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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277화 (375/1,000)

1277화. 정위의 분노

그렇게 사람들이 입구를 벗어나 터벅터벅 우유도의 거처에서 멀어질 때, 청월산장의 장로 황보금이 조용히 물었다.

“방금 우유도가 우리보고 곧 죽을 사람들이라고 했소. 그게 무슨 의미 같소?”

개뿔 그걸 누가 알겠는가. 아무튼, 사람들의 안색이 한껏 어두워졌다.

지금 우유도의 모습을 보면 이들과 협력을 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혼자서 헤쳐나갈 생각인 것 같았다. 그런데 혼자 하는 것이 어찌 같이 협력하는 것보다 좋을 수 있겠는가? 그러니 다들 우유도가 분명 뭔가를 알고 있다고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용범해의 태도, 정위와의 독대가 바로 가장 좋은 증명이었다.

이들은 방금 우유도의 한마디 때문에 느릿느릿 걷고 있었다. 사람들 머리 위에 다들 먹구름이 낀 것 같았다.

한편, 입구를 지키고 있는 곡령곤은 떠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방금 광경을 직접 보고 나서, 우유도가 저들은 조금도 안중에 두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 상황이 참으로 재미있었다. 그는 나중에 이번 일을 상부에 보고하기로 했다.

장원 내부,

진관이 직접 차를 끓여 정자에 들어가 우유도 앞에 내려놓았다. 입구에서 외부 동향을 살피던 가정걸이 돌아와 웃으며 말했다.

“장로님, 저들이 모두 돌아갔습니다.”

“가지 않으면, 여길 쳐들어오기라도 하겠느냐?”

우유도가 그 말을 하고는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가정걸이 잠시 망설이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장로님, 저들이 방금 하고자 했던 말은 아마 협력해서 같이 대항하자는 것 같습니다.”

차를 마시던 우유도가 찻잔을 내려놓고 말했다.

“저들이 먼저 나를 따돌리지 않았느냐?”

가정걸이 말했다.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지금은 고집을 부릴 때가 아닙니다. 혼자 싸우는 것보다, 같이 싸우는 것이 더 좋습니다.”

우유도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저들에게 매달리는 것보다, 저들이 내게 매달리는 것이 좋다. 좀 더 뜸을 들이도록 하자, 아직 시기가 무르익지 않았구나. 너희는 걱정하지 말아라. 이 일은 내게 다 계획이 있다.”

그 말을 한 우유도는 다시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성존께 진정을 올린 일에 반응이 있었다. 방금 현요가 잡혀들어갔다!”

“아!”

두 사람은 경악했고, 또 크게 기뻐했다. 진관이 말했다.

“정말 좋은 일입니다. 현요가 앙심을 품었으니, 이참에 그를 처리할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문천성은 성경에 있는 표묘각의 중추라 할 수 있다. 현요가 정위를 대신해 이곳을 관리하는 것만 보아도 정위의 심복이라 할 수 있지. 지금은 정위가 표묘각을 관리하고 있으니, 지금처럼 아무 증거 없는 일은 현요를 털끝 하나 다치게 할 수 없다.”

두 사람이 눈살을 찌푸렸다. 진관이 물었다.

“어차피 다치게 할 수 없다면, 장로님은 어째서 그를 건드리셨습니까? 그렇게 되면 그의 원한을 더욱 깊게 만들지 않겠습니까?”

가정걸은 탄식을 내뱉으며 말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장로님, 한순간의 화풀이를 위해서 이럴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뒷일을 생각하지 않으시다니. 나중에 표묘각이 장로님을 절대 그냥 내버려 두지 않을 겁니다. 언젠가는 복수를 하려 할 것입니다.”

“우리에게 물러날 곳이 있느냐? 싸워서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유일한 선택지다! 너희는 걱정하지 말아라. 어떻게 해야 할지 다 계획이 있다. 가정걸, 어제 말했던 그 지도 말이다. 지금 서가에 꽂혀 있으니 진관을 데리고 가서 살펴보아라.”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안쪽으로 들어간 후, 우유도가 일어나 정자를 나서 입구의 문을 열고 헛기침을 했다.

잠시 후, 문밖을 지키던 곡령곤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소매에서 유지에 쌓인 물건을 건네며 당부의 말을 건넸다.

“식사 시간에 반찬 가짓수를 조금 늘리겠소.”

우유도가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깨달은 것이다. 왜 이 안에 들어왔냐는 것에 대해 나중에 변명할 말을 만드는 것이다. 아마도 자신이 불러 반찬을 추가하라 했다 할 것이다.

* * *

지하 뇌옥,

정위는 심문자가 보고한 진술을 확인했다. 별문제 없었다. 진술을 던져버린 정위는 다른 사람들에게 모두 뇌옥에서 물러나라 하고는 직접 뇌옥 깊은 곳으로 향했다.

발소리가 들렸고, 곧이어 철창 앞에 정위가 나타났다. 현요는 즉시 앞으로 나와 철창을 사이에 두고 물었다.

“선생님, 우유도가 고발한 것입니까?”

현요는 어리석지 않았다. 심문자가 질문을 시작하자, 그는 지금 자신이 사적인 원한에 표묘각을 끌어들였다는 혐의를 받아 조사당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정위가 끄덕였다.

“증거도 없는 일이다. 별일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 너를 풀어주기는 힘들다. 내가 너를 너무 감싸고 도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너는 일단 이 안에서 사흘을 버티고, 몇 번의 신문을 더 받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현요가 대답했다. 선생님이 대놓고 자신을 지켜주겠다고 했다. 덕분에 현요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만약 정말로 제대로 된 신문을 받았다면, 죽지는 않아도 가죽 몇 개가 벗겨지거나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몇 개 성하지 않았을 것이다.

갑작스럽게 뇌옥에 갇힌 바람에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현요의 마음속에 울분과 원한이 가득했다.

“이 우유도라는 놈이 참으로 광오합니다. 증거도 없이 성존께 진정을 넣다니요. 어제저녁에 또다시 금시를 날렸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또 무엇을 고했을지 알 수가 없습니다.”

“어제저녁에 또다시 보고를 올렸단 말이냐?”

마침 떠나려던 정위가 돌연 뒤돌아 물었다.

“그렇습니다!”

현요가 끄덕였다. 잠시 생각하던 그가 보충 설명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요호사의 보고에 따르면 날이 밝기 한 시진 전쯤이었던 모양입니다. 금시가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날려 보냈다고 합니다.”

정위가 다가와 철창 앞에서 의심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너를 제외하고 보고할 것이 또 뭐가 있단 말이냐? 이처럼 연달아 보고하다니, 할 거면 같이 보고하지 않고, 어째서 연달아 성존의 청정을 방해한단 말이냐? 분명 나중에 무슨 일이 생겼을 것이다. 혹시 너희들이 또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정말 아무것도….”

현요가 변명하다가 멈칫하고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갑자기 뭔가가 생각난 듯했다. 하지만 이걸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정위는 현요가 뭔가 알아차렸다는 것을 깨닫고는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말해라!”

현요가 망설이다가 말했다.

“선생님, 처음에 우유도가 보고를 올렸다는 말에, 요호사의 집행자 용범해가 술상을 봐서 우유도를 찾아갔습니다. 당시에 도대체 무슨 보고를 올렸는지 알지 못해 내막을 알아보고자 했지요. 이때, 우유도가 용범해에게 꼬리표를 달고 말하기를, 용범해가 성존께 올리는 내용을 염탐하려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걸 사실대로 성존께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는 장난이라고 말했으며, 보고하지 않겠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그런데 설마 그걸….”

정위의 안색이 변했다. 곧 호통을 쳤다.

“어리석은 놈, 그게 뭐 하는 짓이냐! 누가 너희보고 성존께 올리는 서신의 내용을 염탐하라고 했느냐!”

현요가 변명하며 말했다.

“선생님, 그게 아닙니다….”

하지만 변명은 입안에서만 맴돌 뿐, 그 모호한 경계 사이에서 일어난 사실을 설명하기 어려웠다. 현요는 어쩔 수 없이 용범해가 보고한 내용을 그대로 정위에게 알려주고 정위가 알아서 분석하게 했다. 아무튼, 마지막에 강조하며 말했다.

“당시 우유도가 정말로 단지 장난이라고….”

“장난? 장난이길 바란다. 이번 일과 연관이 없기를 바랄 뿐이구나!”

정위는 그 말을 남기고 코웃음을 치며 그대로 몸을 돌려 그곳을 빠져나갔다.

“선생님, 선생님….”

현요는 철창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연신 불렀지만, 정위의 마음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현요는 이제 안절부절못하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정위는 뇌옥을 나서 즉시 사람을 시켜 요호사의 집행자를 불러오게 했다. 이후, 자세한 상황을 물어보았다.

용범해는 정위가 자신에게 당시 상황을 물어보자 당연히 솔직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정위가 자신이 지금 의심하는 상황에 대해서 알려주자, 그야말로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다.

정위는 현요가 용범해에게 염탐하라고 시켰다는 이야기를 듣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현요가 자신에게 이 부분을 숨기다니.

보통상황이라면 아주 정상적인 일이었고, 별 것 아닌 일이었다. 당연히 성존을 염탐하고자 하는 의도도 없었다. 이쪽은 그저 우유도가 성존께 무엇을 보고했는지 궁금했을 뿐이고, 그 때문에 술상을 차려 조심스럽게 한두 번 떠본 것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것이 바로 성존께 보내는 서신 내용을 염탐하려 했다는 사실과 얽혀들었으니, 이걸 어찌 설명한단 말인가?

아마 당사자들도 행동하기 전,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악독한 사람에게 걸리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었다. 그럼 이건 더는 사소한 일이 아니었다. 성존의 서신을 염탐하는 자라니, 죽고 싶어 환장한 사람인가!

정말 그런 꼬리표가 달리게 된다면, 성존은 분명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할 것임이 분명했다. 그건 아홉 성존의 역린을 건드리는 것과 같았다. 감히 성존의 비밀을 엿보려 하다니. 그게 말이 된단 말인가?

아직 우유도가 그 일을 보고했는지 안 했는지 알지 못했다. 만약 정말 보고했다면, 용범해에게 지시를 내린 현요는 아주 큰 일이 날 것이다.

일단 용범해가 현요를 지목한다면, 정위도 그를 구할 수 없었다. 그리고 만약 정위의 심복이 얽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정위의 저의 또한 의심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용범해를 살인멸구 하는 것은? 이르게도 아니고, 늦게도 아니고, 바로 지금 죽는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성존이 바보 천치로 보인단 말인가? 정말 그렇게 한다면, 바짓가랑이에 들어간 노란 진흙처럼, 아무리 똥이 아니라고 해도, 똥이 되어버리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대청을 천천히 배회하던 정위가 용범해 앞에 멈춰 서더니, 그의 두 눈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당시, 현장에서 너희 둘의 대화를 몇 명이나 들었느냐?”

용범해가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아내며 말했다.

“대여섯 명은 되는 것 같습니다.”

정위가 분노했다.

“도대체 다섯이냐, 여섯이냐?”

용범해가 마음을 가라앉히고 고민하더니 말했다.

“여섯입니다. 우유도 곁에 두 명이 있었고, 제 곁에 네 명이 있었습니다.”

“우유도를 만나러 가는데, 뭐하러 그리 많은 사람을 데려간단 말이냐?”

“…….”

용범해는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아무 일도 없을 때는 모든 것이 옳았지만, 일단 문제가 생기면, 모든 것이 잘못이었다. 그러니 여기서 뭐라 변명할 수 있겠는가.

“정말 그들 네 명이 입을 열지 않을 것이라 장담할 수 있느냐?”

용범해가 다급히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유도 쪽 사람들의 증언은 믿을 수 없으니, 우리 쪽 네 사람만 입을 다물면 됩니다.”

“그래서 어떻게 그들의 입을 다물게 할 참이냐?”

“수하가 그들을 사라지게 만들겠습니다.”

“그게 무슨 개똥 같은 말이냐!”

평소 수양이 깊던 정위의 입에서 폭언이 나왔다.

“지금 살인 멸구를 하다니, 다른 사람들이 다들 바보 천치라도 되는 줄 아느냐? 만약 그렇게 되면 그때는 성존께서 직접 나서 심문할 수도 있음을 모르느냐? 너는 네가 성존의 천위를 견딜 수 있다고 확신하느냐?”

용범해는 다급해졌다.

“선생님, 그럼 어찌합니까?”

“그들 넷은 현요가 네게 소식을 알아보라고 지시를 내린 사실을 아느냐?”

용범해가 장담하며 말했다.

“모릅니다. 수하된 몸으로 일을 처리하면서 어찌 상부의 말을 떠벌리고 다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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