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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284화 (382/1,000)

1284화. 곧 죽을 사람

우유도 뒤로 물러난 진관과 가정걸은 서로를 돌아보았다. 오늘 그야말로 자금동의 장로란 자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각 문파의 장로를 압박하는 모습이, 자금동의 제자로서 우 장로의 모습을 보니 절로 힘이 났다.

자신을 진정시키는 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차를 한 모금 마신 우유도가 말했다.

“오해라…. 정말로 그런 마음이 없다면, 제가 뭘 보고했는지 더는 설명할 필요 있겠습니까?”

우유도는 천천히 화제를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이끌었다.

과연, 보고에 대한 일은 그 누구도 물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도 다들, 자신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한 가지 문제에 대해서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안수귀가 말했다.

“동생, 저번에 우리 앞에서 우리보고 ‘곧 죽을 사람’이라고 했네, 혹시 그게 무엇 때문인지 알려줄 수 있는가?”

우유도가 찻잔을 내려놓고 말했다.

“무엇 때문인지 다들 잘 아시지 않습니까. 제게 물어볼 필요 있습니까?”

사람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목소리로 안수귀가 말했다.

“도대체 그게 무슨 의미인가? 동생, 모르기 때문에 묻는 것이 아닌가. 가르침을 주게나.”

우유도는 검을 앞에 세우고 두 손을 그 위에 올리고는 열 손가락을 쫙 펴고는 말했다.

“성존이 어째서 우리 각 문파의 사람들로 표묘각을 감찰하게 했습니까?”

사람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안수귀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정위가 말한 적이 있네. 정위가 수결산장에서 처음 우리와 만났을 때, 성존께서 표묘각에 불만이 있다고 했었지. 아마도 그것이 감찰의 원인일 것이네. 설마 아닌가?”

“천하의 각 문파에게 표묘각이 무엇을 의미합니까? 여러분에게 표묘각을 감찰하라고 하는 것은, 사슴에게 호랑이 이빨을 뽑으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각 문파가 감히 그럴 배짱이 있습니까?”

“당연히 두려워하고, 경거망동하지 못하지. 하지만 동생은 그렇게 발칙한 행동을 하지 않았는가!”

“제가 발칙합니까? 이거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안 장로님, 성존께서는 영명하십니다. 설마 우리의 처지와 두려움을 모르시겠습니까? 우리가 그러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우리보고 그렇게 하라고 하셨지요. 그게 무얼 의미한다고 봅니까? 설마 여러분은 성존께서 우리가 몸 사리기 바빠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을 두고만 보실 거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사람들은 침묵했다.

“성존께서는 당연히 우리를 다그치시겠지요. 어떻게 하실까요? 설마 표묘각을 시켜 우릴 재촉하실까요? 아니면 성존들께서 시간이 아주 많아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설득하실까요?”

우유도의 어투가 갑자기 우렁차고 격렬해졌다.

“본보기입니다! 여러분, 성존께는 이미 칼을 높이 치켜들었습니다. 이미 우리 목에 칼이 드리워져 있단 말입니다!”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우유도의 말은 틀림이 없었다. 너무나 정곡을 찌르는 말을 들었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사람들은 저마다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각 문파 사람들이 다들 천하전장에 가고자 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번거로운 문제를 피하고자, 표묘각의 원한을 사지 않고자 하는 것이었지요. 천하전장에 가지 않게 된 각 문파들 또한 당연히 최대한 표묘각과 원한을 맺지 않고자 하는 태도를 견지할 것입니다.

다 같이 좋게좋게 끝내려 하겠지요. 다들 표묘각의 원한을 사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러면 성존의 원한을 사는 것은 좋단 말입니까? 성존께서 이러한 행위를 그냥 좌시하겠습니까?”

“각 문파의 인원이 이제 모두 배치되었습니다. 아직은 상황을 파악하는 과정에 있다고 할 수 있으니, 성존께서도 아직은 결단을 내리지 않으시겠지요. 하지만 각 문파의 생각은 결국 표묘각에게 잘 보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으려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성존께서는 분명 그것을 마땅치 않게 생각하시겠지요. 그 결과가 명확하게 나타나는 때가 되면, 망설이지 않을 것입니다. 성존께서는 손에 든 칼을 내리칠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태숙 늙은이와 안 장로님은 인원 보충이라는 명목으로 들어오셨지요? 이번 단련이 무엇인지 너무 명확합니다. 과거 천도비경과는 확연히 다른 것입니다. 감찰 인원은 언제든지 각 문파에서 보충할 수 있습니다. 지금 있는 사람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그들을 죽이면, 다음에 들어올 사람들은 최선을 다하겠지요. 그러니 누가 감히 태만하겠습니까? 성존께서는 분명히 한번 본보기를 보이실 겁니다.”

“여러분들, 여기서 다들 잘 지내고 계십니까? 저도 여러분들처럼 세월아 네월아 편히 지내고 싶습니다. 다들 자신의 목을 한번 만져 보시지요. 머리가 그 위에 얼마나 더 붙어있을 것 같습니까? 이제 생각해 보십시오. 제 말이 틀렸습니까? 그러니 여러분이 곧 죽을 사람이 아니면, 누가 곧 죽을 사람입니까?”

그 두려운 최후를 들은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안색이 변했다.

진관과 가정걸의 시선이 교차했다. 우 장로님의 말에 창백해진 사람들은 다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객청이 한동안 조용해졌다. 오직 우유도만 찻잔을 들어 조용히 입을 축일 뿐이었다. 한참이 지나, 태숙산해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자네는 그리 급히 성존께 진정을 넣어 용범해를 죽였는가?”

“여러분은 죽고 싶어 환장했지만, 전 좀 더 살고 싶으니 말입니다. 당연히 표묘각의 잘못을 찾아야지요. 제가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눈에 보이니, 나중에 살육의 칼이 내리쳐질 때, 아마 어느 정도는 저를 비껴가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용범해를 죽였다는 말은 나를 너무 대단하게 본 것이군요.

당당한 요호사의 집행자이니, 제가 죽이고 싶다고 죽일 수 있겠습니까? 그저 성존께서 그를 죽이신 것이지요. 성존께서 감찰 인원들의 뒷배가 되어주겠다고 하신 태도를 명확히 밝히신 겁니다. 다들 통보를 받지 않았습니까? 어째서 모든 감찰 인원에게 알리라 했겠습니까? 성존께서는 지금 우리에게 용기를 주시는 겁니다.”

우유도는 당연히 자신과 현요 사이에 원한이 있다고 말할 리 없었다. 이것이 일종의 반격이었고, 용범해 또한 우유도의 계획에 따라 죽었음을 밝힐 리 없었다.

다만, 이제야 사람들은 깨달았다. 그들은 지금 자신들이 생사가 갈리는 중요한 순간에 있음을 깨달았다. 우유도가 이미 이 재난을 비껴갈 방법을 알려주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더는 우유도가 알려줄 필요 없었다.

명확한 일이다. 살육의 칼이 언제 떨어질지 알지 못하는 순간이다. 다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은 모습이었다. 이들은 더는 대화를 나누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몇 마디 인사를 나누고 다들 분분히 작별을 고했다.

우유도가 일어나 직접 사람들을 배웅했다. 그렇게 일행과 같이 움직이던 우유도가 처마를 지날 때, 갑자기 진관과 가정걸에게 말했다.

“그 두 마리 금시를 잘 관리해라,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된다.”

계단 앞에선 사람들이 우유도의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려보니, 정말로 처마에 금시가 들어있는 새장이 두 개가 있었다.

안수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동생, 우리는 금시가 모두 한 마리인데, 자네는 어찌 두 마리인가?”

“여러분은 다들 한 마리입니까? 흠, 그건 저도 잘 모르겠군요. 오늘, 바로 얼마 전에 성존께서 제게 금시를 한 마리 더 보내시면서, 연락을 쉽게 하기 위해서라고 말씀하시더군요.”

“호오!”

사람들은 다들 각자의 생각에 잠겼다.

우유도의 새장을 본 사람들 가운데, 특히 천화교의 장로 노요의 감상이 남달랐다. 표묘각이 곤림수를 우유도에게 보내라 했다. 비록 천화교에서 한 명의 제자를 추가로 들여보내 주기로 했지만, 이제 우유도는 다른 사람과 달리 한 사람이 많아졌다. 다른 문파들보다 한 사람이 더 많을 뿐 아니라, 금시도 다른 사람보다 많았다.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특별함이었다.

진관과 가정걸은 괴이한 마음이 마음속에 꿈틀거렸다. 어째 장로님이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금시가 두 마리라고 과시하는 것 같았다.

그전에 우 장로님이 말하길, 때가 무르익지 않았다고 했었다. 그때에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략적이나마 그 이치를 깨달았다.

그때 당시에 우 장로님이 말한 때는, 각 문파의 사람들이 감찰이라는 직책에 최선을 다하도록 부추길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을 의미했던 것 같았다. 지금 우유도는 이 사람들을 이용해 표묘각을 곤란하게 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과정을 확인한 두 사람은 멍청한 얼굴을 했다. 천천히 우유도의 의도를 깨달은 것이다. 만약 예전에 우유도가 저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면, 우유도의 말을 의심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로 저들을 이용해 표묘각을 곤란하게 하려는 것이라면, 두 사람은 정말로 때가 무르익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두 사람은 우유도가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알지 못했다.

우유도는 장로들을 입구까지 배웅했다. 손님이 떠났고, 문밖에서 배웅한 진관과 가정걸이 돌아와 좌우에서 대문을 닫았다.

이제 이 장원에는 한 사람이 늘어있었다. 곤림수!

우유도가 뒤돌아 멀지 않은 곳에 홀로 서 있는 곤림수를 보고 미소지었다.

“지금까지 천화교에서 많이 힘들지 않았나?”

곤림수는 심경이 복잡했다. 이번에 표묘각이 직접 간섭함으로 인해 그 자신이 기본적으로 철저하게 천화교를 벗어날 수 있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이제 단련 기간 동안에는 천화교를 따를 필요가 없었다. 또 단련이 끝나면 천화교와의 약속을 지켰기 때문에 당연히 자금동으로 돌아가면 되었다.

천천히 다가온 곤림수가 포권을 하며 허리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이제 와 그 전에 진관이 그에게 잠시만 버티라고 한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를 수가 없었다. 이번에도 도야가 다시금 천화교에서 모진 고생을 하고 있던 자신을 다시 구해냈다.

표묘각이 직접 나서서 간섭하게 한 능력을 보면, 곤림수는 우유도에게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유도가 미소지었다.

“다 한 가족 같은 사이이니, 고맙다는 말은 할 필요 없다. 곤림수, 네가 아직도 천화교를 완전히 잊지 못했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네가 계속 그곳에 있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너희 부부는 이제 신혼이지, 화봉황은 지금도 네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그녀에게 너를 안전하게 데려가기로 약속했으니, 당연히 최선을 다하는 것이지.”

“천화교에서 십 년 동안 폐관 수련을 하는 동안, 화봉황은 너를 십 년 동안 기다렸다. 지금도 밤낮으로 너를 기다리고 있지. 천화교는 네게 나쁜 마음을 품고 있으니, 일단은 천화교에 대한 애정을 한쪽에 내려놓고, 살아서 돌아갈 것만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 일단 살아 돌아가는 것이 화봉황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천화교의 일은 나중에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 네 주위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말아라.”

“만약 내 말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내가 이리 행한 것이 헛고생은 아니겠지. 하지만 받아들이지 못하고, 앞으로도 여전히 천화교에 질질 끌려다녀, 화봉황의 뜻을 저버리고 그녀를 과부로 만들고 싶다면, 나도 방법이 없겠지. 너를 묶어둘 수도 없고 말이야.”

대답이 없었다. 곤림수는 침묵했다. 어려서부터 자신을 키워준 사부가 아직 천화교의 손에 있었다.

노요가 비록 그를 우유도에게 보냈지만, 노요는 곤림수를 보내기 전, 우유도에게서 이상을 발견하면 자신에게 빠르게 연락하라 지시한 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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