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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288화 (386/1,000)

1288화. 천영은 영호추의 사람

의외가 아닐 수 없었다. 일개 산수가 설락아 같은 신분의 사람을 아내로 맞이할 수 있다니! 누구든 이를 듣고 처음 떠올릴 생각은, 이게 말도 안 된다는 점일 것이다.

설락아와 혼인한다면, 순식간에 저 높은 곳에 서게 되면, 부귀영화는 말할 것도 없고, 평생 수련자원을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심지어 빈곤한 산수에게는 그야말로 천지가 뒤바뀌는 운명의 변화라 할 수 있었다.

우유도는 정말로 힘들게 발버둥 치며 지금 이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 그런데 다른 산수는 여자 하나 잘 만나서, 한방에 하늘에 오르니 이 억울함을 누가 알아줄까?

우유도는 이해할 수 없는 마음에 다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설락아가 어찌 일개 산수에게 시집을 간단 말이오?”

서랑은 퍽 의미심장한 미소로 말했다.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그 외모가 아주 아름답다고 말입니다.”

“호오, 그러니까 이건 설락아가 원한 것이군요. 하지만 설락아의 신분과 지위로 일개 산수에게 시집가는 것을 설파파가 허락했겠소?”

“아마 그 전에 설락아가 비밀로 하고…. 큼큼!”

여기까지 했을 때 서랑이 연달아 마른기침하는 것을 보니, 하면 안 되는 말을 할뻔했나 보다. 그가 의도적으로 주제를 전환했다.

“구체적인 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단지 소문으로 들었을 뿐이지요. 소문 말입니다.”

우유도는 분명 다른 내막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상대방이 말하기를 꺼리니, 우유도 또한 강요하지 않았다. 그저 손에 들고 있는 보주를 들어 잠시 살펴보더니 물었다.

“이 보주는 푸른빛을 뿜어내고 다른 잡색이 보이지 않소. 분명 남색 보주인데, 어찌 칠색보주라고 불리는 것이오?”

“이 조개의 이름은 홍방(虹蚌)으로 그 안에는 푸른색뿐만 아니라, 붉은색이나 자색 같은 다른 색을 띠는 보주도 품고 있습니다. 그 색이 총 일곱입니다. 홍방을 열어보기 전에는 그 안에 있는 보주의 색이 무엇인지 아무도 알 수 없지요. 방금 홍방 안에 들어있는 보주가 우연히 푸른색이었을 뿐입니다.”

우유도가 끄덕였다.

“호오, 그렇군. 여기에 이런 것이 있을 줄은 몰랐소. 견문을 넓힐 좋은 기회였소.”

말을 마친 우유도가 보주를 그자에게 다시 돌려주었다.

“만약 마음에 드시면, 나중에 칠색으로 된 칠색보주를 한 벌 마련해 드리는 것은 어떻습니까?”

이는 어느 정도 우유도가 억지 트집을 잡을까 봐, 뇌물을 주려 한 것이다. 우유도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괜찮소. 그대도 이 물건이 깊은 바다에서 자라 채집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하지 않았소.”

서랑이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빙설성지에 보낼 물건은 사실 이것저것 따져야 하는 것이 많습니다. 크기까지도 최대한 통일 시켜야 하니 말입니다. 나중에 빙설성지에 보낼 한 벌을 맞춘 후 남은 것으로 한 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오히려 좋지 않은 것이라 우 장로님이 불쾌해하지 않으셔야 하는데 말입니다. 또 걱정하실 것도 없습니다. 상부에서 좋은 것으로 선별해 가고 남은 것들입니다. 저희도 장식으로 사용할 뿐이니, 그걸 받으신다고 해도 죄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말을 그렇게 하지만, 상대방이 자신에게 너무 나쁜 것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알았다. 지금 우유도의 감찰 신분으로 뭔가를 받는다면 다른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수 있었다. 더군다나, 보주 같은 건 우유도가 받아도 쓸데도 없었다.

다만 상대방이 이처럼 호의를 보이니, 우유도 또한 직접 거절하기 어려워 완곡히 사양하며 말했다.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는 게 좋겠소.”

서랑이 웃었다.

“알겠습니다. 나중에 우 장로님께서 시간이 있으시면 와서 가져가십시오. 그때를 위해 준비해 놓겠습니다.”

우유도는 유쾌하게 웃으며 어물쩍 넘어가고는 더는 이곳에 머물지 않고, 대충 한번 둘러보고는 작별을 고했다.

저 ‘재앙’을 돌려보낸 서랑은 하늘에서 멀리 사라져 가는 검은 점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별일 없이 지나갔다.

용범해의 신분과 지위는 서랑보다 한참 높았다. 한 부사의 집행자였다. 그 배경으로는 성존의 제자 정위가 있었다. 그처럼 표묘각의 각주를 배경으로 둔 사람도 우유도에게 죽임을 당했으니, 이곳처럼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섬의 도주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처럼 외진 곳에 온 것만 보아도, 서랑에게 별다른 배경이 없음을 알 수 있었다. 당연히 우유도 같은 감찰관은 그가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심지어 상대방은 명성이 자자한 우유도였다.

우유도는 외부에서 사흘 동안 연달아 두 곳을 방문하고 문천성으로 돌아왔다. 날짐승을 다시 문천성에 돌려준 후, 돌아가는 길에 진관이 물었다.

“장로님, 내일도 계속 나가실 겁니까?”

“이번에는 좀 멀리 다녀왔으니, 하루 이틀 정도 쉬도록 하자.”

진관과 가정걸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가정걸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뭘 하시려는 것일까?”

“나도 모르지, 다만 이대로 간다면, 온 천하에 있는 문파 중에 아마 우리보다 성경의 환경을 잘 아는 사람은 없게 될 것이네.”

두 사람이 뒤에서 속닥거리는 소리를 우유도 또한 다 들었지만, 진짜 목적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았다.

세 사람이 거처로 돌아왔을 때, 입구를 지키던 곡령곤이 앞으로 나와 인사를 한 후에 소식을 전했다.

“우 장로님, 요호사에서 알려온 소식이 있소이다.”

“호오, 무슨 일이오?”

“오 일 후, 요호사가 황택사지에서 대대적인 소탕 작전을 실시한다고 하오. 장로님이 안 계실 때 이곳을 다녀가며, 저보고 장로님께 이번 소탕 작전에 동행하실지 여쭈어보라고 했소. 요호사도 사전에 준비해야 하니 말이오.”

우유도는 진관과 가정걸에게 안으로 들어가라 손짓하고는, 두 사람이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후에 물었다.

“아직 오 일의 시간이 있으니, 고민해 보겠다고 전해주시오. 나중에 대답을 해주겠소.”

“알겠소!”

곡령곤이 대답했다. 이어 우유도가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그런데 빙설각의 각주 설락아가 혼인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소?”

“들었소. 나도 최근에 들은 일이오. 듣기로 잘생긴 산수라고 하더군.”

“그대도 최근에 들었소? 최근 여기저기 다녔을 때, 조금의 소식도 없었소. 보니 아주 갑작스러운 일인 것 같은데, 어찌 그런 것이오?”

“갑작스럽긴 하지. 나도 어찌 된 일인지 잘 모르오. 다만 듣기로 설락아는 자신이 남자를 만나고 있다는 것을 설파파에게 숨겼던 것 같소. 이해 못 할 일도 아니지. 빙설성지 쪽에 있는 자들 중에 수많은 남자가 설락아를 취하고 싶어 했소.

그런데 갑자기 산수가 튀어나오다니, 그야말로 두꺼비가 백조 고기를 먹으려 하는 일이 아니오. 분수에 어울리지 않는 일이니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소. 만약 설락아가 그전에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면, 지금쯤 누군가에게 목숨을 잃었겠지.”

“상부에 어찌 된 일인지 물어보시오. 구체적으로 어찌 된 일인지 알아야겠소.”

우유도가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배후에서 자신과 연락하는 사람의 능력이 범상치 않다는 점이었다. 설락아가 갑자기 일개 산수에게 시집간다고 하니, 각 세력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을 것이고, 어찌 된 일인지 조사를 했을 게 분명했다. 당연히 지금 배후에 있는 사람은 분명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알겠소.”

곡령곤이 대답했다. 우유도는 말을 마치고 그대로 장원으로 들어갔다.

다음날,

곡령곤 배후에 있는 사람이 밀서를 보내왔다. 밀서에는 설락아의 혼인에 얽힌 상황이 적혀 있었다.

천영은 과거에 분명히 산수였다. 대다수 사람은 천영이 여전히 산수라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설락아를 만났을 때는 산수가 아닌 상태였다. 이미 그는 산수가 아니라, 진국 천지문의 사람이 되어있었다.

우유도는 거기까지 봤을 때 멈칫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째 어디서 들어본 문파 이름이 튀어나왔다. 진국 천지문? 설마 영호추가 세운 천지문 말인가?

우유도는 내용을 계속 읽어 내려갔다.

내용을 보니, 정말로 영천은 보기 드문 미남자인 듯했다. 그 풍모가 남다르니, 아마도 그 부분이 설락아를 매료시킨 것 같았다.

내용에서는 두 사람 중에 설락아가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갔다고 되어있었다. 설락아는 우연히 천영을 만났고, 당시 천영은 설락아의 신분을 몰랐다. 사실 이 부분은 확실하다고 하긴 힘들었지만, 아마도 빙설성지에서 엄밀히 조사했을 것이니,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조사에 따르면, 천영은 그 전부터 남다른 명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 실력 때문이 아니라, 바로 그 얼굴 때문이었다. 그는 손쉽게 많은 여자의 마음을 흔들었고, 일부 문파의 여인들과 남녀관계를 가져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하마터면 그 문파의 사람들에게 목숨을 잃을 뻔하기도 했다.

그 부분에서 영호추가 언급되었다. 영호추는 과거 수행계에서 유명한 중개인이었고, 인맥이 매우 넓었다. 그리고 영호추의 인맥 중에는 천영도 있었다.

천영이 막다른 길에 몰렸을 때, 그는 영호추를 찾아와 애원했다. 영호추가 영천을 뒤쫓는 문파의 장문인과 서로 안면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 영호추는 진국의 일부 귀족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장문인도 영호추를 마냥 무시할 수는 없었고, 그렇게 천영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다만 추후에 일을 원만하게 처리하기 위해서, 또 그 장문인에게 물러날 합당한 이유를 주기 위해서, 영호추는 천영을 자신의 천지문에 가입시켰다. 그리고 자신의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나선다는 명분을 만들었다.

이 일이 있은 후에 설락아가 천영과 우연히 만나게 된 것이었다. 설락아는 자기도 모르게 천영에게 빠져들었고, 그렇게 빙설각의 사람들 몰래 영천과 관계를 이어나갔다.

남자의 구애는 산(山)에 가로막힌 듯 어렵지만, 여자의 구애는 면사(面紗)에 가로막힌 듯 쉽게 뚫린다는 말이 있다. 거기에 영천은 여색을 멀리하는 사내가 아니었다. 거기에 설락아의 씀씀이가 크고 수련자원을 풍족하게 만족시켜주니, 그렇게 둘은 서로를 원하게 되었고, 관계를 맺게 되었다.

그 후, 설락아는 천영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혔고, 천영은 가슴이 철렁했다.

만약 이 일을 다른 사람이 알게 된다면, 천영은 목숨을 잃을 것이 분명했다. 설락아는 천영을 지키기 위해 그 일을 최대한 숨기려고 했다.

또 천영과 같이 있기 위해 설락아는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배를 불러오게 만든 것이다. 임신한 설락아는 그제야 설파파에게 진실을 토로했다.

그 일은 설파파를 진노케 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설락아는 천영을 위해 목숨을 걸었고, 영천이 죽는다면, 그녀와 그 배에 있는 아이까지 죽을 것이라 협박했다.

빙설성지는 그 때문에 비밀리에 천영을 조사했고, 문제가 없음을 철저히 몇 번이고 확인했다. 이후, 설파파가 설락아도 같이 죽이려 들지 않는 이상, 두 사람의 혼인을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더 구체적인 부분은 서신에서도 잘 알지 못한다고 되어있었다. 아마 그건 오직 빙설성지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아무튼, 이것이 설락아의 혼인에 얽힌 대략적인 진실이었다.

서신을 확인한 우유도는 어이가 없었다. 위풍당당한 빙설각 각주의 혼인에 이런 진부한 이야기가 이유가 되다니?

또 우유도는 이번 일이 영호추가 연관된 것이 다소 의외였다.

다시 서신에 적혀 있는 내용을 자세히 살핀 우유도는 한 가지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배후에서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의 능력이 범상치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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