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2화. 집행자 용범해
문천성 중추,
표묘각을 관리하는 정위는 일이 적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이곳에 오래 있지도 못하고 일이 있을 때만 가끔 찾아올 뿐이었다.
지금 중추에 있는 중지는 현요가 대리로 관리하고 있었다.
한편, 누각에는 표묘각 측의 여덟 집행자가 모여있었다. 현요가 이들을 모은 것은 다시금 그들에게 당부하기 위함이었다. 현요는 이 표묘각 측의 책임자들에게 신신당부하며 이르길, 절대 여덟 문파의 사람들에게 트집이 잡히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었다.
그렇게 회의가 끝난 후, 현요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해야 할 말은 반복해서 몇 번이고 했다. 너희는 반드시 조심해야 한다. 일단 문제가 생기면, 표묘각이 어찌 될지는 둘째치고, 성존의 진노가 가장 먼저 너희 머리 위에 떨어질 것이다.”
“알겠습니다!”
팔 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답했다.
“물러가라. 용범해, 너는 남아라.”
사람들이 물러가고, 용범해가 다가왔다.
“분부가 있으십니까?”
“일전에 내게 당부했었던 그것을 기억하느냐? 그 우유도라는 놈은 절대 만만한 놈이 아니니, 오랫동안 남겨 놓으면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 너는 최대한 빨리 그놈을 처리해야 할 것이다.”
용범해가 조용히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반드시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겠습니다. 다만 너무 급히 처리하다 보면 실수가 생길 수 있습니다. 어차피 방금 도착하지 않았습니까. 아직 이곳의 상황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을 시기입니다. 또 여기 오자마자 문제가 생기면, 상부에 뭐라 변명하겠습니까.”
“언제 손을 쓸지, 네가 알아서 할 것이라 믿는다.”
“네!”
용범해가 이어 말했다.
“최대한 빨리 처리하겠습니다. 감히 집사님께 무례를 범하다니, 절대 편히 지내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요 며칠 동안 일단 본때를 보여주겠습니다.”
현요가 끄덕였다.
“어느 정도 괴롭히는 것은 괜찮지만, 괜히 그러다가 문제를 일으키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용범해가 막 대답했을 때, 갑자기 밖에서 누군가 갑자기 고개를 내밀고 그를 불렀다.
“집행자님.”
용범해가 고개를 돌려 입구에 있는 사람을 보더니 다시 현요에게 말했다.
“집사님, 우유도를 감시하는 친구입니다.”
현요가 그를 불렀다.
“들어오거라.”
그자는 빠르게 안으로 들어와 두 사람에게 예를 올렸다. 용범해가 물었다.
“너보고 저들을 잘 감시하라고 하지 않았더냐. 여긴 왜 온 것이냐?”
“집행자님, 우유도 쪽에 일이 생겼습니다.”
용범해와 현요가 서로 눈빛을 마주치더니 다시 그를 바라보고 물었다.
“우유도는 방금 여기 도착했다. 그런데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이냐?”
“우유도의 장원에서 금시가 날아올랐습니다.”
“금시?”
용범해가 멈칫했다. 그리고 현요를 바라보았다. 둘 다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두 사람 다 잘 알고 있었다. 우유도 일행은 아무것도 없이 이곳에 도착했다. 표묘각에서 나누어준 무기를 제외하고는 다른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무슨 금시란 말인가? 굳이 하나 꼽자면 어느 성존께 가는지 모르는, 성존이 직접 보내온 밀보 금시가 하나 있기는 했다. 그 금시는 성존과 직접적으로 연락이 가능한 금시였다.
설마 우유도가 오자마자 성존에게 연락을 취했단 말인가?
현요의 안색이 서서히 일그러졌다. 그는 용범해를 노려보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놈을 조심스럽게 감시하라고 하지 않았더냐?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그놈이 여기 오자마자 밀보를 보낸단 말이냐?”
용범해가 다급히 변명했다.
“집사님,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현요는 다소 노기 띤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것도 안 해? 아무것도 안 했는데, 그놈이 성존께 그냥 연락한단 말이냐? 잘 들어라. 만약 요호사에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네놈의 주리를 틀 것이다!”
용범해도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연신 변명하며 말했다.
“집사님, 정말 아무 짓도 안 했습니다. 대화조차 몇 마디 나누지 않았는데 뭘 할 수 있단 말입니까!”
“가라, 가서 알아보아라!”
현요가 꺼지라고 손짓했다.
“알겠습니다!”
용범해가 명령을 받고 그렇게 움직였을 때, 몇 걸음이나 움직였을까. 갑자기 현요가 그를 불러 세웠다.
“잠깐, 그러고 보니 그 일은 일단 멈추는 것이 좋겠다. 우선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용범해는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다. 우유도에게 본때를 보여주는 일을 잠시 멈추라는 것이다….
* * *
밖에서 주변을 둘러본 진관과 가정걸이 돌아왔다. 둘은 정자에 앉아 있는 우유도를 보더니 빠르게 다가와 자신들이 확인한 상황에 대해서 보고했다.
보고를 끝내고 진관이 물었다.
“저희가 움직일 때 저들이 저희를 살짝 저지했습니다. 저희보고 함부로 나다니지 말라고 했지요. 하지만 장로님의 말씀대로 하니, 저들이 확실히 더는 저희를 곤란하게 하지 않고 양보했습니다.”
두 사람의 조마조마한 모습을 보고 우유도가 미소지었다.
“그리고?”
가정걸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 때문에 요호사의 사람들이 저희에게 큰 불만을 품게 된 것 같습니다. 저희는 혹시 저들이 저희에게 보복하지는 않을까 걱정됩니다.”
“보복?”
우유도는 하하 웃으며 석탁 위에 접혀있는 종이를 두드리며 말했다.
“마침 일이 없을까 봐 걱정이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해라. 문제가 생기면 내가 책임지겠다.”
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는 내심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눈앞의 상황을 제쳐놓고, 진관이 여전히 우려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장로님, 여기 요호사라는 곳이 바로 성경 내부에서 전문적으로 요호를 사냥하는 곳이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우유도는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이름을 들었을 때부터 그러리라 추측하고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아 하는 우유도를 보고 가정걸이 조용히 다시 말했다.
“장로님, 전문적으로 요호를 사냥하는 곳입니다. 요호사는 결국 수시로 황택사지를 돌아다녀야 하는 곳이고, 그런 곳에 갔다가 사고가 나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변명도 필요 없을 정도입니다.”
그건 그들이 당부할 필요도 없는 내용이었다. 우유도는 이곳이 요호사라는 것을 들었을 때부터, 자신을 향한 누군가의 악독한 마음을 추측할 수 있었다.
다만 너무 공교롭지 않은가. 황택사지에서 자신을 죽인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이상했다.
물론, 자세히 생각해보면, 우유도를 요호사로 배치한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기도 했다. 방금 가정걸의 말대로, 황택사지에서 사람 한 명을 죽이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 다른 곳에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일도, 황택사지라면 모든 책임을 요호에게 미뤄 버릴 수 있었다.
“걱정할 것 없다. 우리는 감찰이다. 어떻게 조사할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저들이 보여주고 싶다고 우리가 그걸 지켜봐야 하는 건 아니지. 너희보고 황택사지로 가자고 하면 거절하고 가지 않으면 그만이다.”
우유도는 두 사람을 위로했다. 가정걸이 말했다.
“장로님, 어찌 그러겠습니까. 요호사의 주요 임무가 바로 요호를 사냥하는 겁니다. 황택사지에 가서 감독하지 않는다는 것이 말이 되겠습니까?”
“나를 여기로 부른 이유는 분명 표묘각 측에서 내게 복수하려는 것이 분명하다. 그 복수는 나를 향하는 것이니, 너희가 가지 않는다고 해도 뭐라 하지 않을 것이다. 반드시 가야 한다면, 내가 가면 그만이다. 뭔가 난감한 일이 있다면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너희는 안심해도 된다.”
“장로님, 그것이….”
두 사람은 다소 계면쩍어했다. 분명 위험이 있는 줄 알면서도 자신은 가지 않고 문파의 장로만 보내는 법이 어디 있단 말인가.
우유도가 그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됐다. 더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아라. 그 일은 그렇게 하자.”
우유도가 일어나 말했다.
“오랫동안 목욕을 하지 못했구나.”
진관과 가정걸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우유도의 의도를 알아들은 그들은 즉시 목욕물을 데우기 위해 움직였다.
원강이 그들에게 당부하길, 우유도는 목욕을 좋아하니, 가능한 상황에서는 최대한 매일 한 번 준비하라고 당부했었다. 다만, 전에 있던 수결산장에서는 목욕할 여건이 아니었다.
빠르게 목욕물이 준비되었다.
탕의 실내, 물결이 작게 파동쳤다. 우유도가 발가벗고 물속으로 들어가느라 파동이 인 것이다.
우유도는 목욕을 좋아했다. 정확히 말하면, 물속에서 사색에 잠기는 것을 좋아했다.
따뜻한 물속에 몸을 담그고 있는 느낌은 참 포근했다. 우유도에게 일종의 안전감을 주었고, 외롭다는 느낌을 덜어 주었다. 어떤 고독은 곁에 사람이 적고 많음과는 상관이 없었다. 목욕하는 우유도는 한결 홀가분해 보였고, 안색도 밝아진 것 같았다.
한참을 물속에 있던 우유도는 저녁이 되어서야 물속에서 나와, 표묘각의 의복으로 갈아입고 거울을 보며 의관을 정제하고 있었다. 그때 진관이 문을 두드리고는 안으로 들어와 보고했다.
“장로님, 곤림수가 찾아왔습니다.”
“음.”
우유도는 알았다는 듯이 끄덕이며 말했다. 우유도는 의관을 깔끔하게 갖춰 입고는 검을 지팡이 삼아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
정원에서 기다리던 곤림수가 그를 보고 앞으로 나와 예를 올렸다.
“도야를 뵙습니다!”
우유도는 정자에 앉으라 손짓하고는, 차를 내오게 했다.
하지만 곤림수는 감히 같은 자리에 앉지 않았다.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지 알지 못했지만, 우유도는 강요하지 않고 물었다.
“그래, 어찌 지금 나를 찾아왔지. 천화교에서 너를 놓아주던가?”
곤림수는 다소 망설이더니 결국은 입을 열었다.
“태숙산해가 사람을 보내, 다른 여섯 문파와 같이 순사사(巡査司)에서 뭔가를 의논하자고 했습니다.”
우유도는 그 즉시 곤림수가 지금 여길 찾아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성경에 남은 여덟 문파 중에 일곱 문파가 만나고 있었다. 다만 그들은 우유도에게는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러니, 곤림수는 지금 우유도를 찾아와 조심하라고 당부하고 있는 것이다.
“음, 알겠다.”
우유도가 끄덕이며 뭔가 깊은 생각에 잠겼다.
바로 이때, 입구를 지키는 누군가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눈 가정걸이 빠르게 다가와 정자에 들어오더니 보고했다.
“장로님, 요호사의 집행자 용범해가 찾아왔습니다.”
“호오.”
우유도가 대문 쪽을 보니, 용범해가 바로 들어오지 않고, 예의를 지켜 밖에서 기별을 넣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유도는 다소 의외라는 듯이 일어나 빠르게 직접 입구로 가서 그를 맞이했다.
문밖으로 나가자, 용범해와 그를 따르는 네 사람이 있었고, 그들은 각각 하나의 찬합을 들고 있었다.
“집행자님께서 오셨습니까. 이거, 실례했습니다.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빠르게 계단을 내려온 우유도는 연신 열정적으로 그를 안으로 청했다. 용범해는 유쾌하게 웃으며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갑작스러운 방문이오. 휴식을 방해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소.”
우유도가 예의를 차리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요호사의 집행자님 아닙니까. 요호사 내에서 집행자님이 어딜 가시든지, 그게 어찌 방해가 되겠습니까.”
“우 형제는 내 수하가 아니오. 자꾸 집행자님이라고 부르지 않아도 괜찮소. 너무 거리감이 느껴지니 말이오. 우 형제를 보니 남 같지가 않소. 앞으로 서로 형, 동생으로 칭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 같소.”
“집행자님이 그리 호방하시니, 따르는 게 마땅하겠지요. 그럼 앞으로 용 형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진관과 가정걸은 서로를 돌아보았다. 오늘 처음 만났을 때만 하더라도 저 용 집행자라는 사람은 차가울 정도로 일행을 냉대했었다. 그런데 어찌 이리 한순간에 사람이 변한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