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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273화 (371/1,000)

1273화. 관대하지 못하다

정자 안에 들어간 용범해가 손짓하자, 그를 따라온 사람들이 즉시 찬합을 열어 석탁 위에 술상을 보기 시작했다.

우유도 또한 퍽 의외라는 듯, 제법 놀란 모습이었다.

“용 형님, 이게 무슨 뜻입니까?”

“우 형제는 우리 요호사에 처음 왔을 것이오. 그러니 도리를 따진다면, 본인이 마땅히 우 형제의 피로를 씻어 주어야 하지 않겠소. 그를 위해서 차린 소박한 술상이니, 너무 볼품없다 나무라지 말아주시오.”

우유도가 연신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이거 참으로 황송합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 좋은 말을 주고받았다. 곤림수는 옆에서 시중드는 진관에게 먼저 돌아가겠다며, 추후 자신의 안부를 전해 달라는 말을 남겼다.

곤림수는 처음부터 우유도에게 당부하기 위해서 찾아온 것일 뿐, 다른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왕 우유도에게 귀빈이 찾아왔으니, 자신은 자리를 피해 주는 것이 좋은 것 같았다.

정자 안에서 서로 술잔을 주고받는 일이 어느 정도 이어졌다. 이후, 용범해가 갑자기 친근하게 물었다.

“우 형제, 이곳이 마음에 드시오? 만약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 바꿔주겠소.”

우유도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수결산장에 있을 때와 비교하면 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저희 셋이 머물 수 있는 조용한 장원이면 충분합니다.”

그리고는 술잔을 들며 말했다.

“용 형님이 이리 저를 신경 써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 내외하지 않아도 괜찮소. 다른 필요한 것이 있으면 괘념치 말고 내게 말해주시오.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반드시 만족시켜 드리리다.”

용범해는 그렇게 술잔을 들어 우유도와 같이 쭉 들이켰다.

그렇게 또 좋은 말이 한차례 오간 후, 용범해가 술잔을 내려놓고, 드디어 찾아온 이유를 언급하며 물었다.

“아랫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으니, 우 형제가 오늘 금시를 한 마리 날렸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이오?”

우유도가 다소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용범해가 다시 물었다.

“성존과 연락하는 그 금시요?”

우유도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걸 제외하고는 제게 다른 금시가 없습니다.”

용범해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우 형제, 본인이 혹시 뭔가 잘못한 것이 있는 것이오? 어찌 요호사에 오자마자 성존께 밀보를 올린단 말이오?”

“그런 것 아닙니다. 단지 성존께 인사를 드린 것일 뿐입니다.”

네놈이 뭔데? 네가 성존에게 인사를 한다고? 성존이 네놈이랑 인사를 나눌 정도로 한가한 분인 줄 아는 것이냐? 설마 그 정도로 자기 주제 파악을 못 할 리가?

용범해가 우유도의 말을 믿을 리 없었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사실 우 형제의 말이 진실로 들리지는 않소이다. 혹시 우리 요호사가 뭔가…. 정말 뭔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것이오?”

우유도의 얼굴이 다소 덤덤해지더니 말했다.

“용 형님은 지금 제게서 성존께 보낸 밀보의 내용을 캐내시려는 겁니까?”

용범해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우 형제, 오해하지 마시오. 다만 본인이 다소 둔감한지라, 혹시 뭔지 잘못한 것이 있다면, 혹시 모자란 부분이 있다면, 우 형제가 우리에게 당부해 주기를 바랄 뿐이오. 요호사가 그 부분을 바로잡으리다.”

우유도에게 그런 허튼수작은 통하지 않았다. 우유도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부? 좋습니다. 이 우 모는 뒤로 수작을 부리지 않는 사람이지요. 그러면 여기서 한 가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오늘 용 형님이 이곳에 와서 성존께 올린 밀보의 내용을 염탐하려 했다는 사실을 그대로 성존께 보고드릴 것이오!”

“…….”

용범해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술잔을 들고 있는 손이 자신도 모르게 부들부들 떨렸다. 그 안색이 마치 파리를 삼킨 것 같은 얼굴이었다. 목젖이 움찔거렸다.

성존께 올리는 소식을 염탐하다니? 만약 그 꼬리표가 붙으면 그건 죽을죄였다.

일부러 호의를 보이고자 했고,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술상을 봐왔다. 그런데 얻은 것이 고작 이것이라니, 이 억울함을 누구에게 호소할까. 이런 일이 생길 줄 꿈에도 몰랐다.

용범해의 수하들은 다들 조용히 서 있었다.

진관과 가정걸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지금 정자의 분위기가 아주 이상해졌다는 것을 모두 느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우 장로님의 태도가 다소 관대하지 못한 것 같다고 느꼈다. 상대가 저리 친절히 대해주는데, 이런 식으로 무안을 주다니?

정신을 차린 용범해가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우 형제, 오해요. 절대 성존께 올리는 소식을 염탐하려는 뜻은 없었소.”

우유도가 갑자기 하하 웃으며 말했다.

“용 형님, 장난입니다. 장난. 우 모가 만약 정말 그 정도로 인정이 없는 사람이었다면, 앞으로 이 세상을 어찌 살아가겠습니까?”

용범해는 순간 큰 짐을 내려놓은 듯했다. 그는 우유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 형제의 농담은 참으로 살벌한 것 같소.”

그렇게 소식을 염탐하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감히 다시 물을 수 없었다. 다만 우유도를 향한 그의 태도는 더욱더 열정적으로 변했다. 마치 친형제를 대하는 것 같았다.

진관과 가정걸은 오늘 일을 보고 뭔가 깨달을 수 있었다. 우 장로님의 말이 틀림없었다. 사람이란 참으로 간사했다. 이쪽에서 서슴없이 나서니, 저쪽에서 감히 이쪽을 건드리지 못했다.

그야말로 거리낌이 없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 * *

순사사, 그곳에 있는 한 건물 내부.

태숙산해가 거주하는 곳이었는데, 그 또한 손님을 접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술도 술상도 없었다. 그저 간단한 차로 체면치레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태숙산해는 먼저 나서서 순사사에게 주연을 베풀어 손님을 접대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다. 다만 그쪽에서는 그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했다. 막말로 태숙산해를 무시한 것이다.

어쩔 수 없었다. 밤이 되었지만 태숙산해는 어쩔 수 없이 찻물로 손님을 접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 손님도 사실은 이곳에 같이 온 각 문파의 사람들이었다.

천화교의 장로 노요, 만수문의 장로 안수귀, 열천궁의 장로 노우화(老羽華), 혈신전의 장로 매장홍(梅長紅)이었다. 또 나머지 두 사람은 진국 마천종(摩天宗)의 장로 뇌승(雷勝), 청월산장(淸月山莊)의 장로 황보금(皇甫金)이었다. 하지만 진국에 기운종이 있는 한, 이 둘은 그저 병풍에 불과했다.

다른 이들이 먼저 도착하고 만수문의 장로 안수귀가 가장 늦게 도착했다. 이건 태숙산해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그를 기다리게 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안으로 들어와 객청에 자리 잡은 사람들을 보고, 안수귀가 코웃음을 쳤다.

“태숙산해, 무슨 일이오?”

그 태도를 보고 태숙산해는 조금 짜증이 솟았다. 하지만 겉으로는 노기를 보이지 않고, 손을 뻗어 앉기를 청했다.

안수귀는 움직이지 않고 그곳에 서서 말했다.

“할 말 있으면 하고, 뀔 방귀가 있으면 빨리 뀌시오!”

태숙산해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좋소, 오늘 여러분들을 여기로 모신 것은 한 가지를 여쭤보기 위함이오. 수결산장에서 같이 연합해서 표묘각에 대항하기로 한 일, 아직도 효력이 있는 것이오?”

사람들은 서로 바라보며 다른 사람의 반응을 살폈다. 안수귀가 냉소 지으며 말했다.

“아직 한 사람이 오지 않은 것 같소만.”

태숙산해가 말했다.

“우유도를 말하는 것이오? 그는 다른 문파들과 사이가 좋지 않으니, 누가 그자와 협력하고 싶겠소? 게다가 그자가 있는 요호사는 요호를 죽이는 일을 책임지는 곳으로, 다른 곳과 연합할 것도 없는 곳이오. 그는 우리에게 쓸모있는 정보를 제공해 줄 것도 없으니, 내가 볼 때, 그자의 생사를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좋겠소만?”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최소한 아무도 소리 내서 반대하지 않았다.

태숙산해는 사람들의 반응을 관찰하더니 우유도의 일을 제쳐두고 말했다.

“우리의 처지가 어떠한지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오. 각자 움직인다면 더욱 어려워질 뿐이지. 수결산장에서 의논했던 방법이 지금 보니 확실히 효과적인 것 같소. 다 같이 손을 잡고 협력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같소만, 다들 어찌 생각하시오?”

바로 이때, 문밖에서 태숙심이 나타나 보고했다.

“장로님, 천화교의 제자가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노 장로님께 보고할 것이 있다고 합니다.”

천화교의 노요가 그 이야기를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문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때 태숙산해가 그를 불러 세우고는 말했다.

“노 형, 여기에서 중요한 일이랄 것이 뭐가 있겠소? 결국은 표묘각과 관련된 일일 것이니, 그를 불러 우리 같이 들어봅시다.”

“그 말이 참으로 맞소.”

마천종의 장로 뇌승이 즉시 동의했다.

“노 형, 우리 같이 들어봅시다.”

안수귀도 그렇게 이야기했다.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노요는 다소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나쁠 것 없었다. 태숙산해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여기에 중요한 일이라고 해봐야 종문과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결국은 표묘각과 연관된 일일 것이 분명했다. 노요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태숙산해가 즉시 말했다.

“안으로 들여 보내라.”

“알겠습니다!”

태숙심이 대답했다.

곧 보고하기 위해 찾아온 천화교의 제자가 안으로 들어와 사람들에게 포권을 했다. 그리고 노요에게 다가가 귓말로 한참을 속삭였다.

노요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누가 봐도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 태숙산해가 물었다.

“노형, 무슨 일이오?”

노요는 숨기지 않고 말했다.

“별일 아니오. 그 곤림수가 몰래 우유도를 찾아간 것을 제자가 보았소.”

곤림수에 관한 이야기는 각 문파가 모두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그 일 덕분에 천화교는 수행계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웃음거리는 웃음거리고, 다른 사람들은 방금 노요의 말에 동요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열천궁의 장로 노우화가 입을 열었다.

“그자도 여기 불러오는 게 좋을 것 같소. 어찌 된 일인지 물어보는 게 나쁘지 않을 듯하니 말이오. 혹시 오해이면 좋은 것이지 않소.”

혈신전의 장로 매장홍도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지, 불러서 물어봅시다.”

어느 정도는 이곳에서 소식에 너무 어둡다 보니, 자신들이 나중에 어찌 될지, 다들 크게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러니 다들 어떻게 해서든 소식을 얻고자 하는 욕망이 있었다. 설사 그것이 아주 사소한 것이라 할지라도 마찬가지였다. 그건 마음속의 불안으로 인해 생겨난 욕망이기도 했다.

노요는 당연히 거절했다.

“그럴 필요 없소. 이건 천화교의 집안일이니, 여러분께 폐를 끼치지 않을 것이오.”

하지만 노요가 거절할수록, 사람들의 의심은 깊어져 갔다. 안수귀가 말했다.

“노 형, 이건 천화교의 집안일이라고 할 수 없소, 우리 같이 손잡고 협력하기로 하지 않았소. 그대 곁에 다른 사람의 밀정이 있으니, 앞으로 우리가 나누는 정보가 새어나갈 수 있지 않겠소. 그건 우리 모두에게 해가 되오.”

태숙산해가 그 말을 거들었다.

“안 형의 말이 맞소. 그를 불러 물어보시오. 그리고 우유도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같이 물어보면 좋겠군.”

사람들이 연합해서 노요를 압박하니, 아직은 이들과 힘을 합치고 싶은 노요는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는 사람을 시켜 곤림수를 불러오게 했다.

그렇게 사람을 보내고 기다리며, 그 시간 동안 앞으로 어찌할지 계속 의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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