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0화. 남명(藍明)의 조사
문이 밤새도록 닫히지 않았다. 아침이 서서히 밝아오고 있을 때, 문밖에 있는 수하가 바로 안으로 들어오더니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정위에게 보고했다.
“선생님, 천남성지에서 남명이 직접 사람들을 이끌고 찾아왔습니다.”
“천남성지라…. 올 것은 오는구나….”
침상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던 정위가 중얼거렸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정위는 각 감찰 인원이 보고하는 대상이 누구와 이어져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각 성지에서 보내온 금시를 그가 직접 분배했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섰다. 그가 대청에 들어섰을 때, 그곳에는 십수 명의 남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묵묵히 서 있었다. 그 선두에 있는 사람은 턱을 살짝 올린 채, 마치 자신을 내려다보는 느낌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정위는 그를 알고 있었다. 바로 남도림의 아들 남명(藍明)이었다.
남명의 소매에는 두 마리 교룡이 수놓아져 있었다. 그는 정위를 보더니 미소 띤 얼굴로 포권을 했다.
“정 형, 오래간만이오.”
정위가 그에게 다가가 그와 같이 온 사람들을 둘러보고는,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대가 여긴 어떤 일이오?”
남명이 웃었다.
“정 형은 정말 모르는 것이오,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 척하시는 것이오?”
“그대와 농담할 시간 없소. 별일 없다면 이만 가보겠소.”
남명이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소매에서 영패를 꺼내 들었다. 정위가 가지고 있는 표묘각의 각주 영패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이 영패는 구대지존들이 각자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이었는데, 아홉 명이 모두 표묘각을 호령할 수 있음을 나타내는 영패였다. 각주가 바뀔 때, 표묘각을 담당하게 되는 곳의 성존은 이 영패를 자신이 지정한 사람에게 주어 표묘각의 각주로 임명했다.
영패를 정위에게 보여준 남명이 말했다.
“천남성존의 법지를 받들어 조사하기 위해 왔소. 정 형, 혹시 이 영패가 진짜인지 살펴보시겠소?”
정위는 영패를 빤히 바라보더니 말했다.
“무엇을 조사하겠다는 것이오?”
“현요가 표묘각을 이용해 사적인 복수를 하고, 성존께서 지정한 감찰 인원을 해하려 한 혐의가 있소. 수사에 진척이 있으시오?”
“명을 봤다고 하니, 조사 과정과 결과를 가서 확인하면 그만이지, 내게 물어볼 것은 무엇이오.”
“정 형의 말이 참으로 맞소.”
고개를 숙이고 손에 든 영패를 잠시 살펴보던 남명이 갑자기 툭 한마디 내뱉었다.
“요호사의 용범해를 혹시 볼 수 있겠소?”
정위는 역시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겉으로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를 왜 찾는 것이오?”
“그를 만나 확인할 일이 있으니, 정 형은 그를 좀 찾아 주셨으면 좋겠소.”
“무엇을 확인한단 말이오?”
“정 형이 표묘각을 장악하고 있으니, 아마 정 형의 눈을 벗어나는 일은 별로 없을 것이오. 그러니 다 알면서 물어볼 필요 있으시오? 누군가 용범해가 성존께 올리는 서신을 염탐했다고 고발했소.”
“그런 일이 있었소? 그런 사소한 일에 남 형은 나서지 않으셔도 되오. 표묘각이 알아서 조사한 후 성존께 보고드리도록 하겠소.”
남명이 싸늘한 눈빛으로 냉소 지으며 말했다.
“어찌 표묘각을 부려먹겠소!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 자 같소. 감히 성존께 보내는 서신을 염탐하다니. 그리고 그게 어찌 사소한 일이오?”
영패를 다시 들어 올린 남명이 다시금 정위에게 영패를 들이밀며 말했다.
“성존께서 저를 직접 보내시어 그 문제를 조사하게 하셨소. 정 형께서 만약 그 결정이 옳지 않다고 생각되면 거절하셔도 되오.”
정위가 침묵했다. 이번 일이 남도림의 역린을 건드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미 크게 분노했으니, 남도림은 더는 표묘각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표묘각이 나서서 일을 덮으려 한다고 생각했기에, 직접 자신의 사람을 보낸 듯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정위가 천천히 뒤돌아 명령을 내렸다.
“용범해를 찾아오거라.”
“알겠습니다!”
한 사람이 명령을 받고 빠르게 대청을 벗어났다. 남명이 미소지으며 천천히 명패를 소매에 넣었다.
정위가 앞으로 두 걸음 걸어가 남명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다만 한 사람은 앞을 향하고, 한 사람은 뒤를 향했다.
정위가 고개를 살짝 돌려 남명의 귓가에 조용히 말했다.
“무변각이 비록 황량하고 무료한 곳이긴 하지만, 그곳은 그대가 주인인 곳이오. 천남성존이 그대에게 무변각을 지키게 하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게 한 것은 모두 그대를 위해서요. 그러니 무변각에서 조용히 지낼 것이지, 어찌 성경에 들러붙어 떠나지 않는 것이오. 그건 성존의 뜻을 저버리는 것이며, 그대에게도 좋을 것이 없는 일이오.”
남명의 얼굴이 굳어졌다.
“정 형의 충고에 감사드리오. 다만 다소 쓸데없는 참견 같소이다.”
“나중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일을 너무 극단적으로 처리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오. 하늘의 뜻은 추측하기 어렵소!”
정위가 남명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할 말 다 했다는 모습으로 그대로 몸을 돌려 그 자리를 벗어났다. 정위는 수하 한 명을 남겨 남명에게 협조하게 했을 뿐,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신경도 쓰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용범해가 들어왔다. 싸늘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남명을 보자마자 용범해의 안색이 즉시 새파래졌다. 그의 가슴이 철렁했다. 하지만, 이제 와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붙잡아라!”
남명이 턱짓했다. 그 즉시 남의인들이 앞으로 나와 현장에서 용범해를 제압했다. 용범해는 감히 반항하지 못하고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말했다.
“남 선생님, 왜 이러십니까?”
“저자를 심문할 곳을 찾아라.”
남명은 정위가 협조하라며 남겨놓은 사람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 사람은 명을 받고 손으로 길을 가리키며 움직이기를 청했다. 이후, 일행을 이끌고 심문할 수 있는 문천성의 뇌옥으로 향했다.
뇌옥에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수명의 남의인들이 표묘각 인원과 같이 사방으로 움직이더니, 우유도, 진관, 가정걸과 당일 용범해를 따라 현장에 갔던 사람들을 모두 찾아 하나도 남김없이 뇌옥으로 압송했다.
태숙산해 등 사람들은 우유도가 끌려가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원래는 다시 우유도를 방문할 참이었다. 그런데 우유도의 대문을 두드리기도 전에 남의인과 표묘각 인원이 대문을 부술 듯이 열어젖히고 안으로 들어가 자금동의 세 사람을 데려갔다.
무슨 일이지? 사람들은 알 수 없어 그 뒤를 따라갔지만, 뇌옥에서 저지당했다.
이들은 아직 우유도가 끌려간 곳이 뇌옥인 줄 알지 못했다. 자신들이 들어가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입구를 지키는 사람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이곳이 문천성의 뇌옥임을 알 수 있었다.
우유도가 뇌옥에 잡혀들어가다니?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다. 어제만 해도 그렇게 거만을 떨던 우유도였다. 그런데 한순간에 이렇게 된단 말인가?
“무슨 일인 것 같소?”
혈신전의 장로 매장홍이 좌우를 보며 물었다. 뇌옥을 빤히 바라보던 사람 중 태숙산해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누가 알겠소. 아무튼, 분명 좋은 일은 아닐 것이오. 아주 거만을 떨더니, 인과응보라 할 수 있지 않겠소?”
사람들은 입구에서 잠시 기다리며, 옥졸에게 어찌 된 일인지 물었다. 하지만 당연히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계속 여기서 기다릴 수는 없는 법이니,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이곳을 지킬 제자를 놔두고는 다들 거처로 돌아갔다.
정오가 되었을 때, 우유도, 가정걸, 진관이 뇌옥에서 나왔다. 무슨 험한 일을 당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그대로 자신들의 거처로 돌아갔다.
그곳을 지키던 제자들은 그 모습을 보고 신속하게 돌아가 보고했다. 마찬가지로, 처마 밑에 조용히 서 있던 정위도 상황을 전해 들었다.
남명이 이곳에 온 그 순간부터, 용범해가 진실을 토설하든 말든, 정위는 용범해의 운명이 이미 정해졌다는 것을 알았다. 사실 어떤 일들은 원래 돌이킬 수 없는 법이었다. 이미 구대지존의 화를 샀으니, 누군가의 피는 뿌려져야 했다.
정위는 남명이 조사하기 위해 이곳으로 파견을 온 이상, 곱게 넘어가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남명이 여기에 온 것은 분명 남도림의 친명을 받고 온 것일 터. 그러니 그 부친의 시선을 마주해야 했고, 그 때문에 남명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과를 얻으려고 할 터였다. 아무 성과 없이 돌아갈 수는 없었다. 남명은 그 부친에게 뭔가를 보여줘야 했다.
정위는 다만 방금 전에 남명과 만났을 당시, 자신이 에둘러 남명에게 경고한 것이 그의 귀에 들어갔길 바랄 뿐이었다. 너무 일을 극단적으로 처리하지 말라는 말에 대해, 그가 어느 정도 새겨들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 말을 통해, 정위는 자신이 남명에게 반격할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님을 깨닫길 바랐다. 그가 그리할 수 있다면, 정위도 똑같이 돌려줄 수 있었다!
정위는 여전히 가능하면 현요를 살리고 싶었다.
물론, 그 결과에 대해서 그는 특별히 걱정하지 않았다. 설사 용범해가 견디지 못하고 현요를 끌어들인다 해도, 현요는 여전히 그 입을 꽉 다물 것이니, 그 화가 정위에까지 미치지는 않을 터였다. 현요를 자신의 심복으로 삼은 것에는 어느 정도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정위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우유도가 올린 세 번째 보고였다. 정위는 우유도가 무엇을 보고했는지 알지 못했다.
지금 상황이 흘러가는 것을 보면서 정위는 다소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일단, 현요가 실수했다는 것은 명확히 알 수 있었다. 현요는 우유도를 너무 얕잡아 보았다. 설사 우유도에게 보복을 하려 했어도, 이처럼 대놓고 우유도를 도발하지 말았어야 했다. 현요는 우유도에게 대놓고 시선을 보내며, 언젠가 자신이 복수할 것임을 아주 명확히 알려주었다. 현요는 절대 그것을 우유도에게 알리지 말았어야 했다.
우유도는 앉아서 죽을 생각이 없었다. 이건 아무리 봐도, 우유도의 반격이었다.
우유도가 구대지존에게 올린 첫 번째 보고는 우유도의 반격을 알리는 첫 번째 신호탄이라 할 수 있었다. 다만 첫 번째 보고는 현요를 죽음으로 몰지 못했다. 그러나 현요는 첫 번째 보고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했고, 결국 실수하여 빈틈을 보이고 말았다.
이에 우유도는 망설이지 않고 두 번째 보고를 통해 훨씬 더 강한 공격을 가했다. 그 공격에 힘을 더한 것이다. 이는 간접적으로 현요를 죽음으로 몰아붙이고 있었다.
정위는 사실 우유도가 한 보고들이 쓸모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과연 성존도 그렇게 생각할까? 그건 모르는 일이었다.
게다가 우유도가 보고한 일은 증거도 없는 일들이었다. 설마 우유도가 성존께 어쩌다가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현요가 그를 위협한 이유를 증명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정말 그러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었다.
정말로 현요가 자신에게 보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유도가 증명해낸다면, 정말로 그리했다면, 그 불똥이 정위에게까지 튈 수도 있었다.
현요가 우유도에게 보복하고자 한 사실이 증명되면, 정위가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보고하지 않았다는 게 돼버린다. 즉, 정위가 구대지존에게 들어가는 서신을 염탐하고자 한 현요의 수작을 모른 척했다는 게 돼버리는 것이었다.
최악의 경우, 심지어 현요에게 그런 짓을 하라고 명을 내린 게 정위가 돼버릴 수도 있었다. 그런 일을 꾸미는 것을 몰랐다는 것 자체도 말이 안 됐을뿐더러, 진짜로 몰랐다고 발뺌해봤자 그것 또한 정위의 무능력함을 나타내는 게 돼버릴 뿐이었다.
다만, 세 번째 보고는 대체 무엇일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도대체 세 번째 보고의 내용이 무엇일까? 정위는 조금의 단서도 없었다. 갑자기 사건이 표묘각의 각주인 자신의 손에서 벗어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알 수 없는 일이야말로 사람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이었다. 또 앞으로 무슨 일이 갑자기 생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지금 우유도에게 무슨 짓을 할 수는 없었다. 심지어 우유도를 만나는 것조차 좋지 않았다. 정위는 이번 일과 상관없다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