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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285화 (383/1,000)

1285화. 협력의 성의

우유도는 한쪽 처마에 걸려 있는 두 개의 새장을 턱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오늘부터 이 두 마리 금시는 네가 관리해라.”

이는 나름 곤림수에게 할 일을 주기 위해서였다.

“알겠습니다!”

곤림수가 대답했다. 그는 우유도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대로 새장을 향해 가버렸다.

우유도 좌우에 있던 진관과 가정걸은 곤림수의 침묵과 행동을 보고 양심 없는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마찬가지로 우 장로님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었다. 강제로 딴 과일은 달지 않은 법이다. 그러니 그런 일에 어찌 저리 정력을 낭비하는 것일까.

잠시 후, 진관이 조용히 물었다.

“장로님께서 각 문파를 부추기셨으니, 이제 저희는 뭘 해야 합니까?”

“할 일이 있으면 하는 것이지.”

가정걸이 웃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진 사형과 저는 장로님의 지시에 따라 표묘각을 잘 살피고 계속해서 문제를 찾겠습니다. 분명 뭔가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우유도는 좌우에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과유불급이다. 해야 할 것은 했으니, 우리는 여기서 멈춰도 된다. 당분간 다들 조용히 지내거라.”

“어….”

두 사람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조용히 지내야 하면, 장로님께서는 어찌 각 문파의 사람들이 표묘각을 적대하도록 부추기셨습니까?”

“시종일관 우리만 표묘각에게 주목받는 것이 좋은 일이더냐? 그러니 사람들을 모아 표묘각을 곤란하게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이제 우리는 한발 뒤로 물러나서 표묘각의 주목을 벗어날 수 있다. 저들에게 마음껏 날뛰라고 하자꾸나!”

말을 마치고 그대로 대문으로 향했고, 진관과 가정걸이 그 뒤를 쫓았다. 하지만 우유도는 검을 들어 그들이 따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멈췄고, 그렇게 우유도가 대문을 열고 거처를 나서는 것을 지켜만 보았다.

대문을 나선 우유도는 그대로 당직을 서고 있는 곡령곤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성경 밖에 있는 내 사람과 연락할 통로가 필요하오.”

곡령곤은 대경실색하며 다급히 좌우를 살펴보았다. 내심 크게 긴장했지만, 겉으로는 담담한 모습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며 조용히 말했다.

“미쳤소? 내가 말하지 않았소. 요호사가 지금 당신을 주시하고 있소. 할 말이 있으면 날 안으로 부르면 그만이지, 왜 이리 대놓고 나오는 것이오?”

“걱정하지 마시오. 가끔 이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니, 나중에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면, 내 곁에 사람이 하나 늘어, 음식을 늘려달라 했다 하시오.”

곤림수가 아직 정식으로 우유도와 약속을 하지 않았다. 당연히 오늘은 곡령곤을 안으로 불러들여 밀담을 나눌 수 없었다. 곤림수를 방비한 것이다.

곡령곤은 심장이 뛰는 것을 최대한 억누르며 말했다.

“지금 당신 상황에서 외부와 연락을 주고받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소. 상부에서도 허락할지 모르겠군.”

“난 늦지 않게 외부 소식을 파악해야 하오. 그러니 그대는 내 말을 상부에 보고하시오.”

“알겠소. 교대한 후에 가능한 한 빨리 당신의 뜻을 상부에 전하겠소.”

우유도는 포권을 하고 다시 몸을 돌렸다.

* * *

깊은 밤.

사여래가 호수 한쪽에 있는 정자에 들어갔다. 정자 기둥 한 곳 아래 몸을 숨기고 있는 왕존이 조용히 말했다.

“우유도가 외부에 있는 자신의 사람과 연락할 통로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늦지 않게 외부 소식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뒷짐을 진 사여래는 난간 밖의 하늘의 수많은 별을 품은 호수를 보며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우유도가 일단 외부와 연락할 수 있는 통로가 생기면, 외부에서는 성경 내부에 우유도와 협력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곧바로 밝혀지지 않겠는가. 그 소식이 일단 표묘각에게 들어가면, 아마도 뿌리를 타고 나까지 올 수도 있네. 안 된다고 말하게. 외부에 알고 싶은 소식이 있다면, 우리가 제공해 주겠다고 하게. 아마도 그 자신이 확인하는 것보다 더 정확할 것이라고도 일러주게.”

“알겠습니다!”

왕존이 대답했다. 하지만 다음날 밤이 깊었을 때, 왕존이 다시금 만남을 요청하는 신호를 보냈다.

두 사람은 외진 곳에 있는 숲속에서 만났고, 왕존이 보고했다.

“우유도는 자신이 협력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의도가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 쪽에서 제공해 주는 소식을 믿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소식을 전해주는 것도 상관은 없으나, 그러려면 선생님과 만나야겠다고 했습니다. 선생님의 신분을 확인해야 믿을 수 있다고 말입니다.

두 가지 조건 중에, 하나를 고르라 했습니다. 둘 다 승낙하지 않겠다면, 더는 협력할 필요 없다고 생각된다며, 우리 쪽에 너무 깊게 얽히기 전에,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 단호하게 끊어 내겠다고 했습니다. 그는 즉시 성경 내부에서 누군가 몰래 자신에게 접근한 사실을 남도림에게 보고하겠다고 합니다.”

“협력할 거면, 성의를 보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가지 또 강조한 것은, 일단 그가 사적으로 외부와 연락을 취하기 시작하면, 자신의 약점을 우리 쪽에 쥐여주는 것이라 했습니다. 동시에 우리에게 자신이 연락할 사람은 믿을 만한 사람이며, 절대 소식이 흘러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도 자신의 목숨을 가지고 장난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사여래는 오랫동안 침묵하더니, 결국 담담히 말했다.

“소식을 전할 때, 방비를 단단히 해야 하네. 절대 다른 사람에게 빌미를 주어서는 안 되네.”

“알겠습니다.”

왕존이 대답했다.

* * *

천도봉, 표묘각,

천녀교의 장문인 지청려(池淸麗)가 표묘각 밖을 배회하고 있었다.

단련 인원 중 일부분이 이미 성경을 나섰다는 소식이 온 천하에 퍼졌다. 그 많은 사람이 직분을 받고 나서서, 숨기지 않고 공개석상에 얼굴을 드러내니, 소식을 숨길 수 있을 리 없었다. 각 문파에까지 소식이 전해지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천하전장의 총타가 바로 천도봉의 표묘각 내부에 있었다. 지청려는 오늘 이곳에 천녀교의 장로 제벽상을 만나기 위해 온 것이었다.

이미 수위에게 기별을 넣었다. 제벽상과 만날 수 있도록 윤허가 날지 안 날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표묘각도 각 감찰 인원이 그 배후의 세력과 만나는 것을 딱히 막으려고 하는 것 같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벽상이 결국은 얼굴을 드러냈다.

두 사람이 만났을 때 지청려는 기뻐했지만, 제벽상은 다소 마음에 찔려 했다. 아무래도 성경 안에서 문파에 대해 안 좋은 내용을 적어 냈으니 당연했다.

둘이 만나 인사를 하고는 한쪽에 가서 대화를 나눴다. 지청려는 당연히 어찌 된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제벽상은 해줄 수 있는 말을 모두 해주었다. 성경의 일부 의도는 너무나 명확했다. 자신들만을 이용해 감찰하는 것은 한계가 분명했다. 그러니 그들 배후에 있는 문파의 지원을 받는 것을 윤허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렇지 않으면 둘을 만나게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부 상황에 대해 들은 지청려는 대경실색했다.

“우유도가 성경에서 표묘각의 집사를 뇌옥에 집어넣고, 표묘각의 집행자를 죽게 만들었단 말이오?”

“구체적인 상황은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표묘각에서 통보한 대용은 그렇습니다. 이미 공개적으로 통보했으니 거짓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성경의 의도를 전해 들은 지청려의 안색이 진중해졌다. 마음도 매우 무거웠다. 지금 이건 각 문파와 표묘각을 싸움 붙이는 것이 아닌가!

* * *

자금동의 의사대전 내부,

장로 엄입의 노호성이 전해져왔다.

“그놈, 미친 것 아닙니까? 감히 성경에서 문제를 일으키다니요. 무슨 생각인 겁니까?”

자금동의 고위층은 다들 안색이 굳어져 있었다. 풍문으로 소식을 듣고 다들 가슴이 철렁했다. 평소에 그 누가 감히 표묘각의 사람을 건드릴까. 반면 우유도는 표묘각의 집사를 성경의 뇌옥으로 보내고, 표묘각의 집행자를 죽게 했다. 표묘각이 자금동을 건드리지 못하리라 생각하는 것인가?

대전 내부의 분위기가 아주 무거웠다. 궁임책이 고민하며 말했다.

“표묘각은 성경 내부의 상황이 밖에 퍼지는 것을 두고 본 적이 없소. 그러니 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 고민은 그 진위를 확인한 후에 해도 늦지 않소.”

* * *

초려별원,

혼인한 여인의 복장을 한 문묵아는 입구에서 한 통의 서신을 건네받고는 뒤돌아 내원 깊숙한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외부에서 어떤 비바람이 몰아치든, 궁임책은 약속을 지켰고, 문묵아는 운명의 안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미 거안의 부인이었다.

서신은 내원에 있는 원강의 손에 전해졌다. 서신을 건네받은 원강이 물었다.

“누구의 서신입니까?”

문묵아가 미소지었다.

“모르겠어요. 산문 밖에서 누군가 그대에게 전해주라 한 서신이에요.”

원강은 문묵아에게 감사를 표했고, 그렇게 둘은 헤어졌다. 서신을 열어 내용을 살펴본 원강의 얼굴이 순식간에 급변했다.

안색이 급변함과 동시에 원강은 서신을 즉시 다시 접고는 신속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빠르게 방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는 그제야 천천히 서신의 내용을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서신에 적혀 있는 상황을 파악한 원강이 급히 문을 열고 소리쳤다.

“단호!”

단호가 곧 나타나 원강에게 인사했다.

“원야, 부르셨습니까.”

“홍랑은 어디 있지?”

단호가 원강의 다급한 말투에 깜짝 놀라 대답했다.

“아마 집안 어딘가에 계실 겁니다. 알아보겠습니다.”

“그녀를 찾으면, 당장 날 보러 오라고 해라.”

“알겠습니다!”

단호가 명을 받고 움직였다.

“정말입니까?”

초려별원 내부의 작은 거처였다. 화봉황이 관방의의 양팔을 붙잡고 믿기 어려운 얼굴로 물었다.

“홍 언니, 성경 내부의 소식을 어찌 아신 건가요? 단지 좋은 말로 저를 위로하려 하시는 건가요?”

관방의는 화봉황의 양팔을 다독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확실하다고 해요. 소식은 천화교 쪽에서 전해져 온 것으로, 표묘각에서 천화교에게 한 명의 제자를 더 들여보내라고 했다고 해요. 곤림수는 더는 천화교의 사람이 아니라 도야의 사람이 되었고, 곤림수가 도야 곁에서 단련을 치르게 되었으니, 천화교에서 한 사람의 결원을 보충해야 한다고 말이에요. 동생, 곤림수가 천화교를 벗어나 도야의 곁에 섰어요. 도야의 보살핌이 있으니 더는 혼자가 아니에요. 이제 조금 마음이 놓이나요?”

화봉황은 곧 크게 기뻐하며 눈물을 흘리며 연신 끄덕이다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야,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우유도가 여기 없었기에 망정이지, 있었다면 그 앞에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였다.

사형은 사문의 배신자와 같았다. 성경에 들어가서는 당연히 고립무원이었을 것이니, 일전에 우유도에게 곤림수를 보살펴 달라고 부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우유도는 그녀의 부탁을 승낙했었다.

그러나 화봉황도 알다시피, 성경은 우유도의 힘이 크지 않은 곳이었다. 오늘날과 같은 결과를 위해서 우유도가 얼마나 큰 심혈을 기울였을지 알 수 있었다. 거기에다가 곤림수가 아직 잘 살아 있다는 소식도 들으니, 그녀는 마음속에서 큰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조마조마하던 마음을 드디어 당분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화봉황이 어찌 기쁘고, 감사하지 않을까?

관방의도 미소 띤 얼굴을 하고 마찬가지로 같이 기뻐했다. 성경 안에서 곤림수를 자신의 곁으로 데려올 수 있을 정도면 활발히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우유도가 누구를 죽였느니 하는 것은 관방의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녀가 보기에, 우유도가 손을 써서 죽인 사람은, 분명 죽을 만한 사람이었을 터. 그러니 우유도만 무사하면 다른 것들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아무튼,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식은 한 가지를 설명하고 있었다. 도야가 성경 내부에서 어느 정도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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