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9화. 소탕 작전
다음 날,
곡령곤이 다시금 한 통의 밀서를 전했다. 우유도는 필체를 보고 원강의 서신임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우유도의 명령에 따라서 원강은 외부의 소식을 정리해 보내왔다. 그중에 설락아의 혼인도 포함되어 있었다.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다 보니, 수행계에서 큰 파란을 일으켰다는 내용이었다.
또 그 때문에 원강이 서신에서 언급하기를, 평소 설락아와 친한 적성성의 성주 사환려가 아마도 이번 설락아의 혼인에 참석하기 위해서 성경으로 향하는 것 같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원강은, 사환려가 적성성을 떠나는 그 순간이 바로 기회이니, 그녀가 움직일 때 손을 써서 납치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두 여자의 관계를 깜빡했군.”
서신을 확인한 우유도가 잠시 중얼거리더니 아마도 원강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을 것임을 깨달았다. 아주 당연하게도 사환려는 설락아의 혼인에 참석할 것이 분명했다.
반복해서 고민하던 우유도는 갑자기 지필묵 앞으로 가더니 붓을 들어 빠르게 한 통의 서신을 적어 내려갔다.
그리고 방을 나선 우유도는 기회를 봐서 곡령곤에게 서신을 건네며 최대한 빨리 전달하라 일렀다.
방으로 돌아온 우유도는 다시 성경의 지도를 펼쳐 시간이 있을 때 만들어 놓은 자를 가지고 지도 위에서 이리저리 그려보았다.
우유도는 성경 출입구의 위치에서 대나성지까지 움직일 때 걸리는 시간을 대략 계산해보았다. 그리고 다시 성경 출입구에서 빙설성지까지의 거리를 기준으로 마찬가지로 시간을 계산해보았다.
또 마지막으로 대나성지에서 빙설성지까지의 거리와 시간을 계산한 후, 세 개의 노선이 가로지르는 지형을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관찰하던 우유도는 다시 탁자 앞을 한참 배회했다. 그러다가 뭔가를 떠올린 그는 빠르게 지도를 살펴보며 생각에 잠겼다.
반복해서 그러기를 한참, 우유도가 갑자기 소리쳤다.
“진관!”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진관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와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장로님?”
“요호사에 연락해서, 황택사지의 소탕 작전에 참여할 것이라고 전해.”
“그것이….”
진관은 망설였다. 바로 지시에 따르지 않고, 오히려 우유도에게 조언을 했다.
“장로님, 지금 표묘각은 저희에게 아주 불만이 가득합니다. 요호사는 이번 기회에 장로님을 해치려 할 수도 있습니다. 황택사지는 바로 저들이 손을 쓰기에 너무나 좋은 곳이니, 너무 위험합니다. 다시 생각해 주십시오, 장로님!”
“각 문파가 저리 난리를 치는데도, 표묘각은 여전히 참고 있다. 아마도 일단 지금은 인내하자는 심산이겠지. 얼마 전 내가 연달아 보고를 올렸고, 만약 지금 나를 해친다면, 그건 너무 대놓고 보복을 하는 것이다. 그 정도로 급하게 일을 처리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별일 없을 것이다. 걱정하지 말아라. 내가 감히 그곳에 간다는 것은, 나를 지킬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또 만약을 대비해서, 너희 둘은 갈 필요 없다. 이번에는 나 혼자 저들과 같이 움직이겠다.”
진관이 다급히 말했다.
“장로님께서 저희를 생각해 주시는 마음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혼자 가시는 것은 너무 위험합니다. 혹시라도 문제가 생겼을 때 옆에서 도와줄 사람도 없지 않습니까. 저희가 가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는 하나, 최소한 옆에서 거들 수는 있지 않겠습니까.”
“더 말할 것 없다. 내 말대로 하도록 해라.”
진관은 어쩔 도리가 없어 일단 물러났다. 하지만 곧 가정걸을 데리고 와서 우유도를 설득하고자 했다.
두 사람이 그처럼 애원하며 포기하지 않는 것을 보고, 우유도는 잠시 망설였다. 결국 고민 끝에 두 사람을 같이 데려가기로 했다.
두 사람은 거기에 곤림수도 데려가자고 했다. 한 사람이라도 많은 것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유도는 그것에 대해 단호하게 거절했고,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우유도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 * *
자금동, 초려산장,
관방의가 빠른 걸음으로 원강의 거처로 향했다.
과거에 원강이 그녀를 불렀다면, 이렇게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유도의 서신이 원강에게 온 후로, 원강이 불렀다는 말을 들으면, 그녀는 즉시 원강에게로 향했다.
관방의는 원강의 거처에 도착한 후 바로 방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갔다.
최근 두 사람은 수시로 이렇듯 독대할 때가 많았고, 밖을 지키는 단호는 하마터면 두 사람 사이를 오해할 뻔했다. 하지만 여러 단서를 보면, 다른 비밀이 있어 보였다.
안에 들어가 문을 닫은 관방의가 즉시 뒤돌아 원강에게 조용히 물었다.
“도야의 서신이야?”
원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우선 서신을 꺼내 관방의에게 보여주면서, 새로운 소식이 왔음을 증명했다.
관방의는 서신에 적혀 있는 용사비등한 필체를 알아보지 못했다. 관방의는 서신을 다시 원강에게 돌려주며 물었다.
“서신에 뭐라고 적혀 있어?”
“도야는 우리의 판단에 동의하셨소. 사환려는 아마 설락아의 혼인에 참석하기 위해 성경으로 향할 것이니, 도야는 우리보고 행동을 중지하라 하셨소.”
“중지? 어째서?”
관방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도야는 사환려를 성경으로 끌어들여, 거기서 직접 손을 쓰시겠다 하셨소.”
관방의가 깜짝 놀랐다.
“성경에서 도야가 직접? 안전할까?”
원강이 손을 들어 서신을 보여주었다.
“도야의 말에 따르면, 사환려가 일단 이쪽에서 문제가 생기면, 수행계와 속세가 뒤집힐 것이라 했소. 보통 일이 아니니, 그 영향이 너무 크겠지. 수많은 사람이 위험해질 것이라고 하셨고, 성경 밖에서 사환려에게 손을 쓰는 것은 정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하셨소. 이제 더 좋은 선택지가 생겼으니, 성경 안에서 손을 쓰는 것이 더 적당하다고 하셨소.
사환려가 성경 안에서 문제가 생기면, 아마 상황은 성경 안으로 제한될 것이며, 성경 내부의 사람들이 한 짓일 것으로 의심할 것이라 했소. 당연히 성경 밖의 사람이 끼어들었다고 여기는 사람이 없을 것이오. 또 성경은 아홉 성지가 서로 견제하고 있기 때문에 큰일이 일어나지도 않을 것이라 했소.”
관방의가 걱정스러워하며 말했다.
“나는 성경 안에 있는 도야의 안전이 걱정될 뿐이야. 사환려가 움직인다면, 곁에 분명 수많은 고수가 그녀를 보호하고 있겠지. 성경 안에 도야를 도울 사람들이 있을까? 함부로 행동하는 것이 너무 위험하지는 않을까? 정말 안 된다면, 다시 도야와 의논해서, 우리 쪽에서 움직이겠다고 전해.”
“나는 도야를 너무 잘 이해하고 있소. 도야가 결정을 내렸다면, 겨우 안전이 걱정된다는 이유로는 그분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오. 걱정하지 마시오. 도야는 움직이기 전에 계획이 있을 것이고, 임기응변 능력도 우리보다 뛰어나니, 그렇게 하겠다고 한 이상, 분명 확신이 있을 것이오. 물론, 그럼에도 우리 쪽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하셨소.”
관방의가 다급히 물었다.
“어떤 협력?”
“성경 안에 있는 도야의 이목이 많지 않고, 사환려가 반드시 혼례를 치르는 그 날 도착한다는 보장도 없다고 했소. 어쩌면 사전에 성경에 들어올 가능성이 오히려 더 크다고 하셨소. 만약 우리 쪽에서 사환려가 출발하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도야께 소식을 보낸다면, 소식이 중간에 다른 사람들을 거치면서 어쩌면 사환려가 성경에 들어가고 나서 도야가 소식을 받을 수도 있다고 했소.
성경에는 도야의 이목과 사람이 많지 않아 빠르게 반응하기 어려울 것이라 했소. 그러니, 도야는 우리에게 반드시 사환려가 성경에 들어가는 정확한 시간을 파악해 달라 하셨소.”
“음….”
관방의는 매우 난처한 얼굴이었다.
“정말 이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우리라고 해봤자, 적성성 내부에서 소문을 알아볼 뿐이야. 성주부(城主府) 안의 상황은 최소한 짧은 시간 안에 파악하기 어렵겠지. 사환려가 출발하는 시간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야.”
“도야도 그 부분을 고려해 어찌해야 할지 알려주셨소. 우리에게 지금 천하전장에 있는 홍개천에게 연락하라고 하셨소. 그는 거친 것 같으면서도 세심한 사람이니, 이런 일을 하기에 가장 적절한 사람이라고 했소. 도야는 우리에게 말하길, 홍개천더러 요월객잔의 지배인 백옥루를 찾아가면 될 거라고, 그렇게 전하면 알아들을 거라 했소. 과거 백옥루는 도야의 돈을 받은 적이 있으니, 홍개천에게 그쪽으로 손을 쓰게 해서…….”
* * *
다시 황택사지에 오게 되었다. 우유도는 검을 양손으로 짚고 서서, 진관과 가정걸의 호위 아래 끝없이 펼쳐진 늪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유도의 후방에는 요호사의 정예 인원들이 모여 행동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최근 요호사를 담당하게 된 주천우는 자신이 맡은 첫 번째 소탕 작전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그 자신이 직접 사람들을 데리고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인원을 배치하면서 가끔 우유도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다만 우유도는 이쪽의 소탕 작전에 별 흥미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도 그는 별말 하지 않았다. 흥미가 없다면 오히려 더 좋았다. 그는 우유도가 이쪽에 흥미를 느낄까 봐 두려웠다. 혹시라도 주시하다가 뭔가 잘못이라도 발견해 보고한다면, 아주 골치가 아파진다.
우유도가 신경 쓰지 않을수록, 그는 더욱 마음이 놓였다. 계획을 모두 하달하고 인원을 배분한 주천우는 우유도에게 다가갔다.
“우 장로, 이제 시작되었소. 여기는 위험한 곳이니, 나와 같이 움직이는 것은 어떻소.”
우유도가 미소지었다.
“괜찮습니다. 날짐승 한 마리만 남겨주시면, 저희끼리 알아서 둘러보겠습니다.”
주천우가 눈살을 찌푸렸다.
“우 장로, 아니, 우 동생. 이곳의 요호는 요호 외의 종족에게 예의를 차리는 것들이 아니오. 겨우 그대들 셋이 돌아다니는 것은 위험하오. 아무래도 나와 같이 다니는 것이 안전할 것이오.”
“우린 이곳에 감찰하기 위해 왔습니다. 여러분 곁에서 여러분이 준비한 것만을 본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주 형은 제게 마음껏 움직이며 살펴볼 수 있는 자유를 주어, 저희가 살펴보고 싶은 걸 살펴볼 수 있게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주천우는 내심 욕설을 퍼부었다. 혹시라도 우유도에게 무슨 문제가 생기면, 나중에 변명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우유도가 고집을 부리니, 자신의 부하도 아니고, 감찰의 신분을 가지고 있는 우유도에게 강요할 수 없었다. 그저 우유도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 주천우는 그렇게 우유도에게 날짐승 한 마리를 남겨주었다.
요호사의 사람들이 모두 늪지대 깊은 곳으로 떠난 후, 우유도 일행도 출발했다. 그들은 날짐승을 타고 황택사지 상공을 떠돌았다.
잠시 후, 우유도는 공중에서 자신이 찾고자 하는 곳을 찾았고, 우유도가 손가락을 가리키자 그곳에 날짐승이 내려앉았다.
그렇게 늪지대 옆에 있는 숲에 내려선 후, 진관과 가정걸은 늘 그렇듯이 빠르게 숲속에 이상은 없는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우유도는 곁에서 깃털을 고르고 있는 대형 날짐승을 힐끗 보고는 근처에 있는 돌멩이 하나를 손으로 빨아들였다. 그리고 법력을 이용해 돌멩이 중앙에 작은 구멍을 뚫고 소매에서 말려있는 작은 종이를 꺼내 천천히 그 구멍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서 근처에 눈에 띄는 바위 곁에 돌멩이를 던져 놓았다. 그리고 또 천천히 걸어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저녁이 되었을 때, 우유도 일행은 요호사 일행이 모이기로 한 곳에서 만나 밤을 지냈다.
다시 날이 밝았고, 우유도는 여전히 단독으로 행동했다. 수시로 조를 나눠 사냥을 하고 있는 인원들 머리 위에 나타나 살펴보았다.
우유도는 그들 머리 위의 하늘에 있었기 때문에 아래서 사냥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욕하는 것을 듣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