것이니, 혹시 필요한 것이 있다면 밖에 있는 수위들에게 말하면 될 것이오.”

“감사합니다.”

용범해가 다시 손짓하자, 두 사람이 몇 벌의 옷을 가져왔다.

“이건 표묘각의 옷이오. 나중에 갈아입으시오. 표묘각에서 움직이는 데는 이 옷을 입으면 더욱 편리할 것이오.”

말을 마친 그는 그대로 뒤돌아 떠나면서 한마디를 더 했다.

“무슨 일이 있으면 밖에 있는 수위를 찾으시오.”

그렇게 일단의 표묘각 인원이 사라졌다. 텅텅 빈 장원에 세 사람만이 남아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새장을 들고 있는 우유도가 고갯짓하자, 진관과 가정걸이 즉시 손에 든 옷을 내려놓고 신속하게 좌우로 흩어져, 장원을 샅샅이 살펴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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