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6화. 도야의 밀서
관방의는 우유도가 살아 있는 것에 기뻐할 뿐만 아니라,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음을 기뻐했다. 그 나쁜 사람 때문에 관방의는 크게 기뻐했다. 정말이지, 성경에 가서까지 조용히 있지 못하고 문제를 일으키고 다니다니.
그녀는 곤림수에 관한 소식을 들은 후, 가장 먼저 화봉황에게 달려와 같이 기쁨을 나누었다.
두 여인이 그렇게 같이 기뻐하고 있을 때 누군가 다가왔다.
“홍랑.”
단호였다. 그는 빠르게 두 여인이 있는 정원으로 들어와 관방의를 한쪽으로 불러내더니 조용히 말했다.
“원야가 지금 즉시 자신을 찾아오라고 하셨습니다.”
“지금 즉시?”
관방의가 눈을 치켜뜨며, 자신을 오라 가라 하는 원강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무슨 일이야?”
단호는 예의를 잃지 않고 말했다.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알았어.”
관방의는 불만스러운 얼굴을 하고는 다시 화봉황에게 가서 몇 마디 위로를 건네고는 그제야 단호를 따라 그곳을 벗어났다.
두 사람이 원강의 거처에 도착했을 때, 원강은 처마 밑에서 우뚝 서서 관방의를 기다리고 있었다.
관방의가 다가오자, 우뚝 서 있던 원강이 단호에게 손짓하며, 다른 사람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경계를 서게 했다.
단호는 멈춰 서서 주위를 경계하기 시작했고, 느긋하게 계단을 오른 관방의는 담담한 얼굴로 물었다.
“허둥지둥 무슨 일이야?”
두 사람은 겉으로는 늘 껄끄러운 사이였다. 원강은 별말 하지 않고, 그대로 방 안으로 들어가, 관방의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관방의가 안에 들어오자, 원강이 즉시 문을 닫았다. 방 안이 살짝 어두워졌다. 관방의는 놀라 뒤돌아보더니 경고했다.
“원숭아, 두 남녀가 방 안에 들어와 문을 닫고 뭐 하려는 거지? 나 때문에 네 명성이 더러워지는 게 두렵지 않은 거야?”
원강은 관방의와 쓸데없는 소리 할 생각이 없다는 듯이 소매에서 서신을 꺼내 조용히 말했다.
“도야가 보낸 서신이오.”
“어….”
관방의가 경악하더니 빠르게 원강의 손에서 서신을 빼앗아 펼쳐보았다. 하지만 곧 눈살을 찌푸렸다. 알아볼 수 없었다.
“도야는 지금 성경에 있어. 어떻게 네게 서신을 보낸 거야? 거기다, 이건 도야의 필체가 아니야.”
관방의는 우유도의 글씨체를 알았다. 설사 원강에게 보내는 특수한 서신이라 해도, 그 특별한 글씨체를 본 적이 있었다. 우유도의 글씨체는 아주 이뻤다. 하지만 눈앞의 글씨체는 용사비등했고, 어찌 보면 조잡해 보이기도 했다. 이게 뭐란 말인가?
원강은 서신을 다시 가져가며 말했다.
“이건 도야의 서신이 맞소, 이건 도야의 초서(草書)요. 내게는 아주 익숙할 필체지.”
“초서? 그게 뭔데?”
관방의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원강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그게 뭔지는 알 필요 없고, 당신이 알아야 하는 것은, 도야가 초서로 나와 연락을 취한 것은, 혹시라도 이 서신이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갈 것을 우려해서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것이오. 우리 둘이 힘을 합쳐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소.”
원강은 헛소리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관방의는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도야는 아마도 성경 내부에서 자신들과 연락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한 것 같았다. 그녀는 즉시 정색하며 말했다.
“서신에서 뭐라고 했지? 우리가 뭘 하면 되는 거야?”
“도야는 우리에게 확실하게 믿을 만한 사람을 찾아, 즉시 적성성을 장악하고 있는 성주 사환려의 동향과 상황을 파악하고, 들키지 않을 자신과 확신이 있는 상황에서 운희를 시켜 사환려를 납치하라고 했소!”
“아! 사환려를….”
관방의가 대경실색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조용히!”
원강이 심각한 얼굴로 경고했다.
관방의는 다급히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는, 연신 실수했다는 얼굴로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이 추태를 보인 걸 안 것이다.
원강이 계속 말했다.
“도야의 서신에 따르면, 이 일은 너무 많은 사람이 아는 것이 좋지 않으니, 운희 혼자서 손을 쓰면 충분하고, 아무 문제 없을 것이라 했소.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만약을 대비하는 것이오. 절대 이 소식이 흘러나가서는 안 되오.”
관방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환려는 사여래의 친딸이야. 도야가 성경에서 우리에게 명을 내린 것은 좋지만, 대체 성경 밖에 있는 사환려를 납치해서 뭘 하려는 거야. 설마…. 성경 내부에서 사여래와 대립하게 된 건가?”
“모르오. 서신에서는 다른 말은 없었소. 하지만 도야가 이런 지시를 내렸다는 것은, 분명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오. 정말로 중요한 일이 아니면, 우리에게 이런 위험을 감수하게 하지 않았을 것이오. 우린 그저 따르면 되오.”
관방의가 끄덕이며 물었다.
“서신을 보면 글자가 적지 않던데, 혹시 다른 말은 없었어?”
“다른 것도 있소. 우리에게 외부 상황을 간단하게 정리해서, 사환려의 상황을 포함해 정기적으로 도야께 보내라고 했소. 그렇게 외부 상황을 파악해, 성경 내부에서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 했소.”
“정기적으로?”
관방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니까, 도야가 성경 내부에서 정기적으로 소식을 주고받을 방법을 마련한 거야?”
“그런 것 같소. 서신에서는 내게 지정된 곳에 가서 연락에 필요한 금시를 확보하라 했소. 앞으로 무슨 상황이 생기면 그 금시를 통해 연락할 수 있소. 또 특별히 우리에게 당부하기를, 금시가 향하는 곳이나, 금시가 누구에게 가는지 알아보려고 시도하지 말라 했소. 결과는 고사하고, 어쩌면 살인멸구당할 수도 있으니, 그저 서신으로 자신과 연락을 주고받으면 충분하다고 하셨소.”
관방의가 혀를 차며 조용히 말했다.
“정말로 성경 내부에서 우유도와 붙어먹은 사람이 있나 보군, 그렇지 않으면 성경의 출입구를 넘지도 못했겠지.”
“그건 우리가 걱정할 문제가 아니오. 지금, 홍랑은 즉시 믿을 만한 사람을 적성성으로 보낼 준비를 하시오. 나는 가서 금시를 가져오겠소.”
“알았어.”
관방의가 끄덕였다.
두 사람이 문을 열고 나왔다. 이후, 관방의는 자신의 거처로 돌아갔고, 원강은 즉시 뒷산에 있는 날짐승을 타고 날아올랐다.
두 사람은 껄끄러운 사이였지만, 우유도의 서신이 도착하자, 아무런 이견 없이 협력하기 시작했다.
* * *
현요가 뇌옥에서 나왔다. 원래는 삼 일 정도만 가둬둘 생각이었는데, 나중에 다른 일들 때문에 정위는 그를 뇌옥에 좀 더 가둬두었다. 또 수차례 다른 이들로부터 심문을 받기도 했다.
뇌옥에서 나와 본신의 법력을 회복한 현요는 정위가 문천성에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기 거처로 돌아갔다. 이후, 처음 한 일은 바로 몸을 씻는 것이었다.
목욕을 마친 그가 문을 나섰을 때 입구에서 황반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며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 같이 한 누각에 들어가 자리 잡고 앉았다.
두 사람은 잠깐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잠시 후에 차가 올라오자 황반이 먼저 찻잔을 들어 어찌 보면 사죄하는 것처럼 입을 열었다.
“현 형, 이리 오래 가둬두는 것이 내 본의가 아니었음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소.”
현요가 고개를 저었다.
“어찌 그대를 원망하겠소. 이게 선생님의 뜻임을 잘 알고 있소. 이런 시기일수록 관계를 확실히 해야 하지.”
황반이 쓴웃음을 지었다.
“이해한다니 다행이오. 당분간 현 형의 직무를 거두어 가셨소. 선생님께서는 어쩔 수 없이 그러신 것이오.”
현요는 덤덤하게 말했다.
“그대가 나를 대신하게 되었으니 아주 좋은 일이지.”
황반은 현요의 말투에서 아주 조금의 불만을 감지하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현 형은 오해하지 마시오. 만약 내게 선택권이 있다면, 때려죽여도 이 문천성의 일을 맡지 않았을 것이오. 현 형은 한가해지셨지만, 나는 아주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오.”
현요가 다소 의외라는 듯이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오?”
황반이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각 문파의 감찰 인원들이 최근에 마치 미친개처럼 분분히 성존들께 고발을 하며, 우리가 자신들을 곤란하게 했고, 그들은 전혀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며, 시도 때도 없이 불만을 토해내고 있소. 자신들을 가벼이 대하는 것은 곧 성존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하며 아주 거만한 태도를 취하고 있소.
덕분에 나는 매일매일 상부의 질책에 대해 변명해야 하니, 아주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오. 만약 선생님이 위에서 대신 막아주지 않으셨다면, 나는 지금 피를 토하고 있을 것이오!”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오? 지금 보니, 다들 간덩이가 부었군. 정말로 우리가 자신들을 처리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오?”
현요가 냉소 짓더니, 곧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
“그 전에 조용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발작하는 것을 보면, 분명 그 우유도가 뒤에서 그들을 부추겼을 것이오.”
황반이 한숨을 내쉬었다.
“우유도가 부추겼든지 어쨌든지, 이제 와 어쩌겠소. 아무튼, 다들 성존의 태도를 확인했으니, 간덩이가 부은 것이지.”
현요가 찻잔을 들고 고개를 저었다.
“선생님은 고민이 너무 많으신 것 같소. 차라리 처음부터 내 말대로 각 문파에서 단련 인원을 선발할 당시, 각 문파에 속해있는 밀정을 일부 포함했다면, 우리가 언제든지 저들이 배후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지 않았겠소.”
황반이 가볍게 탁자를 두드리며 말했다.
“현 형, 선생님의 고민도 일리가 있소. 다만 표묘각이 각 문파에 심어놓은 밀정이 기밀이라고는 하나, 성존들도 분명 그 명단을 가지고 있을 것이오. 그러니 그분들이 확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어디 있소? 만약 나중에 이에 대해서 그분들이 질책한다면, 선생님이 뭐라 변명하겠소?”
현요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그 말은 단련 소식이 나오고, 선생님은 그분들이 표묘각을 정리하려 한다는 것을 예측했다는 말이오?”
“하늘과 가장 가까운 분이오. 선생님도 선생님의 고민이 있을 것이오. 어떤 일들은 모른 척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을 것이오.”
현요가 잠시 묵묵히 차를 마시다가 다시 물었다.
“각 문파 중에 가장 열심히 날뛰는 것은 아마 우유도일 것이오. 맞소?”
황반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우유도는 최근에 아주 조용하오. 더는 보고를 올리지 않고 있지. 오히려 다른 일곱 문파에서 계속 문제를 일으키고, 괜히 생트집을 잡으면서 날뛰고 있소. 전에 우유도 측에 있었던 요호사의 감찰관이 제거된 이후, 다들 자중하고 있는 모습이오. 그들은 성존의 체면을 봐서 반격하지도 못하고,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을 뿐이오.”
현요는 우유도를 제외한 다른 문파의 사람들이 날뛰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
“우유도가 조용하단 말이오? 더는 문제 일으키지 않고 말이오?”
현요는 우유도가 연달아 보고한 일이 머릿속에 인상 깊게 남아있었다. 황반은 현요의 마음속에 우유도에 대한 원한이 있는 것을 알았다.
“그렇소. 그는 더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소. 물론, 그렇다 해도 다른 일곱 문파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조용한 것이지. 이 우유도는 지금 수시로 날짐승을 빌려 문천성을 떠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소. 하루는 표묘각의 동쪽 주둔지에 갔다가, 다음날은 서쪽의 주둔지를 가고는 하오. 거의 매일 한 곳을 방문하며, 마치 성존을 위해 성심껏 감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소.”
“그놈을 조심하시오.”
“걱정되기는 하지만, 아직은 조용히 지내고 있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