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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291화 (389/1,000)

1291화. 협박

닷새 후,

우유도는 곡령곤이 전해주는 서신을 받았다. 서신에서는 물건을 직접 문천성으로 보내줄 수 없으니, 다음 날 저녁 문천성에서 북쪽으로 오십 리 떨어진 산봉우리에 물건을 놔두겠으니 가져가라 적혀 있었다.

다만 강조하길, 날이 어두워지고 그곳에 가라고 특별히 말하고 있었다.

문천성 밖에서 만나자고 하는 것을 보면, 우유도가 언제든지 문천성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것을 아는 것이 분명했다.

우유도는 시간이 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그날 바로 표묘각에 보고하고, 날짐승을 한 마리 빌려, 문천성을 빠져나갔다. 그 명목은 당연히 순찰이었다.

나가서 순찰을 한 바퀴 돈 우유도는 다음날 해가 지기 전에 진관과 가정걸을 한 곳에 내려놓고 혼자서 문천성 북쪽 오십 리 밖에 지정한 산봉우리를 향해 갔다.

그곳에 내려섰을 때 이미 누군가가 우유도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얼굴을 가릴 수 있는 흑의 피풍을 입고 우유도를 등지고 있었다.

흑의인 옆에는 커다란 새장이 있었는데, 안에는 수많은 금시가 들어있었다.

우유도가 빠르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흑의인이 갈라지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하지 말게. 주위에 아무도 없으니 문제없을 것이네. 금시를 조종할 수 있는 것들도 모두 새장 안에 들어있네.”

말을 마친 그는 그대로 몸을 날렸다. 떠나는 그 순간까지 그는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우유도는 떠나는 사람을 잠시 바라보더니 다시 주위를 관찰했다. 그리고는 새장을 들고 그대로 날아올랐다.

문천성의 북쪽에서 빙 돌아 동쪽으로 간 우유도는 깊은 산속의 한 협곡에 내려와 주위를 둘러보며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쪽에 있는 작은 구멍에서 뭔지 모르는 동물이 기어 나왔다. 고양이 같기도 하고, 큰 족제비나 쥐 같기도 했다. 우유도는 하마터면 검을 뽑을 뻔했다.

그 동물은 천천히 우유도 앞에 오더니, 빠르게 인간으로 변했다. 우유도 또한 알고 있는 호족으로 큰 낫을 들고 있는 호족의 장로였다.

“그대가?”

우유도는 매우 의외라는 듯이 그를 가리키며 말했다.

“방금 모습이 어찌 큰 쥐 같아 보였소만?”

그 장로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호족의 모습으로 움직이면 너무 눈에 띄니 털을 잘라 버렸소.”

우유도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어찌 장로가 직접 오셨소. 오래 기다리셨소이까?”

“괜찮소. 중요한 일이고, 우리가 서로 안면이 있으니,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지 않겠소. 그러니 족장이 내게 직접 가라고 하셨소. 사실 얼마 기다리지도 않았소. 딱 하루를 기다렸군. 난 또 한 달은 기다려야 할 줄 알았소. 그런데 벌써 물건을 확보하다니. 그것도 이렇게나 많이? 이 세계의 금시는 모두 엄격히 관리되고 있소. 이 많은 금시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소?”

그는 말을 하면서 새장 앞에 쭈그리고 앉아 금시를 확인했다. 물론 우유도에게는 어려울 것 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다른 사람이 대신해주었으니 말이다.

“난 여기 오래 있을 수 없소. 그러니 당신은 지금 즉시 물건을 가지고 돌아가시오. 그리고 이것을 족장에게 드리시오. 여기에 표시된 곳에 사람을 배치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전하시오. 그럼 필요할 때 내가 그대들과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으니 말이오.”

우유도는 품에서 말려있는 종이를 하나 꺼내 상대에게 건네주었다.

“좋소!”

낫을 든 장로는 신속히 일어나 종이를 받았다.

곧 우유도는 날짐승을 타고 날아올라 그곳에서 떠난 후, 진관과 가정걸이 있는 곳에 가서 그들과 합류했다.

* * *

적성성, 요월객잔.

지배인 백옥루가 천천히 층을 올라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몇 걸음 걷지 않았을 때,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곳에서는 두 사람이 자신을 따라오고 있었다. 한 사람은 덩치가 컸고, 한 사람은 마르고 작아 보였다. 둘 다 검은 피풍을 입고 있었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대들은 방금 입주한 손님인 것 같소. 왜 나를 따라온 것이오?”

백옥루가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두 사람은 아무 말 하지 않고, 여전히 백옥루를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백옥루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경각심을 높이며 경고했다.

“이곳은 아무나 소란을 피울 수 있는 곳이 아니오.”

덩치가 큰 사람이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그의 면전에 들이밀었다.

백옥루가 내용을 살펴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그건 눈앞에 있는 사람이 표묘각 감찰 인원임을 증명하는 명령서였다.

그는 표묘각에 오랫동안 몸담았기 때문에, 명령서의 진위를 분별할 능력 정도는 있었다.

백옥루는 속으로 고심했다. 이는 상대방이 명령서를 들고 자신을 찾아온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표묘각에서 나온 사람이다 보니 백옥루도 심하게 대할 수는 없었다. 지금 표묘각은 사여래가 관리하던 표묘각이 아니었다. 백옥루가 두 사람을 보며 물었다.

“무슨 일로 본인을 찾아오셨소?”

큰 덩치가 명령서를 다시 품에 넣고 말했다.

“이곳은 대화를 나누기 좋은 곳이 아닌 것 같소. 그대의 방으로 갑시다.”

백옥루가 다소 머뭇거리자 덩치가 말했다.

“왜 그러시오? 설마 우리가 여기서 당신에게 해를 끼칠까 봐 걱정하는 것이오?”

백옥루는 별말 하지 않고 그대로 몸을 돌려 자신의 방에 다가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뒤에 있는 두 사람은 들어오라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안으로 들어왔다.

마지막으로 안에 들어온 마른 사람이 그대로 문을 닫았다. 원래는 문을 닫고 싶지 않았던 백옥루는 눈살을 찌푸렸다.

“표묘각을 감찰하는 사람이 왜 나를 찾아온 것이오. 그대들은 어느 문파의 사람이오?”

백옥루가 물었다. 손님으로 대접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곧 덩치가 쓰고 있던 피풍을 벗어 얼굴을 드러내더니 가면을 벗어 진짜 얼굴을 보여주었다. 얼굴을 드러낸 그가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백 지배인, 천도봉에서 헤어지고 난 이후로 처음 뵙는군. 오랜만이오.”

“홍개천?”

백옥루가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냉소 지었다.

“천하전장에 있지 않고 여긴 왜 온 것이오?”

홍개천이 대답했다.

“맡은 바 직분이 있어 어쩔 수 없었소.”

“직분?”

백옥루의 얼굴에 천천히 오만한 기색이 어렸다.

“적성성은 대나성지에 속하지. 그건 그대의 감찰 범위에 속하지 않는 것 같소만?”

“백 지배인께서 오해하신 것 같소. 우리는 단지 일부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온 것이오.”

“무슨 상황 말이오? 물어볼 것 있으면 빨리 물어보시오. 볼일이 있어 바쁘오. 하지만 그 전에 이 말을 꼭 해야겠소. 말해도 되는 것은 답하겠지만, 말할 수 없는 것은 답하지 않을 것이오. 어떠한 질문에 대해서는 상부에 직접 확인을 구한 후에 그대들에게 대답할 것이오.”

이건 적성성의 뒷배를 가지고 자신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었다. 홍개천이 미소지었다.

“백 지배인이 그리 말하는데, 내가 뭐라 하겠소. 잘 알겠소.”

“음, 그래서 무슨 일이오? 물어보시오.”

홍개천이 웃으며 물었다.

“백 지배인은 헌원도라는 자를 기억하시오?”

백옥루의 두 눈이 번뜩였다. 두 눈을 가늘게 뜬 그는 홍개천을 빤히 바라보더니 천천히 말했다.

“잘 모르겠소. 남해의 삼 당주께서는 누굴 말씀하시는 거요?”

“과거 요월객잔의 손님이었소. 백 지배인은 정말 조금도 기억나지 않으시오?”

“요월객잔에 오가는 사람이 일 년에 몇 명이 있는지 알지 못하오. 그 많은 사람을 내가 어찌 일일이 기억하겠소.”

“그럼 다시 말씀드리겠소. 이 헌원도라는 사람이 백 지배인의 추천 때문에 예전에 적성성 성주의 그림을 그려주었소. 혹시 이제는 기억나시오?”

백옥후가 감탄을 내뱉으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니 기억이 나는 것도 같소. 그런 사람이 있었지. 성주가 그를 초청해 그림을 그렸었소. 그런데 그게 문제가 있소?”

두 사람은 그 헌원도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겠다는 듯이 대화를 이어나갔다. 두 사람 모두 먼저 나서서 그 사실을 먼저 밝히지 않았다.

“성주께서 그를 불러 그림을 그리는 것은 당연히 아무 문제 없소. 나는 그저 확인해 보았을 뿐이오. 성주께 그림을 그려준 그 헌원도를 바로 백 지배인이 추천한 것이 맞소?”

백옥루는 잠시 침묵하며, 당시의 상황을 회상하더니 대답했다.

“어느 정도는 그리 봐도 무방하군. 하지만 완전히 그렇다고는 하지 못하겠소.”

“그러니까, 어느 정도는 백 지배인이 그자를 추천했다고 인정하는 것이군. 맞소?”

백옥루는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상대방이 왜 이 문제를 묻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가 알기로 눈앞에 있는 홍개천은 우유도의 의형제였다. 왜 이처럼 우유도를 조사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여전히 고민하던 그가 천천히 대답했다.

“그렇다 할 수 있소.”

“나는 지금 한 가지만 확인하려고 하오. 당신은 성주께 그자를 추천해 주면서 그자의 돈을 받았소?”

백옥루의 가슴이 철렁했다. 아니다. 이건 우유도를 향한 것이 아니라, 그를 향한 것이었다.

상대방의 질문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 통상적으로 선물을 조금 주고받는 것이 큰 문제가 될 리 없었다. 하지만 만약 자신이 돈을 받은 것과 성주께 그자를 추천해 그림을 그리게 했다는 것이 서로 연관이 지어진다면, 문제는 아주 심각해졌다.

그러니까 지금 이건, 그가 외부인의 돈을 받고, 그 사람이 사환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운 게 되는 것이었다. 만약 그 일을 사여래가 알게 된다면, 아마 사여래는 백옥루의 가죽을 벗겨버리려 할 터였다.

이런 사건은 설사 사여래가 그를 찾아오지 않는다 해도 문제가 될 게 뻔했다. 대나성지에서 돈에 손쉽게 매수되는 사람을 내부에 둘 리 없었다.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백옥루는 어이가 없었다. 사실 그 당시의 상황을 보자면, 백옥루는 처음부터 그 화가에게 어떤 대가도 받을 생각이 없었다. 단지 화가가 나중에 그에게 고맙다며 답례를 했을 뿐이었다.

다만, 이제 와 그 말을 사람들이 믿을 리 없었다. 그 사람은 백옥루가 추천한 사람이었고, 그는 화가의 돈을 받았다.

“돈을 받아? 그런 일 없소!”

백옥루가 단칼에 부정하며 그들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여기까지요. 볼일이 있으니 인제 그만 떠나주었으면 좋겠소.”

“백 지배인이 우릴 쫓아내니, 우린 강요할 수 없소. 하지만 백 지배인에게 당부의 말을 하지 않을 수 없겠소. 더는 조사를 진행할 수 없으니, 나는 성존께 보고드리고, 성존께서 개입해 사건을 확실히 조사하길 기대할 수밖에 없소.”

백옥루가 냉소 지었다.

“그대들이 성존을 좌지우지할 수 있기라도 하단 말이오? 쓸데없는 참견이오. 내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런 사실은 없소. 적성성도 그대의 감찰 범위에 있지 않지.”

백옥루는 쉽게 굴복하려 하지 않았다.

“확실히 감찰 범위에 속하지는 않소. 하지만 내게 보고할 권한은 있소. 난 문제를 크게 만들고 싶지 않소. 하지만 사실을 알고도 보고하지 않는 것도 옳은 일은 아닌 것 같소이다. 물론 보고한 후에, 성존께서 조사를 계속하실지 말지는 내가 신경 쓸 일이 아니고 말이오. 백 지배인, 표묘각의 전 요호사의 집행자인 용범해의 일을 들으셨소? 그 시체가 아직도 문천성에 내걸려 있다고 하오!”

이건 협박이었다! 백옥루의 마음속에 분노가 가득했다. 과거 천도봉에서, 자신이 천도비경의 업무를 관리할 당시, 이들은 다들 자신의 먹잇감에 불과했고, 일개 벌레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이제는 반대로 자신을 위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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