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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292화 (390/1,000)

1292화. 후회하다

백옥루는 홍개천을 빤히 바라보았다. 마음속에 홍개천을 죽여 입을 막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다만 어쩌다가 그 일이 알려진 것인지, 알려진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또 홍개천 곁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니, 감히 경거망동할 수 없었다.

갑작스럽게 그 일을 언급하고 나서니, 백옥루는 대비할 시간이 조금도 없이, 철저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

홍개천이 미소지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처럼 상대방의 약점을 쥐고 협박하는 느낌이 가히 나쁘지 않았다. 그것도 요월객잔의 지배인을 상대로 말이다. 과거였다면 감히 건들 수 없는 사람이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한참이 지나, 백옥루가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우유도의 의형제가 아니오?”

일단 이 문제가 불거지면, 자신에게 돈을 준 우유도 또한 책임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암시였다.

“직분이 있는 몸이오. 내 어찌 성존의 기대를 저버리겠소. 의형제라도 나를 막지는 못할 것이오! 백 지배인, 이 일뿐만 아니라, 또 한 가지 확인할 일이 있소.”

또?

“또 다른 일이 있단 말이오?”

“사실 이번 일은 잘만 설명해 주면 아무 일 없을 것이오. 하지만 백 지배인은 어찌 대답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군. 강요하지 않겠소. 그저 확인이 필요한 일일 뿐이오. 아무 일이 없다면 가장 좋겠지. 나도 문제를 크게 만들고 싶지 않소.”

“어쨌거나 우리가 여기 너무 오래 머무른다면, 다른 사람의 이목을 끌 것이오. 어쩌면 상황을 확인하기도 전에 백 지배인에게 불필요한 문제를 불러올 수도 있을 것이오. 듣기로는 빙설각 각주의 혼인이 곧 있다는 것 같던데, 그때는 사람들이 몹시 번잡하고 많아질 테니, 우리가 여기 있으면 일이 번거로워질 듯하오. 아마 성주께서도 참석하실 테니 말이오. 그러니 내 백 지배인에게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소. 성주께서 떠나신 후에, 내가 다시 찾아오는 게 서로에게 좋을 것 같소. 어떻소?”

백옥루는 아무 말 없이 홍개천을 노려보았다.

“아무 말 안 하는 걸 보니, 수락한 것이라 알겠소. 그래, 언제 다시 오면 되겠소?”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어찌 대응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확실히 백옥루는 시간이 필요했다.

게다가 홍개천의 제안은 꽤나 합리적이라 할 수 있었다. 성주님이 찾아오실 때, 적성성은 가장 경계심이 높아질 게 분명했다. 그러니 그런 민감한 시기에 저들이 자신을 계속 찾아오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결국, 백옥루가 말했다.

“성주님은 다음 달 초삼일에 떠나시오.”

그 말은 초삼일이 지난 후에 알아서 찾아오라는 말이었다. 다만 이 말을 들은 홍개천이 눈살을 찌푸렸다.

“밖에서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빙설각 각주님의 혼인은 초아흐레 날이요. 성주님께서 초삼일에 가신다니 너무 이른 것 아니오? 백 지배인, 성주님이 아직 있을 때 우리가 다시 온다면, 필요 없는 관심을 불러올 수 있소. 난 문제를 크게 만들고 싶지 않소.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은 넘어가는 것이 좋단 말이지.”

“성주님과 빙설각 각주님은 친한 친구 사이요. 빙설각 각주님의 혼인 전에 성주님께서 먼저 가시어 같이 시간을 보내려 하시는 것이오.”

그제야 홍개천은 어째서 사환려가 그리 일찍 가는지 알 수 있었다.

홍개천 옆에 서 있는 마른 사람은 사환려가 구체적으로 떠나는 날을 확실히 확인하게 되자, 아무도 모르게 그 두 눈에 기쁨이 스쳐 지나갔다.

“그렇다면, 초삼일에 다시 찾아오도록 하겠소.”

홍개천은 그 말을 하고 가면을 다시 쓰고 피풍을 머리까지 뒤집어썼다. 그리고 방을 나섰다.

“잠깐!”

백옥루가 갑자기 소리쳤다. 떠나가던 두 사람이 멈춰 뒤돌아보았다. 백옥루는 작고 마른 사람을 빤히 노려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알기로, 남해에서 단련에 참여한 사람 중에 여자는 없었소. 당신은 누구요?”

마른 사람은 비록 얼핏 보기에 남자처럼 보였지만, 그 몸에는 여자 특유의 향기가 나고 있었다. 백옥루는 처음부터 그 사람이 남장여자인 것을 알고 있었다.

마른 사람은 다소 안절부절못했다. 그때, 홍개천이 단 한마디로 상황을 모면했다.

“어떤 사람인지, 다음에 왔을 때 백 지배인은 알 수 있을 것이오.”

말을 마친 홍개천은 그대로 문을 열고 마른 사람과 같이 나가버렸다.

방 안에는 백옥루 혼자 조용히 서 있었다. 후회했다. 과거에 우유도의 돈을 받은 것을 후회했다. 만약 지금 와서 정말 조사한다면, 변명할 말이 없었다. 특히 사환려의 안전과 연관이 있는 문제이다 보니, 사여래는 절대 의심스러운 사람을 계속 사환려 곁에 두지 않을 터였다. 잘못해서 죽이는 한이 있어도 절대 그냥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것들은 모두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다. 당시 그의 눈에 우유도는 벌레 같은 사람이었다. 언제든지 눌러 죽일 수 있었으니, 무슨 큰일이 있을까 싶었다. 뭐 우유도에게 무슨 대단한 능력이 있을까 싶어 돈을 받는 걸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누가 알았을까. 오늘날 그 사소한 일이 바로 성존께 올라갈 수도 있는 심각한 일로 변하고 말았다. 백옥루는 이 일이 성존 앞에서 위력을 발휘할 줄은 몰랐다. 이제 더는 그의 능력으로 감쌀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과거 돈을 받았을 때, 그는 우유도가 감히 그 일을 누설하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는 아직도 그 일이 어찌 누설된 것인지 고민하고 있었다. 이건 분명 누군가가 그를 음해하려 한 것이다.

우유도일까? 하지만 그 일이 폭로된다면 우유도에게도 좋을 것이 없었다. 그건 도끼로 자신의 발을 찍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적성성의 사람을 우유도가 매수하려 했다는 사실이 폭로된다면, 우유도가 책임을 피할 수 있겠는가? 적성성에서 무슨 짓을 꾸미려 했냐며, 틀림없이 우유도 또한 심한 추궁 끝에 가죽이 벗겨질 게 분명했다.

설마, 이게 아니라면 적성성 내부에서 누군가 이 지배인의 자리를 탐내는 것일까? 당시 우유도의 돈을 받았을 때, 그는 그중 일부를 아래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확실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었다. 만약 그게 정말 맞다면, 그 사람은 적성성 내부의 힘만 가지고는 그를 넘어뜨리지 못하리라 판단한 것이 분명했다. 백옥루는 그래도 적성성 고위층의 신임을 한몸에 받고 있었으니, 분명 그의 변명을 들어보려 할 것이다. 지금처럼 바로 상부에 보고해 문제를 크게 만들려는 것은, 백옥루에게 설명할 기회도 주지 않기 위해서가 분명해 보였다.

순간, 백옥루의 머릿속에는 수만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백옥루의 방에서 나온 후, 홍개천은 곁에 있는 사람을 데리고 그대로 객잔을 나와 객잔 입구에서 재빨리 달아났다. 지금 두 사람에게 거지처럼 달려들어 말이라도 한마디 걸어 보려는 산수들이 산더미같이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은 이들을 무시하고 그대로 적성성을 벗어났다.

나중에 백옥루를 다시 찾아오겠다는 말은 그야말로 그를 속이기 위해 한 말에 불과했다. 두 사람이 다시 백옥루를 찾을 일은 없었다. 그건 백옥루를 다독이기 위해 한 말에 불과했다.

지금처럼 빠르게 이곳을 벗어나는 것은, 적성성에서 백옥루의 뿌리가 매우 깊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가 자신들을 살인멸구 할 마음을 품게 된다면, 둘의 처지가 매우 위험해질 수 있었다.

백옥루가 겨우 객잔의 지배인처럼 보일 수 있지만, 백옥루가 입만 열면, 적성성을 오가는 수행자 중에 그의 말을 따르지 않을 사람이 없었다. 그냥 가볍게 전하기만 하면 끝이었다.

물론, 이제 와 그런 일이 생길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오늘날 홍개천은 성경에서 지정한 감찰 인원이었다. 표묘각조차 그를 죽일 수 없으니, 그건 지금 온 수행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홍개천이 자신의 용모를 보여주기만 하면, 감히 건드리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다만 적성성은 수없이 많은 사람이 잡다하게 섞여 있는 곳이다 보니, 어떤 사람이 숨어 있을지 몰랐다. 하지만 백옥루라면 어느 정도 파악을 하고 있을 것이고, 만약 그가 나쁜 마음을 품게 된다면, 무슨 일이든 발생할 수 있었다. 그러니 두 사람은 반드시 우선 백옥루를 다독일 필요가 있었고, 백옥루가 뭔가를 하기 전에 빨리 떠나야 했다.

적성성에서 멀어졌을 때, 두 사람은 그대로 날아올라 날짐승에 올라타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제야 두 사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홍개천이 곁에 있는 사람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게 내가 오지 말라고 하지 않았소. 기어이 온다고 고집을 부리더니, 이것 보시오. 하마터면 들킬 뻔하지 않았소? 만약 당신이 누군지 들켰다면, 동생이 수작을 부리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을 것이고, 무슨 협박을 해도 먹혀들지 않았을 것이오.”

“결국, 아무 일도 없었잖아요.”

작고 마른 자로부터 여자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바로 관방의의 목소리였다.

사실 관방의는 몸매가 풍만한 편이었다. 다만 붕대를 꽉꽉 감아 살을 안으로 억눌렀고, 거기에다가 남자 옷을 입으니, 보기에 마르고 작아 보인 것이다.

그녀가 직접 온 것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홍개천에게 연락을 취했을 때, 아무 사람이나 보냈다가는 홍개천의 신임을 얻지 못할 확률이 매우 높았다. 우유도 곁에 있는 심복이 직접 나서야 홍개천을 설득할 수 있는 것이었다.

다만 기어이 홍개천과 같이 백옥루를 보러 온 것은, 이번 일이 매우 중요한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절대 대충 처리할 수 없었다. 만약 잘못된 정보라면, 우유도에게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었다.

홍개천과 우유도가 비록 의형제를 맺었다고 하지만, 진심이 얼마나 될까? 관방의는 모든 걸 맡기고 결과만 듣는 짓을 할 수 없었다. 당연히 직접 현장에 와야 했고, 직접 그 귀로 결과를 확인해야 안심할 수 있었다.

“아무 일 없었다고? 만약 그가 기어이 당신 얼굴을 보고자 했다면 어찌했을 것이오?”

“남해의 삼 당주가 있으니, 두려울 것이 무엇인가요!”

관방의가 아부를 떨며 홍개천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오늘 일을 아주 멋지게 처리하시더군요. 도야의 말이 틀리지 않았어요. 삼 당주님은 보기에 거칠어 보이지만 세심하신 분이시군요. 정말로 대단한 수법이었어요.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으면서 백옥루의 의심을 피할 수 있다니, 오늘 견문을 넓힐 수 있었어요.”

홍개천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아부라면 되었소. 동생이 어찌해야 할지 그리 명확하게 일러주었는데, 그것조차 처리하지 못하면, 아마 남해에서 지금까지 살아 있지도 못했을 것이오. 나는 대단할 것도 없지. 오히려 동생이 참으로 대단하군. 허, 당시 백옥루에게 돈을 건넸을 시기가 강호에 막 발을 내디뎠을 때로 알고 있소만? 그때 이미 백옥루의 약점을 만들어 놓다니, 정말 대단하군. 정말로 심모원려하지 않을 수 없어! 내 어찌 탄복하지 않겠소.”

관방의가 미소지었다.

“그런 건 아닐 거예요. 아마도 우연의 일치겠지요. 당시에 아무리 미래를 예측했다 하더라도, 표묘각을 감찰하게 될 것을 어찌 알았겠어요? 삼 당주님께 만약 그 신분이 없었다면, 또 어찌 백옥루를 압박할 수 있었겠어요.”

비록 입으로는 우유도 대신 겸손을 떨었지만, 속으로는 남몰래 그야말로 심모원려가 맞다고 맞장구를 쳤다.

게다가 이걸로 끝나는 것도 아니었다. 일단 도야가 성경에서 성공적으로 사환려를 납치하게 된다면 백옥루 또한 도야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이는 백옥루가 사환려의 행적을 누설해, 사환려가 납치되는 데 아주 중요한 일조를 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백옥루를 도야가 철저히 틀어쥐게 되는 것이다.

도야가 사환려를 납치하는 것은, 딱 봐도 사여래를 상대하기 위한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사환려를 죽일 리 없었다. 사환려는 결국 안전하게 돌아올 것이니, 그렇지 않으면 사환려를 납치하는 의미가 없었다. 아마 결국 모든 것은 평화롭게 끝날 것이다!

그리고 오늘 백옥루를 협박한 일은, 나중에 도야가 백옥루에게 살짝 한마디만 하면 됐다. 도야와 백옥루가 둘 다 인정하지 않으면, 홍개천은 앞으로 백옥루를 협박할 수 없게 된다. 백옥루를 협박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도야뿐이다. 그리고 도야는 분명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백옥루의 입 때문에 사환려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도야 앞에서 철저하게 도망갈 길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당연히 고분고분 복종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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