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7화. 설락아의 혼인
현요가 갑자기 말했다.
“황 형, 요호사 쪽을 내가 처리해도 되겠소?”
“…….”
황반은 한참 동안 말이 없더니,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현 형의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오. 우유도에 대한 분노가 있음도 알고 있소. 정 선생님이라고 다르겠소.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오. 우유도가 연달아 보고를 올린 것은 누가 봐도 우리를 향한 것이었소. 게다가 우유도는 현 형과 원한이 있음을 명확히 밝혔소. 이럴 때 만약 우유도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현 형을 의심하지 않기도 어려울 것이오. 보고를 올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죽는다면, 그게 무엇을 뜻할 것 같소?”
“현 형, 성존들께서 지금은 아직 여지를 남겨놓고 있소. 그나마 말이 통하는 상태지. 하지만 정말 성존을 화나게 한다면 어찌 될 것 같소? 우유도가 합리적으로 죽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시는 거요? 증거가 없다면 그분들이 우리를 건들지 못할 것 같으시오? 이유가 필요 없소. 말 한마디면 우리 모두 그대로 끌려갈 것이오.
일단 성지에 가게 된다면, 그건 더는 표묘각이 심문하는 것이 아니게 되오. 남명이 이곳에 왔었소. 용범해가 죽기까지 인정하지 않았으나 무슨 소용이 있었소? 아직도 그 시신이 저기 매달려 악취를 풍기고 있소!”
“현 형이 남명에게 신문당할 때 왜 심한 고문을 당하지 않은 줄 아시오? 남명에게 증거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선생님이 막으셨기 때문이오. 남명은 선생님의 체면을 생각해서 그리하지 않은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 가죽이 벗겨졌을 것이오. 이 표묘각에서, 선생님께서 표묘각을 관리하시니 우리를 그나마 지키실 수 있는 것이지, 일단 성지에 가게 되면, 선생님도 끼어들지 못할 것이오.”
“구대성지 중 한두 곳과 원한을 맺는 것은 상관없소. 우리 뒤에도 성지가 버티고 있으니, 각 성지는 함부로 다른 곳의 사람을 건들 수 없을 것이니 말이오. 하지만 감찰을 파견한 것은 아홉 분의 공통된 의견이오. 이런 시기에 우유도를 죽이고, 일단 천남성지에서 관련된 인원을 데려가겠다고 하면, 우리 대원성지에서도 아마 모른 척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오. 뭔가를 알아내는 것과는 별도로, 살아서 돌아올 수 있다고 보는 것이오?”
“현 형, 그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건 정 선생님의 뜻이오. 그러니 현 형은 잠시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겠소. 눈앞의 소나기는 피해야 하지 않겠소.”
현요는 입 다물고 침묵했다…….
* * *
식사시간이 되었다. 우유도가 머무는 장원에 음식이 배달되었고, 먹거리는 풍성했다.
각 문파의 감찰 인원들이 각 부사에서 자신들을 곤란하게 한다는 보고를 올린 후, 각 감찰 인원에 대한 음식의 질이 상승했다. 이런 사소한 일로 고발을 당할 필요까진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들 부사의 양보는 감찰 인원과의 화해로 이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보고의 효과를 보았다면서 더욱 기고만장해했다.
“난 괜찮으니, 너희 먼저 먹거라.”
뒷짐을 지고 탁자 위의 음식을 확인한 우유도는 그 말을 남기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진관과 가정걸은 곤림수의 몫을 남겨놓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지금은 세 사람이 돌아가면서 거처의 경비를 서고 있었다.
우유도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문을 닫고, 소매에서 한 통의 서신을 꺼내 들었다.
방금 곡령곤이 찬합을 건네면서 안에 들어왔을 때, 몰래 우유도에게 건네준 것이다.
서신을 펼쳐보니 익숙한 필체가 보였다. 원강의 답신이 틀림없었다. 원강은 우유도의 서신을 잘 받았다면서, 지시한 일을 진행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적혀 있었다.
그 서신을 보고, 우유도는 곡령곤 배후에 있는 사람이 정말로 자신을 도왔다는 것을 알았지만, 조금도 기뻐하지 않았다.
뒷짐을 진 우유도는 방 안을 배회하면서 다시금 이번 일을 깊이 고민했다. 배후에 있는 사람이 왜 자신을 돕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상대방이 천도비경 내부에서 우유도가 한 일을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 전에 상대방과 교섭을 할 당시, 고의로 상대방을 위협했고 반응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상대방은 천도비경의 일로 자신을 위협하지 않고, 오히려 어려운 일을 도와주었다.
우유도는 상대방이 곡령곤의 생명을 신경 쓸 것 같지 않았다. 곡령곤이든 수결산장의 상청산이든 간에, 배후에 있는 사람에게는 일개 장기 말에 불과했다.
그리고 저들을 이용해 자신과 연락을 한다는 것은, 분명 자신을 지킬 수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설사 우유도가 판을 뒤엎는다고 해도, 그래 봤자 곡령곤과 상청산만 재수 없을 뿐, 배후에 누가 있는지는 밝혀내기 어려울 것이다.
그 말은, 일단 상대방을 화나게 한다면, 배후의 그자는 언제든지 두 장기 말을 희생해 우유도를 죽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지금 원강의 서신이 우유도의 손에 들어온 것을 보니, 상대방은 자신의 성의를 증명해 보였다고 할 수 있었다.
어째서 그러는 것일까. 이리저리 생각해 보아도, 세 가지 가능성밖에 없었다.
첫 번째, 천도비경에서 있었던 일을 배후에 있는 사람은 공론화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아마도, 만약 그 일을 공론화시키면 그 자신의 신분이 폭로될 수 있기 때문인 듯했다.
두 번째, 상대방의 손에 증거가 없다고 할 수도 있었다. 천도비경에서 벌어진 일을 어떻게 알게 되긴 했지만, 이를 명확히 증명할 수 있는 증거를 갖지 못하고 있기에, 어쩔 수 없이 지금 우유도에게 함부로 손을 쓰지 못한 것일 수도 있었다. 결국, 증거가 없이는 아무런 설득력이 없었다.
세 번째, 상대방은 정말로 우유도를 돕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세 가지 가능성은 단지 우유도의 추측일 뿐이다. 결국은 여전히 그것이 문제였다. 상대방은 대체 왜 자신을 찾아와, 왜 자신을 돕겠다고 하는 것인가? 설사 우유도를 돕는다고 해도, 아무 이유 없이 돕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튼, 이유가 있을 것이 아닌가. 하지만 상대방은 한 번도 어떤 조건을 제시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유도는 자신이 없었다. 우유도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지금 배후에 있는 이 사람이 자신이 의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것이 구대지존 중 누군가가 만든 덫일 경우였다.
우유도는 손에 든 서신을 확인하고는 천천히 종이를 가루로 만들었다. 이번 일에 우유도는 어떻게 해서든지 원하는 결과를 얻어야 했다. 그렇지 않다면, 자신은 밝은 곳에 있고, 다른 사람은 암중에서 자신을 조종하고 있으니, 상대방이 어떤 수작을 부리는지 알 수 없었다. 결국 시시각각 수동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를 위험에 처하게 할 것이다.
방에서 나왔을 때 진관과 가정걸은 이미 식사를 마친 후였고, 곤림수가 식사하고 있었다.
우유도는 두 사람에게 다가가 말했다.
“우리 근처에 있는 주둔지를 모두 돌아보았다. 오늘부터는 좀 더 멀리 갈 생각이니, 하루 만에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한 사람이 가서 표묘각에 보고하고, 대형 날짐승을 빌리는 수속도 같이 처리해라.”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대답하고는 의논하더니 진관이 움직였다. 가정걸은 다소 의아해하며 말했다.
“장로님, 그런데 이렇게 여기저기 다니는 것이 무슨 쓸모가 있습니까?”
요 며칠 두 사람은 우유도를 따라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다실, 유유자적 놀러 다니는 것 같았지, 무슨 쓸모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쓸모없다. 그냥 보기에 우리가 맡은 바 직무를 열심히 수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려는 것뿐이지.”
그렇게 대답한 우유도가 그대로 몸을 돌렸다.
보고하러 간 진관은 날짐승을 타고 돌아와 정원에 곧바로 내려왔다.
준비를 마친 자금동의 세 사람은 날짐승을 타고 떠나갔고, 장원에는 곤림수 혼자 쓸쓸히 남아서 새장을 하나 지키고 있었다. 나머지 한 마리는 우유도가 가져갔다.
곤림수는 우유도가 매일 이리저리 왔다 갔다 무엇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우유도를 따르게 된 곤림수는 아주 한가했다. 반면 우유도는 어딘가를 다닐 때 한 번도 곤림수를 데리고 가지 않았다. 곤림수는 서서히 깨달았다. 자신이 철저하게 입장을 정하기 전에, 우유도는 아마도 자신에게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말이다.
과거 제국에서 우유도의 손에 패배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곤림수는 그야말로 수많은 좌절과 고난을 겪었다. 때문에 곤림수도 많이 변했다. 과거 젊은 시절의 오만함은 진즉에 닳아 없어졌으며, 지금은 오직 고달픔만이 남았다.
* * *
망망대해에 있는 작은 섬, 그 섬 위에 건물이 지어져 있었다. 날짐승이 그곳으로 날아와 공터에 내려섰고, 그 위에서 우유도를 포함한 세 사람이 내려섰다.
곧 두 표묘각 인원이 나타나 우유도 일행에게 물었다.
“누구십니까?”
“우유도!”
우유도가 대답하고 눈짓하자, 진관이 품에서 표묘각의 명령서를 꺼내 상대방에게 보여주었다.
우유도의 신분을 확인한 두 사람은 서로서로 마주 보더니, 곧 태도가 더욱더 공손해졌다. 비록 그것이 어색한 모습이라고는 하지만 말이다.
그들은 심지어 긴장하고 있었다. 용범해의 죽음이 이쪽에도 전달되었다. 다들 눈앞에 있는 우유도가 절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분명 트집을 잡기 위해 온 것이리라.
이들 표묘각의 이러한 태도는, 이제 진관과 가정걸에게 놀라운 것도 아니었다. 최근 우유도와 이곳저곳을 다녔을 때, 표묘각 사람들의 태도는 다들 비슷비슷했다.
그들과 가볍게 몇 마디 대화를 나눈 후, 두 사람은 우유도에게 차를 대접하겠다고 했지만, 우유도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저 주위를 둘러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오기 전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곳에는 십여 명이 주둔하고 있다고 들었소. 그런데 어째서 두 명뿐인 것이오. 나머지는 어디 있소?”
얼마 지나지 않아, 우유도는 그곳을 떠나 부근에 있는 암초 지대로 이동했다. 우유도는 이곳 주둔지를 책임진 도주(島主) 서량(徐良)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 곧 바다에서 누군가 튀어나와 바다에서 건져낸 큰 조개를 끄집어냈다.
딸깍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 앞에서 조개를 벌려 조갯살 속에서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자는 조개 안에서 푸른 빛을 뿜어내는 주먹만 한 크기의 구슬을 꺼내 들었다.
서량이 손짓하자, 수하는 방금 꺼낸 푸른 구슬을 건네주었다. 보주를 손에 든 서량이 이리저리 둘러 보더니 말했다.
“흠집은 없군요. 바로 이 물건입니다.”
그리고는 보주를 우유도에게 건넸다. 받아서 확인하니, 푸른빛을 뿜어내는 것이 매우 아름다웠다. 냄새를 맡아보니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다.
“이곳에 주둔한 이유가 설마 이것 때문이기라도 한단 말이오?”
서량이 다급히 설명했다.
“우 장로님, 오해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직무를 소홀히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얼마 전 빙설성지에서 저희보고 이곳에서 칠색보주(七色寶珠)를 일부 모아 보내라는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이 물건은 깊은 바닷속에 있어 채집하기 쉽지 않습니다. 저희도 어쩔 수 없이 명령에 따르는 것입니다.”
우유도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빙설성지에서 이게 왜 필요하단 말이오?”
서량이 의아해하며 말했다.
“설마 우 장로님은 모르십니까?”
우유도가 잠시 멈칫하더니 곧 웃으며 말했다.
“만약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아니면 내 경청하겠소.”
서량이 담담히 미소지으며 말했다.
“말하지 못할 것도 없지요. 빙설성지에 경사가 있습니다. 설파파(雪婆婆)의 손녀가 곧 혼인합니다. 비밀도 아니지요. 아마 우 장로님도 곧 알게 되실 일일 겁니다. 칠색보주는 아마도 장식에 사용할 것 같습니다.”
우유도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설마 빙설각 각주 설락아께서 시집을 가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설파파께는 그분 외에 다른 손녀가 없으십니다.”
우유도는 해풍을 맞으며 사색에 잠겼다. 과거, 자신이 가보았던 빙설각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곧 정신을 차린 우유도가 물었다.
“도대체 누가 그토록 행운이 있어 빙설각 각주의 애정을 받으셨소?”
“모르겠습니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말입니다. 듣기로는 수행계의 일개 산수로 이름은 천영(川潁)이라고 합니다. 아주 아름다운 사내라고 하더군요.”
“산수?”
우유도는 아주 의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