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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274화 (372/1,000)

1274화. 개똥이 냄새를 풍기면, 파리가 꼬이기 마련이다

그렇게 잠시 후, 곤림수가 도착했다. 그는 안에 들어와 사람들을 보고 마찬가지로 포권을 했다. 노요는 곤림수를 노려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질책했다.

“네놈이 요호사의 우유도를 보러 간 것이 맞느냐?”

사실 그는 성경에 들어온 후에 한 번도 곤림수를 좋게 대한 적이 없었다. 사실 그는 황택사지에서 곤림수를 죽일 생각이었다. 그것이 이번 단련에 참여하기 전에 장로들끼리 내린 결론이었다. 기회를 봐서 배신자를 처단하는 것이 좋다고 다들 결정했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겼다. 우유도가 갑자기 끼어들어 그대로 곤림수를 데려간 것이다. 때문에 그는 곤림수를 처리할 기회를 잃어버렸다.

그 후에 수결산장이든 아니면 이곳에 와서든, 모두 표묘각이 코앞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감히 소란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렇게 지금까지 시간을 끌게 되었다. 다만, 그는 어떻게 해서든지 간에 계속해서 곤림수를 죽일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곤림수가 침묵했다. 그는 본문의 장로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문파 내부의 일을 처리할 줄은 몰랐다. 노요가 돌연 호통쳤다.

“말해라!”

곤림수가 침묵하더니 말했다.

“확실히 요호사에 찾아갔습니다.”

사람들이 서로 바라보았다. 확실히 자신들이 쓸데없는 걱정을 한 것 같았다. 정말 이런 일이라니, 사람들은 갑자기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심정으로 구경하기 시작했다.

노요가 한 번 더 호통쳤다.

“가서 그놈을 만나 무엇을 한 것이냐?”

곤림수는 자신이 우유도에게 당부를 전했다고 하지 않고 말했다.

“지리를 익히기 위해서였습니다.”

“지리? 그래서 내게 보고할 것이 있더냐? 왜 내가 있을 때 가지 않고, 내가 없을 때 간 것이냐. 감히 그 속에 꿍꿍이가 없다고 할 수 있느냐?”

“사소한 일입니다. 장로님께 말씀드려 경동하게 할 가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비록 사실이 아니었지만, 곤림수는 양심의 가책이 없었다. 그저 단순히 당부만 전했을 뿐, 천화교를 배신할 짓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당부는 우유도가 조심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 것이었고, 그저 우유도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마음일 뿐이었다. 만약 우유도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자금동은 그 기회에 화봉황을 붙잡으려 할 수도 있었다. 곤림수는 이제 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내심 이래저래 큰 고통을 받고 있었다.

황택사지에서 얻은 수확물을 곤림수는 대부분은 천화교에 주었지만, 노 장로는 조금도 고마워하지 않았다.

이때, 자기 일 아니라고 한쪽에서 구경하던 태숙산해가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저 지리를 익히기 위해서라…. 설마 우유도와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은 것이냐?”

곤림수가 담담히 말했다.

“별말 안 했습니다. 말하고 싶어도 할 겨를도 없었지요. 그곳에 귀빈이 오는 바람에 손님 접대하느라 바쁜 것 같아 전 그냥 돌아왔습니다.”

귀빈? 사람들이 멈칫했다. 태숙산해가 즉시 물었다.

“무슨 귀빈 말이냐? 이 문천성 내부에 무슨 귀빈이 있어 우유도를 만나러 간단 말이냐?”

곤림수는 태숙산해를 무시했다. 하지만 노요가 그런 곤림수를 추궁했다.

“누가 우유도를 찾아갔느냐?”

노요가 물으니, 곤림수는 거짓 없이 밝혔다.

“호칭을 들어보니, 아마도 요호사의 집행자 같았습니다. 용 씨 성을 가진 사람으로, 용 집행자는 직접 술상을 차려 우유도를 찾아왔습니다….”

곤림수가 당시의 상황을 알려주었다.

곤림수가 노요를 대하는 태도는 그가 우유도를 대하는 태도와 비슷했다. 그는 재빠르게 우유도에게 소식을 전해 조심하라고 당부했고, 또 우유도 쪽에서 확인한 정보 또한 하나도 숨김없이 이쪽에 다 말해주었다.

곤림수는 우유도가 손해를 보는 것도 원치 않았지만, 마찬가지로 천화교가 손해를 보는 것도 원치 않았다. 그렇기에 천화교가 조금이라도 상황을 더 파악하고 조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자신이 본 것을 모두 알려주었다. 그는 천화교가 손해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천화교를 향한 곤림수의 이러한 마음을, 우유도는 사실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우유도는 곤림수에게 강제로 천화교와 인연을 끊으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곤림수를 난처하게 하지 않은 것이다. 우유도는 곤림수가 최후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충분한 자유를 주었다.

다만 그 덕분에 일부 기밀은 곤림수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예를 들어 황택사지에서는 곤림수를 천화교와 떨어뜨려 놓긴 했지만, 직접 데리고 다니지는 않았다. 그렇게 부화에게 돌봐달라고 곤림수를 맡겨놓았다.

우유도가 곤림수를 천화교와 떨어뜨려 놓는 것은 곤림수가 위험에 처하길 바라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건 다른 방식으로 곤림수를 지킨 것이다.

사실 지금 성경 안에서 우유도 자신의 처지도 아주 위험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유도는 자신을 보호해야 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까지 보호하려고 하다 보니 크게 힘이 들었다.

다만 지금 곤림수처럼 양다리를 걸치는 것은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 결국, 고통스러운 것은 자신이었다.

우유도는 그에게 시간을 주고 그에게 관용을 베풀었지만, 천화교는 곤림수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았다.

상황을 다 들은 현장의 사람들은 다들 매우 놀란 상태였다. 태숙산해가 놀랍고 의문스러워하며 물었다.

“네 말은 요호사의 집행자가 술과 음식을 들고 직접 찾아왔을 뿐만 아니라, 문밖에서 기별하고 기다렸단 말이냐?”

곤림수는 노요의 반응을 보았다. 노요 또한 마찬가지 의문을 가진 듯 보여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태숙산해가 물었다.

“우유도와 요호사의 집행자가 혹시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인 것은 아니더냐?”

“모릅니다. 하지만 당시 집행자는 아주 열정적이었고, 술상도 보기에 퍽 괜찮아 보였습니다. 보기에는 서로 안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예의를 차리며 호형호제했습니다.”

태숙산해가 물었다.

“그들이 무슨 대화를 나누었더냐?”

곤림수가 고개를 저었다.

“서로 인사를 나눌 때, 옆에 계속 서 있는 것이 옳지 않다고 여겨져, 작별을 고하고 그곳을 나왔습니다. 나중에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알지 못합니다.”

태숙산해가 노요에게 눈짓을 보냈다. 노요가 즉시 물었다.

“곤림수, 거짓을 말하는 것은 아니렷다?”

“보고 들은 것을 아뢸 뿐입니다. 거짓이 아닙니다.”

대청 안이 침묵에 휩싸였고, 다들 사색에 빠져들었다. 잠시 후, 노요가 손짓하며 말했다.

“넌 먼저 돌아가 있거라.”

곤림수가 포권을 하고는 그대로 그곳을 빠져나왔다. 문을 나설 때 곤림수는 자신의 동문을 보았다. 아마도 그가 자신을 고발한 것 같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반면 곤림수의 동문은 노골적으로 곤림수에게 도발적인 시선을 보냈다. 배신자를 안중에도 두지 않는다는 모습이었다.

안수귀가 침음을 삼켰다.

“만약 곤림수의 말이 사실이라면…. 표묘각이 우리를 어찌 대하는지 다들 보셨을 것이오. 대체 어째서 우유도만 특별 대우를 해준단 말이오. 도대체 우유도가 무슨 수작을 부렸기에?”

태숙산해는 고개를 돌려 탁자 위에 있는 찻물을 보았다. 자신은 순사사에 주연을 요구했다가 체면을 구겼다. 그런데 우유도는 집행자가 직접 술상을 들고 직접 찾아가서 피로를 풀어주며 접대했다니, 그 차이가 어떠한지 알 수 있었다.

열천궁의 노우화가 입을 열었다.

“비록 우유도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오늘날 그 위치까지 오른 걸 보면, 그 능력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 생각에, 우리가 다 같이 협력해서 표묘각에 대항해야 한다면, 우유도의 자리도 만드는 것이 어떻소?”

혈신전의 장로 매장홍이 끄덕였다.

“일단 우유도와 대화라도 나눠봅시다. 도대체 우유도 쪽이 어찌 된 일인지 확인한 후에 결정을 내려도 괜찮을 것 같소. 어떠시오?”

우유도 쪽 상황을 확인한 이들은, 처음에 우유도를 따돌리고, 그의 생사조차도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던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이들은 지금 몹시 불안했다. 한시라도 바삐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고자 했다.

사람들의 태도를 보고 태숙산해도 한숨을 내쉬었다. 우유도를 각 문파로부터 따돌리고자 한 자신의 의도는 곤림수의 보고로 인해 실패한 것이 분명한 듯했다. 심지어 자신조차도 곤림수의 말을 듣고는 일말의 불안감이 생겼다. 혹여나 우유도를 따돌렸다가 불이익을 당할까 염려된 것이다.

창문 밖 하늘을 확인한 그가 말했다.

“오늘은 너무 늦었소. 한밤중에 우르르 몰려간다면 오히려 조급해 보일 수 있지. 그리하면 그놈이 거드름을 피울 수도 있소. 그러니 내일 다 같이 가서 우유도를 만나봅시다.”

“좋소!”

청월산장의 장로 황보금이 즉시 대답했다. 그렇게 결정을 내린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거처로 돌아갔다….

* * *

주향을 한껏 풍긴 우유도가 직접 문을 나서며 손님을 배웅했다.

그렇게 용범해를 멀리 보낸 후, 고개를 들어 달빛을 확인한 우유도는 몸을 돌려 장원 깊숙이 들어갔다. 그제야 우유도가 물었다.

“곤림수가 떠나기 전에 다른 말을 했느냐?”

그 전에 용범해를 접대하느라 곤림수를 미처 신경 쓰지 못했기에 우유도는 두 사람에게 물었다.

진관이 대답했다.

“아무 말 없었습니다. 그저 대신 작별인사를 전해달라고 하고 떠났습니다.”

우유도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놈들이 우리를 따돌리고 모여서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우리도 가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우유도가 코웃음을 치며 같잖다는 듯이 말했다.

“개똥이 냄새를 풍기면, 파리가 꼬이기 마련이다. 우리는 우리가 할 일만 하면 그만이다.”

진관이 아연실색했다. 이게 무슨 비유란 말인가?

반면 가정걸은 서서히 큰일도 사소한 일 취급하는 우유도의 품격에 매료되고 있었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인제 보니 장로님이 좋은 하인을 들이신 것 같습니다. 그쪽에 무슨 소식이 있다면, 늦지 않게 와서 장로님께 알려주니 말입니다.”

우유도가 한숨을 내쉬었다.

“양다리는 장기적으로 절대 좋은 선택이 아니거늘. 이처럼 갈팡질팡하니, 이건 천화교를 더욱 화나게 할 뿐이야. 눈에 보이는 창은 쉽게 막을 수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화살은 막기 어려운 법이지. 거기에 곤림수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지금 그의 처지가 아주 위험하다고 할 수 있어!”

그에 대해서 진관과 가정걸은 할 말이 없었다. 곤림수는 결국 천화교의 이름으로 단련을 온 것이니, 당연히 천화교와 같이 있어야 했다.

* * *

문천성의 중추에 있는 누각 내부.

용범해의 보고를 들으며 난간을 기대 서 있던 현요가 돌연 뒤돌아 용범해를 바라보았다.

현요는 용범해가 두려워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용범해가 우유도를 진정시키기 위해 아첨을 했다는 것도 꿰뚫어 볼 수 있었다.

이건 현요의 예상을 벗어나는 일이었다. 술상을 봐서 찾아간 사람에게 우유도가 그런 말을 하다니.

“그러니까 네 말은 알아낸 것은 없고, 그놈과 술이나 진탕 마시다가, 하마터면 큰 문제를 만들 뻔했다는 말이군?”

현요가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용범해가 주기를 토해내며 말했다.

“집사님의 말씀이 맞았습니다. 그놈은 절대 만만한 놈이 아닙니다. 최대한 빨리 처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를 놈입니다.”

현요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알면 되었다. 빨리 처리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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