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6화. 현요를 잡아들여라!
“좋아, 다들 사람들 앞에서 지금 배치가 만족스럽고, 문제도 없다고 했으니, 그대로 상부에 보고 올리도록 하겠네. 이제 볼일 다 봤으니, 다들 돌아가서 할 일 하도록.”
“알겠습니다!”
그렇게 사람들이 포권을 하며 명령을 받았다.
그렇게 해산하려는 찰나, 밖에서 일단의 무리가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왔다. 그 선두에 있는 사람은 정위였고, 그의 등 뒤로는 피풍이 휘날리고 있었다. 또 그 뒤에 네 명이 따르고 있었다.
마침 대청을 나서려던 사람들은 정위가 밀고 들어오는 바람에 나가지 못하고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선생님.”
현요가 포권을 하며, 상석을 정위에게 내어주었다. 정위는 그곳에 올라 사람들을 훑어보더니 물었다.
“다들 여기 모여서 뭐 하느냐?”
“감찰 인원의 생활이 어떠한지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현요는 나서서 이들을 불러 모은 이유를 설명했다.
정위는 그에 대해서 가타부타 별말 하지 않고 시선이 잠시 우유도의 얼굴에 머물렀다. 그리고는 다시 현요에게로 시선을 옮기더니 갑자기 말했다.
“현요를 잡아들여라!”
“어….”
현요가 아연실색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자신이 잘못들은 줄 알았다.
하지만 잘못 듣지 않았다는 것이 곧 증명되었다. 정위가 같이 온 네 사람이 정위의 명령을 듣고 동시에 쏘아지더니 그 자리에서 현요를 붙잡고 제압한 것이다. 그들은 현요의 팔을 비틀고 그의 어깨를 내리눌렀다.
현장에 있는 사람을 다들 대경실색했다. 방금까지 현요가 높은 곳에서 거만하게 자신들을 내려다보지 않았던가. 어쩌다가 갑자기 죄인처럼 붙잡혔단 말인가?
현요는 잠시 발버둥 치더니 큰소리로 외쳤다.
“선생님, 저는 아무 잘못 없습니다. 이러는 연유가 무엇입니까?”
“잘못이 있는지 없는지 조사하면 다 나올 것이다. 네가 지금 할 일은 심문에 협조하는 것이다. 할 말이 있다면 여기서 소란피우지 말고, 심문을 담당하는 사람에게 하거라. 데려가라!”
현요의 팔을 붙잡고 있는 두 사람이 그 자리에서 현요를 끌고 갔다.
그 순간 현요의 얼굴에 두려움과 조급함이 떠올랐다. 그는 계속 뒤돌아 무표정한 정위를 바라보았다. 다만 감히 고함을 지르지는 못했다.
현장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 정위가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유도는 남고 다른 사람은 모두 물러가거라.”
“알겠습니다!”
사람들은 명령을 받고 물러났다. 일곱 문파의 장로들은 계속 뒤돌아보며, 정위가 우유도만 남긴 이유가 무엇일까 곱씹었다.
이제 대청 아래에는 우유도 혼자만 남았다. 정위가 손짓하자 좌우에 서 있던 두 사람도 빠르게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제 대청에는 두 사람만이 남았다. 피풍으로 반신을 감싼 정위가 천천히 걸어 우유도 앞까지 걸어갔다. 그리고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네가 성존께 진정을 올려 현요를 고발했느냐?”
정위는 밤낮없이 급히 달려온 참이었다. 이렇듯 급히 달려온 것은 관련 법지를 받았기 때문인데, 현요가 사적인 복수를 위해 표묘각을 이용해서 우유도를 해하려 한 것이 맞는지 엄히 조사하라는 법지였다. 이 일은 정위가 직접 움직일 이유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직접 움직였다.
정위는 아직 이를 고발한 것이 우유도라는 확인이 없었다. 다만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이번 일과 직접 관련이 있는 우유도를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이 도통 떠오르지 않았다.
우유도는 정중하게 포권을 하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우유도는 정위의 말에 고분고분 자기가 한 일임을 인정했다.
정위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이번 일은 심각하다면 심각하고, 가볍다면 가벼운 일이었다.
가벼운 일로 보자면, 끽해봐야 개인의 은원이었다. 하지만 심각하게 보면, 지금 우유도의 신분이 문제였다. 현요는 지금 성존이 지정한 감찰 인원을 적대한 것이다.
“현요가 사적인 원한에 표묘각을 끌어들여서 너를 해하려 했다는 증거가 있느냐?”
정위가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단지 여러 가지 흔적을 보고 판단했을 뿐입니다.”
“그 말은 아무런 증거도 없이, 단지 네 추측에 불과한 것을, 그 추측에 근거해서 성존께 진정을 넣었다는 말이구나. 간덩이가 부었구나!”
“확실히 성존께 진정을 넣었지요. 다만 증거가 있는지 없는지는 제가 고려할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처리하실지 성존께서 판결을 내리시겠지요. 성존께서 만약 저를 처벌하신다면, 기꺼이 감내하겠습니다. 선생님, 제가 잘못 이해한 것이 아니라면, 지금 선생님께서는 앞으로 확실한 증거가 없이는 성존께 보고를 올리지 말라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정위의 입꼬리가 꿈틀거렸다. 가슴속에 열불이 치솟았다. 상대방은 지금 공손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마치 비단 속에 바늘이 숨겨진 것과 같았다. 사실은 지금 정위를 공격하고 있었다. 지금 우유도는 성존이라는 뒷배를 믿고 정위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정위는 마음속의 열불을 진정시킬 수밖에 없었다. 정위가 다시 담담히 설명했다.
“그런 뜻은 아니다. 네 감찰 범위 안의 일이라면 나는 간섭하지 않을 것이다.”
정위는 그런 경고의 말을 할 수 없었다. 증거가 없다면 성존께 진정을 넣지 말라고? 그게 또 다른 협박으로 들릴 수 있다는 걸 정위가 모를 리 없었다. 그럼 오늘 밤에 또다시 우유도의 금시가 날아갈 수도 있었다.
우유도가 허리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저 성명(聖命)을 짊어진 자로서, 감히 태만하지 못하고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어떤 이상이라도 발견하면, 제가 어찌 감히 그것을 숨기겠습니까. 감히 어찌 성존을 기만하겠습니까.”
“좋다! 아주 좋아!”
정위가 잠시 끄덕이더니 갑자기 냉소 지으며 말했다.
“이제 꺼져라!”
“알겠습니다!”
우유도는 포권을 하고 그대로 몸을 돌려 그곳을 벗어났다.
대청 안에 우뚝 서 있는 정위는 멀어져 가는 우유도의 뒷모습을 보며, 가늘게 뜬 두 눈에 살기를 가득 띄웠다.
만약 평상시라면, 지금 당장 우유도를 죽여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말하면, 지금은 평상시가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당연히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우유도는 감히 이런 식으로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은 신분이 있고, 우유도의 생사여탈권이 표묘각의 손에 있지 않기 때문에, 표묘각에서는 감히 그 누구도 대놓고 우유도를 어찌하지 못한다.
만약 현요가 붙잡히기 전이었다면, 우유도는 감히 이런 말을 내뱉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눈앞에서 현요가 붙잡히는 것을 보았다. 성존의 태도를 보았다. 우유도는 이제 감히 이렇게 할 수 있었다!
천천히 대청을 나선 정위는 피풍을 휘날리며 계단을 내려가 그대로 현요가 갇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번에 그가 직접 온 것은 바로 현요 때문이었다. 그가 직접 이 자리에 있어야만 다른 세력이 현요의 심문에 끼어드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현요가 우유도에게 복수를 했냐고? 정위는 분명 그런 일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 안에 자신의 묵인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다만 겨우 일개 문파의 장로에 불과한 자가, 감히 자신의 사람을 공격했다! 이건 자신을 안중에 두지 않는 것이다.
그가 말했다. 우유도의 껍질을 벗겨버릴 것이라고. 단지 일전에는 갑자기 오풍이 튀어나와 증인을 서는 바람에 함부로 나설 이유를 잃어버렸을 뿐이었다. 덕분에 우유도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우유도의 신분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그는 표묘각을 감찰하는 감찰관이 되었다. 이제 더는 대놓고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당연히 암중에 우유도를 죽이려는 시도를 묵인했었다.
그런데 우유도가 아무런 증거도 없는 일을 그저 추측으로 성존께 진정을 넣을 줄은 몰랐다. 간덩이가 부었다. 심지어 그처럼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일에, 성존께서 직접 입을 열어 엄히 조사하라 명하기까지 했다!
현요는 정위의 심복이었다. 수많은 비밀이 현요의 손을 거쳤으니, 정위가 현요를 지키지 않을 수 없었다.
혹시라도 정위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봐 걱정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였다. 현요는 해도 되는 말이 무엇인지, 하면 안 되는 말이 무엇인지 잘 알았다.
중요한 것은, 만약 겨우 이런 일 때문에 자신의 심복조차 지키지 못한다면, 앞으로 수하들에게 위엄이 서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현요를 지키는 것은, 어쩌면 수많은 추측을 불러올 수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그 일을 해야만 했다. 그것이 정위가 직접 이곳에 온 이유였다….
우유도가 중추에서 나오자 밖에서 기다리던 진관과 가정걸이 즉시 다가갔다.
“우 장로!”
밖에서 기다리던 태숙산해 등 사람도 우유도에게 다가왔다.
“가자!”
우유도는 그들을 무시하더니 진관과 가정걸을 데리고 그대로 그곳을 떠나버렸다.
진관과 가정걸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장로님이 여전히 저들 일곱 문파의 체면을 조금도 세워주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제 우유도와 같이 다닌 지도 꽤 긴 시간이 흘렀다. 둘은 우유도의 행동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다. 그들이 보기에 장로님이 이러는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었다.
태숙산해 일행은 놀라 서로를 바라보았고, 안수귀가 중얼거렸다.
“정위가 우유도만 남겨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겠소.”
그전에는 요호사의 집행자가 우유도에게 아주 열정적으로 대했고, 이제는 정위가 그만 남겨 독대했다. 분명 뭔가 아주 수상했다. 도대체 이게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사람들의 속마음이 마치 고양이에게 할퀸 것처럼 쓰라려 왔다.
사람들이 그렇게 한참 중얼거리더니, 더는 체면이고 뭐고 우유도가 있는 요호사를 향해 달려갔다.
우유도가 거처 입구에 도착했을 때, 일단의 사람들이 뒤에서 그를 쫓고 있었다. 혈신전의 해장홍이 소리쳤다.
“우 장로, 잠시만 기다려 주시오!”
우유도가 걸음을 멈추고 인상 쓰며 뒤돌아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우 장로, 수결산장에서 제비뽑기를 할 때 의논했던 일을 아직 기억하시오?”
아까 문 앞에서 같이 협력해서 표묘각에 대항하자고 말하지 않은 것은, 입구를 지키고 있는 수위들이 바로 표묘각의 사람들이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표묘각에 이 이야기가 들어가서 좋을 것이 없었다.
우유도는 수위를 힐끗 보았다. 곡령곤이었다. 어제 봤었는데, 오늘 또 당직이었나 보다.
다시 사람들을 바라본 우유도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가볍게 한마디 했다.
“곧 죽을 사람들과 무슨 이야기를 하겠습니까. 할 말 없습니다.”
그리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장원 입구로 이어진 계단을 올라가더니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사람들은 장원 안까지 따라 들어가려고 계단에 발을 올렸을 때, 안에서 우유도의 한 마디가 들려왔다.
“문을 닫아라! 내 허락 없이 누구도 들이지 말아라. 난입하는 자는 죽여라!”
덜컥! 진관과 가정걸이 빠르게 문을 닫았다.
문전박대를 당했다. 하마터면 문에 부닥칠 뻔했다. 멍청한 얼굴로 문밖에 서 있는 장로들은 어이가 없어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겨우 이 정도 담벼락이 어찌 이들을 막아설까, 가볍게 뛰어넘을 수 있었다. 하지만 ‘법도’라는 것은 왕왕 세상에서 가장 높은 담벼락이 되고는 했다.
난입해보라지! 우유도가 난입하면 죽이라 했다.
물론, 우유도의 별 볼 일 없는 두 제자가 당연히 이들 장로를 죽일 수 있을 리 없었다. 문제는 이들이 난입해 들어가서 싸움이 벌어지면 문제가 아주 심각해진다는 것이었다.
그때가 되면 이들은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표묘각은 이들이 마음대로 날뛸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당연히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길 것이다.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보군!”
안수귀가 침을 퉤 뱉고는 그대로 계단을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